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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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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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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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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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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3. Snow=White (11)

DUMMY

슈네는 오랜만에 창고의 구석에 쭈구려 앉았다.

이렇게 어둑어둑하고 습기가 차고 기분이 나쁜 곳은 오랜만이었다.

슈네는 어둡고 좁은 공간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마 발데크의 모든 아이들은 그런 곳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 어두움과 습기와 답답함은 발데크의 광산을 떠올리게 하니 말이었다.

그 곳은 무척 어둡고 기분 나쁜 곳이었다.

등불 아래에서 빛나는 것을 캐내는 난쟁이들의 손에는 남는 게 없었다.

아무리 예쁜 보석의 원석을 캔다고 한들, 어른들이 다 뺏어가 버렸다.

슈네는 어릴 때부터 원석에서 보석을 만들어내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아무리 투박하고 못생긴 것이라도 그 안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예쁘지 않다고 버려지는 것과는 다른 영원한 아름다움이었다.

슈네는 꽃다발이 싫었다.

아름다움은 잠시 뿐, 시들면 그렇게 추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발데크의 사람들은 시든 꽃을 추한 노파라고, 못생긴 마녀의 늙은 손과 같다고 했다.


“슈네.”


창고의 문을 열자 그녀의 발치에 빛이 닿았다.

슈네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비트휀의 눈에 눈물이 쏟는 날에는 슈네는 하루종일 창고에 갇혔다.

부모님이 그러지 않으면 비트휀을 빌어먹을 난쟁이들이 나섰다.

아무리 자존심이 강한 그녀라도, 장정이 된 난쟁이들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슈네는 그들이 찾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서 비트휀의 우는 소리가 잦아들기를 바랄 뿐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슈네를 의아하게 여겼다.

그렇게 미움을 받으면서, 질리지도 않고 비트휀을 괴롭히는 슈네를 말이었다.

아버지는 인상을 쓰면서 슈네를 차갑게 내려 보았다.


“선생님, 그럼 잘 부탁드리죠.”


“네, 네.”


어제 밤에 본 아저씨였다.

슈네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미처 모르고 있었다.

그저 비트휀을 데려온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저씨는 이번에는 두 사람을 데리고 창고로 왔다.

아저씨는 창고의 불을 켰고, 젊은 남자와 여자는 문을 닫고 들어왔다.


“오늘 아침에 대단한 일이 있었지?”


아저씨의 말은 꽤나 부드럽고 다정했다.

슈네는 이런 말투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다고 생각했다.

젊은 여자는 팔짱을 끼면서 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가 마왕성의 현자인지 몰라도 이건 어쩔 수 없다니까요?”


마왕성의 현자?


그 말에 슈네는 벌떡 일어났다.


“아저씨! 구이드였어요?”


슈네의 질문에 나이 든 아저씨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지졸라가 아세데프의 정체를 밝히자 슈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아세데프는 그녀가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슈네와 함께 온 구이드가 발데크의 마가렛타를 없앤 것이나 마찬가지니 말이었다.


“네가 구이드를 원망해도 이해한단다. 네 잘못이 아닌데 억울하겠지.”


아세데프의 말에 슈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슈네는 차분한 눈빛으로 아세데프를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주저 앉았다.

소녀가 바닥에 앉자 나머지 사람들도 마저 같이 앉았다.

아세데프는 슈네의 차분한 반응에 오히려 그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


“구이드의 잘못도 아니에요. 현상은 그곳에 있을 뿐, 판단하는 위정자가 모든 상황을 바꾸니까요.”


슈네의 말에 세 사람은 깜짝 놀랐다.

도저히 시골의 소녀가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말은 어디서 배운 거니?”


아세데프는 빙긋 미소를 지으면서 소녀에게 질문했다.

슈네는 그를 흘겨 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제 첫 번째 후견인이었던 귀족 아저씨한테요. 그 아저씨는 저를 영주님의 귀여운 애인으로 만들어서 줄을 대고 싶어했거든요. 하지만 영주님은 무식한 여자는 싫다하니 책을 많이 읽게 했죠.”


슈네의 말에 세 사람은 이 소녀가 그 짧은 인생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지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슈네는 이 마을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구이드가 아니었어도 모두 알고 있었던 사실이에요. 아무도 거기에 문제를 삼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더 높은 귀죽 나으리 눈에는 그게 인권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한 거에요.”


슈네는 아세데프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말했다.


“결국 힘이 있는 자가 그 현상을 그르다고 말한다면 그게 잘못된 것이 되는 거에요. 결국 중요한 건 권력이죠.”


아세데프는 그제야 슈네가 어째서 권력을 운운한 것인지 이해했다.

슈네가 본 세상은 권력자에 의해 휘둘리는 세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발데크의 마가렛타도 사실은 그걸 알고 있었던 것이겠죠. 마을에 있기만 하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았던 거에요. 자기의 운명마저도요.”


그리고 발데크의 마가렛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위정자의 눈에 들어 권력을 얻었다.

그녀는 단순히 아름다운 미모만을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시골 처녀라고 한들, 주변에 늘 미인을 둘 수 있는 귀족의 눈에는 차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었다.

그럼에도 귀족들의 눈에 든 것은 때로는 애교를 부리고, 때로는 얄미운 말을 할 줄 아는 화술 덕분일 것이다.

슈네는 여러 의미에서 발데크의 마가렛타에 알맞은 소녀였다.

그녀의 말투는 사람의 주목을 끌도록 만들었다.


“그렇구나. 그 구이드가 왜 그렇게 아쉬워했는지 알겠다.”


“아쉬워 해요?”


“그래. 그 구이드는 발데크의 풍습을 없애는 것에 반대하고 있었단다. 구이드들은 정의의 사자 같은 게 아니거든.”


아세데프의 말에 크라셴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마왕성은 악의 소굴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아 있던 탓이었다.

정말로 악의 소굴적인 면이 있다면, 어린 소녀들이 희생하는 풍습을 오히려 찬성할지도 모른다.

아세데프는 제 목을 긁적이면서 말했다.


“구이드들은 그저 관찰자이고, 학자들이란다. 그는 이 풍습이 사람들의 세상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


“흥미롭다고요?”


슈네의 반문에 아세데프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런 동정의 여지도 없이 그저 어깨만 으쓱이는 아세데프는 정말로 인간과 멀어 보였다.


“인간이 인간에게 기생하고, 그 기생하는 인간에게 기생하는 인간들을 관찰할 수 있다고 말이야.”


신랄하고 비판적인 관점에 크라셴과 지졸라는 아세데프의 눈치를 보았다.

그 관습이 좋았다고 믿는 마을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슈네는 아세데프의 말에 그저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그거 재밌네요. 그러게요. 그 분 별나긴 했죠. 제가 모르는 발데크의 마가렛타 이야기도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그 구이드는 이렇게 말했어요. 구이드에게 있어서 이야기는 재산이라고요. 남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이야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보물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고 했어요.”


“그거야, 그렇지. 구이드들 사이에서는 아는 이야기가 많은 만큼 지위가 높단다.”


아세데프는 피식 웃었다.

아세데프가 말하는 새로운 구이드의 세계에 남은 두 사람은 그저 말 없이 지켜 보았다.


“이야기는 인간의 정념과 욕망을 나타내지. 공유할수록 커지는 욕망도 있지만, 나무통 속의 술처럼 숙성시킬수록 진해지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지.”


“그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요.”


슈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크라셴이나 지졸라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이야기와 욕망의 관계는 알겠지만, 그것이 구이드에게 득이 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탓이다.


“하지만 그 구이드 씨는 제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그 이유는 제가 그 마가렛타를 이어 마가렛타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과거의 일이지만, 현재의 일이기도 때문이라고 했죠.”


슈네의 말에 다른 이들은 귀를 기울였다.

소매 속에 숨겨둔 카드처럼 숨겨뒀던 이야기를 주인공에게는 해주는 모양이었다.

슈네는 그들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이야기 속에는 마가렛타는 영주님의 첩이 되었다고 하죠. 마가렛타는 어떻게 죽었는줄 아세요?”


“어떻게 죽었냐고?”


아세데프는 입을 다물고 생각에 빠졌다.

어떤 구이드가 발데크의 풍습을 바꿔 버렸다는 것은 보고를 받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자세한 내막에 대해서는 몰랐던 것이었다.


“마가렛타는 독살을 당했어요. 영주님은 영토를 꽤 많이 가진 힘이 있는 영주님이었는데, 영주님의 총애를 받고자 하는 사람이 많았죠. 마가렛타도 마찬가지였죠.”


슈네의 말에 지졸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지졸라는 발데크의 마가렛타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난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녀도 그런 삶을 목표로 했으면서, 남이 그러는 것은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 당시에도 영주님의 아내가 되는 것은 힘든 일이었대요. 하지만 결국 이루었죠. 마가렛타는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나이를 먹었어요. 그녀의 피부는 시들시들해졌고, 머리를 푸석푸석해졌으며, 예전 같지 않았죠.”


젊음의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았다.

꽃이 시드는 것처럼, 그녀의 아름다움도 예전 같지 않았던 것이다.

주름이 지고, 싱그러움이 사라지고 만다.


“그나마 그녀는 영주님과의 아이를 낳았답니다. 그 아이는 마가렛타를 쏙 닮아서 매우 아름다웠죠. 7살이 되던 해, 영주님은 마가렛타의 어릴적 모습을 닮은 아이에게 빠지고 말았습니다.”


7살의 아이의 엄마인 마가렛타는 그 해 20대였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다들 그렇게 일찍 결혼해서 일찍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마가렛타는 결코 늙은 여자는 아니었지만, 우유빛 피부를 가진 어린 딸에 비하면 늙은 아줌마라고 불렸을 것이다.


“영주님은 결국 어미를 꼭 닮은 그 딸은 여자로 좋아하기 시작했답니다. 마가렛타는 자기보다 아름다운 그 딸을 용서 할 수 없었죠.”


“윽,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지졸라는 견디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슈네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딸을 질투하고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밝혀지자, 영주님은 그녀에게 독약을 마시게 했습니다. 딸은 자기가 옆에 끼고 살면서요. 마가렛타는 그 해 21살이었다고 해요.”


“역겨운 이야기야.”


지졸라는 가차없이 말하면서 입을 틀어 막았다.

아마 그 구이드는 슈네에게 그 딸이 아버지와 어떻게 지낼지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인 세 사람은 그 후의 이야기를 알 것만 같았다.


“발데크의 마가렛타라는 말은 있어도, 그 후손에 대한 말은 없잖아요? 그만큼 마가렛타들은 수명이 짧았던 거죠. 구이드는 제게 말했죠.


‘아가씨,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닌가요? 마가렛타는 그 무지렁이들의 소굴에서 나와서 겨우 위에 섰지만, 자기 딸과도 싸워야 하는 비참한 삶을 살았어요. 그건 마가렛타가 되도 않는 것을 바랐기 때문이죠.’


저는 그게 무엇이냐고 물어봤답니다.


‘영원한 아름다움이죠. 꽃처럼 한철 시드는 게 아니라, 보석처럼 영원한 아름다움요. 당신은 두렵지 않나요? 당신도 더 이상 예쁘지 않으면, 새로운 꽃에 밀려날 거에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구이드는 그 풍습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안타깝게도 그를 고용한 사람은 그런 생각을 안했지만요.”

지졸라는 아세데프를 원망하듯이 보았다.

이제 보니 슈네를 이렇게 이상하게 만든 것은 구이드처럼 보였다.

아세데프가 비록 그런 구이드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슈네의 이야기로 구이드의 인상은 공감하지 못하는 악마처럼 비쳤을 것이다.

아세데프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마디도 끼어들지 않았다.

그 구이드의 말대로 아쉬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세데프도 질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슈네는 얕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저는 아직 시든 꽃이 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나요? 저는 비트휀이 저를 밀어내는 것을 견딜 수 없어요. 누구 하나가 화병에 꽂혀야 한다면 제가 될 거에요.”


“이봐.”


지졸라가 끼어들었지만 슈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는 오늘 비트휀이 그렇게 당한 게 잘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게 예거가 한 것이든 아니든, 제 의지와 크게 다를 게 없어요.”


소녀는 표독스러운 눈을 빛내면서 외부인들을 쏘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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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2-03. Snow=White (22) 20.05.25 30 0 12쪽
136 2-03. Snow=White (21) 20.05.20 37 0 11쪽
135 2-03. Snow=White (20) 20.05.19 22 0 14쪽
134 2-03. Snow=White (19) 20.05.18 36 0 13쪽
133 2-03. Snow=White (18) 20.05.15 25 0 15쪽
132 2-03. Snow=White (17) 20.05.14 26 1 11쪽
131 2-03. Snow=White (16) 19.09.09 50 0 14쪽
130 2-03. Snow=White (15) 19.08.29 30 0 11쪽
129 2-03. Snow=White (14) 19.08.28 23 0 11쪽
128 2-03. Snow=White (13) 19.08.27 35 0 14쪽
127 2-03. Snow=White (12) 19.08.11 58 0 13쪽
» 2-03. Snow=White (11) 19.08.02 34 0 12쪽
125 2-03. Snow=White (10) 19.07.31 45 0 14쪽
124 2-03. Snow=White (9) 19.07.30 33 0 12쪽
123 2-03. Snow=White (8) 19.07.29 42 0 11쪽
122 2-03. Snow=White (7) 19.07.22 43 0 12쪽
121 2-03. Snow=White (6) +2 19.07.07 85 0 11쪽
120 2-03. Snow=White (5) 19.07.01 37 0 14쪽
119 2-03. Snow=White (4) 19.06.24 60 0 13쪽
118 2-03. Snow=White (3) 19.06.21 39 0 13쪽
117 2-03. Snow=White (2) 19.06.20 59 0 13쪽
116 2-03. Snow=White (1) 19.06.19 97 0 9쪽
115 2-02. 그 손이 놓친 것: Epilogue. 미다스의 황금손 19.06.18 51 0 14쪽
114 2-02. 그 손이 놓친 것 (10) 19.06.17 47 0 17쪽
113 2-02. 그 손이 놓친 것 (9) 19.06.14 48 0 10쪽
112 2-02. 그 손이 놓친 것 (8) 19.06.13 41 0 12쪽
111 2-02. 그 손이 놓친 것 (7) 19.06.12 64 0 9쪽
110 2-02. 그 손이 놓친 것 (6) 19.06.11 44 1 11쪽
109 2-02. 그 손이 놓친 것 (5) 19.06.10 3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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