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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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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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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7. 기다려라, 나찰 1

DUMMY

1.


줄리의 집.


윤 집사가 핸드폰을 들고 거실로 뛰었다.


“문자가 왔어요. 건우가 보낸 겁니다.”


초조하게 테이블 위에 앉아있던 세 법사가 벌떡 일어섰다.


윤 집사가 내미는 핸드폰 화면을 확인한 후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세 법사.


“됐다, 움직이자!”


운천의 말이 떨어지자 그들은 천천히 법복을 벗기 시작한다.


혹시라도 진동이 전해질지 몰랐기에 운천은 제자들에게 조심스레 염력을 쓰라 명했다.


법사들이 옷자락을 벗어 던지는 걸 지켜보던 윤 집사가,


“어이쿠!”


하는 민망한 소리와 함께 밖으로 뛰쳐나간다.


나풀나풀 벗어 던진 법복이 허공에 두둥실 떠 올랐다.


법사들은 서로의 맨몸이 어색하지도 않은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새 옷을 갈아입었다.


윤 집사가 준비해 준 바로 그 옷이었다.


“자, 이제 옮기자!”


곧이어 까치로 변한 법사들은 법복의 옷자락 끝을 물고서 천천히 창문 밖으로 빠져나왔다.


까치의 움직임에 따라 옷자락은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자연스레 하늘거렸다.


전단지에서 본 대형마트 주차장까지는 십여 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앞장섰던 철산이 흔들흔들 춤을 추는 풍선 인형들을 보자 부리로 신호를 보냈다.


“아니, 여기는 영일을 숨겨둔 곳 근처가 아니냐?”


운천이 눈에 익은 지형을 보고는 미간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그렇습니다. 마침 잘 되었습니다. 온 김에 영일을 옮겨야겠습니다.”


정철은 영일을 벌레로 변신시켜 은폐해 둔 곳을 돌아보며 답했다.


법사들이 천천히 선회하며 하강했다.


한적한 거리에 평일 오후 시간대였기에 사람들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법사들은 살포시 풍선 인형들 앞에 내려앉았다.


이어서 부리에 물려 있던 법복이 떠올랐고, 풍선 인형의 몸체에 씌우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천천히··· 서두르지 마라!”


그 어느 때보다도 심혈을 기울이는 법사들의 모습에서 긴장감이 충만했다.


이리저리 불규칙하게 몸을 비틀어대는 풍선 인형의 움직임이 눈에 익자 법사들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바늘에 실을 꿰는 것 같은 섬세한 손놀림.


그 손놀림은 평소의 염력을 더욱 정교하게 컨트롤했다.


“휴우···.”


운천의 옷이 먼저 입혀졌고, 정철, 철산의 옷도 차례로 인형에 씌워졌다.


“이게 고급 수련보다 더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철산의 말에 정철이 동의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


법복이 씌워진 풍선 인형들은 명절에 새 옷을 선물 받아 신이 난 아이처럼 몸을 흔들어대는 것 같았다.


법사들은 춤추는 풍선 인형들을 잠시 감상하다가 영일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몸도 성치 않은 아이를··· 이렇게 누추한 곳에 오래 방치하다니.”


운천은 썩은 나뭇가지와 눅눅한 낙엽 밑에서 애벌레로 변해있는 영일을 꺼내 올렸다.


운천은 그걸 보자 또 마음이 아파왔다.


청운당이었으면 마음 잡고 기운을 모아 오랜 시간 회복술을 쏟아부어 주었을 텐데···.


정철이 영일을 입에 물고 날아오르자 운천과 철산도 그 뒤를 따랐다.


정철은 혹시라도 영일의 몸이 더 상하지나 않을까 하여 바람이 거세게 불 때마다 조심조심 고개를 숙였다.


줄리의 집에 다시 돌아왔을 때 윤 집사는 정원에서 이불을 널고 있었다.


갑자기 까치 세 마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서 펑-! 하고 사람으로 변하자,


“에구머니나···.”


윤 집사는 혼비백산하며 뒤로 나자빠졌다.


“허허, 놀라게 해서 미안하오.”


운천이 멋쩍게 웃으며 윤 집사를 일으켜 세웠다.


윤 집사는 신년 감수한 표정으로 긴 숨을 내뿜었다.


하지만 법사들에 이끌려온 또 한 명의 심상치 않은 이를 확인하자 그의 낯빛이 다시 어두워진다.


“아니, 이 사람은 또 누굽니까?”


시간이 없었기에 영일에 대한 설명은 간략하게만 할 수 있었다.


영일의 몰골에 놀란 윤 집사는 얼른 그를 집안에 들이느라 그 설명에 집중할 겨를이 없었다.


윤 집사가 영일을 거실 방 침대에 눕히는 걸 본 운천이 허리를 깊이 숙였다.


“이렇게···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잘 좀 보살펴 주십시오.”


윤 집사는 영일의 끔찍한 상처를 이리저리 어루만지다 한 손을 내저었다.


“여긴 걱정 말고 얼른 다녀오세요.”


운천의 뒤에 서 있던 나머지 두 법사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 후.


펑-!

펑-!

퍼벙-!


정원으로 나온 법사들이 다시 뱁새로 변해 날아올랐다.


“서두르자! 건우를 혼자 오래 내버려두면 안 된다.”


방향은 강남 한복판에 있는 BW 건물.


바로 나찰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비구름 사이로 간혹 햇살이 보이고 있었다.



2.


BW 회장실.


“대체 어디에 둔 거지?”

“서랍은 다 열어 본 거야?”

“네, 혹시 어디 비밀금고 같은 데라도 있나요?”

“글쎄···.”


부산하게 회장실을 뒤지던 줄리와 건우가 잠시 멈춰서 숨을 골랐다.


줄리는 테이블 위에 있던 텀블러 잔에 남은 얼음을 씹었다.


그거로는 갈증이 해소되기엔 부족했는지 옷걸이 옆에 놓인 미니 냉장고로 다가갔다.


물을 하나 꺼내서 마시려던 생각이었다.


끼익!


냉장고 문이 열리고 허리가 슬쩍 굽어지는 순간이었다.


“어···!”


줄리의 움직임이 멈췄고, 건우의 고개가 돌아갔다.


“찾았다!”


줄리는 미니 냉장고 안에 있던 초코파이 상자를 꺼내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건우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전혀 의외인 곳에 숨겨뒀네! 기가 막혀서···.”


밀폐된 공간.


여러 음식 냄새가 섞여서 고여있는 곳.


게다가 눅눅한 습기까지.


그런 곳에서는 경면주사의 향은 쉽게 묻히기 마련이다.


“영악한 놈이네요···.”


건우는 혀를 차면서 줄리에게 다가갔다.


줄리가 머리 위에 이고 있던 초코파이 상자를 막 건우에게 내밀려고 할 때였다.


“이노오오옴···!”


갑자기 뒤쪽에서 거친 일갈과 함께 뭔가가 날아들었다.


시커멓고 네모난 결재서류판이었다.


빙글빙글···.


돌면서 거세게 날아온 결재서류판은 그대로 줄리의 한쪽 뺨을 스치고 지나갔고,


“아악!”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줄리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뒷머리를 감싼 채 얼굴을 땅에 처박은 줄리.


놓친 초코파이 상자는 그대로 앞으로 떨어졌고, 그 안에 들어있던 부적이 쏟아졌다.


돌아선 건우가 시뻘겋게 단 얼굴로 노려보는 한 회장, 아니···.


나찰과 마주 섰다.


미혼술이 어설프게 걸려서 풀어진 모양이었다.


나찰은 곧 상체를 끌어 건우에게 달려들려다가 다시 뒤로 나자빠진다.


“끄으응··· 이게 뭐야?”


그의 손 하나가 문고리에 단단히 봉인된 상황이란 걸 알자 얼굴이 더욱 흉하게 일그러졌다.


사람의 얼굴인지 짐승의 낯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그거 건들지 마라! 이리 가져와!”


나찰은 곧 들이닥쳐 죽일 듯이 건우를 노려보았다.


나찰의 거센 반응에 놀랐던 건우는 놈의 손을 본 후 마음을 놓았다.


미혼술은 풀렸지만, 손목을 문고리에 묶어 걸었던 봉인술은 제법 효과가 있는 듯했다.


첫 시도 치고는 썩 훌륭한 편이라 할 수 있었다.


건우는 놈과의 거리가 확보된 상태란 걸 확인하자 살짝 여유를 부린다.


먼저 줄리를 안전하게 뒤로 물러나게 하고는 바닥에 흩어져 있던 부적을 주웠다.


“무슨 소리야? 이건 내 부적이야.”


느릿느릿.


약을 올리는 것처럼.


부적을 다시 초코파이 상자에 담는 건우를 지켜보던 나찰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또 격분한다.


놈의 몸이 거세게 돌진해 오다가 다시 튕겨서 뒤로 물러났다.


그때마다 문고리에서는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악귀 주제에 이런 신성한 부적을 지니고 다닌다고?”


비릿한 웃음까지 이어지자 나찰은 실성한 듯 몸부림을 쳐댔다.


그리고 그 순간.


퍼벙-!


놈의 몸이 갑자기 굵고 긴 아나콘다로 변하면서 천장까지 솟아올랐다.


‘아니, 저건··· 변신술!’


놀란 건우가 허둥지둥 뒷걸음질을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3.


악귀가 변신술까지 흉내 내고 있었다.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 악귀의 모습이 이젠 공포로까지 느껴지자 분위기는 다시 수세로 바뀌었다.


건우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뒷걸음질을 쳤다.


부적을 꼭 안고 있는 두 손이 마구 떨렸다.


심장도 터질 듯이 요동쳤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줄리도 다시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아나콘다는 문고리의 결박을 무시하면서 마구 몸체를 늘렸다.


혀를 날름대면서 크고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 모습이 괴기스러웠다.


놈은 새카맣고 징그러운 눈을 부라리며 건우에게로 달려들었다.


바닥을 차는 건우의 발이 더욱 빨라졌다.


온몸에서 땀이 솟고 있었다.


휘익-!


한 번의 입질이 건우의 얼굴로 달려들었다.


퍽-!


운이 좋은 건지, 건우는 부적이 든 초코파이 상자를 휘둘러 가까스로 막아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 운이 계속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건우는 알고 있었다.


그 운이 다하는 순간이 바로 목숨이 다하는 순간이라는 걸.


“꺄아아아악!”


뒤에서 줄리의 비명이 거세졌다.


“어떻게 좀 해봐! 이러다가 다 죽겠어···.”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땀으로 흠뻑 젖은 건우는 공포로 텅 비어버린 머릿속을 진정시켰다.


그래, 침착하자!


그런데 이 상황에서 어떤 도술을 써야 하지?


일단 부적을 한 장 빼자.


하지만 초코파이 상자를 쥔 손까지 땀에 젖어 뚜껑을 여는 것도 쉽지 않았다.


흉물스러운 아나콘다는 당장이라도 건우를 물어뜯을 듯 혀를 날름대고 있었다.


입안이 말라갔고, 온몸에서 솟은 땀은 옷자락까지 적시고 있었다.


부적을 한 장 빼내려던 순간이었다.


놈의 대가리가 뒤로 잠시 물렀다가 다시 돌진하며 쉭, 소리를 냈다.


그리고 아가리 안에서 이상한 액체를 뱉었다.


액체는 그래도 건우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억!”


엉겁결에 초코파이 상자를 세워 그걸 막아는 냈는데···.


피시시이익···.


놀랍게도 상자 뚜껑의 표면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뭔가가 부식할 때 나는 냄새까지 순식간에 퍼지자 어지럼증이 일었다.


건우는 얼른 상자 뚜껑을 찢더니 내던져버렸다.


놈이 뱉은 액체는 아무래도 독성이 강한 무언가임이 틀림없었다.


반쯤 얼이 빠진 건우가 다시 상자 안으로 더듬더듬 손을 집어넣었다.


부적을 하나 집어 들려던 찰나였다.


또 놈의 아가리가 벌어졌다.


동시에 놈의 긴 혀가 빠르게 날아왔다.


슈유우욱!

탁-!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꼬챙이처럼 예리한 놈의 혀가 건우가 들고 있던 상자를 쳐냈다.


초코파이 상자가 공중에 솟구쳐 뒤집어지면서 부적이 쏟아졌다.


겁에 질린 건우를 노려보면서 아나콘다는 천천히 다가왔다.


건우는 곁눈질로 바닥에 쏟아진 부적을 봤다.


손을 뻗어 줍고 싶었지만, 놈은 그럴 틈을 줄 것 같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까닥대면 그대로 뾰족한 혀로 찌르거나, 아니면 아까처럼 끔찍한 액체를 쏘아댈 것만 같았다.


“건우야, 괜찮아?”


바닥에 쓰러진 건우가 걱정되는지 줄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뭔가 도움을 주고 싶지만, 이런 상황에서 줄리 역시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다.


“난 괜찮으니까 가까이 오지 마세요. 위험해요!”


건우는 가슴팍에 묻은 아나콘다의 타액을 털어내면서 외쳤다.


그런데 그때 그의 품 안에 있던 무언가가 손끝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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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2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7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6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5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5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9 0 11쪽
93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8 0 11쪽
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8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0 0 11쪽
90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9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1 0 11쪽
88 088. 패스워드 2 24.04.18 11 0 12쪽
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4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8 0 11쪽
84 084. 미연이의 남자 3 24.04.14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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