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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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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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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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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6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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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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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3. Snow=White (21)

DUMMY

***


“쾨니히 씨, 저 기사놈이 당돌하네요. 감히 비트휀의 입술을 훔치다니.”


“보셨어요? 기사 놈 옆에 저 여자, 비트휀이 못생겼다고 욕하던 년이에요. 어떻게 처리할까요?”


“아무리 비트휀 아가씨를 데리고 돌아왔다지만 너무 오만방자한 것 아닙니까? 키스를 받았으면 좋아해야지 그 반응은 뭡니까?”


“저놈들 완전 건방지네요. 보셨어요? 완전 우리 공주님을 무시했다고요. 쾨니히 씨가 그러지 않으셨어요? 비트휀은 절대적이라고요. 저놈들은 완전 맛이 갔습니다!”


베그먼들은 흥분하면서 쾨니히에게 소리쳤다.


그들만의 공주님인 비트휀을 무시한 지졸라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왕국은 무시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할까요?”


“뭐든 말하세요. 그 둘 다 묻을 수 있으니까.”


“쾨니히 씨? 쾨니히 씨, 뭐든 말해보라니까요? 왜 가만히 있는 거죠?”


“시끄러워. 슈네나 잡아와. 모든 일의 원흉이다.”




***


“이런, 여기에 있었구나. 한참 찾았단다.”


어제만큼이나 달이 유난히 밝은 날이었다.


비록 광장에는 모닥불과 온갖 촛불로 달빛이 가려질 만큼 밝아서 몰랐지만, 인적이 한적한 동산에는 그런 빛도 별빛만큼이나 아득하고 희미하게 보였다.


슈네는 눈을 문지르며 고개를 들었다. 슈네의 눈은 붉게 젖어 있었다. 그녀는 차마 뒤돌아보지는 못했다. 그녀의 자존심 때문에 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세데프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녀의 발치엔 꽃으로 장식된 거울이 놓여 있었다.


아세데프는 괜히 마른 침을 삼키면서 거울을 흘긋 보았다.


슈네의 거울은 여전히 깊은 호수처럼 빛이 움직이고 있었다.


평범한 거울이 스스로 빛을 움직일 수 있을 리 없다.


아마도 로지테일이 줬다던 거울의 핵심일 것이다.


“그거 참 예쁜 거울이구나. 우리 딸내미가 많이 좋아하겠는데.”


천 사이로 드러난 거울에 하늘이 비쳤다. 하늘이 천으로 된 구름으로 잔뜩 흐려진 것 같았다. 아세데프는 천을 걷어내어 거울을 보았다.


슈네는 움찔하면서도 아세데프가 거울을 건드리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거울의 마법을 풀지.’


아세데프는 마왕성의 소속이었지만 마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로지테일, 어서 와라!’


로지테일은 인간의 사념을 읽는 것에 능통했다.


원하지 않아도 평소에 인간들의 욕망이나 생각이 들린다고 했다.


그 중에서 자신을 간절히 원하는 목소리가 들리면 분명히 찾아올 것이다.


“아저씨는 여기에 왜···.”


소녀의 목소리에 아세데프는 슈네 쪽으로 보았다.


“심사위원 석에 있던데 왜 여기로 온 거에요? 제 다음에 비트휀이었는데.”


“너 손재주가 많이 좋더구나.”


“딴 소리 하지 마요.”


아세데프는 허허 웃었다.


“네가 눈에 밟히더구나. 전에 네가 말한 것에 대해서는 좀 믿지 않았는데 눈으로 보니 좀 심하다 싶어서 말이야.”


“그런가요. 그냥 무시하지 그러셨어요. 어차피 모레면 떠날 거면서.”


“구이드로서 너 같이 예쁜 애가 우는 걸 볼 수 없었거든.”


아세데프는 슈네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눈물에 젖어 불어버린 그녀의 눈망울이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그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슈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아저씨.”


“응?”


“저 무대에서 예뻤나요?”


“또 그 소릴.”


“전 중요해요!”


슈네는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성난 군중 앞에서 당당하던 그녀의 모습은 이미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무대 위에서의 기세는 그녀의 오기였고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모양이었다. 아마 그녀도 알고 있었겠지.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미워하는지를.


그리고 자신이 무대 위에 올라가면 어떤 꼴을 당할지도.


그래도 그녀는 무대에 오르는 것을 선택했다. 가장 아름다운 소녀를 뽑는다는 대회에 인정을 받기 위해서.


“내가 보기엔, 네가 제일 당당하고 아름다웠단다. 예쁘거나 그런 단순한 게 아니야. 정말 네가 아름다웠단다.”


“위로할 거면 그만 둬요.”


슈네는 제 발치에 놓인 거울을 들었다. 거울 속의 하늘이 떨어지고 겨우 땅에 도착한다. 슈네는 생각했다. 자신은 하늘을 생각하지만 땅에 묶여서 날아갈 수 없구나. 이렇게 초라한 모습이라니, 싫어할 만도 하지.


“위로가 아니야. 넌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는구나.”


“됐어요.”


“난 네가 여기가 아니라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여긴 역시 이상해. 너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여기보다 많을 거야. 혹시 돈이 걱정이라면 내게 말하렴. 네가 원한다면 도와줄 수 있어.”


“제가 그런 말에 속을 것 같아요? 여기서도 인정받지 못하는데 밖에서 어떻게 인정 받아요?”


슈네의 목소리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세데프는 눈을 크게 뜨고 슈네를 바라봤다.


“전에도 그런 분이 있었어요! 오늘 같은 밤에 말이죠! 네가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너의 재주는 여기에 썩히기엔 아깝구나! 내가 후원해줄 테니 나와 떠나자!”


슈네의 오열에 가까운 말투에 아세데프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로지테일,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거야?’


“제가 특별한 건 발데크 마을 안에서 뿐이에요. 저도 바보는 아니라고요. 발데크를 벗어나면 저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에요. 발데크는 작아도 저를 공주님으로 만들어줬어요!”


“넌 세상에 나오면 평범해질까봐 나가지 않는 거니?”


“맞아요! 전 흔하디 흔한 여자애가 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이 조그만 곳에 집착하는 거구나. 악당이 되어서라도.”


“평범한 사람은 광산의 난쟁이들처럼 이용만 당할 뿐이니까요.”


슈네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마을의 악습이었던 광산에서의 아동착취가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던 것이다.


특별한 사람만이 어두운 굴 속에서 나올 수 있었던 그 상황이 트라우마가 된 것이다.


기껏 밖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을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내 선택 때문에 이렇게 비참해졌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에게 실패자로, 쾨니히와 비트휀을 괴롭히는 못된 계집애가 되더라도, 있으나 없으나 모르는 그런 존재가 되기 싫어요!”


“네가 잘못 선택한 게 아니란다. 넌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던 거야. 나도 너였다면 내 재주를 더 키우고 싶었을 거란다.”


“아저씨가 그 때의 절 어떻게 알아요!”


아세데프는 그림에 대해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땅에 붙잡혀 하늘을 쳐다보던 여신의 그림.


마음에서 뿌리 박힌 트라우마와 실패의 기억이 하늘로 올라갈 발목을 잡고 있었다.


‘로지테일, 빨리 오라고!’


로지테일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리고 로지테일이 비트휀을 설득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야 한다.


인간의 마음에 뿌리박은 거울의 마법은 마력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래,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두자.”


아세데프의 말에 슈네는 어깨를 들썩였다.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내가 어떻게 하겠니.”


“아저씨는 그 구이드와 다른 말을 하네요.”


“뭐? 그 구이드?”


“저를 데리고 온 구이드요.”


아세데프는 다시 고쳐 앉고 슈네를 보았다.


그녀의 얼굴엔 복잡한 표정들이 얽혀 있었다.


“그 사람이 뭐라고 말했니?”


“‘네 말이 맞아. 넌 네 이야기를 사라지게 해선 안 돼.’ 그 때는 이해가 안 되었지만···.”


“슈네! 너 여기 있었구나!”


갑자기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슈네와 아세데프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한 무리의 남자들이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슈네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을 봤다. 그들은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비록 밤이었지만, 달빛에 그들의 얼굴에 비친 분노가 드러났다.


슈네는 달을 등지고 일어섰다. 슈네가 일어서자 그들은 무언가를 그녀 앞에 던졌다. 사람이었다. 비록 그녀의 그림자에 쓰러졌지만 그녀는 금방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비록 눈이 파랗게 멍들었고 뺨이 부었지만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예거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이 분명했다.


“네가 얼마나 못된 년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심하다, 야. 어떻게 동생을 죽일 생각을 하냐?”


“뭐?”


“그런다고 네가 1등이라도 할 줄 알았냐? 웃기지마.”


아세데프는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들의 눈은 살기로 빛나 있었다. 몽둥이에 핏자국이 보인다. 이대로라면 그들은 이 소년처럼 그녀를 때릴 것 같았다.


“내가 했다는 증거 있어?”


“증거? 이놈이 한 게 증거인데? 네가 사주해서 이 찌질이가 설치는 걸 모르는 사람 없거든?”


“난 얘가 무슨 짓을 하는지 관심 없어.”


“으으, 슈네······.”


슈네의 발치에서 예거가 꿈틀거리면서 신음을 냈다. 슈네는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남자들을 봤다.


“이번엔 그냥은 안 넘어가.”


한 청년의 말을 시작으로 그들은 우루루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거울을 꼭 안고 눈을 꽉 감았다.


“왜 가만히 있는 거야?”


아세데프는 얼른 그녀의 팔을 잡아 당겼다.


거울이 그녀의 품에서 떨어져 그들 앞에 깨지고 말았다. 거울 파편이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공중으로 튀어 흩어졌다.


“거울이!”


아세데프는 깜짝 놀라 거울의 파편을 보았다.


거울 조각은 물에 녹는 설탕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저, 저건 뭐야?”


무리가 잠시 당황해 하는 사이 아세데프는 얼른 그녀의 손을 잡고 뛰었다.


그녀는 거울이 깨진 쪽을 바라보다가 아세데프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저기 도망간다! 잡아라!”


잠시 주춤하던 남자들도 쫓아오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크래미도 데려오는 건데!”


“크래미?”


슈네는 의아해 하다가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결국 발이 꼬여 넘어지고 말았다. 아세데프는 얼른 그녀의 팔을 잡았다.


청년들의 오는 속도가 무척 빨랐다. 이렇게 꾸물거리다간 잡힐 것 같았다. 아세데프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창 나이의 남자들과 중년의 남자, 어린 소녀의 체력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아세데프와 슈네를 제쳐 빙 둘러 싸고 포위했다.


“도망친다고 될 줄 알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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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2-03. Snow=White (22) 20.05.25 30 0 12쪽
» 2-03. Snow=White (21) 20.05.20 37 0 11쪽
135 2-03. Snow=White (20) 20.05.19 22 0 14쪽
134 2-03. Snow=White (19) 20.05.18 36 0 13쪽
133 2-03. Snow=White (18) 20.05.15 24 0 15쪽
132 2-03. Snow=White (17) 20.05.14 26 1 11쪽
131 2-03. Snow=White (16) 19.09.09 49 0 14쪽
130 2-03. Snow=White (15) 19.08.29 29 0 11쪽
129 2-03. Snow=White (14) 19.08.28 22 0 11쪽
128 2-03. Snow=White (13) 19.08.27 34 0 14쪽
127 2-03. Snow=White (12) 19.08.11 58 0 13쪽
126 2-03. Snow=White (11) 19.08.02 33 0 12쪽
125 2-03. Snow=White (10) 19.07.31 44 0 14쪽
124 2-03. Snow=White (9) 19.07.30 33 0 12쪽
123 2-03. Snow=White (8) 19.07.29 41 0 11쪽
122 2-03. Snow=White (7) 19.07.22 43 0 12쪽
121 2-03. Snow=White (6) +2 19.07.07 85 0 11쪽
120 2-03. Snow=White (5) 19.07.01 36 0 14쪽
119 2-03. Snow=White (4) 19.06.24 59 0 13쪽
118 2-03. Snow=White (3) 19.06.21 39 0 13쪽
117 2-03. Snow=White (2) 19.06.20 59 0 13쪽
116 2-03. Snow=White (1) 19.06.19 97 0 9쪽
115 2-02. 그 손이 놓친 것: Epilogue. 미다스의 황금손 19.06.18 51 0 14쪽
114 2-02. 그 손이 놓친 것 (10) 19.06.17 47 0 17쪽
113 2-02. 그 손이 놓친 것 (9) 19.06.14 47 0 10쪽
112 2-02. 그 손이 놓친 것 (8) 19.06.13 40 0 12쪽
111 2-02. 그 손이 놓친 것 (7) 19.06.12 63 0 9쪽
110 2-02. 그 손이 놓친 것 (6) 19.06.11 44 1 11쪽
109 2-02. 그 손이 놓친 것 (5) 19.06.10 3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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