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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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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S
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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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3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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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3. Snow=White (9)

DUMMY

비트휀은 필사적으로 크라셴의 다리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비트휀의 이야기를 듣는 두 사람의 표정은 그리 충격을 받은 것 같지 않았다.

지졸라는 싸늘한 눈으로 비트휀을 내려 보았고, 크라셴도 눈만 가늘게 뜰 뿐이었다.


“제 이야기를 듣고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겠죠? 슈네, 그 애는 완전히 마녀가 되어서 돌아왔다고요! 이 거울만 해도 그래요! 누가 방에 거울을 잔뜩 넣어 놔요?”


비트휀의 지적에 크라셴은 지졸라를 보았다.

지졸라는 크라셴의 눈빛에 얼굴을 찡그리면서 쫑알거렸다.


“요정님, 저는 나를 궁지에 몰아놓은 사람을 찌를지언정 거울로 저주하는 미신은 믿지 않아요.”


“아, 그랬지.”


크라셴의 감흥 없는 반응에 비트휀은 다급해졌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여행자들은 반드시 그녀에게 연민을 느꼈다.

슈네와 비트휀의 집에 여행자들이 머무는 일은 한 두 번은 아니었다.

이 마을의 거의 모든 집은 여행자들에게 관대했고, 여행자들을 묵게 했다.

비트휀의 집에서는 비트휀이 여행자들에게 식사를 가져다 주거나 시중을 들어 주었다.

그럼 여행자들은 비트휀에게 용돈을 쥐어주곤 했던 것이다.

여태까지 들리는 여행자들은 대체로 가난하거나 별 볼일 없는 평민들이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아무리 봐도 수도에서 온 이 남자는 귀족이거나 돈이 많은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깨끗한 옷이나, 말끔한 생김새는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거기다가 구이드를 데리고 다니다니.

귀족의 자제들이나 가능한 것이었다.

비트휀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는 이 여행자의 눈에 들어서 이 망할 발데크를 탈출해서 브뤼셀로 가고 싶었다.

비트휀의 가녀리고 촉촉한 눈망울에도 크라셴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건 구이드인 아세데프에게 맡겨야 한다니까.”


“구이드는 안 돼요!”


비트휀은 소리를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을 사람들은 구이드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 귀족 여자가 고용해서 마을의 풍습을 알린 사람이 구이드니 말이었다.

물론 그 후로 구이드들이 마을에 돈을 많이 쓰고, 축제를 홍보해줘서 그나마 희석되었다.

하지만 비트휀은 구이드는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구이드는 발데크의 마가렛타를 욕했다고요! 아동학대? 라고 하면서 말이에요.”


“그거 틀린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크라셴의 말에 비트휀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말하면 출세의 기회였던 마가렛타의 진출을 놓친 비트휀을 동정할 줄 알았다.

하지만 크라셴은 비트휀의 처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지졸라도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아무리 봐도 발데크의 마을 사람들이 잘못한 거 아니야? 7살짜릴 어린 애를 술집에서 일하게 하고 귀족의 애인으로 보내다니. 여자애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크라셴은 지졸라의 말을 듣고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졸라를 왕자비로 만들어서 출세의 수단으로 쓰려고 했던 아버지도 똑같지 않은가.

그 아버지들이 여럿 모인 게 발데크의 어른들이라니, 질이 나쁘기는 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가능성이 있는 한 명이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준 거잖아요! 무려 영주님의 애첩이 된다고요! 정실처럼 영지 일을 하지 않고도 배부르고 쉽게 살 수 있어요!”


“우웩.”


지졸라는 헛구역질을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십대 중반의 여자아이가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여자아이들은 자신을 구해줄 왕자님을 만나서 결혼해서 가난을 탈출하길 바란다.

새 언니들이나 마녀 같은 왕비가 아니라도 구질구질하고 가난한 가족들에게 평생 고생하고 싶지 않았다.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시집을 가서 다른 성을 쓸 계집애라면 미모가 한창 물오를 십대 중반에 시집을 가서 시댁의 단물을 빠는 게 나았다.

그런 점에서 슈네와 비트휀의 부모들은 처음에 얼마나 그들의 딸이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슈네는 비록 여자 귀족이었지만 브뤼셀에 갔고, 몇 년이나 있었다.

그 시간 동안에 남자 귀족이라도 붙잡았으면 좋았으련만, 헛바람이 들어 실패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실망하려는 찰나, 비트휀이 새로운 마가렛타로 뽑혔다.

브뤼셀은 가지 못해도 촌장의 아들 쾨니히와 사귄다.

그것만으로도 이 집은 축복을 받은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쾨니히를 차고 비트휀이 브뤼셀로 도망가려는 것을 모르지만 말이었다.


“어째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거에요? 기사님, 저 여자 미쳤어요?”


그런 생각이 판치는 마을에서, 지졸라의 반응은 이상하긴 했다.


“말 조심해. 내가 이래봬도 왕자비가 될 뻔 했단 말이야.”


스스로 그 자리를 차고 나와 버렸지만.

크라셴은 새삼 그녀의 결정이 궁금했다.


“왕자님은 왜 거절하고 온 거야? 네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왕자비인데.”


“왕자비보다 마왕의 왕후가 낫다 싶어서요.”


“그러니까, 제 말을 들어줘요!”


비트휀은 두 사람의 관심이 그녀에게서 멀어지자 얼른 소리쳤다.


“제가 불쌍하지도 않으세요? 언니가 저를 죽도록 괴롭힌다니까요? 이러다가 전 발데크에서 죽고 말 거에요!”


“그래서 어떻게 해주면 좋겠는데?”


지졸라의 반문에 비트휀은 그녀를 노려 보았다.

반응을 해주길 원하는 쪽은 지졸라가 아니라 크라셴이었다.

크라셴은 여전히 나 몰라라 하고 비트휀을 뿌리쳤다.


“나는 아세데프가 왔는지나 확인 할란다.”


“저를 지켜주세요, 기사님! 그 악랄한 마녀를 어떻게 처치해 주세요! 그리고 저를 발데크에서 브뤼셀로 데려가 달라고요!”


크라셴은 이마를 짚었다. 이래서 비트휀이 나타날 때부터 골치가 아팠던 것이다.

그와는 전혀 상관 없는 사사로운 문제에 휘말릴까봐.

지졸라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비트휀에게 말했다.


“그럼 네 언니를 죽여 달라는 소리니?”


지졸라의 질문에 비트휀은 머뭇거렸다. 그 간악한 슈네가 어떻게 되는 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비트휀은 ‘죽여 달라’고 말하면 뭔가 안 좋은 일에 빠질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적어도 이 속을 알 수 없는 여자에게 부탁하면 말이었다.


“그, 그런 게 아니에요. 저를 지켜 달라고요. 축제가 끝나는 날, 마차를 타고 같이 떠나자는 소리였어요.”


“축제가 끝날 때까지 여기에 있지 않을 건데?”


지졸라는 그저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축제가 3일 후에 끝나는데요? 3일간 갇혔다는 건 그 의미에요.”


비트휀의 말에 크라셴과 지졸라는 서로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세데프가 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가?

두 사람은 아세데프의 무책임함에 인상을 썼다.

축제에 대해 말할 필요는 없었지만 왜 그런 큰 이벤트도 말 안하나 싶었다.

두 사람은 투덜거리면서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을 욕할 때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뭐지?”


크라셴은 귀를 쫑긋거리면서 방을 뛰쳐나갔다.

비트휀은 인상을 쓰면서 크라셴을 따라 뛰어나왔다.


“그러니까, 기사님! 어? 거기는 내 방인데?”


크라셴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발을 멈췄다.

그는 아세데프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고 나온 것이었다.

비트휀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자기 방의 문을 활짝 열었다.


“세상에!”


비트휀은 문 안에 벌어진 상황을 보고 제 얼굴을 마주 잡았다.


“왜요, 무슨 일인데요?”


지졸라는 의아해 하면서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왔다.

비트휀의 방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옷장은 모두 열려서 옷이 널부러져 있었고, 창의 유리는 깨져 있었다.

바닥에는 커다란 사슴이 피를 흘린 채로 쓰러져 있었다.

그 사슴의 몸통에서 붉은 살덩어리가 튀어나와 있었다.

크라셴은 인상을 쓰면서 비트휀의 눈을 가렸다.

하지만 비트휀은 안색이 새하얗게 변해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꺄아악!”


비트휀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온 집안을 흔들었다.

비트휀의 비명소리를 듣고 그녀의 부모님이 놀라서 그녀에게 달려왔다.


“무, 무슨 일이냐!”


“엄마! 아빠!”


비트휀은 크라셴의 손을 떨치고 부모님에게 달려가 안았다.


“무슨 일이니? 뭐야, 저 사람이 그랬어?”


비트휀은 고개를 저으면서 훌쩍였다.

남자는 크라셴을 노려보다가 비트휀을 안쓰럽게 보았다.


“이보세요. 왜 우리한테 부라려요? 우리도 소리가 나서 이쪽ㅇ로 온 거라고요.”


지졸라는 인상을 팍 쓰면서 남자에게 따졌다.


“저 사슴을 우리가 잡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 그만해.”


크라셴은 한숨을 쉬면서 지졸라를 막았다. 지졸라의 그런 태도가 더 반감을 살 텐데.


“요정님,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뒤집어써요. 아, 알았다. 요정님 평소에도 자기 일 아닌데 가만히 있어서 그렇게 욕을 얻어 먹은 거죠?”


지졸라의 지적에 크라셴은 아무런 대답도 안했다.

그게 사실이라고 할 지라도 이 상황에서 말할 필요가 없었다.

남자는 그들을 쏘아보다가 방 안에 들어갔다.

바닥에 넝마 조각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게다가 그 넝마조각 위로 온갖 하얀 가루고, 물이고 쏟아져 있었다.

거기다가 심장이 뽑힌 사슴의 피까지.

어두워서 잘 볼 순 없었지만 넝마 조각은 색깔이 알록달록한 드레스 같은 것처럼 보였다.


“이건, 예거가 한 짓이야···. 죄송합니다. 의심을 해서.”


남자는 허리를 굽혀 굽신거리면서 말했다.

비트휀은 훌쩍이면서 엄마의 품에 더 파고 들었다.

여자는 남자의 말을 듣자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예거 이 녀석. 보자보자 했더니 이제 선을 넘네?”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 때 누군가가 달려왔다. 아세데프가 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그는 여자의 품에 안긴 아이를 보았다. 무척이나 놀란 모양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슈네가 시킨 거야!”


비트휀이 소리를 빽 질렀다.

여린 소녀의 몸에서 쇳소리처럼 날카로운 소리가 나자 세 사람은 움찔했다.


“화장품도 다 쏟아 놓고! 슈네가 그랬을 거야! 오늘 축제에 가야 있는데 어떻게 해요?”


“슈네 이것은 어디 한눈만 팔면 사고를 쳐!”


아세데프는 그들의 눈치를 보다가 지졸라와 크라셴을 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냐는 추궁의 눈이었지만 지졸라와 크라셴은 입을 다물었다.

비트휀의 아버지는 한숨을 쉬면서 세 손님에게 말했다.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서 유감스럽군요. 죄송합니다.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일단 방에 돌아가 주시겠어요? 아침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시간도 이렇게 되었으니까요.”


남자가 밀어내자 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방을 나왔다.

남자는 양몰이 하듯 세 사람을 그들의 방에 밀어넣고는 문을 닫았다.

문 안에서 아직도 시끄럽게 빽빽거리는 소녀와 달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졸라는 그저 신경 쓰이는지 문을 살짝 열고 훔쳐보았다.


“거참, 시끄럽네.”


복도 끝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슈네가 짜증이 잔뜩 난 얼굴로 문을 열고 나왔다.

언제 돌아왔는지 슈네는 말짱한 얼굴이었다.


‘저 거울이 있는 방에서 나온 건가.’


지졸라는 흥미진진하게 슈네를 보았다.

슈네는 지졸라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슈네는 싸늘하게 지졸라를 보더내 고개를 홱 돌렸다.


“뭐야?”


슈네는 숄을 어깨에 둘렀다. 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


“그만 훔쳐보게.”


아세데프는 한숨을 쉬면서 문을 닫았다.

그러자 밖의 일은 없었던 것처럼 조용해졌다.


“여기에 머무는 게 잘못 되었던 거에요.”


지졸라는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어제 그 애가 숲에서 길을 잃게 된 이유가 언니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짐을 빼고 딴 집을 찾았어야 했다고요.”


지졸라의 말에 크라셴도 이번만큼은 동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집에서 머물러야만 했다.

괜히 사이 나쁜 가족의 집에 끼어서 알지도 않아도 되는 일을 알았으니까.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아세데프는 그저 아까 일어난 일이 궁금했다.


“내게 설명을 좀 하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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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2-03. Snow=White (22) 20.05.25 30 0 12쪽
136 2-03. Snow=White (21) 20.05.20 37 0 11쪽
135 2-03. Snow=White (20) 20.05.19 23 0 14쪽
134 2-03. Snow=White (19) 20.05.18 37 0 13쪽
133 2-03. Snow=White (18) 20.05.15 25 0 15쪽
132 2-03. Snow=White (17) 20.05.14 27 1 11쪽
131 2-03. Snow=White (16) 19.09.09 50 0 14쪽
130 2-03. Snow=White (15) 19.08.29 30 0 11쪽
129 2-03. Snow=White (14) 19.08.28 23 0 11쪽
128 2-03. Snow=White (13) 19.08.27 35 0 14쪽
127 2-03. Snow=White (12) 19.08.11 59 0 13쪽
126 2-03. Snow=White (11) 19.08.02 34 0 12쪽
125 2-03. Snow=White (10) 19.07.31 45 0 14쪽
» 2-03. Snow=White (9) 19.07.30 34 0 12쪽
123 2-03. Snow=White (8) 19.07.29 42 0 11쪽
122 2-03. Snow=White (7) 19.07.22 43 0 12쪽
121 2-03. Snow=White (6) +2 19.07.07 86 0 11쪽
120 2-03. Snow=White (5) 19.07.01 37 0 14쪽
119 2-03. Snow=White (4) 19.06.24 60 0 13쪽
118 2-03. Snow=White (3) 19.06.21 40 0 13쪽
117 2-03. Snow=White (2) 19.06.20 59 0 13쪽
116 2-03. Snow=White (1) 19.06.19 97 0 9쪽
115 2-02. 그 손이 놓친 것: Epilogue. 미다스의 황금손 19.06.18 51 0 14쪽
114 2-02. 그 손이 놓친 것 (10) 19.06.17 47 0 17쪽
113 2-02. 그 손이 놓친 것 (9) 19.06.14 48 0 10쪽
112 2-02. 그 손이 놓친 것 (8) 19.06.13 41 0 12쪽
111 2-02. 그 손이 놓친 것 (7) 19.06.12 64 0 9쪽
110 2-02. 그 손이 놓친 것 (6) 19.06.11 44 1 11쪽
109 2-02. 그 손이 놓친 것 (5) 19.06.10 4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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