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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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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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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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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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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02. 그 손이 놓친 것 (9)

DUMMY

“불이야!”


연회장에 시종이 달려와 소리를 질렀다.

한창 물이 올랐던 연회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한창 개구리 왕자 이야기를 하며 좌중을 사로잡고 있던 아세데프도 그 시종의 목소리를 들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불이 났다니 사람들은 모두 놀라 웅성웅성 거리며 미다스 회장을 보았다.

미다스 회장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차분하게 만들고 시종에게 다가갔다.

미다스 회장의 굳은 표정에 시종은 겁먹은 얼굴로 설명했다.


“기념관의 창고에서 불이 나서 회사 본관에 불이 붙었습니다. 아직 저택에는 불길이 닿지 않았지만 진압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회장님도 어서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다. 오렐리아는 어디 있지?”


“그게, 수색 중입니다”


“뭐?”


미다스 회장은 저도 모르게 꽥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회장의 비명에 연회장 안에서 조용해진 사람들은 눈을 크게 떴다.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모양이었다.

미다스 회장은 다시 사람들을 안심시킬 경황까지 없는지 시종을 앞세워 연회장을 빠져 나갔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아세데프는 크라셴과 지졸라를 찾기 위해 바삐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지 그림자도 보이는 것 같지 않았다.


“이 놈들은 어디로 간 거야?”


‘왜 이럴 때 이 녀석들은 없는 거야? 혹시 불이 난 거랑 상관있는 것 아냐?’


아세데프는 닥쳐오는 걱정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래도 지졸라 그 아가씨는 믿었는데. 아니지, 아직은 그들이 연관이 있다는 게 확실하진 않잖아?’


아세데프는 초조해 하면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기로 했다.

자기를 붙잡은 그 싸가지 없는 용사님과 정신 나간 아가씨가 일을 더 악화시킬 리가 없다고 조금이라도 미약한 신뢰를 가지로 한 것이었다.


“무슨 일인지 봐야겠군.”


아세데프는 혼란한 틈을 타 미다스 회장을 따라 나섰다. 바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연회장의 사람들도 연회장을 나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 말을 잃고 타오르는 불을 보고 있었다.

새빨간 불과 푸른 불이 어울려 회사 본관 건물을 태우며 하늘을 삼켜 버릴 것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저 푸른 불꽃은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아세데프는 눈을 깜빡거리며 다른 사람들을 보았다.

시종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건물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불은 밤하늘을 삼켜 버릴 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미다스 회장은 멍하니 타오르는 건물을 보다가 소리를 질렀다.


“계약서! 계약서가!”


미다스 회장은 미친 듯이 집사와 비서를 불렀다.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둘은 나타나지 않았다.

미다스 회장은 당황해 이번엔 딸의 이름을 불렀다.


“오렐리아! 오렐리아!”


그의 애타는 부름에도 그녀의 목소리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한 시종이 얼른 나타나 회장에게 말했다.


“오렐리아 아가씨를 찾았습니다!”


“어디!”


“파크톨로스 강 쪽으로 한 남자에게 잡혀간 것 같습니다. 지금 경호원들을 보내 쫓고 있습니다.”


“나도 가겠다! 말을 가져와!”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시종이 말을 가져 왔다.

미다스 회장은 얼른 말에 올라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 원,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아세데프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연회 도중에 갑자기 불이라니, 게다가 회장의 딸은 납치까지 당했단다.

너무나도 급작스러운 상황에 그는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그래도 다행인건 어떤 남자가 오렐리아를 납치했다고 하니 적어도 두 사람이 이 일에 원인은 아니란 것이었다.


“이 망할 녀석들.”


아세데프는 얼굴을 찡그리며 열심히 사람들 사이로 크라셴과 지졸라를 찾았다.

연회장에서 피신해 온 사람들은 고맙게도 웅성웅성 거리다가 점점 흩어져 사라졌다.

불까지 났으니 이미 연회는 파했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불을 끄도록 도와줄 의리도 없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그야말로 파티가 열린다기에 와서 놀았을 뿐이니까.

그렇게 사람들이 사라지고 아세데프만 남았다.

하지만 여전히 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시종들은 여전히 부산을 떨며 불을 끄고 있었다.


“대체 이걸 어째야 하는 거야? 크래미랑 그 아가씨, 저 건물 안에 있는 거 아냐?”


‘저 푸른 불꽃은 매우 낯익은 불꽃이란 말이지.’


아세데프는 불안하게 중얼거렸다. 누가 계약서를 멋대로 태우면 나는 불의 색 같았다.

그래서 계약서를 처분하려면 반으로 찢어서 버리는 게 제일 안전한데 말이었다.

계약자가 아닌 사람이 게약서를 불로 태우면 계약서는 폭발한다.

그것은 마족을 향한 마왕의 경고였다.


“아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 이렇게 없냐.”


“요정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왜 거기에 있었던 거에요?”


“크래미! 어디 있었나?”


“어디 있었냐고?”


크라셴의 표정은 분노로 얼굴이 빨개졌다.

지졸라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아세데프를 보았다.

분명 말하면 아세데프가 화를 내겠지. 크라셴은 이젠 그건 상관없는지 꽥 소리를 질렀다.


“구이드한테 살해당할 뻔 했어!”


“구이드?”


아세데프는 지졸라를 보았고 지졸라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그 여자, 회장 딸한테 구이드가 있었어. 아 젠장, 열 받아 죽겠네. 갑자기 놈이 여자한테 노래를 부르다가······. 젠장, 울고 짜고 하다가 갑자기 싸우다가, 편지니 뭐니 태우고 도망칠 거라고 이상한 소리를 하더니 갑자기 나타나선 날 때리더군.”


지졸라와 아세데프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크라셴이 흥분해서 욕하고 화를 내느라 설명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지금 불이 나고, 이 집 아가씨가 납치당했다는데 5살 먹은 꼬마보다도 못한 저 설명은 뭔가 싶었다.

그래도 뭔가 중요한 설명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 수 있었다.

아세데프는 한숨을 쉬고 크라셴을 바닥에 앉히고 지졸라에게 물을 가져오라 했다.

지졸라는 의아해 하다가 연회장에서 물 한 잔을 들고 와서 아세데프에게 건넸다.

그는 크라셴의 손에 쥐어 주고 마시라고 했다.

크라셴은 물을 벌컥벌컥 마시다가 좀 잠잠해졌다. 아세데프는 차분히 말했다.


“무슨 말인지 천천히 말해 보게. 이해할 수 없지 않나.”


“그러니까, 미다스 딸인지 하는 여자에게 구이드가 있었다고.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 것 같아. 그 여자가 편지를 자기가 관리하고 있다면서 다 태우고 도망치자고 해서 가더라. 그래서 간 줄 알고 있었는데, 구이드 놈이 창고로 데려가선 계약서들을 다 태워서 날 죽이려고 했어! 너네 회사에선 살인하는 것도 가르치냐! 아주 교육을 잘 했구만!”


처음에는 잠잠하던 크라셴이 아직도 분한지 끝에 가서 소리를 질렀다.

아세데프는 입을 다물고 생각에 빠졌다.

솔직하다 못해 거짓말을 못하는 크라셴의 말이었다.

비록 아직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크라셴이 한 말이라면 무조건 사실이라고 봐야 했다.

그것을 아는 아세데프는 얼굴을 찡그렸다.

지졸라는 그런 그를 빤히 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요정님이 붙잡혀 오는 걸 봤어요.”


“뭐?”


“기념관의 창고에 숨어 있었거든요! 프리기아의 비밀을 찾으려고요. 그런데 창고 안에 또 금고가 있던 거에요. 그런데 그 구이드라는 사람이 오렐리아 씨랑 요정님을 끌고 그 금고로 들어가는 것을 봤어요.”


지졸라가 마침 창고에 있었던 것은 크라셴이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다.

지졸라는 이미 그 곳에 있었고 구이드와 크라셴을 발견한 것이었다.


“금고가 열리길래 저도 따라 들어갔어요. 그 사람이 나가고 나서 금고를 여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지 뭐에요.”


“그럼, 지졸라···.”


크라셴은 지졸라에게 뭔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면 지졸라도 마족에 대해 들은 것인지도 모른다.

마왕성이 사실은 평범한 회사가 아니라 다른 세계라는 것도 알게 된 것일까?

크라셴이 입만 뻐끔거리자 아세데프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지졸라는 두 사람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말했다.


“어쨌든 요정님, 제 덕에 산 줄 알아요! 그 구이드라는 사람이 요정님을 묶어놓고 가는 바람에 죽을 뻔했거든요! 요정님을 정말로 통구이 해버리려고 했던 것인지!”


아세데프는 인상을 쓰다가 눈 사이를 문질렀다.

지졸라의 설명이 석연치 않지만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갔다.

그보다 급한 건 크라셴의 계약서였다.


“편지는?”


크라셴은 품에서 편지를 꺼내 보였다. 분명히 아세데프의 계약서였다.

아세데프가 손을 뻗자 곧바로 그는 품에 넣었다. 아세데프는 투덜거렸다.


“자네가 편지를 항상 가지고 있던 게 다행이군. 적어도 구이드가 직접 자네를 죽이진 못했을 테니 말이야.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무사하니 다행이네.”


아세데프의 말에 지졸라는 입이 근질근질한 표정을 지으면서 크라셴의 허리를 팔꿈치로 쿡쿡 찔렀다.

크라셴은 지졸라를 노려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래, 이번엔 네 덕에 살았어.”


지졸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잘했군.”


아세데프는 이마를 짚으면서 건성으로 넘겼다.

훈련받은 기사단장을 납치하고 사경을 헤매게 할 수 있는 여자다. 그런 여자가 반대로 구하는 것도 영 불가능하지 않을 터였다.


“그나저나 이거 참, 손 안대고 코 푼 격이구만. 이제야 상황이 이해가 되는군. 저 불이 난 이유도.”


“뭐?”


“요정님, 그건 오렐리아님이 모든 계약서들을 불태우고 도망쳤다는 이야기잖아요.”


지졸라가 쫑알거리며 아세데프의 말을 간단명료하게 해석해줬다.

크라셴은 멍하니 그들을 보았다.

바보 같은 크라셴의 얼굴에 지졸라는 깔깔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아세데프는 다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크래미. 정말 구이드가 자네를 죽이려 했는가?”


“그래. 계약서를 폭탄으로 써서 죽일 거라고 했어.”


“아무래도 우리도 그 강에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왜?”


“아가씨가 위험하다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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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2-03. Snow=White (21) 20.05.20 37 0 11쪽
135 2-03. Snow=White (20) 20.05.19 22 0 14쪽
134 2-03. Snow=White (19) 20.05.18 36 0 13쪽
133 2-03. Snow=White (18) 20.05.15 24 0 15쪽
132 2-03. Snow=White (17) 20.05.14 26 1 11쪽
131 2-03. Snow=White (16) 19.09.09 49 0 14쪽
130 2-03. Snow=White (15) 19.08.29 29 0 11쪽
129 2-03. Snow=White (14) 19.08.28 22 0 11쪽
128 2-03. Snow=White (13) 19.08.27 34 0 14쪽
127 2-03. Snow=White (12) 19.08.11 58 0 13쪽
126 2-03. Snow=White (11) 19.08.02 33 0 12쪽
125 2-03. Snow=White (10) 19.07.31 44 0 14쪽
124 2-03. Snow=White (9) 19.07.30 33 0 12쪽
123 2-03. Snow=White (8) 19.07.29 41 0 11쪽
122 2-03. Snow=White (7) 19.07.22 43 0 12쪽
121 2-03. Snow=White (6) +2 19.07.07 85 0 11쪽
120 2-03. Snow=White (5) 19.07.01 36 0 14쪽
119 2-03. Snow=White (4) 19.06.24 60 0 13쪽
118 2-03. Snow=White (3) 19.06.21 39 0 13쪽
117 2-03. Snow=White (2) 19.06.20 59 0 13쪽
116 2-03. Snow=White (1) 19.06.19 97 0 9쪽
115 2-02. 그 손이 놓친 것: Epilogue. 미다스의 황금손 19.06.18 51 0 14쪽
114 2-02. 그 손이 놓친 것 (10) 19.06.17 47 0 17쪽
» 2-02. 그 손이 놓친 것 (9) 19.06.14 48 0 10쪽
112 2-02. 그 손이 놓친 것 (8) 19.06.13 40 0 12쪽
111 2-02. 그 손이 놓친 것 (7) 19.06.12 64 0 9쪽
110 2-02. 그 손이 놓친 것 (6) 19.06.11 44 1 11쪽
109 2-02. 그 손이 놓친 것 (5) 19.06.10 3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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