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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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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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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6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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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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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3. Snow=White (8)

DUMMY

문을 여는 순간 보인 것은 크라셴과 지졸라의 모습이었다.

크라셴과 지졸라의 분신이 서 있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이 거울에 비친 모습이었다.

슈네의 방 안은 어둑어둑하고 음침했다. 짙은 천으로 만든 커튼이 쳐져 있어서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비트휀이 촛불을 들고 방을 비추는 순간 보인 것은 수많은 촛불들이었다.

방 안은 온통 거울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었다. 창문 옆 방 한 구석에는 전신거울이 있었다.

그 전신거울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거울이 퍼지듯이 벽에 붙어 있었다.

단순한 모양의 프레임, 화려한 꽃 장식의 거울, 늑대의 조각을 붙인 거울.

벽 거울 뿐만 아니라 세워 놓은 거울도 몇 개 있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거울에는 온갖 꽃장식과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반대편에는 침대의 칸막이 모양의 거울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뿐만 아니었다. 창문 앞에는 작은 손거울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어떤 거울은 빈 갑옷의 기사가 들고 있기도 했다.


“미쳤네요.”


지졸라는 혀를 끌끌 차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문 옆에도 거울이 붙어 있어서, 사방이 거울 투성이었다.

지졸라가 빙글빙글 돌지 않아도 모든 거울은 지졸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크라셴도 그 거울을 보자 아찔해지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무언가에 집착하는 사람은 빨간 구두의 카렌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았다.

왕자도 물론 알 수 없는 것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보여주진 않았다.

크라셴도 문 앞에 서서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생각에 빠졌다.


‘이것도 설마 마왕성과 관련된 건 아니겠지? 환상? 천사의 저주?’


“완전 미치광이네요! 거울에 집착하다니.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


지졸라는 크라셴의 그런 속도 모르고 제 팔을 비비면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어느 쪽에 눈을 돌려도 지졸라는 자신의 모습과 눈이 마주쳤다.

한 쪽으론 눈을 돌리면 다른 지졸라들이 노려보는 것만 같았다.


“저도 미쳤다는 소리 들었지만, 이건 너무 섬뜩하지 않아요? 이건 교회에 보내야 해요!”


지졸라는 진절머리를 내면서 문 밖으로 얼른 뛰쳐나왔다.

그녀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광경이었기 때문이었다.

슈네의 검은 머리 동생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언니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정도로 미쳐 버린 데에 이유가 있다는 거야?”


지졸라의 질문에 슈네의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크라셴은 지끈지끌 거리는 이마를 짚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이 미처 버린 소녀의 동생은 딱한 일이었지만, 그 사정을 들으면 정말 발을 뺄 수 없을 것 같았다.

크라셴은 아무리 섬뜩한 것을 봐 버렸다고 해도 넘겨버리고 싶었다.


“지졸라, 그만둬. 우리는 전문가도 아닌데 여기에 끼어들어도 소용 없어. 오히려 일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아니, 요정님, 그래도 저 광경을 보고 그냥 무시하라고 가라고요? 거울 때문인지 뭔지 완전히 미쳐서 자기 동생도 다치게 해서 숲에 버리는 애라고요? 그런 애가 우리들에게 어떤 해를 끼칠지 알아요?”


“네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지.”


크라셴의 말에 지졸라는 발끈했다.


“요정님! 저는 적어도 이런 거울의 방을 만들지는 않았어요! 정말 미친 게 분명하다고요. 자신의 모습에 자신이 없으니까 이러는 거잖아요! 아니면 남의 눈에 너무 신경을 쓴다던가!”


“그럼 더더욱 아세데프에게 맡겨야지! 그 아저씨가 이런 데에는 빠삭하다고!”


“마왕성이 무슨 정신 병동이에요?”


“그건 아니지만···.”


크라셴은 슈네가 이렇게 된 데에는 천사의 벌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크라셴은 새삼 세상의 일은 하나의 생각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거울로 가득찬 방을 본다면 누구라도 슈네를 미쳤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에도 붉은 구두를 신고 가다가 천사의 벌에 걸린 카렌처럼.

카렌은 꿈 속에서 발목이 잘리고 나서야 겨우 그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니야. 카렌이 거기서 겨우 다시 돌아갈 수 있었던 건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컸기 때문이야.’


슈네가 이렇게 된 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는 게 분명하다.


“기사님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에요! 슈네가 저를 얼마나 괴롭히는데요!”


비트휀은 울먹이면서 크라셴의 팔을 꽉 잡았다.

크라셴은 심란한 얼굴로 비트휀의 손을 뿌리쳤지만 비트휀은 다시 붙었다.


“슈네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실패한 마가렛타가 되고 나서, 브뤼셀이 갔다오더니 이렇게 된 거라고요!”


“뭐?”


“제발 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정말 이러다간 슈네가 절 죽일 거에요!”


***

내 언니 슈네는 발데크의 광산의 마지막 마가렛타였어요.

마가렛타가 뭐냐고요? 광산의 아이들도 모르겠군요.

우리 마을은 원래 광산촌이었어요. 온갖 질이 좋은 금속들이 나오는 유복한 광산촌이었죠.

하지만 그 입구가 너무나도 좁아서, 전통적으로 안쪽의 채광은 일곱 살까지의 아이들에게 맡겼답니다.

우리는 말을 떼기 시작한 다섯 살 때부터 광산에서 일을 했습니다.

몸집도 작으면서 빛나는 돌을 채광하는 우리들을 어른들은 난쟁이들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몇 세대 전, 그런 난쟁이들 중에서 마가렛타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7살이 되던 해, 그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도 그 미모가 물이 올라, 어른들은 동굴에서 그녀를 꺼냈습니다.

마가렛타는 어른들에게 글자와 숫자를 배웠고, 마을의 여관 주점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농사나 사냥, 채굴을 배우기 위해 다시 쟁기와 삽, 괭이를 드는 것에 비하면 아주 꽃다운 직업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풍년제를 지내던 날에 한 귀족에게 눈에 띈 겁니다.

마가렛타는 우리 마을에서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귀족의 눈에 띌 정도로 아름다웠던 겁니다.

그 귀족은 마가렛타에게 자신의 피후견인이 되어 브뤼셀의 성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 귀족은 마가렛타를 아름답게 꾸며서, 브뤼셀로 데려갔습니다.

마가렛타는 브뤼셀에서 수많은 귀족들과 친하게 지냈고, 영주의 아내까지 되었습니다.

마가렛타는 결혼식을 발데크로 와서 했습니다.

풍년제 못지 않은 커다란 행사였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결혼식이었습니다.

마가렛타는 그 후로도 자신의 고향인 발데크에 종종 투자를 했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그때부터 교훈을 얻었습니다.

재능이 있고 아름다운 아이를 뽑아, 브뤼셀로 보내면 자기들에게도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요.

그리고 다음 세대에서 아름다운 소녀를 발견하면 술집에서 일하도록 시켰습니다.

다행히도 이번에도 아름다웠던지, 한 귀족이 그 소녀를 애첩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게 발데크의 마가렛타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네? 웃기는 이야기라고요? 언니는 잘 모르네요. 네? 자기가 먼저 찾아가야 한다고요? 이런 촌동네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봐요?


흠, 흠. 그건 그렇고, 슈네는 그런 마가렛타 중 하나였습니다. 아니, 최연소 마가렛타였습니다.

슈네는 겨우 6살을 채우지 않고, 한 귀족에게 눈에 띄어서 브뤼셀로 곧바로 보내졌습니다.

불행히도, 그 귀족은 여자였고, 보는 눈이 없어 슈네를 골랐다고 생각해요.

슈네가 아름답긴 했지만 저를 봤다면 저를 골랐을 테니까요.

너무 빨리 마가렛타를 고른 것이지요.

어쨌든 슈네는, 언니는 그 여자의 손에 이끌려 브뤼셀로 갔습니다.

어른들은 줄곧 슈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후견인이 되어 주었던 여자 귀족은 발데크에 지원금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귀족의 반려자가 되어 직접 보내는 돈에 비하면 섭섭한 금액이었습니다.

어른들은 몇 년이 되지 않아 슈네를 마을에 데려왔습니다.

특히 촌장님은 그 여자 귀족에게 따졌습니다.

더 부자인 남자 귀족에게 시집을 보낼 수도 있는 아이를 데려가서 무엇을 하냐고 말이지요.

그러자 그 여자는 우리의 난쟁이와 마가렛타의 풍습을 성에 고발했습니다.

구이드인지 뭔지 하는 사람을 대동하고 와서는 우리 마을을 조사시킨 겁니다.

결국 왕성에도 알려졌고, 우리의 풍습은 아동학대라고 해서 폐지되게 되었습니다.

그 때 마침 광맥이 끊어진 탓도 있었습니다.

아직 광산을 나올 차례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 광산에서 풀려났습니다.

그 중 한 아이가 저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햇빛을 보자 멍청하게도 좋아했습니다.

그것과 함께 마가렛타의 풍습까지 끊어져서 좋아할 일이 아닌데 말이지요.


어른들은 슈네를 두고 실패한 마가렛타라고 불렀습니다.

우리 마을을 부흥 시킬 힘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오히려 우리 마을을 몰락시켰다고요.

그 전까진 어른들은 슈네를 무척 귀하게 여겼습니다.

촌장님의 아들도 그녀를 여자 친구로 삼아서 늘 자랑하고 다니곤 했죠.

촌장님의 아들은 슈네가 도시에서 보고 온 게 있어서 자기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했죠.

확실히 슈네는 무척 아는 게 많았습니다.

지금의 마을을 관광명소로 만드는 데에는 그녀가 한 몫했다고 자랑하는데, 실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슈네 때문에 마을의 미녀들의 출세의 맥이 끊어진 건 사실이었습니다.

왕성의 관리가 다녀간 후, 슈네는 촌장의 아들에게 차였습니다.

그 후, 혜성처럼 나타난 건 저입니다.

새로운 마가렛타인 비트휀 말이지요.

언니는 제 아름다운 미모에 질투해 견디지 못했습니다.

항상 자신이 재주가 있어서 브뤼셀에 갔다고 으스댔건만, 자신이 죽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의 추종이 저에게 몰리자 못 견뎌 미치고 말았습니다.


언젠가 언니의 방을 훔쳐 본 적이 있었습니다.

언니는 어느 샌가 거울들을 모아서 방을 거울의 방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가장 큰 거울을 가장 아름답게 장식하고는, 늘 들여다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니?’


저는 슈네가 드디어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어느 날 슈네의 가장 큰 거울 뒤에 숨었습니다.

그녀는 여느 때처럼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발데크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니?’


저는 언니가 제정신을 차리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언니의 거울 뒤에서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그 사람은 비트휀입니다.’


언니는 그 때 화들짝 놀라 주저앉았습니다.

저는 거울 뒤에서 나와 언니에게 손을 내밀면서 정신 차리라고 했습니다.

이미 마가렛타가 된 내가 가장 아름다운 게 당연하다고, 이제 현실을 알라고요.

그 때부터입니다.

언니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저를 마구 괴롭히기 시작한 것은요.

거기다가 사냥꾼의 수습생인 예거라는 남자애까지 끌어들여서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예거라는 애는 답이 없는 멍청이라서 언니를 예전부터 추종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틈만 나면 저를 괴롭히는 겁니다.

그 날, 숲속에서 다리를 부러뜨리고 방치한 것도 예거였습니다.

저는 하마터면 평생을 절름발이로 다닐 뻔 했지만, 기사님 일행 덕에 그 꼴은 면한 거죠.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군요?

하긴, 이런 미쳐 돌아가는 이야기를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죠.

하지만 제게는 생존이 달린 이야기입니다.

제발 저를 구해 주세요!

저를 데리고 여기를 떠나서 브뤼셀로 데려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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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2-03. Snow=White (22) 20.05.25 30 0 12쪽
136 2-03. Snow=White (21) 20.05.20 37 0 11쪽
135 2-03. Snow=White (20) 20.05.19 22 0 14쪽
134 2-03. Snow=White (19) 20.05.18 36 0 13쪽
133 2-03. Snow=White (18) 20.05.15 25 0 15쪽
132 2-03. Snow=White (17) 20.05.14 26 1 11쪽
131 2-03. Snow=White (16) 19.09.09 50 0 14쪽
130 2-03. Snow=White (15) 19.08.29 30 0 11쪽
129 2-03. Snow=White (14) 19.08.28 23 0 11쪽
128 2-03. Snow=White (13) 19.08.27 35 0 14쪽
127 2-03. Snow=White (12) 19.08.11 58 0 13쪽
126 2-03. Snow=White (11) 19.08.02 33 0 12쪽
125 2-03. Snow=White (10) 19.07.31 45 0 14쪽
124 2-03. Snow=White (9) 19.07.30 33 0 12쪽
» 2-03. Snow=White (8) 19.07.29 42 0 11쪽
122 2-03. Snow=White (7) 19.07.22 43 0 12쪽
121 2-03. Snow=White (6) +2 19.07.07 85 0 11쪽
120 2-03. Snow=White (5) 19.07.01 37 0 14쪽
119 2-03. Snow=White (4) 19.06.24 60 0 13쪽
118 2-03. Snow=White (3) 19.06.21 39 0 13쪽
117 2-03. Snow=White (2) 19.06.20 59 0 13쪽
116 2-03. Snow=White (1) 19.06.19 97 0 9쪽
115 2-02. 그 손이 놓친 것: Epilogue. 미다스의 황금손 19.06.18 51 0 14쪽
114 2-02. 그 손이 놓친 것 (10) 19.06.17 47 0 17쪽
113 2-02. 그 손이 놓친 것 (9) 19.06.14 48 0 10쪽
112 2-02. 그 손이 놓친 것 (8) 19.06.13 41 0 12쪽
111 2-02. 그 손이 놓친 것 (7) 19.06.12 64 0 9쪽
110 2-02. 그 손이 놓친 것 (6) 19.06.11 44 1 11쪽
109 2-02. 그 손이 놓친 것 (5) 19.06.10 3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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