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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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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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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060
추천수 :
4,112
글자수 :
76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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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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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2. 그 손이 놓친 것 (6)

DUMMY

금방 연회장의 분위기가 밝아졌다.

미다스 회장의 딸 오렐리아의 등장으로 차갑게 식었던 손님들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몰려들었다.

프리기아의 다음 회장으로 지목된 프리기아의 공주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손님들에게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상석으로 왔다.

미다스 회장의 옆에 앉아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는 세 사람을 보았다.

정말 아름다운 여자였다.

눈부신 금발에 바다 같이 푸른 눈, 장미같이 붉은 뺨. 전형적인 미인상이었다.

동화책에서 말하는 공주가 이렇게 생겼겠지 할 정도였다.

지졸라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녀를 보았다.

지졸라는 그녀를 자세히 뜯어보더니 환히 웃으며 말했다.


“아, 실물이 그림보다 낫네요. 화가가 실력이 없었나 봐요.”


“감사합니다.”


“회장님이 그렇게 자랑하실만도 하네요.”


그녀의 칭찬에 오렐리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두 남자는 지졸라의 칭찬에 가만히 입을 다물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여자가 여자를 칭찬하고 오히려 남자들은 가만히 있자 미다스 회장은 못마땅한 얼굴로 지졸라를 노려봤다.

하지만 지졸라는 그러든 말든 꿋꿋이 제 소개를 시작했다.


“아, 제 이름은 지졸라, 그리고 이 아저씨는 아세데프 웰치스, 이 분은 크라셴 유이오페, 제 요정님이에요.”


“요정님요?”


풉, 하고 크라셴이 술을 마시다가 뿜고 말았다.

크라셴이 뭘 뿜든 말든 지졸라는 상관없는 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네, 제 요정님이요.”


“이봐, 무슨 소리를 하는······!”


“어머나, 무슨 요정인가요?”


오렐리아는 의외로 흥미를 보이며 질문했다. 그러자 지졸라는 신이 나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데렐라에 나오는 요정이죠. 기회를 주기 위해 마법을 쓰는 요정이에요. 시궁창 같은 집에서 도망쳐서 공주님으로 만들어 주는 요정이랍니다.”


“어머, 부럽네요. 유이오페님, 제게도 마법을 써 주실 수 있나요?”


그녀의 의외의 말에 아세데프는 피식 웃었다.

의외로 지졸라와 손발이 쿵짝이 맞는 아가씨였다.

프리기아의 후계자라더니 좀 엉뚱한 구석도 있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세상 물정을 잘 모를 것 같이 순진해 보이는 인상이기도 했다.

백치 끼가 있는 저 표정에 아마도 한 수레의 남자들이 가슴을 쥐고 앓았으리라.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맑고 아름다운 눈빛에도 크라셴은 뚱했다.

그저 그는 어머, 이 요정님은 제 요정님이에요! 라고 날뛰려는 지졸라를 말리며 말했다.


“그냥 흘려 들으세요. 많이 아픈 사람이라. 그냥 아가씨 마음대로 하면 되지, 무슨 마법이 필요합니까. 그 나이 되면 알아서 해야지.”


그의 성의 없는 충고에도 그녀는 싱긋 웃었다.


“어머, 제가 몇 살로 보이는 데요?”


“먹을 만큼 먹었겠죠.”


크라셴은 마냥 귀찮은 지 그녀의 말을 넘겼다.

하지만 미다스 회장은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저 엉뚱하고 초라한 여자와의 대화에서 드디어 크라셴과 딸의 눈이 닿은 것이었다.


“유이오페 씨는요?”


“저도 먹을 만큼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성은 부르지 말아주시겠습니까? 그 성 듣기가······.”


“어머, 어머, 어머. 오렐리아님이 마음에 들었나 봐요. 친해지고 싶다고 이름을 부르라네요!”


지졸라가 급히 크라셴의 말을 자르고 크게 소리쳤다.

비록 경박한 행동이었지만, 미다스 회장도 그저 웃었다.

그녀의 행동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그녀가 오렐리아로 하여금 그의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도와 준 것이었으니까.

아세데프는 눈살을 찌푸리며 지졸라를 보다가 그제야 그녀가 왜 이렇게 오버를 하는 지 깨달았다.

아세데프가 딸에게 약하듯이 회장도 딸에게 매우 약한 것이었다.

회장의 마음을 잘 구슬려 계약서를 받으려면 오렐리아에게 잘 보이는 게 우선이었다.

요정 이야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망상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오렐리아와 친해지기 위해 꺼내는 흥미로운 떡밥 중 하나였던 것이었다.

지졸라가 그것까지 생각했을지는 모르지만.


‘정말 대단한 아가씨야.’


아세데프는 좀 마음이 편해졌다.

이 망할 청년이 망쳐도 눈치 빠른 지졸라가 수습하니 아세데프는 마음이 좀 놓였다.

마음이 놓이다 못해 눈물까지 찔끔 날 정도였다.


‘그래, 작전이 그렇다면 나도 거들어야 하겠지.’


“그러게 말이네. 원래 저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드문데 말이네. 관심 있는가?”


아세데프의 말에 오렐리아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떠올랐다.

크라셴은 그저 눈살을 찌푸리며 테이블 밑으로 아세데프의 다리를 찼다.


“어쨌든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그림과 같은 한 쌍 같군요.”


미다스 회장의 말에 지졸라와 아세데프는 입을 다물었다.


‘제정신인가?’


저 똥을 주식으로 삼은 듯 늘 똥 씹은 얼굴을 하는 남자와 제 딸을 두고 어울린다니.


“아버님도 참. 어서 드세요.”


그녀의 말에 일행은 겨우 연회에 섞일 수가 있었다.


연회장에는 수많은 젊은 남녀들이 섞여 춤을 추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는 음식, 향이 진한 술, 구석구석 자리 잡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남녀들.

지졸라는 금방 그들과 섞여서 춤을 췄다.

아무래도 왕자를 찾는 목표가 여기에는 없어서 그런지 지졸라는 오히려 아무나 하고도 어울려 춤을 추며 즐거워했다.

비록 다른 사람들은 초라한 옷의 지졸라를 비웃긴 했지만, 그녀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던 모양이었다.

지졸라는 물 만난 물고기마냥 연회장을 휩쓸고 다녔다.


한편, 아세데프도 어느 새 사람들에 섞여 구이드로서 겪었던 모험담을 풀어내고 있었다.

크라셴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로 섞여 들어가는 두 사람을 보다가 혼자 구석 자리에 앉았다.


‘연회는 지긋지긋해.’


왕자의 연회가 겨우 며칠 전의 이야기였다.

그 때는 정말 별 일이 다 있었다. 왕자 놈이 정신을 못 차리고 여인들에게 시험을 냈다.

그리고 그 불똥으로 크라셴은 납치를 당해서 죽을 뻔 했다.

그런 것이 아니라도 크라셴은 애초에 연회에 관심이 없었다.

몇몇 아가씨가 같이 춤추자며 다가왔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마치 이 연회장의 경호원처럼 주변에 서서 사람들을 구경했다.

정말 신기한 사람들이 많았다.

벌써 취해 헤롱거리는 남자나, 어울리지도 않은 악세사리를 걸치고 자랑하는 여자, 여자들을 한 부대 이끌고 다니는 느끼하게 생긴 남자 등등.

모든 것에 크라셴에게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연회는 평소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사일 뿐이었다. 그는 테이블 주위를 돌기로 했다.

대충 먹을 것을 접시에 추려서 먹고 마실 것 마시며 방황하던 크라셴은 발코니로 나갔다.

역시 이렇게 사람들이 무더기로 있는 곳은 취향이 아니다.

크라셴은 후끈한 열기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그래도 발코니로 나오니 좀 나았다.


“역시 사람들과 노는 건 안 맞아.”

그는 난간에 기대 중얼거렸다.


“파티가 별로 재미가 없나 봅니다?”


등 뒤로 능구렁이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크라셴은 흘긋 뒤를 보았다.


“넌 또 뭐야?”


그의 휴식을 방해하는 젊은 남자의 등장에 그는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그 젊은 남자는 자기를 미다스 회장의 비서라고 소개했다.

그의 옆에는 오렐리아가 서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아, 그게, 아가씨가 춤 출 상대를 찾다가 말입니다. 유이오페님도 심심하실 텐데 같이 쳐 주시겠습니까?”


“저 춤 출 줄 모릅니다.”


“그냥 같이 따라 주시면 됩니다.”


비서의 말에 크라셴은 오렐리아를 빤히 봤다.

오렐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서가 성큼성큼 다가와 크라셴의 손과 오렐리아의 손을 쥐어 주고는 사라졌다.

크라셴은 어이없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인 오렐리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춤추고 싶어요?”


“네.”


“그냥 앉아 있으면 안 됩니까?”


“춤 춰요.”


“아, 네.”


이번엔 한 수 접기로 했다.

발코니 문 너머로 어느새 다가온 아세데프가 엄청난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아세데프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또 헛소리하기만 해 봐라, 계약서가 날아간다.’


아세데프에게 딱히 겁먹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 답답한 저택에서 빨리 나가고 싶었던 크라셴은 아세데프에게 져 주기로 했다.

크라셴은 오렐리아의 손을 제 손에 고쳐 올려 쥐고 연회장으로 나섰다.

의외로 정중한 크라셴의 손길에 오렐리아는 웃었다.

아무리 성격이 딱딱해도 귀족이었던 모양이었다.

게다가 레이디 퍼스트를 외치며 여자와 아이를 우선으로 하는 기사가 아니었던가.

서로 생각하는 거야 어떻든지, 그들은 연회장의 중앙, 춤추는 무리들 속에 섞여 들었다.

마침 오케스트라가 새로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오렐리아와 크라셴은 아무 말 없이 무리 속에서 흔들거렸다.

그러다 불쑥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오렐리아였다.


“크라셴님은 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절 어떻게 생각하세요?”


“모르겠는데요.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크라셴의 대답에 오렐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나도 잘 모르겠네요.”


그녀의 대답에 크라셴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들은 다시 말 없이 춤을 추었다.


“크라셴님은 좋아하는 여성분이 있나요?”


“아니오?”


오렐리아는 싱긋 웃었다.


“전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아, 그래요?”


그들이 이렇게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는 동안, 연회장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변했다.

그들은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지졸라, 아세데프, 미다스 회장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눈에 띄는 사람들이라 그런 것 같았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잠시 멈췄다.

곡이 바뀌는 것 같았다. 크라셴은 그걸 알아차리고 얼른 춤을 멈췄다.

얼른 돌아가 쉬고 싶었다.

그는 오렐리아에게 인사를 했다.


“이제 됐습니까?”


조그만 목소리. 오렐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크라셴은 고개를 저으며 제 접시를 둔 테이블로 걸어갔다.

오렐리아는 멍하게 있다가 그를 따라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그들이 중앙에서 사라졌고 음악이 다시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시 음악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또 왜요?”


“크라셴님은 우리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돈지랄?”


크라셴은 짧게 대답하고는 시종을 불러 잔에 술을 채웠다.

그리고는 술을 마시며 그녀의 눈치를 봤다.

왜 자꾸 이상한 질문을 하지? 좀 이제 딴 애들이랑 놀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는 귀찮음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의 시선이 없어지면 슬슬 방에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그저 웃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제게도 마법을 걸어 주세요, 요정님.”


그리고는 그녀는 일어나 자리를 떴다.

크라셴은 어리둥절해 하며 중얼거렸다.


“요정님? 설마 지졸라의 말을 진심으로 믿는 건 아니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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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2-03. Snow=White (22) 20.05.25 30 0 12쪽
136 2-03. Snow=White (21) 20.05.20 36 0 11쪽
135 2-03. Snow=White (20) 20.05.19 22 0 14쪽
134 2-03. Snow=White (19) 20.05.18 36 0 13쪽
133 2-03. Snow=White (18) 20.05.15 24 0 15쪽
132 2-03. Snow=White (17) 20.05.14 26 1 11쪽
131 2-03. Snow=White (16) 19.09.09 49 0 14쪽
130 2-03. Snow=White (15) 19.08.29 29 0 11쪽
129 2-03. Snow=White (14) 19.08.28 22 0 11쪽
128 2-03. Snow=White (13) 19.08.27 34 0 14쪽
127 2-03. Snow=White (12) 19.08.11 58 0 13쪽
126 2-03. Snow=White (11) 19.08.02 33 0 12쪽
125 2-03. Snow=White (10) 19.07.31 44 0 14쪽
124 2-03. Snow=White (9) 19.07.30 33 0 12쪽
123 2-03. Snow=White (8) 19.07.29 41 0 11쪽
122 2-03. Snow=White (7) 19.07.22 43 0 12쪽
121 2-03. Snow=White (6) +2 19.07.07 85 0 11쪽
120 2-03. Snow=White (5) 19.07.01 36 0 14쪽
119 2-03. Snow=White (4) 19.06.24 59 0 13쪽
118 2-03. Snow=White (3) 19.06.21 39 0 13쪽
117 2-03. Snow=White (2) 19.06.20 59 0 13쪽
116 2-03. Snow=White (1) 19.06.19 97 0 9쪽
115 2-02. 그 손이 놓친 것: Epilogue. 미다스의 황금손 19.06.18 51 0 14쪽
114 2-02. 그 손이 놓친 것 (10) 19.06.17 46 0 17쪽
113 2-02. 그 손이 놓친 것 (9) 19.06.14 47 0 10쪽
112 2-02. 그 손이 놓친 것 (8) 19.06.13 40 0 12쪽
111 2-02. 그 손이 놓친 것 (7) 19.06.12 63 0 9쪽
» 2-02. 그 손이 놓친 것 (6) 19.06.11 44 1 11쪽
109 2-02. 그 손이 놓친 것 (5) 19.06.10 3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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