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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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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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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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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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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78. 기다려라, 나찰 2

DUMMY

4.


건우가 품 안에서 꺼낸 건 철산이 준 가시나무 가지였다.


철산이 이걸 건네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악귀들이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가시나무다.’


싫어하는 거라···.


부적 같은 효험이라도 있다는 건가?


아닌 거 같은데.


아무리 봐도, 화목난로에 불쏘시개로도 쓰기 애매한, 그냥 하찮은 나무쪼가리가 아닌가···.


건우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런 쓰잘머리 없어 보이는 게 몸 안에서 걸리적대는 게 짜증이 났다.


“쳇··· 이거 들고서 무당처럼 굿이라도 하라는 건가?”


가시나무 가지를 던져버리려고 번쩍 치켜드는 순간이었다.


“크르르으윾···.”


조금 전까지 건우를 잡아먹을 듯 으르렁대던 아나콘다가 갑자기 몸을 움츠렸다.


부풀었던 놈의 몸이 바람이 빠지는 것처럼 작아지는 것도 모자라,


“어··· 왜 저래 갑자기? 도망가는 건가?”


놈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아나콘다의 어이없는 반전을 지켜보던 건우가 시선을 천천히 그의 손끝으로 돌렸다.


손에 들린 가시나무 가지.


정말로 이것 때문에 놈이 물러나는 건가?


철산의 말대로, 정말 이 가지가 악귀를 쫓는 효험이 있는 건가?


긴가민가하는 표정의 건우가 가시나무를 앞으로 내밀면서 휘둘러 보았다.


“크르르르읔···.”


그러자 아나콘다는 더욱 몸을 오그라뜨리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어느새 놈은 아나콘다가 아니라 작은 물뱀 정도의 사이즈가 되어있었다.


건우가 몇 걸음 전진하자 놈은 그만큼을 더 물러났고, 급기야···.


펑!


“아흐으읔··· 오지 마! 저리가!”


다시 한 회장의 모습으로 돌아가서는 문고리에 한 손이 묶인 상태가 되었다.


아직도 어리둥절한 건우는 가시나무 가지를 이리저리 만져보며 신기해한다.


그사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부적을 주워 모은 줄리가 다가왔다.


“어떻게 한 거지?”

“나도 모르겠어요. 난 그저 이걸 흔들었을 뿐인데···.”


건우는 가시나무를 신비한 영물인 양 두 손으로 받들어 보였다.


그때 창문에서 뭔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퍼드득···.

퍼드득···.


고개를 돌려보니 뱁새 세 마리가 부리로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 법사님들!”


그게 변신한 청운당 도사들임을 알아본 건우가 반갑게 웃었다.


발걸음을 막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에이이이이이잇···!”


완전히 제압된 줄 알았던 나찰이 다시 기운을 차렸는지 벽에 걸린 액자 하나를 떼서 던졌다.


놀란 건우가 몸을 피하다가 들고 있던 가시나무 가지를 떨구고 만다.


기회를 잡은 나찰의 공격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문 옆에 서 있던 소화기를 들더니 핀을 뽑아 그대로 건우에게 뿜어댔다.


짙은 안개 같은 분무가 금세 회장실을 덮었고, 건우와 줄리는 허우적대며 뒤로 물러났다.


“어흐으읔··· 이게 다 뭐야?”


시야가 가려지자 나찰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한 팔이 묶인 상태에서도 몸을 최대치까지 뻗친 나찰이 건우를 걷어차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건우는 뿌연 분무 속에서 날아드는 발길질에 맞아 주저앉았다 다시 일어서느라 정신이 없었다.


똑똑똑!

퍼드득···.

퍼드득···.


이 모습을 밖에서 지켜보던 법사들은 애가 탔다.


“어서 창문을 열어드려요! 여긴 제가 막고 있을게요.”


건우가 줄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줄리는 바닥을 기어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그걸 눈치챈 건지, 나찰이 줄리 쪽으로도 뭔가를 마구 던져댔다.


서류철.

재떨이.

물컵.

화분···.


던지는 족족 벽에 부딪혀 깨지는 소리가 회장실을 울렸다.


“도사들이 온 거냐! 잠깐 취해서 정신이 나가 있을 때 내가 여기 있는 걸 용케 알아냈나 보구나. 하지만 어림없다···.”


분무가 걷혀가는 속에서 나찰의 모습이 드러났다.


문고리에 결박되었던 한 회장의 몸을 버렸는지, 나찰 자신의 몸이었다.


희미하게 웃고 있는 얼굴.


놈은 당당하게 선 채로 한쪽 팔목 부분을 만지작대고 있었다.


“너희는 모르겠지만, 난 도사들이 움직이는 걸 미리 알 수 있다. 이제 정신을 차렸으니···.”


나찰은 팔목에 묶어둔 거미줄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비릿한 웃음까지 지으며 건우를 노려보는 게 자신만만해 보였다.


여차하면 거미줄로 뭔가를 해서 도사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협박이라도 하는 듯 보였다.


“창문을 열지 마라! 놈들이 여길 들어오게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나찰의 눈빛이 강렬하게 반짝였다.



5.


겨우 창문까지 다가간 줄리가 나찰의 경고를 무시하고 한 팔을 들었다.


조심스레 손잡이를 비틀어 열자 사무실 안으로 고층의 빠르고 거친 바람이 밀려들어 왔다.


그 바람은 금세 사무실 안에 있던 남은 분무를 밖으로 빨아냈다.


분무가 사라진 회장실 한가운데에 어느새 들어온 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펑-!

펑-!


“흥, 기어이··· 이놈들이!”


나찰은 모습을 드러낸 법사들을 향해 사무실 집기를 던졌다.


스탠드.

의자.

간이 테이블.

심지어는 거울까지···


하지만 그걸 그대로 맞고 있을 청운당의 도사들이 아니었다.


펑-!

펑-!


순식간에 고추잠자리로 변한 법사들이 나찰의 앞에서 춤을 췄다.


“후훗···.”


하지만 나찰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들을 비웃는다.


“내가 너희들을 잠자리 전기구이로 만들어 주마!”


입술을 깨문 나찰이 한쪽 팔목을 들어 올렸다.


그리곤 그 위에 다른 쪽 손가락 하나를 올렸다.


피식-!

시이익-!

피식-!


보아하니 거미줄로 사기를 흘려보내 법사들을 태워죽이겠다는 의도였다.


나찰의 손가락이 빨라졌다.


악물고 있던 이는 어느새 뽀드득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십여 초가 흘렀을 즈음이었다.


치지이이이이이익-!


나찰의 팔목에 묶여있던 거미줄을 타고 붉은 스파크가 꿈틀댔다.


스파크는 법사들이 있는 쪽으로 향하나 싶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꿔 건물 밖 어딘가로 흘러 나갔다.


그게 어느 방향인지 법사들, 줄리, 그리고 건우는 이미 알고 있었다.


모르고 있는 건 오직 나찰뿐.


예상과는 달리 스파크가 엉뚱한 곳으로 뻗어나가는 걸 지켜보는 나찰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스파크가 거미줄을 타고 흘러 그대로 법사들의 옷에 쏟아져야 하는데.


그렇게 잠자리는 바로 통구이가 되어야 마땅한데.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저게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자신의 사기가 실린 스파크는 전혀 이상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나찰은 거미줄에 손가락 하나를 더 얹어 가만히 정신을 집중해 보았다.


어딘가 줄이 꼬이거나, 걸려있어서 그럴 수 있다.


그래, 그러면 바로 풀어주면 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꼬이거나 걸린 부분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대신 나찰의 눈앞에 흐릿하게 떠오른 이미지는 전혀 엉뚱한 것이었다.


“저게··· 뭐야?”


길쭉한 비닐봉지 모양의 막대 셋이 불규칙하게 몸부림치는 모습.


바람에 나부끼는 건지, 아니면 뭔가에 휘둘리는 건지.


정체불명의 물체 셋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쉬지 않고 몸을 흔들어댔다.


그리고 그 각각의 몸에는 법사들의 옷이 입혀져 있었다.


그걸 보자, 나찰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대형마트 주차장 관리 직원이 날이 어둡다고 전원 스위치를 올렸고,


“칙··· 치지이이익···!”


때마침 도착한 나찰의 스파크가 합선을 일으켜 풍선 인형에 불을 붙인다.


화아아아아앜!


나찰의 눈앞에서 거대한 불길이 솟는 게 보였다.


깜짝 놀란 나찰이 뒤로 나자빠졌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풍선 인형을 때렸던 스파크가 역류하면서 다시 나찰에게 돌아오는 게 아닌가.


분명 자기가 쏜 스파크였다.


청운당의 법사들을 잡겠다고 작정하고 날렸던, 사기가 충만한 바로 그 스파크!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돌아오는 스파크는 날아갈 때보다 배는 빨라 보였다.


“어··· 어··· 어··· 이러면··· 안 되는데.”


법사들은 갑자기 엉덩방아를 찧고서 몸부림을 치는 나찰을 이상한 눈으로 보았다.


놈을 제압하려 수인을 맺으려던 손도 잠시 멈췄다.


나찰은 계속 팔목을 긁으면서 같은 말을 반복한다.


“이게 왜··· 안 떨어지지··· 이게 왜··· 안 떨어지지···.”


그렇게 이십여 초가 흘렀을 때였다.


밖으로 나갔던 스파크가 다시 돌아오는 게 보였다.


깜짝 놀란 법사들과 건우, 줄리가 전부 벽 쪽으로 몸을 날렸고,


“끄아아아아아앜···.”


창문을 통해 들어온 스파크는 그대로 나찰의 몸을 때렸다.


치이이이이잌···.



6.


섬광과 함께 고기 타는 냄새가 회장실을 가득 채웠다.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인 나찰이 몸부림을 쳤다.


나찰보다 더 놀란 건 법사들이었다.


그사이 더 막강해졌을 거라 생각해 강술로 강하게 대응하려 했었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나찰은 자신이 쏜 사기에 자기가 맞아 쓰러져 버린 거였다.


법사들은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었기에 다행이다 싶었다.


그럼에도 혹시 놈이 이 와중에도 수를 쓰는 건 아닌지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아하아아아앜···.”


나찰은 일그러지는 얼굴을 한 채 마치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불길 속에서 처절하게 괴로워하는 놈을 보니 놈이 수작을 부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운천은 무슨 생각인지 갑자기 놈의 몸에 붙은 불길을 잡는다.


취이이이이이익···.


빠른 수인에 이어 손바닥에서 쏟아져 나온 냉기가 나찰의 몸을 덮었다.


불길은 금세 잡혔고, 나찰은 반쯤 익다 만 고기처럼 흉물인 채로 거친 숨을 내쉬었다.


“스··· 스승님!”

“왜 이러시는 겁니까?”


철산과 정철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추상같은 운천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이 없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일성을 잡을 때··· 저놈을 이용해야 한다.”


저항의 의지를 완전히 상실한 나찰은 법사들과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운천이 다가서자 움찔 놀란 놈이 상체를 더욱 웅크렸다.


그때마다 고기 타는 냄새가 더욱 진하게 진동했다.


“일성은 지금 청운당에 있느냐?”


운천의 음성이 스산했다.


눈치만 보며 답이 없자 갑자기 운천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운천은 건우를 손짓으로 불러 가시나무 가지를 받아냈다.


그걸 나찰의 앞으로 들이미는 운천.


나찰이 다시 괴로운 신음을 내지른다.


“하으으으으으··· 제발··· 살려주십쇼!”


하지만 운천은 조금도 여유를 줄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어서 말해라! 일성은 지금 청운당에 있느냐?”


두 팔로 머리를 감싼 나찰은 가시나무 가지가 다가올 때마다 울부짖는다.


“아흐으으··· 네, 그렇습니다. 청운당에··· 있습니다.”

“유정과 만봉은 어떻게 되었느냐?”

“그··· 그게···.”


나찰은 답하기를 주저한다.


자신이 본 걸 사실대로 말하면 흥분한 법사들에게 더 심한 화를 입을까봐서였다.


“어서 말하라! 유정과 만봉은 어찌 되었느냐?”


운천은 가시나무 가지로 나찰을 때릴 듯 시늉했다.


“아흐··· 잠시만요! 그, 그게··· 만봉은 죽었습니다.”


충격적인 소식에 법사들과 건우, 그리고 줄리는 동시에 입이 벌어졌다.


숨이 거칠어지는 운천은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가 다시 거두었다.


“그리고 유정은?”


슬픔이 복받치는 운천의 음성.


손에 쥔 가시나무 가지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어서 말해라! 유정은?”


벌벌 떠는 나찰은 힐끔 눈치를 보더니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유정은··· 일성과 함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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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NEW 8시간 전 1 0 11쪽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2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2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2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3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7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7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6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6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9 0 11쪽
93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9 0 11쪽
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9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0 0 11쪽
90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10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2 0 11쪽
88 088. 패스워드 2 24.04.18 12 0 12쪽
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4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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