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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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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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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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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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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3. Snow=White (14)

DUMMY

“그럼 일에 방해 되니 좀 가주지 않겠나?”


아세데프는 종업원에게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 종업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손을 비비면서 아세데프와 두 사람을 보았다.


“서비스로 디저트도 가져다 드릴까요? 무화과 케이크가 맛있답니다.”


“그럴 필요는 없네.”


지졸라가 케이크라는 말에 눈을 번쩍였지만 아세데프의 대답에 크게 실망한 눈치였다.

종업원도 아쉬운 표정을 하면서 아세데프가 말하는 대로 카운터로 갔다.

귀한 손님의 옆에서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아세데프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크라셴은 종업원을 보다가 중얼거렸다.


“과연 비밀로 해줄까?”


“다 말하고 다니겠지.”


아세데프의 말에 지졸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다가 진짜 관리들에게 걸리면 어쩌려고요? 여기엔 온갖 귀족이 온다면서요?”


“감시자로 구이드를 진짜로 채용하는 경우도 있으니 잘 둘러대면 되지.”


“사이비 교단의 회사의 직원을 채용해서 지도로 무슨 일을 한다고요? 지형을 측정하고, 기록을 한단 말이에요?”


지졸라의 말에 아세데프는 그저 빙긋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지도에 대해 지적할 줄은 몰랐다. 그저 지도 위에 메모하는 것으로만 보였을텐데.


“아저씨가 쓰는 글자는 어느 나라 글자도 아니지만, 그리는 방법은 지도의 형태를 수정하는 방법인걸요.”


“아가씨, 보는 눈이 좋구만.”


아세데프의 여유로운 말투에 크라셴이 괜히 불안해졌다.

지졸라가 아무리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이렇게 하나 둘 씩 단서를 흘리면 모를 것 같지도 않았다.

크라셴은 다시금 아세데프의 표정을 살폈다.

대체 저 웃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웃음일까?

진짜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웃음일까, 아니면 지어낸 얼굴인가.

크라셴에게는 항상 비아냥대듯 웃거나 찡그렸기 때문에 그의 표정은 낯설기 짝이 없었다.

지졸라는 팔짱을 끼고는 제 턱을 짚었다.


“아저씨가 의심스러우니까 별 게 다 신경 쓰이잖아요. 지형을 측정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아는 일이라고요. 역사적으로도 보면 많은 나라들이 지형 파악을 통해 전략을 세웠고요."


크라셴은 지졸라의 말이 무척 신선했다.

기사 시험 과목에 지리가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일반적인 상인 여자가 습득할 지식이 아니었다.

대체 수도에 오기 전까지 지졸라는 무엇을 배웠는지 알 수 없었다.

적어도 그냥 부농의 아내가 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아는 것 같긴 했다.


“아가씨를 별 걸 다 아는군. 이대로 가정교사를 해도 되지 않겠나?”


“가정교사도 귀족의 보증이 없으면 취직할 수 없거든요.”


“유이오페 가문의 보증을 받으면 되지. 공작은 아가씨를 무척 아끼는 것 같았네.”


유이오페 공작의 말이 나오자 크라셴은 한숨이 목구멍까지 밀어 올라왔다.

저 엄청난 폭탄 같은 여자를 여행에 끼워 놓은 것은 유이오페 공작이니 말이었다.

왕자비가 평생의 꿈이었다던 여자를 어떻게 하면 설득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대단한 솜씨였다.


‘절대로 아버지 같은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


크라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누군가가 그에게 유이오페 공작이 이 나라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흉악한 악당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니 말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 쯤 되지 않으면 납득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음흉하다.


“그 공작님요? 싫어요! 공작님의 백을 이용하면 제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잖아요! 제 목표는 자수성가라고요!”


“이것 참, 놀라운 사실을 들었군. 자수성가의 끝이 왕자비라니.”


“어느 의미에서는 자수성가잖아요?”


“둘 다 아버지 이야기는 그만해.”


크라셴이 끼어들자 아세데프와 지졸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세데프는 한숨을 쉬고 연필을 놓더니 팔짱을 끼고 말했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크래미 자네도 아버지를 닮았더군. 그 고집이 말이야.”


“어? 아저씨도 느꼈어요? 요정님은 은근히 공작님과 같은 말을 할 때도 있어요!”


“뭐라고?”


크라셴은 큰 모욕을 들은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다른 수많은 모욕을 들어 넘길 수 있어도, 유이오페 공작을 닮았다는 말은 견딜 수 없었다.

세상에 그런 악당과 닮았다니. 크라셴은 소름이 끼쳤다.


“요정님은 왜 저렇게 아버지를 싫어할까요?”


“동족혐오라는 거지.”


“그만 좀 하라니까!”


“어휴, 시끄러워라. 혼자만 있는 곳도 아닌데.”


크라셴의 큰 목소리에 누군가가 말을 했다.

세 사람은 동시에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금발에 진한 화장을 하고 있는 여인이 그들 앞에 서 있었다.

커다란 장식이 달린 모자를 하고 검은 베일을 한 여인은 아무리 봐도 부유해 보였다.


“겨우 찾았네, 아세데프.”


“넌?”


여인은 아세데프에게 아는 척 하면서 크라셴의 옆에 앉았다.

크라셴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아세데프에게 눈짓을 했다.

아세데프는 굳은 얼굴로 여인을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오랜만에 보는군, 로지테일.”


“오랜만이야. 마을 입구에서부터 댁의 냄새가 풀풀 나서 놀랐지 뭐야.”


“냄새요?”


지졸라는 의아해 하면서 옆에 앉아 있는 아세데프에게 코를 킁킁댔다.

아세데프는 질색을 하면서 지졸라에게서 멀어져 창가에 붙었다.

로지테일이라는 여인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아세데프를 보았다.


“이 쪽이 새로 계약한 용사님?”


로지테일은 크라셴의 턱을 잡아 자기쪽으로 보게 하면서 말했다.

크라셴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아세데프 쪽으로 다시 봤다.


“이 사람은 누구야?”


“로지테일 테키아. 조금 떨어진 영지의 영주란다.”


“내 오랜 친구야.”


아세데프는 한숨을 쉬었다. 친구의 등장에 지졸라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런 곳에서 아세데프의 친구를 만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그런 반응에도 아세데프는 그저 딱딱한 얼굴이었다.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온 거야?”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야지. 계약자냐니까?”


“그런 셈이네.”


“어머, 당신답지 않게 애매한 대답을 하네. 아니, 오히려 당신답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댁의 계약서는 몇 년 전부터 안 나왔잖아.”


“그걸 어떻게 알았나?”


“웬걸. 우리 지역에서도 당신의 계약서를 따내려고 엄청 노력했는걸. 아카데미의 교수로 계약하려고 말이야.”


“아, 그 곳 말인가.”


아세데프는 그저 피곤한 표정으로 미간을 짚었다.

로지테일은 그저 재밌다는 듯이 키득키득 웃더니 크라셴을 뚫어지게 보았다.


“이 기사님, 마력이 꽤 있네? 곧 있으면 시험장에서 졸업하겠다. 그럼 그다음에 우리 영지로 와서 계약해줄래?”


“됐네. 나는 부장의 일만으로도 벅차니까.”


두 사람은 뭔가 서로 아는 눈치였다. 크라셴과 지졸라는 그저 꿀먹은 벙어리처럼 두 사람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지졸라는 두 사람을 번갈아보다가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는지 로지테일의 손을 잡았다.


“잠깐만요! 로지테일 씨는 아세데프 씨에 대해 뭔가 아는 거에요? 마왕성의 정체도요?”


“어머, 아가씨, 이런 데에 관심이 있어? 알아도 재밌지 않아.”


“역시 마왕성은 위험한 곳이죠?”


“뭐야? 아세데프가 뭔가 말해줬어?”


“잠깐만요.”


크라셴은 지졸라와 로지테일의 사이를 가르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의 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로지테일은 마왕성의 진정한 모습을 안다는 것을 말이었다.

로지테일은 크라셴을 빤히 보더니 의자에 기대어 편하게 앉았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어?”


크라셴은 그 순간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은 느낌.

크라셴은 지졸라를 보았다. 지졸라는 석상처럼 굳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크라셴이 의아해 하면서 아세데프를 보자 아세데프는 한숨을 쉬었다.


“배려해주니 고맙군.”


“방음마법은 가까운 사람에겐 안 통하니까. 그런데 내 마법은 이 계약자에게도 안 통하는 거야? 계약서 때문에?”


로지테일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질문했다. 아세데프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내 빌어먹을 계약서는 여러모로 예외라서 말이야.”


“이런. 그럼 우리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나 몰라.”


“이 젊은이는 괜찮네. 대충 알아.”


“어머, 마왕성이 진짜 악당의 소굴이라는 것도?”


“그렇지.”


로지테일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세데프, 자네가 믿는 인간이 있다니 놀라운 걸.”


“믿는 게 아니네. 저 놈의 성질이 더러워서 진실이 안 통하는 거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 사람도 마왕성의 간부거나 그런 거야?”


크라셴의 질문에 로지테일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난 이 세계를 살아가는 주민이란다. 평범한 영주의 삶을 만끽하고 있지.”


“유희 비자는 갱신했나?”


“어머, 딱딱하게 굴기는?”


크라셴은 두 사람의 대화에 그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또 마왕성의 범상치 않은 것에 휘말렸다는 것을 말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세데프! 지졸라가 당신을 의심해. 뭔가 이상한 조직이 아닐까 하고 말이야.”


“그건 본인이 스스로 말하지 않던가?”


“그 여자가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해? 분명히 큰 일을 저지를지도 몰라!”


“큰 일? 무슨 큰 일? 자네는 외계인의 존재를 알게 된다고 해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나?”


아세데프의 여유로운 태도에 크라셴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이렇게 걱정하는데, 정작 아세데프는 걱정하지 않으니 답답했다.


“그 여자라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니까? 더 큰 일을 벌일 수 있어!”


“자네가 안달복달만 하지 않으면 모를 거네.”


크라셴과 아세데프의 대화에 로지테일은 그저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겨우 이런 대화만으로도 웃음이 나오다니 참 웃음도 많았다.


“아차. 그런데 여기에는 무슨 일이야? 마왕성에서 뭔가 일이 터졌어?”


“그런 것은 없네.”


아세데프는 딱 잘라 말했다. 로지테일은 제 턱을 긁적이면서 말했다.


“정말로? 프리기아의 건은···. 아, 뭐.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하고, 만났으니까 잘 되었네. 내 부탁 좀 들어줘.”


“부탁?”


로지테일은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야. 거울을 하나 찾아줬으면 해.”


“거울?”


“그래. 마법의 거울이야.”

거울? 아세데프와 크라셴은 인상을 쓰면서 서로를 보았다.

거울이라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은 슈네의 충격적인 거울의 방을 봤기 때문이었다.

로지테일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말을 했다.


“나도 찾을 거지만, 마왕성의 부장 아세데프라면 더 잘 찾을 수 있을 거야. 그 거울은 인간의 사념을 먹고 번식하니까.”


“번식?”


“그 거울이 점점 늘어난다는 거야.”


로지테일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애에게 선물로 줬는데, 그게 그렇게 될 줄 몰랐어.”


“그 애?”


“발데크의 실패한 마가렛타, 슈네 말이야.”


로지테일은 상념에 잠긴 얼굴로 엄청난 사실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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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2-03. Snow=White (22) 20.05.25 30 0 12쪽
136 2-03. Snow=White (21) 20.05.20 37 0 11쪽
135 2-03. Snow=White (20) 20.05.19 22 0 14쪽
134 2-03. Snow=White (19) 20.05.18 36 0 13쪽
133 2-03. Snow=White (18) 20.05.15 24 0 15쪽
132 2-03. Snow=White (17) 20.05.14 26 1 11쪽
131 2-03. Snow=White (16) 19.09.09 49 0 14쪽
130 2-03. Snow=White (15) 19.08.29 29 0 11쪽
» 2-03. Snow=White (14) 19.08.28 23 0 11쪽
128 2-03. Snow=White (13) 19.08.27 34 0 14쪽
127 2-03. Snow=White (12) 19.08.11 58 0 13쪽
126 2-03. Snow=White (11) 19.08.02 33 0 12쪽
125 2-03. Snow=White (10) 19.07.31 45 0 14쪽
124 2-03. Snow=White (9) 19.07.30 33 0 12쪽
123 2-03. Snow=White (8) 19.07.29 41 0 11쪽
122 2-03. Snow=White (7) 19.07.22 43 0 12쪽
121 2-03. Snow=White (6) +2 19.07.07 85 0 11쪽
120 2-03. Snow=White (5) 19.07.01 37 0 14쪽
119 2-03. Snow=White (4) 19.06.24 60 0 13쪽
118 2-03. Snow=White (3) 19.06.21 39 0 13쪽
117 2-03. Snow=White (2) 19.06.20 59 0 13쪽
116 2-03. Snow=White (1) 19.06.19 97 0 9쪽
115 2-02. 그 손이 놓친 것: Epilogue. 미다스의 황금손 19.06.18 51 0 14쪽
114 2-02. 그 손이 놓친 것 (10) 19.06.17 47 0 17쪽
113 2-02. 그 손이 놓친 것 (9) 19.06.14 48 0 10쪽
112 2-02. 그 손이 놓친 것 (8) 19.06.13 40 0 12쪽
111 2-02. 그 손이 놓친 것 (7) 19.06.12 64 0 9쪽
110 2-02. 그 손이 놓친 것 (6) 19.06.11 44 1 11쪽
109 2-02. 그 손이 놓친 것 (5) 19.06.10 3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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