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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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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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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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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03. Snow=White (1)

DUMMY

우리는 그 탄광의 어린 난쟁이들이었다.


빛도 없고 좁디좁은 탄광 안에서, 작고 보잘 것 없는 아이들은 모두 광부가 될 예정이었다.

우리들은 그 좁은 곳에 몸을 비집고 들어가, 작고 빛나는 것을 찾아야 했다.

구리, 은, 금, 철, 쓸모 있는 빛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더 이상 동굴 안에 들어올 수 없는 어른들이 귀하게 여기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꼬마야, 네가 만든 거울을 보았단다.”


누군가는 구리를 가지고 있었고, 누군가는 보석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구리를 쥐어줘도 보석처럼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너는 이런 곳에서 썩을 인재가 아니다. 나와라. 너는 저 원석을 가지고 세공할 재능을 가진 아이야.”


우리는 작고 못 생기고 가치가 없는 돌들이었다.

그 중에서 반짝이는 원석은 왕이 찾아와 장식으로 가져갔다.


“슈네, 너는 발데크 마을의 여왕, 마가렛타가 될 거야.”


우리들은 그 소녀를 우러러 보았다.

옛날, 발데크에서 자라나, 브뤼셀로 가서 높은 분들을 만나며 이름을 날렸다는 아름다움과 재능의 여신, 마가렛타.


“너는 피처럼 붉고 정열적인 마음으로, 눈처럼 하얗고 냉정한 머리를 가지고, 흑단처럼 까맣고 아름다운 재능을 꽃 피울 것이다.”


검은 광산에서 나온 발데크의 여왕은 누구보다도 붉고 누구보다도 하얗게 빛났다.

그녀는 앞으로 마을의 대표가 되어, 마을의 얼굴이 될 것이다.

그 것은 매 세대의 아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어야 했다.

슈네는 아이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가 되어, 마을의 여왕이 되었다.


***


“슈피겔, 슈피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누구야?”


“당연히 슈네, 너지.”


소녀는 빙긋 웃으며 소년의 목에 매달렸다.

눈처럼 맑고 하얀 피부에 장밋빛으로 뺨을 물들인 소녀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난 네가 웃는 게 좋아.”


소년의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소녀의 귀에 닿았다.


“네 얼굴은 새하얀 눈 같은데 네 미소는 붉은 노을을 닮았어. 그 눈은 밤의 하늘처럼 깊어서 매우 어둡고 까맣지. 나는 그런 너에게 푹 빠졌어.”


소년의 말간 눈에 그녀의 미소가 그대로 비쳤다.

소년은 두 팔을 벌려 소녀를 끌어안았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슈네, 너 밖에 없어. 그러니까 걱정 하지마.”


소녀는 그 말에 대답 대신 소년의 뺨에 입술을 맞추었다.

소년은 깜짝 놀라며 자신의 연인을 보았다. 소녀는 시치미를 떼고 눈만 깜빡거렸다.


“그러면.”


“응?”


“비트휀보다도 예뻐?”


소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이름에 소년은 멈칫했다.

소녀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질문했다.


“응? 비트휀보다 내가 더 예뻐?”


소년은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돌렸다.


“그래, 그렇겠지.”


소녀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눈처럼 차갑게 식었다.

따스했던 그녀의 미소어린 눈동자도 얼어붙었다.

소년은 안타까운 눈으로 소녀를 보았지만 소녀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그를 쏘아 붙였다.


“비트휀이 더 예쁜 거지? 사실은 비트휀이 더 예쁜데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지?”


“슈네.”


“다 알아! 어줍잖은 위로할 거면 꺼져.”


소년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녀는 고개를 돌리고 웅크리고 앉았다.

소년은 답답한 모양인지 소녀를 내려 보다 소리쳤다.


“그래! 비트휀이 더 예뻐! 너 지금 이러는 것 추해! 됐어?”


소년은 그렇게 말하고도 영 입맛이 좋지 않은지 고개를 저었다.

소녀의 작은 어깨가 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년은 한숨을 쉬고 그녀의 곁을 떠났다.

너무나도 쉽게 떠나는 소년이 야속해 소녀는 펑펑 울었다.

소녀는 눈물이 쏟아지는 눈가를 손으로 문질렀다.

눈물 자국을 아무리 지워도 그녀의 뺨 위로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따뜻한 햇빛도 그녀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비트휀만 없으면, 그 녀석만 없으면 내가 제일 예쁜 사람일 텐데! 슈피겔 바보!”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비트휀은 항상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비트휀이 저보다 예쁘다고 했다.

흑단 같은 머릿결에, 하얀 피부에 붉은 입술이 인형 같고 예쁘다고 했다.

흔하고 흔해 빠진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슈네에 비하면 정말 예쁘다고 했다.

슈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비트휀은 저보다 공부도 못하고 멍청하고 재주도 없는 아이인데 말이다.

어째서 사람들이 저 말고 비트휀을 더 사랑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는 사랑 받으려고 노력해도 아무도 봐 주질 않는다.

하지만 비트휀은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 정말 억울한 일이었다.


“슈, 슈네.”


그녀의 작은 몸 위로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녀는 슬쩍 위를 보았다.

주근깨가 잔뜩 난 소년이 겁을 먹은 표정으로 슈네를 바라보고 있었다.

슈네는 얼굴을 찡그렸다. 마을에서 유명한 겁쟁이인 예거였다.

그 소년은 소심한데다 멍청한 소년이었다.

예거는 슈네의 옆에 앉아 제 호주머니에서 흰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그녀는 그를 노려보다가 손수건을 받아 들었다.


“여기엔 왜 온 거야?”


“슈, 슈네가 우, 울고 있, 있어서!”


“왜, 우는 건 한 두 번 보니?”


예거는 입을 다물었다. 이럴 때 어떻게 위로할 지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슈네는 한숨을 쉬었다. 슈피겔이라면 기분을 좋게 하는 방법을 알 텐데.


“너, 왜 내 주위에서 알짱거려?”


“슈, 슈네가 나, 나 도와, 줬으니까!”


“아.”


슈네는 무관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애초에 소녀는 이런 얼간이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워낙에 괴롭힘을 많이 당하는 예거인지라, 이를 보고 슈네가 동네 아이들을 쫓아내 준 적이 몇 번 있었을 뿐이었다.

슈네는 그저 힘없는 아이를 떼로 몰려들어 괴롭히는 남자 아이들이 보기 싫어 물리쳐 준 것 뿐인데 예거는 그 이후로 슈네를 따라 다녔다.

몇 번이고 귀찮으니 그만 쫓아오라고 해도, 그는 막무가내로 그녀를 따랐다.

마음이 착해서 좋다나. 아무리 귀찮다고 해도 예거의 집착은 끊어질 줄 몰랐다.

슈네는 이런 약하고 멍청한 소년이 부끄러웠다.

모두가 좋아해 주길 바랐지만 이런 약한 애만이 추종자라니 슈네는 기가 찰 따름이었다.

비트휀은 힘도 세고 잘생긴 소년들이 줄을 서는데 말이었다.

생각하니 더 비참하다. 슈네는 시큰둥한 얼굴로 그의 시선을 피했다.

슈네의 표정에 예거는 더 안절부절 못하며 서 있었다.


“햇빛 가리지마.”


“미, 미안해!”


예거는 얼른 옆으로 비켜섰다.

누군가가 그랬었지, 예거가 슈네를 따르는 건 마치 여왕을 모시는 기사 같다고.

말이야 멋지지만 그게 비꼬는 말인 것을 슈네는 진작 알고 있었다.

속된 말로 싸가지 없이 예거를 막 부리는 슈네를 두고 남자애들이 멋대로 말하는 것이었다.

기분은 나빴지만 그녀는 그 말을 두고 이렇게 응수했다.

기사는 아깝다, 사냥꾼이라면 모를까.

그녀의 말에 남자애들은 웃어댔고 예거는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좋아했었다.

그것 때문에 그녀는 기분이 더 나빴다.

애초에 이런 바보 같은 녀석이랑 엮인 게 더 짜증났다.


“난 슈네가 조, 좋아.”


“어, 그래.”


“지, 진짜야!”


슈네는 멍하니 노을을 보았다.

이렇게 하늘도 예쁘고 모든 게 예쁜데 왜 신은 자기에게 이런 멍청한 남자애를 붙여줬나 싶었다.

슈네는 잔뜩 자조하며 하늘을 보다가 갑자기 끼어든 예거의 얼굴에 한숨을 쉬었다.


“예거.”


“으, 응?”


“그럼 도와 줄 거야?”


저리 가, 꺼져 등의 평소의 말이 아닌 의외의 말에 예거는 어안이 벙벙했다.

어? 하고 바보 같은 얼굴로 되묻자 슈네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도와 줄 거냐고.”


“어, 어? 응!”


슈네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모자란 애에게 도움을 받아 봤자 별 이득이 생기진 않는데.

슈네는 곰곰이 손가락을 씹으며 공중을 노려보다가 예거를 보았다.

그녀의 시선에 예거는 움찔했다.


“그럼 예거, 네가 비트휀을 멀리 보낼 수 있기라도 해?”


“뭐?”


그녀의 말에 예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됐다, 됐어.”


슈네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못 들은 걸로 해.”


그녀는 말을 흘리며 그를 지나쳐 갔다.

예거는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중얼 거렸다.

하지만 그의 말이 너무나도 작아서 그녀에게 닿기도 전에 바람에 쓸려 버렸다.

예거는 눈을 깜빡거렸다.

눈을 깜빡깜빡 거릴수록 슈네의 뒷모습이 노을의 빛에 파묻혀 사라졌다.

예거는 멍하니 땅을 내려 보았다.

어느새 그의 그림자가 커져 있었다. 그는 눈을 돌렸다.

그녀가 앉았던 자리에 벌써 어둠이 내려 앉아 있었다.

예거는 옛 저녁에 그녀의 온기가 사라진 자리 위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예거는 다시 작게 중얼거리며 달이 떠오르는 하늘을 보았다.


“슈네, 슈네.”


그의 입에서 바람이 가져간 이름이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그는 눈을 감고 귀를 손으로 감쌌다. 눈꺼풀의 뒷면에 그녀의 표로통한 얼굴이 맺혀 있었다.


‘그럼 도와 줄 거야?’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 맺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모습도 목소리도 희미하게 변해 버렸다.

예거는 눈을 뜨고 손을 내렸다.

어느새 그와 어슴푸레하게 뜬 달만 남아 있었다.

그는 슬픈 얼굴을 하며 작게 바람에게 속삭였다.


“나, 할 수 있어.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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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2-03. Snow=White (22) 20.05.25 30 0 12쪽
136 2-03. Snow=White (21) 20.05.20 37 0 11쪽
135 2-03. Snow=White (20) 20.05.19 23 0 14쪽
134 2-03. Snow=White (19) 20.05.18 37 0 13쪽
133 2-03. Snow=White (18) 20.05.15 25 0 15쪽
132 2-03. Snow=White (17) 20.05.14 27 1 11쪽
131 2-03. Snow=White (16) 19.09.09 50 0 14쪽
130 2-03. Snow=White (15) 19.08.29 30 0 11쪽
129 2-03. Snow=White (14) 19.08.28 23 0 11쪽
128 2-03. Snow=White (13) 19.08.27 35 0 14쪽
127 2-03. Snow=White (12) 19.08.11 59 0 13쪽
126 2-03. Snow=White (11) 19.08.02 34 0 12쪽
125 2-03. Snow=White (10) 19.07.31 45 0 14쪽
124 2-03. Snow=White (9) 19.07.30 34 0 12쪽
123 2-03. Snow=White (8) 19.07.29 42 0 11쪽
122 2-03. Snow=White (7) 19.07.22 44 0 12쪽
121 2-03. Snow=White (6) +2 19.07.07 86 0 11쪽
120 2-03. Snow=White (5) 19.07.01 37 0 14쪽
119 2-03. Snow=White (4) 19.06.24 60 0 13쪽
118 2-03. Snow=White (3) 19.06.21 40 0 13쪽
117 2-03. Snow=White (2) 19.06.20 60 0 13쪽
» 2-03. Snow=White (1) 19.06.19 98 0 9쪽
115 2-02. 그 손이 놓친 것: Epilogue. 미다스의 황금손 19.06.18 52 0 14쪽
114 2-02. 그 손이 놓친 것 (10) 19.06.17 47 0 17쪽
113 2-02. 그 손이 놓친 것 (9) 19.06.14 48 0 10쪽
112 2-02. 그 손이 놓친 것 (8) 19.06.13 41 0 12쪽
111 2-02. 그 손이 놓친 것 (7) 19.06.12 64 0 9쪽
110 2-02. 그 손이 놓친 것 (6) 19.06.11 44 1 11쪽
109 2-02. 그 손이 놓친 것 (5) 19.06.10 4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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