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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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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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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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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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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3. Snow=White (15)

DUMMY

“슈네가, 자네 잘못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아세데프는 어이가 없어서 한숨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독하게 변한 이유가 친구인 로지테일에게 있었다니.


아세데프는 한숨을 쉬면서 이마를 짚었다. 크라셴은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한창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정말로 마왕성과 관련된 사람이 관여되었을 줄 몰랐다.


“그러니까, 로지테일 씨가 문제를 일으킨 거라고요?”


“문제라니. 그냥 거울의 기운이 크게 느껴져서 이 마을에 온 거야. 아직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해결하려고 한 거지.”


“문제라면 이미 일어났네.”


아세데프의 말에 로지테일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세데프와 크라셴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로지테일을 다시 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모이자 로지테일은 그저 궁금한 모양이었다.


아세데프는 한숨을 겨우 참으면서 슈네와 비트휀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을 털어놓았다.


그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로지테일은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이미 거울이 방에 가득 찼단 말이야? 슈네는 원래 그런 애가 아니었는데!”


“그 거울은 대체 무엇인가?”


“뭐냐니. 그 순간 가장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거울이야. 슈네가 발데크로 간다고 하길래 꿈을 잃지 말라고 거울을 준 거라고. 원래는 손거울만큼 작았어!”


“그게 그만큼 커진단 말이야?”


“생각보다 진전이 너무 빠른걸.”


로지테일은 입술을 깨물면서 중얼거렸다.


크라셴은 아까부터 로지테일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로지테일은 마왕성의 관계자가 아닌 것 같았지만, 마왕성에 대해 알았다.


크라셴은 일단 그녀의 정체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세요? 평범한 영주가 아닌 것 같은데.”


“어머, 그게 궁금하니?”


“이번 일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하셨잖습니까. 누구인지는 알아야죠.”


로지테일은 그런 크라셴이 당차다는 눈빛이었다.


아세데프의 마왕성이 어떤 존재인줄 안다면 자기의 존재를 알아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텐데.


로지테일은 입술에 미소를 띄우면서 말했다.


“너는 마왕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니?”


“마왕이라는 존재가 마족이라는 생명체와 사는 나라라는 것 정도는 압니다.”


“많이 모르네!”


“로지테일, 저 젊은이에게 쓸 데 없는 걸 알려줄 필요는 없어.”


“아까는 다 말해도 괜찮은 것처럼 말하더니?”


로지테일은 아세데프의 찡그린 표정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아세데프가 말리듯이 말하자 로지테일은 오히려 말하고 싶어 죽겠다는 듯이 웃었다.


“사실 마왕성은 단순히 마왕의 세계가 아니야. 이 세계, 저 세계의 틈 사이를 이동하면서 약소 종족의 보호를 맡는 이동식 정부지.”


“세계?”


크라셴은 로지테일의 생소한 설명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로지테일은 냅킨에 볼펜으로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세계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냅킨 위에는 동그란 그림이 그려졌고, 위에는 ‘세계 1’ 이라고 쓰였다.


그리고 그 옆에 다른 동그라미가 만들어졌고 그 위에는 ‘세계 2’라고 적혔다.


로지테일은 대여섯개의 동그라미를 그리더니 알겠냐는 듯이 그를 보았다.


“시간과 공간의 강을 두고, 서로 다른 시간선, 다른 공간을 공유하는 세계들이 무수히 많아. 마치 우주 위에 떠 있는 별들과 같지. 그런 우주가 한 두 개가 아니란 거야. 이 순간에도 똑같은 좌표에는 다른 찻집, 다른 사람들이 산다는 거지.”


로지테일은 크라셴의 혼란한 눈빛을 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쉽게 말하면, 너희들의 마왕 용사 소설에 나오는 개념인 거야. 마왕을 잡으려면 마계로 가야하잖아? 특수한 문을 넘어서. 천사들의 세계도 가려면 특수한 관문이 필요하고.”


“음, 네.”


크라셴은 대충 알 듯 말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릴 때는 그런 모험담을 많이 읽었던 것 같긴 했다.


하지만 8살 이후로는 기사 준비에만 신경을 썼고, 그 이후로도 공부만 해왔다.


사춘기 때에도 그런 책들을 읽을 여력이 없었던 것이었다.


“뭐, 어쨌든 그런 문들을 관리하는 게 마왕성과 천계 관리국이야.”


또 뭔가 어마어마한 게 나왔다.


마왕성이라는 개념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제는 천계 관리국이라는 곳도 있단다.


크라셴은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천계 관리국요?”


“그런 이야기를 머리 아프게 다 설명하나?”


아세데프도 괜한 소리를 한다는 듯이 로지테일을 말렸다.


하지만 로지테일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왜, 용사님이 이 세계에 대해 더 알면 좋잖아?”


“쓸 데 없는 것까지 알려주지 않아도 되네.”


“일단 용사님, 모든 세계는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이 분리되어 있지. 무거운 공기와 가벼운 공기 때문에 바람이 만들어져. 그건 이해가 돼?”


“네.”


“이 세계의 밖에는 무거운 것들로 이루어진 것이 마왕성, 가벼운 것들이 올라간 것이 하늘의 나라, 즉 천계 관리국이야. 마왕성은 인간의 소용돌이 치는 감정, 욕망처럼 묵직한 것을 에너지로 삼고, 천계 관리국은 인간의 신앙, 신념, 이상처럼 위로 떠오르는 것을 에너지로 삼지. 흔히 종교에서 말하는 선과 악의 대립이야.”


“선과 악의 대립. 그럼 마왕성은 악의 결정이라도 됩니까?”


“뭐, 그렇지.”


로지테일은 피식 웃으면서 아세데프의 눈치를 보았다.


아세데프는 그런 그녀가 그저 탐탁치않은 지 팔짱을 꼈다.


이렇게 로지테일이 정체에 대해 술술 부는 데도 가만히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터였다.


로지테일이 말하는 게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거나, 아니면 막을 힘이 없거나.


“어쨌든 마왕성은 선이라고 그어진 질서에서 벗어난 모든 것들을 다스리지. 그 개념을 넓게 봐서,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육체를 가진 종족들을 보호하고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 천계 관리국은 육체를 벗어난 영혼의 관리를 맡고.”


“그래서 개구리족과 같은 종족들에게 공간을 나눠 세계를 만들어주고, 다른 세계로 드나드는 것에 대해 통제를 한 거네. 참고로 로지테일은 인간이 아니야. 다른 세계의 종족이지. 가끔 힘이 있는 종족에게는 몇 가지 제약을 걸어 유희 비자를 준다네.”


“어머, 이제 말해버리네?”


로지테일의 눈이 웃었다.


아세데프는 그런 로지테일이 가증스럽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고는 설명을 이었다.


“로지테일은 드래곤의 아주 먼 친척이네. 이 세계에 관심을 가져서 자리잡고 있지만, 그것도 유희 비자를 통해서지.”


“유희 비자가 뭔데?”


“그 세계에 유희를 다닐 수 있도록 그 세계의 입국을 허가하는 증명서네. 유희 비자는 보통 500년 정도 하지.”


“500년.”


크라셴은 아세데프가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에 놀라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마왕성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점점 크게 들렸다.


고작 인간의 왕국의 왕이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영향력인 것이었다.


크라셴은 새삼 왕이 내린 명령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웠던가 생각했다.


“그런 대단한 세계가 왜 여기에서 사교육을 하는 거야?”


크라셴의 질문에 아세데프는 선수를 치며 말했다.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 마왕성의 정비와 운영을 위해서라고 말이야. 어쨌든, 로지테일은 마왕성의 시민이 아니고 그냥 내 친구야.”


“그런 셈이지.”


로지테일의 눈꼬리가 가늘어지면서 웃음이 떠올랐다.


아세데프는 그런 표정이 그저 싫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세데프는 뒷목을 쓸더니 미간을 짚으면서 말했다.


“그래, 우리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로지테일. 우리는 천계 관리국과의 조약으로 함부로 이 곳에 영향을 줄 수 없네. 로지테일이 우리와 계약을 해야 해.”


“좋아. 이번 의뢰를 마왕성에게 맡기겠어. 그러니까 거울 찾는 것을 도와줘.”


로지테일과 아세데프의 대화에 크라셴은 그제야 지금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떠올렸다.


마왕성의 엄청난 설명을 듣다 보니 지금 골머리를 앓는 것을 잊은 것이었다.


아세데프는 제 턱을 문지르면서 말했다.


“그건 어렵지 않아. 공교롭게도 우리가 머무는 집에 그 거울이 있는 것 같거든.”


“어머, 우연이네!”


로지테일은 손뼉을 치면서 기뻐했다.


그 작은 손거울을 찾을 수고를 덜었다는 것에 안심한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려고?”


크라셴의 질문에 아세데프와 로지테일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제 막 마왕성의 비밀을 알게 된 젊은이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아세데프는 로지테일에게 눈짓을 하더니 말했다.


“거울이 그만큼 번식했다는 것은 슈네의 주변도 그리 안전하지 않다는 거네. 아마 높은 확률로 비트휀이 위험할 거네.”


“비트휀? 그 동생이?”


“슈네는 단 하나의 마가렛타가 되려고 비트휀과 경쟁하는 사이가 아닌가. 아마 비트휀에게 저주를 걸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지.”


“언제는 거울로 거는 저주가 없다며.”


“평범한 거울일 때 하는 소리였지.”


아세데프는 혀를 차면서 그 때 말한 것에 대해 번복했다.


크라셴은 얼어붙은 지졸라를 흘긋 보았다.


마법과 관련된 일은 아세데프와 로지테일에게 맡기면 되는 일이었다.


지졸라를 데리고 비트휀을 지키는 일을 한다면 지졸라의 관심도 마왕성에서 옅어질 것 같았다.


“알았어. 그럼 나랑 지졸라가 비트휀을 지키는 일을 할게.”


“말이 통하는 친구라 다행이군.”


“아무래도 지졸라가 걱정되니까 말이야.”


크라셴의 말에 로지테일은 그저 웃음을 터뜨렸다.


“왜요. 당신은 알아도 되는데 이 여자는 알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요?”


“지졸라가 만약 정말 마왕이 있는 것을 알면 죽어도 아세데프를 쫓아올 겁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아세데프를 인질로 해서 마왕을 잡으려고 들지도 몰라요. 그러면 아세데프의 경호원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고, 큰 일이 생길 겁니다.”


“그런 것을 걱정한 것이었나.”


아세데프는 그제야 이해한 모양이었다.


크라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도 개구리 왕성을 파괴하던 변호사의 모습이 선명했다.


지졸라가 아세데프에게 무슨 짓을 한다면 그보다도 더한 일을 벌일 것 같았다.


그럼 과연 마왕성이 그동안 연출한 모습을 계속 지킬 수 있을까?


“그건 나도 곤란하긴 하군. 자네가 우려할 일은 없겠지만 말이야.”


“무슨 소리야?”


“난 저번에 자네 때문에 변호사의 명함을 다 썼네.”


“뭐?”


“구이드의 특권을 잃었기 때문이네. 전에 말하지 않았나. 구이드가 더 이상 아니라고.”


“미친.”


크라셴은 저도 모르게 욕을 뱉고 말았다.


비장의 카드로 남겨뒀던 아세데프의 지갑을 쓸 수 없다는 소리였다.


“아세데프에게서 지갑을 빼면 그냥 약한 아저씨잖아.”


“하하, 그렇네.”


로지테일은 크라셴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든 더 큰 일이 터지기 전에 거울을 처리하도록 하세.”


아세데프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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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2-03. Snow=White (22) 20.05.25 30 0 12쪽
136 2-03. Snow=White (21) 20.05.20 37 0 11쪽
135 2-03. Snow=White (20) 20.05.19 22 0 14쪽
134 2-03. Snow=White (19) 20.05.18 36 0 13쪽
133 2-03. Snow=White (18) 20.05.15 25 0 15쪽
132 2-03. Snow=White (17) 20.05.14 26 1 11쪽
131 2-03. Snow=White (16) 19.09.09 50 0 14쪽
» 2-03. Snow=White (15) 19.08.29 30 0 11쪽
129 2-03. Snow=White (14) 19.08.28 23 0 11쪽
128 2-03. Snow=White (13) 19.08.27 35 0 14쪽
127 2-03. Snow=White (12) 19.08.11 58 0 13쪽
126 2-03. Snow=White (11) 19.08.02 33 0 12쪽
125 2-03. Snow=White (10) 19.07.31 45 0 14쪽
124 2-03. Snow=White (9) 19.07.30 33 0 12쪽
123 2-03. Snow=White (8) 19.07.29 41 0 11쪽
122 2-03. Snow=White (7) 19.07.22 43 0 12쪽
121 2-03. Snow=White (6) +2 19.07.07 85 0 11쪽
120 2-03. Snow=White (5) 19.07.01 37 0 14쪽
119 2-03. Snow=White (4) 19.06.24 60 0 13쪽
118 2-03. Snow=White (3) 19.06.21 39 0 13쪽
117 2-03. Snow=White (2) 19.06.20 59 0 13쪽
116 2-03. Snow=White (1) 19.06.19 97 0 9쪽
115 2-02. 그 손이 놓친 것: Epilogue. 미다스의 황금손 19.06.18 51 0 14쪽
114 2-02. 그 손이 놓친 것 (10) 19.06.17 47 0 17쪽
113 2-02. 그 손이 놓친 것 (9) 19.06.14 48 0 10쪽
112 2-02. 그 손이 놓친 것 (8) 19.06.13 41 0 12쪽
111 2-02. 그 손이 놓친 것 (7) 19.06.12 64 0 9쪽
110 2-02. 그 손이 놓친 것 (6) 19.06.11 44 1 11쪽
109 2-02. 그 손이 놓친 것 (5) 19.06.10 3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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