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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도사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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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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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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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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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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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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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75. BW, 비상사태! 3

DUMMY

7.


줄리의 집 앞.


지금껏 빠른 걸음으로 앞서온 정철이 대문을 막 열려던 순간이었다.


뒤에서 무언가가 옷깃을 당기자 멈칫한다.


“저, 정철 법사님!”


그를 세운 건 건우였다.


자신을 왜 불러세웠는지 짐작이 가는지라, 정철은 굳이 돌아보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건우는 스승에게 한바탕 혼찌검이 나는 게 두려운지 부탁에 부탁을 거듭한다.


“아까 말씀드린 거요···.”


‘아까 말씀드린 거’라는 건···.


자신이 두억시니와 정면으로 맞섰다는 걸 스승께 이르지 말아 달라는 것.


또 전수 받은 장풍 외에 화집멸공까지 사용한 걸 모른 체해 달라는 것이었다.


간절한 표정을 보니 안되어 보였다.


정철은 잠시 서서 눈을 감았다.


모른 척 눈감아 줄 수도 있는 거였다.


하지만···.


그동안 이놈 때문에 난리가 난 청운당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봉변을 당한 법사들은 또 어떻고.


연로하신 스승님까지 이렇게나 멀리 객지에 나와 고생하고 계신다.


듣자 하니 이젠 사람들 앞에 모습까지 드러내셨다고 하시니···.


“끙···.”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소리가 정철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정철은 말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를 뒤에서 지켜보던 건우는 망연자실한 얼굴이 된다.


그때였다.


집안에서 격앙된 소리가 대문을 넘어왔다.


정철은 열린 대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끼이익!


정원 한가운데에서 스승님과 철산이 어떤 남녀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낯이 익었다.


두 사람은 문소리에 고개를 돌려 정철을 확인하고는 인사했다.


운천은 줄리와 앙드레를 급히 소개했다.


“정철입니다. 경황이 없는 와중에 평안한 가정에 괜히 혼란만 더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송구합니다.”


철산은 정철이 무사한 걸 보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긴급상황을 알렸다.


“나찰, 그놈이 지난번 우리에게 깨진 유리를 뿌렸던 그 건물 안에 잠입해 있소이다.”


그 건물이라면···.


정철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민가에 잠입하여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게 하는 것에 재미가 들린 걸까.


이젠 아예 대놓고 인파가 집중된 한가운데에 터전을 잡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철산의 말은 더욱 기가 막혔다.


“천라지망으로 놈의 종적을 자세히 더듬어보니 지금 건물의 제일 위층에 있소이다. 이 아가씨의 말에 따르면 거긴 회장실이라고 하오.”


정철의 눈가가 꿈틀댔다.


그리고 일전에 봤던 그 머리 하얀 한 회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서··· 설마.”

“그렇소이다. 그 회사 회장의 몸을 취한 것 같소이다. 영기가 강하게 느껴지고 있소.”


평범한 사람의 몸을 취했을 때도 이 정도의 소란이 일었는데, 이번엔 알려진 공인의 몸이었다.


그때 줄리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며 끔찍한 소식을 더한다.


“악귀 그놈이 벌써 회사를 엉망으로 만들기 시작한 거 같아요.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을 다 엎고 이상한 일을 벌이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이어지는 낭패감에 화기가 불쑥 솟구친 정철이 운천을 보며 말했다.


“놈의 위치도 파악했겠다··· 바로 잡으러 가야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운천은 느리게 고개를 저었다.


“함부로 움직이기 곤란한 상황이다. 놈이 우리 몸에 사술이 걸린 거미줄을 붙여 놓았다.”


아뿔싸!


당했구나 하는 표정과 함께 쓴웃음이 정철의 얼굴에 흘렀다.


“그럼, 놈이 우리가 움직이는 걸 다 알고 있겠군요.”


운천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해서, 건우를 먼저 보내려 한다.”

“거··· 건우를요?”


깜짝 놀란 정철이 뒤에서 자기를 따라온 건우를 돌아보았다.


스승님이 이렇게 갑작스레 돌변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모습을 드러내고, 가벼운 도술을 알려주고, 또 자신을 구하러 보낸 것까지야 그렇다 쳐도.


이제는 악귀 나찰과 직접 맞닥뜨리는 일에까지 어린아이를 내몰다니.


급기야 정철은 허황되고 도발적인 생각까지 하게 된다.


‘설마··· 악귀 나찰이 한 회장이 아니라 스승님의 몸을 취한 거 아닌가?’


정철은 그게 말도 안 되는 불경한 생각인 걸 알기에 바로 고개를 젓는다.


운천의 옆에 선 철산을 보니 그는 말없이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것이 지금 이 상황에선 스승님의 판단이 옳으니 아무 말 말고 따르게···.


마치 이렇게 종용하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했다.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정철은 고르지 못한 호흡을 뱉으며 말했다.


하지만 운천은 느릿느릿 머리를 흔들었다.


“놈과 맞서게 하려는 게 아니다.”

“그, 그럼···?”

“놈이 잠시 이쪽에 신경을 못 쓰게만 하면 된다. 이 거미줄을 떼 낼 동안만 말이다. 일종의 혼란계다!”


운천의 설명에도 정철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자꾸만 아까 건우의 도발이 생각이 나서였다.


장풍에 이은 화집멸공!


이번에도 그러지 말라는 보장은 없었다.


한창 기운이 뻗쳐오르는, 무서운 걸 모르는 나이가 아닌가.


하지만 운천은 자꾸만 별일 없을 거라는 투의 말을 이어간다.


“걱정 마라. 저 아이의 실력은 내가 다 확인했다. 대비를 단단히 해서 보내면 된다.”



8.


운천은 줄리와 앙드레에게 다시 당부했다.


“회사에선 최대한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행동하셔야 합니다.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이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줄리는 머리가 복잡했지만 긴 한숨과 함께 승낙의 눈짓을 보냈다.


“일체의 감정 동요도 안 됩니다. 놈이 시키는 대로 일단은 따라 하는 척하세요.”


앙드레도 긴 한숨뿐이었다.


“일이 수월하게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놈은 긴장을 풀 겁니다. 그렇게 경계를 늦추게만 하면 됩니다. 술을 좋아하는 놈이니 그걸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한쪽 구석에선 철산이 건우에게 쑥과 홍고추를 발라주고 있었다.


“이제 네 몸에서도 영기가 발하니 어쩔 수가 없다. 이걸 바르고 다가가면 놈이 너의 기운을 눈치채지 못 할 거다.”


건우는 철산의 말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거···.”


철산이 어딘가에서 꺾어온 가시나무 가지를 내밀었다.


“악귀들이 싫어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이런 도술이 실린 가시나무다. 이건 꼭 위급한 상황에서만 써야 한다.”


건우가 가시나무를 받아 품에 넣으면서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도술은 장풍 이외에는 사용하지 말고···.”

“네!”

“남은 부적도 잘 챙겼지?”

“네!”


채비가 끝나자 건우는 앙드레와 함께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줄리도 그들을 따라가다 잠시 멈춰 선다.


“아까 부탁하신 옷 세 벌은 윤 집사님한테 말해뒀어요.”


운천은 줄리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였다.


건우가 떠나는 걸 지켜보던 정철이 운천의 곁으로 다가갔다.


건우가 화집멸공을 사용했던 걸 지금이라도 빨리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는데···.


“우리가 도와주면 문제없을 거다.”


운천은 정철의 말을 막으며 김을 빼버린다.


“우리도 어서 준비하자.”


그때였다.


대문이 열리더니 윤 집사가 장바구니 가득 뭔가를 들고 들어왔다.


“하이고 마침 계셨네. 갈아입을 옷을 부탁하셨죠? 이마트에서 세일을 하더라고요. 하나씩 입어 보세요.”


법사들이 절을 꾸벅하며 옷가지를 하나씩 받아 들었다.


그런데 그때 운천이 장바구니 안에서 뭔가를 보더니 눈이 커졌다.


전단지였다.


마트 세일 품목이 인쇄된 면을 뚫어지게 보던 운천이 그걸 냉큼 집어 든다.


“이거··· 제가 좀 봐도 되겠습니까?”


윤 집사는 스스럼없이 그러세요, 라고 말하고는 나머지 짐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철산과 정철이 운천의 곁으로 다가왔다.


“왜 그러십니까? 뭐 더 사실 게 있습니까?”

“아니··· 이거!”


운천은 전단지 맨 아래를 가리켰다.


거기엔 바람에 몸을 흔들며 춤추는 풍선 인형 셋이 있었다.


“거미줄을 여기에 붙이자!”


철산과 정철이 서로를 바라봤다.


슬쩍 미심쩍은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대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 표정들이었다.


“마침 셋이 나란히 서 있겠다···. 그리고 키도 우리하고 얼추 비슷한 듯하구나.”

“위치가 어디쯤일까요?”

“마트 들어서는 초입 같은데···.”

“사람들 눈에 너무 띄는 것 같지 않습니까?”


법사들은 전단지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에서 식자재를 손질하던 윤 집사가 그들을 맞았다.


“네, 뭐 필요하신 거라도···.”


윤 집사는 그들이 불쑥 전단지를 내밀며 묻는 말에 눈을 찡그렸다.


“아, 여기요··· 여긴 주차장 진입로 쪽이라 차를 탄 사람들만이 지나다니는 곳이죠.”


옳거니, 됐구나!


하는 생각에 운천이 빙그레 웃었다.


운천은 두 제자를 거실로 데리고 나와 마주 앉았다.


“건우가 놈을 제대로 흔들면··· 우리는 거미줄이 묻은 우리 법복을 이 풍선 인형에 입힌다.”



9.


BW 이사실.


들어오자마자 빠르게 회사 이메일을 확인한 줄리는 헛웃음을 뱉었다.


“하아··· 이건 뭐···. 실적과 평판을 쌓아 올리는 건 오랜 세월이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더니···.”


과거엔 멀쩡하던 회사들이 하루아침에 부도가 나고, 또 팔려나가는 게 이상해 보였었다.


그런데 막상 이런 일을 직접 겪고 나니까 왜 그런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래! 그래도 우린 좀 다른 경우지. 멀쩡하던 경영진이 갑자기 미쳐서 날뛰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악귀의 장난이니까···.”


이렇게 위안을 삼으니 마음은 좀 편해졌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빨리 수습해야할 문제였다.


먼저,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오빠를 악귀 나찰로부터 잠시 떼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건우가 일을 처리하는데 걸리적댈 수 있으니까.


잠시 고민하던 줄리가 PC를 켜서 인터넷 기사를 검색했다.


음악 관련 소식을 빠르게 훑던 중 짧은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주 전국노래자랑에 나온 꼬마 여자아이가 트로트를 멋들어지게 불러 주목을 받았다는 내용.


“오호!”


그 기사에 뜬 아이의 신상정보와 사진을 내려받은 줄리는 책상 위 전화기를 들었다.


“어, 오빠! 방금 회장실에서 나오는 길인데 아빠가 전주에 좀 다녀오래.”


잔뜩 기운이 빠져있던 한 피디가 순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으응, 다른 게 아니고··· 그쪽에 초등학생 하나가 트로트 유망주라면서 직접 만나보고 오라시네···.”


딸깍!


짜증 섞인 푸념과 함께 “알았어!”라고 외친 한 피디가 거칠게 전화를 끊었다.


전주까지는 제법 되는 거리에다, 인터뷰도 하고, 어쩌면 즉석 오디션도 보려면···.


“적어도 이틀은 잡아야 할 거란 말이지. 오빠 성격에 지방 내려가서 일만 마치고 올 사람도 아니고···. 그러면 한 사흘 잡고! 그 근처 지리산 구경이나 좀 하고 오라고 할 걸 그랬나? 후후훗!”


걸리적거리는 걸 치웠다는 생각에 들었을 때였다.


책상 위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비서였다.


- 회장님이 찾으십니다.


전화를 끊은 줄리는 빙긋 웃으면서 건우를 불렀다


“시작하자! 술 챙겼지?”


건우는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오케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부르면 바로 들어오는 거다.”


이번에는 건우가 척하니 거수경례를 붙였다.


늠름한 모습에 여유로운 표정 때문인지 줄리는 안심이 되었다.


이번에도 왠지 지난 블라인드 인터뷰 작전 때처럼 일이 잘 마무리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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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2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2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3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7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7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6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6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9 0 11쪽
93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9 0 11쪽
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9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0 0 11쪽
90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10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2 0 11쪽
88 088. 패스워드 2 24.04.18 12 0 12쪽
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4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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