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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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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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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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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90. 나무아미타불 2

DUMMY

4.


지리산 중턱, 한 외진 국도변.


“뭐야? 죽어버렸네··· 쯧쯧.”


유정은 숨이 끊어진 한 피디의 얼굴을 보면서 혀를 찼다.


어두운 빛깔에 길게 빠진 혓바닥.


눈은 뜬 채였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 격렬하게 몸부림을 친 건지 턱 밑에는 검붉은 띠가 선명했다.


상처는 하반신 여기저기에서도 보였다.


바닥에 떨어질 때 심하게 긁히고 부대껴서 그런 것일 테다.


유정은 김 지배인을 손짓으로 불렀다.


겁에 질린 김 지배인은 움츠린 몸으로 주춤주춤 다가왔다.


“똑바로 봐라! 허튼짓하면 저렇게 되는 거다. 알았느냐?”


김 지배인은 고개를 끄덕인다.


차마 한 피디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그는 시선을 자꾸만 다른 곳으로 돌렸다.


사랑하던 미연이를 빼앗아 간 나쁜 놈.


처절한 복수를 다짐했건만···.


그를 향하던 노여움과 분노, 또 열등감과 피해의식!


그런 감정들은 허망한 죽음 앞에서 홀씨처럼 흩어져 버렸다.


김 지배인은 얼른 정신을 가다듬으면서 자기 앞가림에 집중한다.


“그런데 아까 네놈이 한 얘기를··· 어떻게 믿지?”


한 피디의 얼굴에서 시선을 거둔 유정이 김 지배인을 노려보았다.


김 지배인은 턱을 깊이 당겼다가 바로 세운다.


“저··· 정말··· 트··· 틀림··· 없어요.”


김 지배인은 제발 믿어달라는 듯 필사적으로 사정했다.


“다시 얘기를 정리해 보자. 놈들을 마지막으로 봤던 게 바비큐 식당 근처 국도였다고?”

“···예!”

“놈들이 앞뒤에서 동시에 들이받아 네놈을 죽이려 했는데···.”


유정은 노려보는 눈을 잠시도 거두지 않았다.


마치 독심술이라도 펼치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김 지배인은 점점 위축되어만 갔다.


“···충돌하자마자··· 네놈은 운이 좋아서 살고, 뒤에서 받은 놈은 뒈지고, 앞에서 받는 놈들은 달아났다.”

“···예!”

“원래 박스가 세 개였는데, 기절해 있는 동안 앞에서 받은 놈들이 두 개를 꺼내 간 것 같다?”

“···예!”

“그리고 놈들이 박스를 여는 열쇠도 가져갔다?”

“···예!”

“그러니까 네놈이 숨겨놓은 것도 열쇠가 없으면 열 수 없다?”

“···예, 그렇습니다.”

“내가 도술로 열면 되잖아?”

“······!”


뜨끔 놀란 김 지배인은 눈앞이 잠시 하얘졌다.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은 그는 또 혼신의 거짓말을 다 한다.


“요즘 첨단장비들이 보통이 아니라서··· 열쇠가 아닌 다른 기기를 사용하거나 부적절한 무력을 쓰면··· 자동 폭발이···.”

“흐으으으음···.”


눈빛을 보건대 허무맹랑한 소리 같지는 않았다.


잔뜩 겁에 질려 원초적인 공포를 드러낼 때는 거짓말을 하기 어려운 법.


이놈 말대로라면 지금 숨겨둔 돈의 위치를 알아내도 의미가 없다.


열쇠는 달아난 놈들이 가지고 있으니···.


그놈들을 먼저 찾아야 한다.


유정의 표정이 돌연 굳어진다.


그렇게 무표정한 얼굴로 뭔가를 고민하는 유정.


그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돈 건 그로부터 한 삼 분여 후였다.


“알았다. 우선 폐차부터 하자!”

“···폐··· 폐차요?”


비릿한 웃음을 입에 문 그는 다시 한 피디에게로 다가갔다.


양손을 뻗자 바닥에 누워있던 한 피디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그걸 본 김 지배인은 다시 경기를 일으킨다.


이가 덜덜 떨렸다.


턱이 제멋대로 꿈틀거렸다.


한 피디의 몸은 마치 SF영화에서 UFO에 납치된 인간처럼 서서히 움직였다.


유정의 손놀림을 따라 한 피디의 몸이 세단 안으로 들어가자 차 문이 저절로 닫혔다.


‘설마 저대로 밀어버려 사고사로 위장하려는 것인가?’


끔찍한 장면이 떠오르는지 김 지배인은 눈을 부릅뜨고 숨을 삼켰다.


그런데 이어지는 장면은 상상보다 훨씬 더 끔찍했다.


“크흐으으으으으압···!”


세단을 노려보던 유정이 괴성을 내지르면서 몸을 떨었다.


그러자···.


끼··· 끼··· 끼릭···.


심하게 진동하던 차체가 순간 납작하게 찌그러졌다.


놀라운 건 그게 다가 아니었다.


찌이이이···.

끼이이익···.


바닥에 이불처럼 펴졌던 차체는 반으로 접히더니 그 접힌 사이로 차 부품이 쏟아졌다.


유정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시 기를 쓰면서 한 손을 내밀자 접힌 세단이 또 반으로 접혔다.


유정은 중형 세단 한 대를 마치 엿가락처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두 번을 더 접었고, 안에서 핏물이 터져 나오는 걸 본 후에야 마침내 멈췄다.


“하하하··· 요즘은 폐차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든다던데, 저놈은 돈을 아낀 거 아니냐?”


김 지배인은 유정의 얼굴에서 악마를 보았다.


사람 하나를 잔혹하게 죽이는 것도 모자라 저렇게 능욕까지 하다니.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은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여행용 슈트케이스 사이즈로 구겨진 차체는 다시 떠오른 후 불어난 계곡물 안으로 떨어졌다.


도로 바닥에 쏟아졌던 핏물은 빗줄기에 조금씩 흐려졌다.


“자··· 쓰레기를 치웠으니 이제 그놈들을 찾으러 가볼까?”


유정이 손을 탁탁 털면서 김 지배인을 봤다.


김 지배인은 여전히 공포에 굳어버린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우선 사고 났던 데부터 가보자! 거기서 놈들의 흔적이 남아있을지 모르니···.”


유정이 앞장서라는 뜻으로 손짓을 했다.


하지만 꼼짝도 못 하는 김 지배인.


“뭐해? 앞장을 서······ 아니, 아니다!”


유정이 갑자기 손사래를 치더니 김 지배인 앞으로 다가왔다.


“그래! 그러지 말고 그냥 경공으로 가자!”


불쑥 양손을 김 지배인의 겨드랑이에 찔러넣자마자였다.


두 사람의 몸이 두둥실 하늘로 떠오른다.


“어··· 어···!”


김 지배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딛고 있던 바닥이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순간 자욱한 구름에 휩싸였다.


김 지배인은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5.


중산리 휴게소 부근.


천왕사와 반야사, 또 대불전을 왔다 갔다 하던 스나이퍼 박은 잠시 멈춰 섰다.


“뭐야? 계속 같은 자리를 빙빙 도는 거 같은데.”


흐린 날씨에 내비게이션의 수신 상태가 좋지 못한 건지 나가는 길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연결해 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환장하겠군!”


결국 스나이퍼 박은 도로표시가 없는 낯선 국도 안으로 들어간다.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입산금지구역에 들어가는 게 목적 아니었나!”


먼저 들렀던 세 사찰의 스님들이 알려준 정보를 모아서 정리해 보았다.


동남쪽.


쇠통바위와 상불재 중간 지점쯤.


거기에 버려진 관측소와 창고가 있다.


관측소는 빨치산 토벌 작전 때 쓰던 것이고, 창고는 박 대통령 때 산불진화장비를 보관하던 곳.


‘작년인가··· 약초 캐러 갔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거기까지 갔잖아. 그때 봤을 때는 쓰러지기 직전이던데···.’


백 킬로그램은 넘어 보이던 한 스님의 말이 귀에서 맴돌았다.


덜컹!


전방에 자욱한 수증기 때문에 과속방지턱이 보이지 않아 미처 속력을 줄이지 못했다.


그냥 넘어가자 차체가 요동치더니 뒷좌석에 뒀던 스님 용품이 떨어졌다.


스님 용품이라 함은,


승복.

목탁.

염주.

삿갓.

바리때.

지팡이.

불교 서적 등.


이런 것들을 말한다.


기념품점에서 구입할 때 가게 주인은 이렇게나 많은 품목을 한 번에 사는 걸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오우··· 아이 러브··· 코리안 템플스테이!”


스나이퍼 박은 한국 불교를 좋아하는 외국인 관광객인 척 연기를 했다.


연기는 어설펐지만, 워낙에 이국적으로 생긴 외모 덕분에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차를 잠시 세운 스나이퍼 박은 떨어진 스님 용품을 주워 올렸다.


여전히 뒷좌석에 잘 놓여있는 돈 박스를 보자 마음이 든든했다.


하지만···.


자신을 믿지 못해 기어이 구 씨의 핸드폰을 가져간 신 기자를 생각하니 다시 울적해졌다.


오랜 시간 함께해서 가족처럼 여기고 있었는데···.


신 기자는 자신을 그 정도로까지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방증이 아닌가.


서운한 마음이 일다가 순간 화가 끓었다.


“괘씸한 놈!”


어금니를 살짝 깨물고 다시 속력을 냈다.


“신 기자 그놈··· 패스워드를 찾으면 나한테도 알려줄까?”


스나이퍼 박은 미심쩍게 눈을 치뜨다가 다시 여유만만한 미소를 머금었다.


“어차피··· 로그인한다고 해도 그 많은 걸 혼자 다 처리 못 하지. 넌 반드시 날 찾게 되어있어!”


해가 완전히 뜨자 도로는 말끔하게 드러났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국도변을 따라 한여름의 녹음이 싱그러웠다.


스나이퍼 박은 운전석 밖을 힐끔대며 멈춤 없이 달렸다.





「통제구역」


“가만있자··· 제대로 온 게 맞나?”


얼마나 달린 걸까.


마침내 도로가 끊어지는 지점까지 다다르자 스나이퍼 박은 브레이크를 밟았다.


눈앞에 보이는 낡은 안내표지판.


다 벗겨진 칠과 흐린 글자는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주변을 보니 잡풀이 키만큼이나 자라있었고, 낯선 산새는 끊임없이 울어댔다.


사람이 다닌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통제가 잘 지켜졌다는 뜻이었다.


차 안에서 구입한 승복을 갈아입고 행장에 물품도 챙겼다.


산을 타야 했기에 등산화를 신고서 고무신은 행장 안에 넣었다.


차 문을 열고 나와 보니 장마철이긴 해도 가끔 드러나는 태양이 무척이나 따가웠다.


스나이퍼 박은 삿갓까지 구입하기 잘 했다고 생각하며 냉큼 덮어써 보았다.


마지막으로 뒷좌석에 있던 박스를 트렁크에 넣고 잠갔다.


혹시 누군가 여기까지 와서 차를 부수고 박스를 들고 갈까?


살짝 불안했지만, 주변을 다시 둘러본 스나이퍼 박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지팡이로 수풀을 헤치면서 길을 걷는데 아까 봤던 표지판의 뒤가 얼핏 보였다.


뒤에도 뭐라고 글자가 적혀있었다.


눈을 찡그리고 자세히 보니,


「지뢰 조심」


이라는 살벌한 경고문이었다.


활기차게 수풀을 헤치며 나가던 스나이퍼 박의 발걸음이 갑자기 움츠러들었다.


“쓰벌··· 뒈지는 건 아니겠지?”



6.


유정의 아지트 부근.


발자국을 따라 걷던 일성이 멈춰 섰다.


목덜미부터 척추까지 싸한 느낌.


다시 꼬리뼈에서 미세한 진동이 올라왔다.


“영기다!”


일성은 어디선가 날아든 법사의 영기에 놀라 호흡이 빨라졌다.


틀림없이 유정의 것일 테다.


아무리 쑥으로 기운을 감추어도 결국은 드러나게 되어있다.


특히나 이런 습하고 비가 내리는 날씨에는!


일성은 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영기가 흘러든 방향을 감지했다.


“서쪽인가···?”


천라지망을 쓰고 싶었으나, 유정이 그걸 감지할 수도 있었다.


그럼 또 제 흔적을 감추고 달아날 것이다.


일성은 고개를 저은 후 그 영기의 파장을 따라 걸었다.


마음이 다급하니 저절로 축지술도 생각났으나, 꾹 눌러 참았다.


일성은 산악행군을 하는 군인처럼 땀을 비 오듯 흘리는 걸 각오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한편 길도 없는 험한 산을 타던 스나이퍼 박은 수풀이 누운 평지가 나오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히유우우우···.”


삿갓을 벗어 던지니 민머리부터 턱밑까지 땀으로 범벅이었다.


승복은 이미 시커멓게 젖어 몸에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


행장에서 생수를 꺼내 마셨으나 갈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못 할 짓이군! 신 기자 그놈을 대신 보낼 걸 그랬나? 아무래도 내가 가이드는 더 잘할 텐데 말이야···.”


아픈 무릎을 주무르다 겨우 다시 몸을 일으키는데 눈앞이 잠시 핑 돌았다.


그래도 하늘이 돕는 건지, 누운 수풀 뒤쪽으로 작은 오솔길 같은 게 보였다.


사람 하나 정도가 다닐만한 길인데, 사람이 다닌 것 같지는 않았다.


스나이퍼 박은 그 길에 발을 들이면서 안도의 탄성을 내지른다.


“하이고야···!”


그런데 그때였다.


전방에서 수풀을 헤치면서 뭔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일정하고도 빠른 보폭!


놀란 스나이퍼 박은 멈춰서서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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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1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1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2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7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6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5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5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9 0 11쪽
93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8 0 11쪽
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8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0 0 11쪽
»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10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1 0 11쪽
88 088. 패스워드 2 24.04.18 11 0 12쪽
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4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8 0 11쪽
84 084. 미연이의 남자 3 24.04.14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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