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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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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S
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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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6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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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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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3. Snow=White (6)

DUMMY

***

“수도에서 온 손님.”


검은 머리의 아름다운 소녀는 이불을 꼭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숲 속에서 추위와 두려움에 떨고 있던 소녀를 구해준 사람이 있었다.

체격이 좋고 키도 큰 검은 머리의 남자였다.

그 푸른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고, 몸에는 절도 있는 자세가 배어 있었다.

그 남자는 인상이 강하긴 했지만 미남인데다가 좋은 향기가 났다.

이런 시골에 사는 다른 남자애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좋은 냄새였다.


“남자한테서 그런 향기가 날 줄 몰랐어.”


역시 수도에서 오니까 향수라도 뿌리는 것일까?

소녀는 그 남자 외에도 한 여자와 아저씨가 같이 왔다는 사실은 잊어버렸다.

그런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괜찮았다.

소녀는 그저 자신을 묵묵히 업어준 멋진 신사에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광산이 폐쇄되면서 모든 아이들이 광산을 나왔지만, 정작 광산의 여신으로 추대된 마가렛타의 브뤼셀 진출은 사라졌다.

이번 대의 마가렛타였다는 슈네는 어째서인지 실패하고 돌아왔다.

비트휀은 그런 실패작보다 뛰어난 새로운 마가렛타였다.

브뤼셀이 나가지 못하게 되었지만 촌장의 아들이 쾨니히와 사귀는 소위 잘나가는 여자애.

하지만 비트휀은 이 마을이 아니라 브뤼셀에도 나가고 싶었다.

브뤼셀. 지금은 이 촌을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땅을 의미하는 단어.

그 잘생긴 남자는 브뤼셀에서 온 구원자나 마찬가지다.

이 아무것도 볼 것 없는 마을에서 비트휀을 진정한 마가렛타로 만들어줄 남자.


“언니는 그런 것을 보고 혼자 독차지하려고 했다는 거지?”


비트휀은 투덜거리면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아마 브뤼셀의 남자들은 다 저렇게 말끔하고 좋은 향기가 날 것이다.

촌놈들처럼 땀 냄새나 똥 냄새가 나지 않겠지.

비트휀은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것을 느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남자를 자신의 추종자로 만들고 싶었다.


“그 사람이 나한테 반해서 같이 나가자고 하면 어쩌지?”


비트휀은 고개를 들면서 콩닥거리는 가슴을 꽉 쥐었다.

브뤼셀에서 온 연애 소설도 보면 처음에는 다들 까칠하게 대하다가 반하지 않던가.

비트휀은 오후에 봤던 그 남자를 떠올리면서 몸을 뒤척였다.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그 남자는 3일 후에 이 마을을 떠난다.

3일이면 비트휀에게 반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지만, 비트휀은 확실하게 떠나고 싶었다.


“그럼 계기를 만들어야지!”


비트휀은 벌떡 일어났다.

먼 타지에서 온 왕자님을 만나기 위해 그녀는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


***


“아세데프는 또 어디로 간 거야?”


크라셴은 한숨을 쉬면서 옆으로 누워 빈 침대를 보았다.

정확히는 비어있는 침대가 아니었다. 그 침대에는 지졸라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모든 식구가 잠이 들자, 지졸라는 베개를 들고 그들의 방으로 왔다.

말만한 여자가 두 남자의 방에 들어오다니, 제정신이냐는 크라셴의 말에 지졸라는 대꾸했다.


‘그 때처럼 저 두고 갈까봐 감시하는 거잖아요!’


지졸라는 얄미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더니 말했다.


‘요정님은 남자로 생각하지도 않아요.’


사실 크라셴은 지졸라의 정조 따위를 걱정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정조를 걱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이 성가신 여자 없는 쾌적한 환경에서 잠을 자고 싶은 것 뿐이었다.


“그러게요. 혹시 아저씨가 우리 버리고 도망친 거 아니에요?”


“그럴 리가.”


크라셴은 코웃음을 치면서 그녀를 등을 지고 누웠다.

지졸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크라셴의 침대에 다가와 곁에 앉았다.


“어떻게 그걸 확신해요?”


지졸라의 질문에 크라셴은 머리를 긁적였다.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다가 대충 얼버무렸다.


“저번에 아세데프도 말했잖아. 계약되어 있어서 도망칠 수 없다고.”


“아, 물론 회사의 신뢰에 금이 가니 그런 일은 안하겠죠. 하지만 요정님 같은 양아치에게는 법도가 안 통하잖아요? 가끔은 본사로 곧장 도망쳐서 지원을 요청해야죠.”


지졸라는 ‘양아치’라는 말을 길게 늘어뜨렸다.

그 탓에 지졸라가 한 말은 더욱더 얄밉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졸라의 의도와 달리 크라셴의 반응은 뚱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 내가 양아치다.”


“아니다, 용사님인가?”


“장난치지 마라.”


“와, 이런 데에 반응하네.”


지졸라는 그저 재밌는지 큭큭 웃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게 있단 말이죠.”


“아, 뭔데.”


“무슨 종이를 만들면 불에 붙여서 폭발할 수 있죠?”


지졸라의 말에 크라셴은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 오기 전부터 줄곧 신경 쓰였던 것이 지졸라의 반응이었다.

지졸라가 어디서부터 들었는지, 그리고 그 말을 어디까지 믿을지 신경이 쓰였다.


“그 때, 그 구이드가 이상한 소리를 했잖아요? 인간이니, 마족이니. 모든 마족이 인간에게 친화적이지 않다고 말이죠. 마치···. 자기는 인간이 아닌 것처럼.”


‘다 들었잖아!’


크라셴은 자신이 등을 돌린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일순 떠오른 당황한 표정을 숨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졸라는 크라셴의 등에 제 엉덩이를 대고 앉아 중얼거렸다.


“그 나이 먹고 환상병이라니 참 안타깝죠?”


환상병. 수도에서 유행하는 말로 사춘기의 청소년이 자신의 세계에 빠져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것을 가리킨다.

주로 마왕성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을 나이를 지나서 아직도 그 믿음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지졸라는 정말로 그 구이드가 환상병이 걸린 거라고 믿는 걸까?


“그런데 말이에요, 그 강은 어떻게 그렇게 빛났을까요?”


‘완전히 의심하고 있잖아!’


크라셴은 지졸라가 알면서 딴청을 피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뭔가 알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그 뭔가를 정말로 믿는 게 분명하다.

자신이 신데렐라의 환생이고, 운명을 따른다고 믿는 여자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믿지 않을 사실을 받아들이고도 남을 여자였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자라.”


크라셴은 관심이 없는 척 졸린 목소리를 흉내 냈다.


“있잖아요. 요정님이 모르는 게 있어요.”


크라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요정님이랑 그 성벽에서 떨어질 때 요정님에게서 금색의 빛이 났어요. 그리고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죠. 그리고 성벽 밑에 떨어지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게요? 갑자기 아세데프 아저씨랑 어떤 여자 분이 공간을 찢고 나타난 거에요.”


“악! 그 놈이 다 말한 거야?”


지졸라의 말에 크라셴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보았다.

아세데프를 생각해서 비밀을 지키려고 했지만, 아세데프가 들킨 모양이었다.

지졸라는 크라셴의 반응에 어깨를 으쓱였다.


“이럴 줄 알았어요. 처음에는 그런건가? 했는데. 요정님 다 알고 있었죠?”


“뭐?”


“그 아저씨는 어두워서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던데. 저도 처음에야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지만, 저절로 불타는 종이나 빛나는 강을 보면 의심하죠.”


지졸라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크라셴을 비웃었다.

크라셴은 그제야 아차 하고 이마를 짚었다.


“그 아저씨랑 구이드랑 뭔가 이상한 단체랑 엮인 거죠? 사이비? 말도 안 될 정도로 좋은 것을 들고 오는 단체 뒤에는 보통 사이비나 흑마술 단체가 있다고 하잖아요?”


“아.”


크라셴은 지졸라가 어째서 의심했는지 알 것 같았다.

지졸라는 요정을 믿을 만큼 순진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인의 경험이 풍부해서 좋은 것은 일단 의심하고 보는 조심성 많은 사람이었다.


“흑마술 단체 같은 거 맞죠?”


하지만 그 현실성이 오히려 마왕성에서 멀어지게 했다.

수도에서 한창 경계중인 사이비 단체로 오인한 모양이었다.

크라셴은 김이 빠져서 한숨을 쉬었다.


“그런 거 맞아.”


마왕성이 마왕의 소굴이라면 대충 흑마술 단체와 비슷한 것일 터였다.


‘그 인간이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날뛰겠지만.’


어차피 악당의 소굴이나 흑마술 단체나.

크라셴은 그저 피곤해졌다.

지졸라에게는 아직 환상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아서 이런 가정이 떠오르는 것일 터였다.


‘아니, 그 꿈을 봐도 지졸라는 마약했냐고 그러겠지.’


크라셴은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 마음이 편해졌다.

지졸라는 제 턱을 쓸면서 크라셴을 의심스럽게 보다가 말했다.


“그럼 우리 이렇게 따라가도 되는 거에요? 아무리 요정님이 기사였어도 그런 조직에 엮이면 커리아 말짱 도루묵 되는 거 아니에요?”


“까짓 거 뒷골목 패거리 되는 거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크라셴의 반응에 지졸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뒷골목 패거리로 끝날 일이 아니에요! 흑마술 단체는 암흑가의 조직이라고요! 세상 알 것 다 아는 분이 무서운 소리를 하네.”


지졸라의 말에 크라셴은 피식 웃었다.

차라리 그런 게 더 귀여워 보일 지도 모른다.

마왕성은 세계를 나눠서 관리하는 더 큰 조직이었다.

조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일까? 크라셴도 조금 머리가 복잡해졌다.


“지졸라, 넌 외계인 같은 거 믿어?”


“외계인요? 다른 별에서 사는 거요?”


지졸라는 어이없다는 듯이 크라셴을 쏘아 보더니 말했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디에 있어요?”


크라셴은 다시 드러누웠다. 지졸라 때문에 고민했던 게 괜한 짓 같았다.

지졸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크라셴의 어깨를 꽉 잡아 끌어당기려 했다.


“아니, 요정님, 제 말 들으라니까요! 빛나는 강을 보고 느꼈어요. 위험하다고요! 아저씨만 없을 때 우리끼리 도망쳐요! 아니면 작전을 짜던가!”


“어, 그래.”


“와, 이 분이 어려서부터 전쟁만 했더니 현실감각도 없나봐.”


지졸라는 갑갑해 하면서 크라셴의 팔뚝을 때렸다.

돌덩이 같은 그녀의 주먹에 크라셴은 아파 죽을 것 같았다.


“아! 좀! 네가 때리면 살인이라고!”


“꺅!”


누군가가 높은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지졸라와 크라셴은 놀라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보았다.

흰 원피스 잠옷을 입은 소녀가 눈을 가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저는 아무것도 못봤어요!”


소녀는 후다닥 사라졌다.

지졸라와 크라셴은 의아해하면서 서로를 보았다.

어느새 지졸라가 크라셴의 위에 올라타서 멱살을 잡고 끌어당기고 있었다.

소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단단히 오해한 게 분명했다.


“뭐야.”


크라셴이 투덜거리자 지졸라는 그제야 멱살을 놓고 한숨을 쉬었다.


“아, 몰라요. 너무 자극적이었나 보죠.”


“뭐가? 네 돌주먹이?”


“아, 됐어요. 요정님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가 아저씨의 정체를 밝힐 거에요. 아세데프 그 아저씨, 세계적인 존재가 된 데에는 뭔가 구린 배후가 있을 거에요.”


“뭐, 뭐?”


“이 멍청하고 순진한 요정님, 잘 자요.”


지졸라는 엄청난 소리를 하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크라셴은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지졸라가 무슨 소리를 한 것인지 깨달았다.

방을 떠나는 지졸라를 보며 크라셴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세데프가 위험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8 [탈퇴계정]
    작성일
    19.07.18 17:46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8 컨트롤S
    작성일
    19.07.22 21:02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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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2-03. Snow=White (22) 20.05.25 30 0 12쪽
136 2-03. Snow=White (21) 20.05.20 37 0 11쪽
135 2-03. Snow=White (20) 20.05.19 22 0 14쪽
134 2-03. Snow=White (19) 20.05.18 36 0 13쪽
133 2-03. Snow=White (18) 20.05.15 25 0 15쪽
132 2-03. Snow=White (17) 20.05.14 26 1 11쪽
131 2-03. Snow=White (16) 19.09.09 50 0 14쪽
130 2-03. Snow=White (15) 19.08.29 30 0 11쪽
129 2-03. Snow=White (14) 19.08.28 23 0 11쪽
128 2-03. Snow=White (13) 19.08.27 35 0 14쪽
127 2-03. Snow=White (12) 19.08.11 59 0 13쪽
126 2-03. Snow=White (11) 19.08.02 34 0 12쪽
125 2-03. Snow=White (10) 19.07.31 45 0 14쪽
124 2-03. Snow=White (9) 19.07.30 33 0 12쪽
123 2-03. Snow=White (8) 19.07.29 42 0 11쪽
122 2-03. Snow=White (7) 19.07.22 43 0 12쪽
» 2-03. Snow=White (6) +2 19.07.07 86 0 11쪽
120 2-03. Snow=White (5) 19.07.01 37 0 14쪽
119 2-03. Snow=White (4) 19.06.24 60 0 13쪽
118 2-03. Snow=White (3) 19.06.21 39 0 13쪽
117 2-03. Snow=White (2) 19.06.20 59 0 13쪽
116 2-03. Snow=White (1) 19.06.19 97 0 9쪽
115 2-02. 그 손이 놓친 것: Epilogue. 미다스의 황금손 19.06.18 51 0 14쪽
114 2-02. 그 손이 놓친 것 (10) 19.06.17 47 0 17쪽
113 2-02. 그 손이 놓친 것 (9) 19.06.14 48 0 10쪽
112 2-02. 그 손이 놓친 것 (8) 19.06.13 41 0 12쪽
111 2-02. 그 손이 놓친 것 (7) 19.06.12 64 0 9쪽
110 2-02. 그 손이 놓친 것 (6) 19.06.11 44 1 11쪽
109 2-02. 그 손이 놓친 것 (5) 19.06.10 4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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