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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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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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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6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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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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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3. Snow=White (7)

DUMMY

“잠깐만! 너 뭔가 위험한 일을 저지를 생각은 아니지?”


크라셴은 침대에서 얼른 일어나 지졸라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지졸라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그를 흘긋 보았다.


“제가 위험한 짓을 할 사람으로 보여요? 실망이에요, 요정님.”


“실망이고 자시고, 넌 날 납치했잖아!”


크라셴은 아직도 그때의 일만 생각하면 몸서리를 쳤다.

왕자를 노리고, 제 손등에 독을 꽂고서 협상을 하는 치밀함.

아세데프의 시술을 마치고 나서도 한동안 온 몸이 아팠었다.

지졸라는 그 때 그를 한 번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세데프의 말을 듣자하니, 크라셴의 피는 다른 피로 다 갈아치웠다고 한다.

크라셴이 가지고 있던 원래 피는 한 방울도 없다면서 담담히 말하는 데 소름끼쳤다.


‘그렇다면 누구의 피로 바꾼 거야?’


수혈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없었지만, 그는 알지 못하는 한 가지 사실에 괜히 찝찝했다.


‘대체 누가 피를 준 거야?’


만약 유이오페 공작이 피를 제공했다면 평생을 두고 우려먹었을 일이었다.

한 방울만 그의 몸에 피가 들어갔어도, 공작은 온갖 놀림거리로 삼겠지.


‘마왕성의 누군가가?’


“요정님, 제가 그때 그랬던 것은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요. 그걸 이해해 준 적이 없잖아요.”


“그걸 내가 이해해야 해? 난 완전히 피해자야. 왕자놈이랑 관련 없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그 때의 일을 생각하자니 새삼 분노가 치밀었다.

왜 여태껏 화를 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었다.

그동안은 왕자를 제대로 엿 먹였다는 생각에 승리감이 도취되었던 모양이었다.

자기에게 엿을 먹인 지졸라를 관대하게 용서할 정도로 말이었다.

지졸라는 그런 크라셴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뚫어지게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죄송해요. 그건 제가 잘못한 일이에요. 제가 돌아서 홰까닥 한 거에요.”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크라셴은 고개를 저었다.

지졸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과를 받아주지 않으면서도, 그 일을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이게 과연 용서해준 것인가?

지졸라는 크라셴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기보다도 훨씬 미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지금은 아세데프가 문제라니까. 아세데프에게 그러면 너 정말 크게 다친다. 나니까 그 정도로 끝난 건 지 모르겠어?”


다른 사람이 말하면 생색내는 말이었지만 크라셴이 하는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요정님이 이상하긴 해요. 자기를 죽일 뻔한 사람을 용서해요? 아니, 구하려고 뛰어들다니 보통 미친 게 아니지.”


지졸라의 지적에도 크라셴은 그저 아세데프의 안위에 모든 신경이 곤두 서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잖아. 독살 당할 뻔한 일은 예전에도 여러 번 있었어.”


크라셴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졸라가 아세데프를 건드리면 골치가 아프다고.’


아세데프가 아무리 흉악한 마왕성의 간부라고 하지만, 그는 어이없을 정도로 약했다.

아무런 마법 지식이 없는 기사에게도 납치되지를 않나, 가시나무에 찔려서 죽을 뻔했지 않나.

게다가 개구리들에게도 붙잡혀 갈 정도로 어이없이 약했다.

이런 그를 보고 누가 마왕성의 간부라고 생각하겠는가.

아세데프가 믿고 다니는 것은 그의 지갑 뿐이었다.

문제는 바로 그 지갑이었다.

아세데프가 직접 불러야만 소환되는 단점이 있지만, 그에게는 무시무시한 뒷배가 있다.

지졸라가 만약 아세데프를 납치해서 문제를 일으킨 다면, 조금의 틈만 줘도 그는 변호사를 불러낼 것이다.

그 변호사는 아세데프의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날 뛸 것이다.

개구리 왕성에서 성을 무너뜨리듯이 그 일대를 파괴하고, 큰 사건을 만들겠지.

그것은 곤란한 일이었다.

크라셴은 조용한 여행이 하고 싶었다.

마왕성의 무시무시한 깡패 같은 변호사와 여행을 다니는 것은 사양이었다.


“난 말이야, 진짜 평화로운 여행을 하고 싶다고.”


“지금 그런 말 하게 생겼어요? 그 아저씨가 우리를 사이비 교단에 데려갈지도 모르는 데요?”


“아니, 가만히 두면 그런 일이 생기지는 않을 거야. 아세데프를 괜히 자극하지 마. 그 아저씨 뒤에는 흉악한 것들이 있어.”


“설마 그 암흑 집단에 폭력 조직까지 얽혀 있어요?”


마왕성을 왕국식으로 설명하면 그렇게 되는 것인가?

크라셴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스케일이 큰 조직이 있다는 것을 알면, 그녀는 어떻게 반응할까?

그녀가 지나치게 용감한 사람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너도 왕자님을 만나려면 무난하게 가는 게 낫지 않아?”


“요정님은 정말 따분한 소리를 하는 군요.”


크라셴은 인상을 팍 썼다.

따분하고 자시고, 다시는 그런 초자연적인 모험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냥 순탄히 갈 수 있는 여행을 구태여 미친 여자애의 꿈속에 들어가거나, 개구리의 죄수가 되거나, 가시나무의 용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안전을 바라는 것이 따분한 거라면, 따분한 인간이 되고 싶었다.

비록 왕자의 총애(?)를 두고 뛰쳐나왔어도 그는 안전한 게 좋았다.


“난 안전한 것을 추구하는 거라니까.”


“어휴, 이렇게 나올 거에요? 제가 요정님을 구해주려니까?”


“내가 괜찮다고 하잖아!”


두 사람은 옥신각신했다. 지졸라는 그의 말에 그저 콧방귀를 뀌면서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그 뒤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지졸라와 크라셴의 자극적인 장면에 도망쳤던 소녀였다.

소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양 손을 꼭 말아쥐고 있었다.


“어머, 아가야. 잘 시간 아니니? 자지 않고 뭐하니? 넌 자러 간 줄 알았는데?”


“저, 저···. 저를 구해주세요!”


지졸라는 눈썹을 치켜 올리면서 크라셴을 보았다.

크라셴도 영문을 모를 구조 요청에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저를 언니로부터 구해주세요!”


***


“이미 애인이 있었을 줄이야.”


비트휀은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중얼거렸다.

수도에서 온 그 남자와 그 여자가 보이는 장면에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 건 실수였다.

이런 촌뜨기 같은 모습을 보고 그 남자가 얼마나 비웃겠는가.

비트휀은 한 번도 마을을 떠나지 않은 것에 콤플렉스가 있었다.

완벽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소녀도, 브뤼셀에 데뷔하지 않은 것은 흠이었다.

아무리 새로운 마가렛타라고 해도 브뤼셀을 가보지 못하다니.

수도에서 온 남자는 그녀를 브뤼셀로 데려갈 왕자님 같은 사람일 것이다.

비트휀은 놀란 가슴을 가라앉혔다.

그런 얼뜨기 같은 모습을 보였으니 그 남자를 꼬시기는 글렀다 싶었다.

거기다가 그를 덮치던 그 여자는 성격이 장난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럼 작전을 바꿔야지.”


비트휀은 침대에서 내려와 남자의 방으로 다시 향했다.

그녀의 매력만으로 유혹할 수 없다면 그녀가 처한 상황으로 동정심을 사면 된다.

그들은 비트휀을 업고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오늘 슈네가 얼마나 히스테릭한 지 봤으니, 비트휀을 딱하게 여길 것이다.

언니의 질투를 사서 숲에 버려진 가련한 소녀.

누구라도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서 같이 마을을 나가자고 할 터였다.

슈네를 질투심에 눈이 먼 마녀같은 여자애로 몰아가는 것은 쉬웠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슈네를 좋아하지 않는다.

슈네가 비트휀을 질투하여 온갖 투기를 부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슈네의 추종자인 예거를 이용해서 비트휀을 괴롭힌다.

예거는 덜떨어진 사냥꾼이었지만 다른 난쟁이 광부들보다 행동력이 좋았다.

다른 난쟁이 광부들은 비트휀의 미모를 찬양하지만, 슈네를 괴롭힐 행동력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가련한 비트휀을 지키는 기사 역할에 심취한 것이다.

덕분에 마을에서는 비트휀은 언니에게 그저 당하는 불쌍하고 착하고 예쁜 소녀였다.


‘그리고 슈네는 미쳤잖아.’


비트휀이 아는 슈네의 비밀.

그건 엄마도 아빠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슈네가 어느 날부터 자기 방에 아무도 못 들어오게 했기 때문이었다.

슈네는 문을 두드리려다가 문을 여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슈네는 그 여자의 눈빛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노란 눈은 늑대를 떠올릴 정도로 날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랑 한창 싸웠는지, 남자와 여자는 별로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비트휀은 자기의 계획을 실행해야 했다.

이런 지긋한 마을은 얼른 떠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를 언니로부터 구해주세요!”


비트휀의 말에 여자와 남자는 멍한 표정이었다.

비트휀은 최대한 가련한 표정을 지었다.

달빛을 받아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 도자기같이 창백한 얼굴, 울망거리는 눈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터였다.

여자는 남자를 흘긋 보더니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남자는 여자의 팔을 잡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들의 무시하는 반응은 비트휀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런 얼굴을 하는데 무시하고 가려고 하다니!’


“요정님 찾으러 온 것 같은데 자리 비켜 줄게요.”


‘그래! 눈치가 있으면 자리 좀 비워 주시지!’


“아니, 네가 가면 불안해서 안 되겠어.”


그 남자는 그 여자를 꽤나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비트휀은 조금 약이 올랐지만, 남자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차차 해도 늦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이가 든 여자보다는 어린 소녀가 마음을 더 차지하겠지.


“두 분 다 저를 도와주세요.”


비트휀이 말하자 여자는 의아해 하면서 그녀를 보았다.


“오늘 숲에서 보셨잖아요. 제가 어떤 심각한 꼴을 당했는지요.”


비트휀은 일부러 목발을 짚고 그들 앞에 섰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녀가 목발까지 짚고 간절하게 말하는데 들어주지 않으면 냉혈한이다.


“저는 언니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어요! 언니는 미치광이에요!”


비트휀의 말에 두 사람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미미한 반응에 비트휀은 속이 탔다.

보통 비트휀이 이렇게까지 빌면서 말하면 말을 들어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건 아세데프에게 말하는 게 나을걸.”


“네?”


“그 아저씨가 뭐였더라, 마왕성 문제행동 교정 과정 전문가랬거든.”


남자는 이상하고 엉뚱한 말을 했다.

그러자 여자는 인상을 쓰면서 그의 손을 뿌리쳤다.


“어머, 그 아저씨 정체가 뭔지도 모르는데 저 어린 애들을 맡긴다고요?”


“그럼 내가 해결하라고? 말이 되냐?”


“자, 잠깐만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두 사람의 말이 튀자 비트휀은 얼른 끼어들었다.

그들이 다투기 시작하면 그녀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을 미리 알아차린 것이다.

그들의 시선이 모이자 비트휀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 그러니까, 언니가 얼마나 저를 질투하는지 보셨잖아요? 제 다리를 부러뜨리고 숲에다 버렸어요! 세상에 어떤 언니가 동생을 숲에다 버려요? 완전히 마녀에요!”


비트휀은 있는 힘껏 감정을 끌어올렸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뚱한 표정이었다.


“전 이대로 못 살겠어요! 두 분이 저를 데리고 이 마을에서 도망쳐주면 안 되나요? 저는 이 마을을 떠나고 싶어요!”


두 사람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하지만 비트휀은 두 사람의 이상한 눈빛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서로 비트휀을 미루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항상 사랑과 관심만 받던 비트휀은 그들의 관심없는 눈빛에 충격을 받았다.


“제발요! 언니 방을 보면 알 거에요!”


비트휀은 얼른 남자의 옷깃을 잡았다.

남자는 인상을 쓰더니 여자의 손목을 잡았다.

세 사람은 줄줄이 기차처럼 슈네의 방으로 향했다.

비트휀은 문을 열었다. 문을 열어 방을 보이자 두 사람의 표정은 확 굳었다.


“봐요! 우리 언니 제정신 아니라고요!”


비트휀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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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2-03. Snow=White (22) 20.05.25 30 0 12쪽
136 2-03. Snow=White (21) 20.05.20 37 0 11쪽
135 2-03. Snow=White (20) 20.05.19 23 0 14쪽
134 2-03. Snow=White (19) 20.05.18 37 0 13쪽
133 2-03. Snow=White (18) 20.05.15 25 0 15쪽
132 2-03. Snow=White (17) 20.05.14 27 1 11쪽
131 2-03. Snow=White (16) 19.09.09 50 0 14쪽
130 2-03. Snow=White (15) 19.08.29 30 0 11쪽
129 2-03. Snow=White (14) 19.08.28 23 0 11쪽
128 2-03. Snow=White (13) 19.08.27 35 0 14쪽
127 2-03. Snow=White (12) 19.08.11 59 0 13쪽
126 2-03. Snow=White (11) 19.08.02 34 0 12쪽
125 2-03. Snow=White (10) 19.07.31 45 0 14쪽
124 2-03. Snow=White (9) 19.07.30 34 0 12쪽
123 2-03. Snow=White (8) 19.07.29 42 0 11쪽
» 2-03. Snow=White (7) 19.07.22 44 0 12쪽
121 2-03. Snow=White (6) +2 19.07.07 86 0 11쪽
120 2-03. Snow=White (5) 19.07.01 37 0 14쪽
119 2-03. Snow=White (4) 19.06.24 60 0 13쪽
118 2-03. Snow=White (3) 19.06.21 40 0 13쪽
117 2-03. Snow=White (2) 19.06.20 59 0 13쪽
116 2-03. Snow=White (1) 19.06.19 97 0 9쪽
115 2-02. 그 손이 놓친 것: Epilogue. 미다스의 황금손 19.06.18 51 0 14쪽
114 2-02. 그 손이 놓친 것 (10) 19.06.17 47 0 17쪽
113 2-02. 그 손이 놓친 것 (9) 19.06.14 48 0 10쪽
112 2-02. 그 손이 놓친 것 (8) 19.06.13 41 0 12쪽
111 2-02. 그 손이 놓친 것 (7) 19.06.12 64 0 9쪽
110 2-02. 그 손이 놓친 것 (6) 19.06.11 44 1 11쪽
109 2-02. 그 손이 놓친 것 (5) 19.06.10 4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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