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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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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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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74. BW, 비상사태! 2

DUMMY

4.


복권 판매점 부근, 야산.


사기(邪氣)를 인적이 드문 곳까지 유인한 정철은 아픈 머리를 쥐었다.


통증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저놈, 두억시니가 아닌가?”


정신을 가다듬으려 눈을 부릅뜨자 놈은 또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이번에는 흐물흐물 뜨거운 열기에 녹아내린 아스팔트 같은 모습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게, 놈의 사기가 그리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평소의 컨디션이었다면 두어 번 영력을 집중해서 거뜬히 대응할 수 있는 정도랄까.


하지만 두부에 충격이 채 회복되기도 전에 연이어 얻어맞아서인지 몸을 추스르는 게 쉽지는 않았다.


어쩌면 놈은 그 점을 노리는 건지도 몰랐다.


두억시니는 계속해서 정철이 힘을 모으는 걸 어렵게 하고 있었다.


“짜증 나는 놈이구나!”


틈을 좀 벌려볼까 하여 공격하는 척 다가가다 슬쩍 몸을 빼보았다.


그러자 놈은 움찔 물렀다가 다시 물러난 만큼을 다가왔다.


스멀스멀.

흐물흐물.


두억시니는 느리긴 해도 목표로 찍은 대상을 절대로 놓치지 않고 있었다.


영력이 최고치까지 차오르지 않은 정철은 오히려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면 결국 나만 불리하지 않나···.”


뒤에 두고 나온 스승과 부적을 찾으러 나선 철산이 생각나자 마음은 더욱 다급해졌다.


어쩌면 악귀 나찰이 자신을 이렇게 여기에 붙들어 두고서 스승과 철산을 먼저 해코지할 것만 같았다.


“후욱···!”


애써 기운을 내어 빙석술의 수인을 맺었다.


저 흐물대는 검은 덩어리의 열기를 얼음으로 순식간에 식혀버리면 움직임이 멎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열기에는 냉기!


화공에는 수공!


적의 기세를 단숨에 제압하는 데 상극인 성질을 이용하는 것!


그건 도가의 도술을 언급하기 이전에, 속세에서의 전략이나 상식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손바닥을 빙글빙글 돌려 냉기를 모으자 손가락 사이로 서릿발이 차올랐다.


정철은 팔이 뻐근해질 정도로 한 손 가득 얼음이 실릴 때까지 분주히 움직였다.


마침내 정철이 짧은 기합과 함께 팔을 내뻗었다.


“하압!”


쉬익-!

파바밧-!


뾰족한 고드름과 대추 알만 한 크기의 얼음덩이가 동시에 쏟아졌다.


바닥에 눌어붙어 스멀스멀 다가오던 두억시니가 순간 차가운 얼음 공격에 멈춰선다.


치이이이이익-!


요란한 소음이 울렸다.


이건 마치 고깃집에서 달궈진 불판에 찬물이 떨어질 때 나는 소리 같았다.


“됐다!”


흐물대던 형체가 차가운 얼음 세례를 받은 후 현무암처럼 굳어버렸다.


움직임이 사라진 걸 확인한 정철은 긴 숨을 내뿜었다.


“히유··· 겨우 잡았네.”


이마에 스민 식은땀을 훔치면서 내딛는 걸음이 경쾌했다.


여유롭게 한쪽 발을 놈의 위에 올리는 여유까지 부린 정철이 그간 쇠한 기운을 채우기 시작했다.


“흐읍!”


단전에 힘을 주면서 호흡을 가지런히 하자 영기는 천천히 차올랐다.


흐릿하던 시야도 조금씩 밝아졌고, 힘없던 팔다리에도 기운이 솟았다.


어깨에까지 탄력과 활기가 살아나자 정철은 봉인술의 수인을 생각하며 두 손을 모았다.


“이런 놈은 두 번 다시 나돌아다니지 못하게 단단히 봉인해야···.”


그런데···.


“어···!”


디디고 있던 발에 뭔가 불룩 솟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숙여보니 완전히 제압된 줄 알았던 놈이 다시 뭔가로 변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투명한 얼음 구체였다.


“이런···.”


발을 떼자 놈도 정철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뒷걸음질 치는 정철을 향해서 놈은 데굴데굴 굴러왔다.


“환장하겠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얼음 구체는 움직이면서 점점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정철의 발밑에 깔려있을 때는 수박만 했었는데.


금세 그 크기는 항아리만큼이나 거대해져 있었다.


이러다가는 달덩이만큼이나 자라서 덮치는 건 아닌가 하는 공포가 정철을 휘감았다.


놀라 허우적대며 뒤로 물러나기만 하던 정철.


“어엇!”


돌부리에 걸리더니 뒤로 넘어지자 다가오는 놈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당황한 정철이 수인을 맺을 틈도 주지 않으려는지 놈의 움직임은 매서웠다.


공포에 질린 정철이 한팔로 얼굴을 가리는 순간이었다.


“하아아압!”



5.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든 우렁찬 기합 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이어서 강한 바람이 정철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뒤쪽에서 날아오는 것이었다.


바람이라고 했는데, 사실 그건 영기가 잔뜩 실린 도술이었다.


장풍!


혹시 스승님이나 철산이 힘을 보태주러 달려온 건가?


게슴츠레 눈을 떠보니 자신을 덮치려던 그 얼음 구체가 밀려나고 있었다.


몸을 바로 세운 정철이 고개를 돌려보았다.


“아니···!”


익숙한 얼굴에 놀란 정철이 입을 벌린 채 그대로 굳어버린다.


“거··· 건우! 네가 여긴··· 어떻게?”


건우는 정철의 물음에 답은 않고 다시 한 손을 뻗어 영기를 내질렀다.


이번에는 장풍에 이은 화공이었다.


“화ㆍ집ㆍ멸ㆍ공*! 하아··· 이건 몰래 훔쳐봤던 건데···.”


(*화집멸공: 주변의 열기를 끌어모아 목표물을 태우는 도술. 화공 중 상급에 속한다.)


건우의 손바닥에서 일어난 불길이 용수철처럼 튕겨 나갔다.


“아싸! 됐다!”


깜짝 놀란 정철이 몸을 웅크리면서 불길을 피한다.


“이··· 이건!”


정철의 눈에 빠르게 녹아내리는 얼음 구체와 건우의 모습이 동시에 잡혔다.


구체가 순식간에 형체를 잃고 검은 물로 변해 버리자 건우는 입을 앙다문 채 정철을 돌아보았다.


“이제 다시 봉인술을 쓰셔도 됩니다.”


입이 벌어진 채 미동도 없는 정철은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이었다.


지금 보고 있는 게 정말 건우가 맞나?


저게 정말로 청운당에서 달아난 바로 그 건우가 맞단 말인가?


“빨리요! 뭐 하세요? 저놈 다시 일어나요!”


닦달하는 건우를 보며 정철은 봉인술의 수인을 맺었다.


피식-!

스르륵-!


두억시니는 흙과 함께 엉기더니 그대로 땅속으로 꺼져버린다.


“어디 다친 데는 없으신가요?”


정철은 이런 건우의 물음이 어이없기만 하다.


헛기침에···.


헛웃음까지···.


정철의 반응을 살피던 건우가 왜 그러는지 알겠다는 듯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스승님이 저를 보내셨습니다. 정철 법사님을 도와드리고··· 아차!”


순간 건우는 떠나기 전 운천이 했던 말이 생각나자 머리를 긁적였다.


운천은 분명 악귀와 일대일로 맞서지 말라고 했었다.


어디까지나 정철을 도와주는 선에서 그치라고 했었는데···.


그런데 이렇게 급발진을 해 버렸으니.


뭐, 이렇게 악귀도 잡고, 좋게 마무리가 되었으니 다행이긴 한데.


정철이 돌아가서 스승님께 지금 본 것들을 그래도 전하면 어쩐단 말인가.


악귀와 정면으로 맞서는 걸 넘어서 훔쳐보고 배운 도술까지 사용해 버렸다.


청운당에 있을 때는 살수라고 함부로 전수도 안 하던 바로 그 화집멸공!


당연히 어떻게 익힌 것이냐고 물을 테고, 그럼···.


일성이 혼자 폭포 뒤에서 수련하는 걸 몰래 훔쳐봤었다고 실토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이런 상황에서 문제의 그 일성을 다시 언급해야 한다니.


꼴깍-!


마른침이 저절로 넘어갔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복잡한데, 아니나 다를까 정철이 먼저 의문을 표한다.


“아니, 장풍은 그렇다 쳐도··· 화집멸공은 대체 어디서 누구한테 배운 거냐? 스승님께서 가르쳐줬을 리는 없고···.”


건우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진다.


“그··· 그게··· 헤헤헤···!”



6.


줄리의 집, 정원.


줄리는 핸드폰을 바짝 귀에 붙였다.


한 피디가 이렇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한 적은 정말 드물었다.


뭔가 일이 터진 게 틀림없었다.


혹시 지난번 무단 촬영 같은 사건이 한 피디에게도 일어난 건가?


“뭐라고? 오빠··· 차분하게 좀 말해봐.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줄리는 숨을 헐떡이며 더듬어대는 한 피디를 다그치면서 거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청운당 도사들은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얘기를 저리 긴히 나누는 걸까.


정철이라는 또 다른 도사를 도와주러 간 건우는 무사한 걸까.


생각이 이리저리 막 얽히려던 때였다.


가까스로 숨을 고른 한 피디가 이제야 차분히 알아듣게 말을 이었다.


- 아버지가···


‘아버지가···’로 다시 입을 뗀 한 피디가 간혹 숨을 고르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삼십 초 정도가 겨우 흘렀을 때였다.


“뭐··· 라고?”


깜짝 놀란 줄리가 격한 탄성을 뱉으면서 고개를 치켜 들었다.


오락가락하는 장맛비 몇 줄기가 줄리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


마침 거실에서 나온 앙드레도 무슨 일인가 싶어 줄리에게 다가왔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줄리는 한 피디의 말을 끝까지 다 들을 때까지 앙드레를 돌아보지 않았다.


앙드레는 줄리의 양 어깨가 떨리는 걸 초조하게 지켜보았다.


마침내 줄리가 통화를 종료하더니 앙드레를 마주 봤다.


“아버지가···.”


앙드레의 눈썹이 크게 구부러졌다.


게이 특유의 섬세함이 불길함을 직감한 거였다.


“오빠하고 나··· 이사 임명한 걸··· 도로 철회했나 봐.”


충격적인 사실임에도 줄리는 애써 차분하게 말하고 있었다.


오히려 흥분한 건 앙드레였다.


“뭐··· 뭐··· 뭐라··· 고?”


구부러졌던 눈썹이 다시 일자로 펴지면서 양 끝이 위로 솟았다.


“이 노친네가···.”


화난 감정이 날것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잠시 자신의 본분을 잊었다는 걸 깨우친 앙드레.


단어를 신중하게 고르더니 다시 말한다.


“아니 우리 한 회장님··· 갑자기 왜 그러시지··· 응? 오래전부터 다 정해진 것 아니었어? 기자들 불러 놓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으실 때는 언제고 말이야. 갑자기 이렇게 뒤집으면 어떡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던 줄리는 땅을 한 번 보더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게 다가 아니야. 기존 사업도 다 엎고 새로 짜려는 것 같아. 오빠 말로는 벌써 전사 공지까지 마쳤다는데···. 지금 BW가 난리가 난 모양이야.”


그 말과 동시에 줄리가 다시 몸을 돌렸다.


“기존 사업까지? 전부 다? 아니, 그런 게 어딨어? 그럼 지금까지 해 온 건 다 뭐가 되고?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네.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지? 노망이라도 난···.”


또 감정이 격해지다가 선을 넘어서는 말을 뱉었나 보다.


앙드레는 얼른 하던 말을 주워 담으며 말꼬리를 흐렸다.


“얼른 회사에 가 봐야겠어.”


줄리가 다시 돌아섰다.


그때였다.


법사들이 거실에서 몸을 내밀며 두 사람을 불러세웠다.


“저, 잠시만···.”


운천은 흔들리는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놈이···.”


그놈이 악귀 나찰이란 걸 알아들은 앙드레와 줄리가 움찔하며 고개를 바짝 세웠다.


“아무래도 회사 안에 잠입해 있는 것 같습니다.”


놀란 앙드레와 줄리가 서로를 돌아보았다.


“회사요? 우리 회사? BW?”


운천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철산이 운천 대신 말을 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아니, 어떻게···. 정말입니까?”

“제가 몸이 완전히 회복되고 나서 천라지망을 펼쳐봤더니 놈의 위치가 바로 그곳이었습니다. 그것도···.”


잠시 말을 끊고 뜸을 들이자 앙드레와 줄리가 불쑥 다가왔다.


“그것도··· 뭡니까?”

“그 건물의 제일 높은 곳이었습니다. 꼭대기 층!”


앙드레와 줄리의 입이 동시에 크게 벌어졌다.


“확실합니까?”

“혹시 몰라 우리 몸에 붙어있는 거미줄의 진동도 역으로 느껴봤는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놈은 지금··· 거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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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2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2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3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7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6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5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5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9 0 11쪽
93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8 0 11쪽
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8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0 0 11쪽
90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10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2 0 11쪽
88 088. 패스워드 2 24.04.18 11 0 12쪽
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4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8 0 11쪽
84 084. 미연이의 남자 3 24.04.14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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