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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26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2.15 09:55
조회
104
추천
4
글자
10쪽

마지막화 : 너의 세상, 나의 세상

DUMMY

내 뒤의 담배 가판대를 향한 손가락과 덜 굵직한 목소리.


"아뇨 저거 달라니까요. 저거. 발기부전."


얼굴만 보면 30대까지도 가능하겠지만 속아줄 수야 있나. 벌금이 얼만데.


"네 손님, 신분증 보여주시구요."


"지갑을 놓고 왔는데. 폰으로 결제할게요."


"신분증 없으면 어려우십니다."


"점장님은 제 얼굴 아는데. 전화해봐요."


"제가 점장인데요, 손님. 뒤에 친구분들 신분증은 없나요?"


"아 씨."


2024년인데 왜 이런 실랑이는 안 끝나는걸까? 내가 너무 구석진 곳에 매장을 잡았나?


담배를 사는 건 포기하지만 라면과 과자를 사고 정리를 안해놓고 가는 걸로 분풀이를 한다. 이녀석들 보게.


몇 시간 지나니까 어떻게 담배를 사왔는지 내 매장 근처에서 한참 피우고 침도 뱉고 가는군.


다 기억해놨다, 요놈들아. 저녁에 두고보자.


2시. 교대자가 온다.


"점장님 저 왔습니다~."


"형진씨 오늘 저녁에는 태훈씨하고 교대할게요."


"점장님 안오시고요?"


"저녁에 일이 좀 생겼네요."


왜 편의점이냐면 빠르게 법적 세금적 문제 없는 현찰을 만들려면 이게 편해서. 눈에도 안 띄고.


사무관님과 연간계약을 했으니 돈이야 모자랄 것 없지만...


입시를 치르고 등록금을 내고 미국 연구소 취직하는 데 쓰면 돈을 쓰는 신원이 특정된다. 정기적으로 큰 돈 받기로 했지만 그대신 그 돈 쓰는 게 나라는 게 들키면 골치아플 돈이라서...


공부도 할 겸 단계도 밟을 겸 소득원을 만들어놓고. 삿된 말로 돈세탁. 약소하지만?


어쨌거나 사소한 복수를 한다. 집에 가서 저녁 8시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외형 변이>를 하고 나온다.


<필드>로 CCTV는 피하고.


그렇다. 원래의 지구인데, 나는 쓸 수 있다. 나는 사무관님의 피관측체라서.


아까 그 고등학생들 밤에 어디 놀러 갈 차림이었고 집에 갔다 다시 나올지언정 거리를 안 돌아다닐 리는 없다.


자... <스캔>을 하자고. 금방 보이네. 인원이 하나 늘어서 여섯 명. 근처를 다니는 누나들에게 수작이라도 걸고 싶은가본데 얘들아... 너희 용모로는 좀 어려워보이는구나.


뭐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니까. 나는 술에 취한 노인의 모습을 하고 괜히 시비를 걸러 간다.


"거이가 늬들 땅이녀이. 사람 길 가게 비켜브러라."


"예, 할아버지."


...


어, 이게 아닌데.


...왜 정중해?


당황하지 말고, 다시.


"느들 학생같은디 공부는 안 혀? 앞날에 미련 없는 겨?"


"이 할아버지 사투리가 이상한데..."


...나는 소리지른다.


"집에 안 들어가냐 늦었는데!"


아까 당당하게 발기부전을 달라고 한 녀석이 자릴 털고 일어난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나 집에 가요. 술 먹었으면."


"너도 얼굴 벌건 거 보니 술 먹었나보다잉? 너 몇 살이야, 느자구 없는 자식아."


"가라고요."


나를 툭 민다. 그리고 조금 이상해한다. 그도 그럴듯이 무겁거든. 툭 밀릴 줄 알았는데 아니니까.


"지금 나한테 손댄 겨?"


"아 씨 집에 가라고!"


괜히 때리는 척 위협만 하는 거겠지만 기회를 놓칠 수가 없다. 나는 치켜든 손을 붙잡은 다음 몸을 돌려 발기부전 애호가 녀석을 땅에 메친다.


좀 급했는지 메쳐진 채 기절했네. 너무 세게 메다꽂았나?


"어, 어?"


"준현아? 준현아!"


...


모르겠다.


"너으들 그 말 알어?"


상황 판단이 안 돼서 어영부영 하는 다섯 명... 너무 세게 때리지는 말자.


"싸가지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 들어 봤어?"














재미없다.


어쨌든 대충 이 근처에 술 취한 사나운 노인이 돌아다닌다는 소문 정도는 나겠지.


신고가 들어와도 별 문제는 없다. CCTV어느 곳에도 안 찍히게 움직였으니.


하늘을 본다. 빛이 많은 서울에서는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전갈자리의 동쪽, 독수리자리의 남쪽.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지상의 빛을 반사한 구름 너머를 보며 상상한다.


미라. 가고 있겠지.


대학에 갈 거다. 공부를 해야지. 문제를 푸는 훈련을 해서.


라이언 모리스 놈이 있는 연구소에 원서를 넣을 거고. 거기에는 '코어'가 있다.


1997년에 미국이 발견해서 보존하고 있는 코어. 세션이 리셋될 때마다 이글스피릿에게 주어진 그것.


그걸 이용하면 미라를 확인할 방법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


미라 쪽에선 알 수 없다. 나만 볼 수 있을 거야.


시간은 상대적이니까.


이 곳의 내 시간과 광속에 가깝게 움직일 미라의 시간이 다르겠지. 은하의 중심에 가면 미라가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사이 나이들어 죽은 날 태운 연기가 바다 깊은 곳에 침전될 정도의 시간이 흐를 거다.


생각할 때마다 심란해지네.


몰라. 죽고 나면 거둬주겠지. 그런 약속을 하지는 않았지만. 미라가 날 기다린다면, 미라 쪽에서는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나만 여기서 몇십 년 기다리면 되는 거다.


길지 않다. 그렇다. 그사이 나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도 있고...


...


술 취한 영감님인 척 애들이나 두들겨패는 인간이 될 수도 있지. 하이고.


일어나자.


핸드폰을 본다. 미라는 2024년 지금 한국 폰이 없지만 학선이와 효진이의 번호는 기억한다. 여러 번 눌러서 전화해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날 기억 못한다면 잘못 건 척 하면 되지만, 날 기억하고 아직 고민하는 중이라면 불필요한 간섭이 될 것 같아서.


삼촌은 기억을 포기하셨겠지. 젊을 때 사람을 죽인 기억으로도 충분히 많은 걸 잃은 분이다. 정상으로 돌아온 시점에서 새로 쌓인 기억과 싸우고 싶지는 않으시겠지. 그게 아무리 꿈 같은 걸로 남았더라도.


생각하는 중에 어디선가 좀 안 좋은 일이 일어나려는 것 같으니 옥상의 콘크리트 조각 하나를 들고 힘을 주어 던진다.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나고 도망치는 발소리가 들린다. 착하게 좀 살아라, 이놈들아. 안 그래도 피곤한 세상 더 빡세게 만들고있어.


다시 눕는다. 학선이가 기억을 다 놓은 게 확실해지면 우연히 만나러 가도 될 텐데. 나하고 학선이는 그래도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으니까.


내 세상은 그렇다.


너는 어떨까, 미라. 여기서 은하의 중심까지는 2만 광년이 넘는 거리지만 사무관님은 워프로, 그러니까 균열을 이용해 3년이면 갈 수 있다고 했다.


너는 어떤 세상에 닿을까. 나는 알 수 없겠지. 살아있는 동안.


그거나 좀 고민해봐야겠다. 연구소에 들어가면 연구 주제로 삼을지도 몰라.


만약 시공간이 현상인 동시에 파장이며 입자라면. 모든 것은 이어져있고 에너지의 위상만 변할 뿐 근본적으로 불멸한다면.


사무관님은 생물이었을 때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나도 그런 것이 될까? 그런 것의 일부가 될까?


알게 될 거다. 미리 알아보는 것은 재미있을 거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자정이 넘기 전 태훈이와 교대해줘야하니까.


핸드폰을 꺼 놓든가 해야지... 자꾸 전화 걸고 싶어지잖아. 삼촌하고는 하도 전화해서 번호가 화면에 겹쳐 보일 정...


아아아 아아 으아아 깜짝이야!


전화기, 전화기! 떨어지면 안 돼. 새로 샀단 말야.


아니 심장이야.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삼촌?"


"너 어디냐? 왜 숨이 차."


"연락 전에, 문자를 주시거나, 좀 그러면 안 돼요?"


"뭐 중요한 사적인 시간이야? 나중에 걸까?"


"아뇨, 아녜요. 그냥 놀라서 그래요."


"그래. 너 어디야?"


"지금은 서초 2동이요."


"편의점 한다더니 비싼 데도 잡았다. 서초 2동 어디야? 지금 간다."


"저 편의점 열었다고 아무에게도 이야기 안했는데 어떻게...? 주민센터 앞에서 기다릴게요."


"그래."


신나지만 <비행>으로 날아가지는 말자. 하루 사이에 도시 미스터리 두 개를 만들 수는 없잖아.


안그래도 적안룡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린 게 되어서 사람들이 뒤숭숭해하는데.


그런데, 삼촌이 온다고 하면 혹시.


혹시...


역시나.


새까만 차 근처에 험상궂은 덩치들이 있고 효진이와 그 오빠가. 날 보는 눈을 보니 오빠도 최소한 지난 세션의 기억이 있나본데.


그리고 삼촌과 학선이가 좀 떨어진 곳에서. 학선이는... 두 세션의 학선이다. 분위기는 차분하지만 눈이 불타고 있어.


하하하하, 반갑다. 두 명의 학선아. 삼촌도 둘 이상의 삼촌인 것 같은데.


서로 얼싸안고 손바닥을 마주친 후 궁금했던 걸 묻는다.


"그래서 서로 마주본 기억은 어떻게 남아있어요?"


"묻지 마, 자식아. 나도 혼란스러우니까."


효진이에게 반가운 척을 하려니 양복 입은 아저씨들이 인상쓰지만 효진이가 손등으로 툭 쳐서 막는다. 가볍게 에너지가 느껴진다... 너도?


효진이가 내게 손을 내민다. 마주 잡고 악수한다. 임효석 상무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멀리서 보고만 있는다.


여기 모인 사람 중 효진이만 코어가 있는데...


"어떻게?"


"요령."


"나중에 자세히."


"안 돼, 기업비밀이야."


하하하. 돈 벌 생각이구나. 이 사람.


...


닫혀 있던 앞좌석 차문이 열린다.


나는 굳어버린다.


효진이가 비켜주고 나는 멍하니 그쪽을 볼 뿐이다.


"계절학기가 이제 끝나서."


그렇지, 미국에 있었겠지.


그런데 아니지? 아니지! 지금 가고 있어야 하잖아?


미라가 피식 웃는다.


"언제 간다고는 안 했으니까. 3년밖에 안 걸리고. 잠깐 놀려줄 거였는데 너무 잘 속길래 재미있어서."


그렇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는 있었는데 언제는 없었다. 그랬다.


나는 미라를 와락 끌어안았다.


지금 여기 이 곳. 미라의 세상에서, 내 세상 안에서.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비행멧돼지입니다.


본편은 이것으로 끝났고,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기를 짧게 쓴 다음 각자의 이야기를 조금씩 에필로그로 올리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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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에필로그 1 : 키브엘의 기록 23.02.19 90 4 10쪽
» 마지막화 : 너의 세상, 나의 세상 23.02.15 105 4 10쪽
259 3부 34화 : 하나의 끝은 다른 끝을 향하고 23.02.14 95 4 12쪽
258 3부 33화 : 미래의 방향 (끝) 23.02.13 100 4 10쪽
257 3부 32화 : 미래의 방향 (6) 23.02.11 95 4 11쪽
256 3부 31화 : 미래의 방향 (5) 23.02.11 120 4 10쪽
255 3부 30화 : 미래의 방향 (4) 23.02.10 98 4 11쪽
254 3부 29화 : 미래의 방향 (3) 23.02.08 101 4 11쪽
253 3부 28화 : 미래의 방향 (2) 23.02.07 96 4 10쪽
252 3부 27화 : 미래의 방향 (1) 23.02.05 98 4 13쪽
251 3부 26화 : 할머님과 막내 둘의 사정 23.02.04 99 4 11쪽
250 3부 25화 : 사람마다 다르고 23.02.03 97 4 10쪽
249 3부 24화 : 구원자 23.02.02 96 4 11쪽
248 3부 23화 : 다른 결말 23.02.01 108 4 10쪽
247 3부 22화 : 증명 (3) +2 23.01.31 122 4 10쪽
246 3부 21화 : 증명 (2) 23.01.29 92 4 9쪽
245 3부 20화 : 증명 (1) 23.01.28 98 4 10쪽
244 3부 19화 : 광고 시간 23.01.28 95 4 10쪽
243 3부 18화 : 개시 (8) 23.01.26 94 4 11쪽
242 3부 17화 : 개시 (7) 23.01.25 101 4 9쪽
241 3부 16화 : 개시 (6) +2 23.01.24 98 4 10쪽
240 3부 15화 : 개시 (4) 23.01.22 96 4 11쪽
239 3부 14화 : 개시 (3) +2 23.01.21 97 4 11쪽
238 3부 13화 : 개시 (2) 23.01.19 99 4 10쪽
237 3부 12화 : 개시 (1) 23.01.18 99 4 12쪽
236 3부 11화 : 나아가려면 믿어야 하고 23.01.17 89 4 11쪽
235 3부 10화 :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23.01.16 9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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