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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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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32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1.28 20:40
조회
98
추천
4
글자
10쪽

3부 20화 : 증명 (1)

DUMMY

집중력이나 반사신경 같은 건 재능 같다. 사람마다 두뇌가 최대 몇 Hz 로 움직이는지 멀티태스킹이 얼마나 매끄럽게 잘 되는지는 태어날 때 아니면 어릴 때 결정되지 않나 싶더라고.


그래서 라미로에게 언뜻 보이는 이 재능을 비교해보면 삼촌보다 한 급 아래? 이글스피릿이 10, 삼촌이 8에 내가 5라면 라미로는 7정도. 다행히 난 얼굴 맞대고 때린 경험 맞은 경험이 넘쳐나니 두들겨 맞을 일은 없다. 반격해 때려눕히기는 좀 힘들지 몰라도.


걱정 많고 세심한 성격인 것에 비해 행동할 땐 제대로 행동한다. 쉽게 흥분하지 않고 곤란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뚝심이 강해.


기술과 지능에 이어 전투원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조각은 의지. 제대로 훈련받으면 학선이와도 대등하게 싸울 정도의 재능. 지금의 학선이 말고, 그 크레이지 저스티스.


어쨌거나 지금 질 수는 없으니 최대한 반격을 꽂아넣는다. 분명히 내가 우위에 있는 건 페이크. 라미로는 눈빛에 공격이 허세인지 진짜인지 보이고 나는 그렇지 않다.


조금씩 내 우위로 몰아가니 마음이 급한지 날아차기를 하기도 하고 붙잡고 박치기를 하려고 하는 등 큰 공격 하나로 상황을 잡으려 하네... 그럴 수밖에. 침착함은 경험으로만 쌓을 수 있으니까.


라미로는 왼발로 땅을 딛고 빠르게 옆차기를 날리고, 난 왼손으로 그 발차기를 날아오는 방향으로 살짝 밀친다. 너무 정직해, 라미로.


"어, 어?"


많이 아프지 않을 테니 망설임없이 오른 팔꿈치로 라미로의 코 아래를 찍는다. 통각은 없어도 인중 위는 신경이 모여 있는 데라 저릿할 수밖에 없거든.


"아이고 아이고 아야야야."


넘어지지는 않네. 뒤로 후다닥 물러나면서도 눈을 똑바로 뜬 채 날 보고.


제자 삼고 싶다. 키우는 거 재미있을 것 같아. 키브엘은 이전에 라미로를 만난 적이 있을까. 있겠지.


미라와 키브엘 쪽을 힐끗거리고 고민한다. 지금 상황에서 이 친구가 고민할 건 하나밖에 없지. <해보자고>를 쓸 것인가.


세 기술을 늘어놓으면 그럭저럭 의미가 있는 것도 같단 말이지?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가니 the winner takes it all, 별 수 없군So be it. 해보자고. Let it begin.


"하아아아."


"미라에게 쓰긴 어렵죠?"


"저 분에게 썼다간 죽을 것 같아서."


결심했는지 입을 꽉 물고는 오른주먹으로 왼손바닥을 한 번. 두 손을 바꿔서 한 번. 연습 때에는 한 번밖에 못 봤지만 굉장히 독특했다.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상대방의 출력을 똑같이 상승시키는 기술.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는 걸 다섯 번... 내 가슴 안쪽에서 불편한 느낌이 든다. 원리 자체는 간단해서 <세이프하우스>로 효과를 줄일 수야 있지만 그래봐야 나만 손해.


"흐아압!"


만화 주인공 같은 기합일세.


나와 라미로의 출력이 계속 올라간다. 33만, 35만, 37만... 음, 이거 몸에 있는 기분과 출력이 일치하지 않으니 낯설긴 하네. 연습 때 효진이가 이 기술의 대상이었고 굉장히 겁이 났다고 했었지.


출력 50만... 더 올라간다고?


"하아압!"


공격이 달라졌다.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공기를 때려서 내게 피해를 주려고 하고 있어. 그렇지, 이건 시합이다. 포인트를 까면 이기는 거야!


공기를 타고 올 정도의 충격이면 <스틸스킨>으로 막을 게 아니야. 라미로는 허공에 주먹질할 뿐인데 내 체력이 줄어드네.


거리를 좁힐 수도 넓힐 수도 없고 이거 참. 맨손으로 하기로 했는데 저 쪽만 장풍이라니 좀 그렇다. <윈드라이딩>을 빼지 말 걸 그랬나...


방심하면 지겠다. <통합>으로 코어 두 개를 묶어 <시간 왜곡>. 자, 반격 시작. 한 번에 크게 움직이면서 라미로의 생각을 꼬이게 하자.


출력은 계속 올라간다. 이거 참. 라미로는 그만큼 더 빨라지고 튼튼하기도 하다. 나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난 가슴이 답답하고, 라미로는 출력과 몸의 일체감이 그대로인 것 같네.


공격 한 번은 들어갔는데 쉽지는 않다. 그래도 미라에게서 멀어지도록 유도하고... 라미로가 갑자기 미라를 공격하면 성공할 수 있지만 나는 아니니까.


출력 60만. ...이 정도까지 올라간다고? 이제 라미로는 바닥을 세게 딛는 것만으로 내 체력을 줄일 수 있다. 아, 진짜. 내가 왜 <윈드라이딩>을 빼고 와서.


65만, 하, 이 사람이. 두 팔을 허우적거리는 걸로 전체 공격이라니 좀 그렇다?


꽤 비장의 수기도 했고 생각 외로 학선이나 삼촌이 대상이었으면 성공했을 거다. 라미로에게 안타깝게도 나는 출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한 방이 강력하기 때문에. 라미로도 알면서 도박수를 둔 거지만.


"고생했어요. 라미로."


"아 진짜..."


울상인 사람의 뒤로 돌아가 최대 출력으로 <전하 붕괴>.


실제 상황이라면 쓰기 싫었겠지. 사람이 파삭 하고 흩어져버리는 걸 보는 건 지겹거든.


라미로 탈락. 내 출력은 갑자기 30만으로 돌아오고, 미라는 일찌감치 키브엘에게서 멀어졌는지 내 옆으로 온다. 나는 조금 어지럽지만 무릎에 힘을 주고 견디고 선다.


"방법은?"


미라가 묻고 나는 고민한다. 이론적으로 가장 좋은 건 최대한의 손해를 준 다음 우리 중 한 명이 먼저 이탈하고 남은 쪽이 마무리하는 걸텐데 그게 키브엘을 상대로 될 리가 있나.


"싸워보니 어때?"


지체없이 대답이 돌아온다.


"해볼만 해."


"일대일 60만 대 60만이면?"


미라가 씁 하는 새는 소리를 낸다. 진짜 오랜만에 듣네. 그리고 그만큼 미라 머리가 복잡하다는 것.


"저 사람은 60만도 잘 운용할까?"


"아마도."


"너는 안 되지?"


"아무래도."


여기가 균열 바깥이라 <아카이브>에서 쓰고 싶은 걸 다 꺼내 써와도 이길까말까. <신화투영>으론 소모전을 겨우 할 뿐인데다 내가 먼저 지칠 거고 <전하 붕괴>는 키브엘이 파훼법을 알고 있다.


<스틸스킨>은 온도로 작용하는 공격을 막는 판정을 못 얻고 이롄의 <파괴불가>정도가 의미가 있을 텐데 갖고 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공격과 방어가 모두 묶인 상태.


"알았어. 가서 한 대라도 때리고 와."


"맡길게."


치고 나간다. 두 코어를 묶은 <신화투영>으로 수다르사나를 불러내서 최대의 위력을 내도록.


키브엘은 주변을 얼어붙게 만들며 천천히 걸어나온다. 급히 얼어붙은 수분이 눈 결정을 형태를 이루며 주변에 나풀거리고, 나는 차크람을 던지기 위해 뒤로 한껏 당긴다. 그리고 한 번 웃는다. 어이없어서.


바닥이 얼어붙어 미끄럽고 공기중에 눈 결정이 생성되어 떨어지는데 바람 한 점이 없다. 자신의 영역 안에만 작용하면서 외부와는 완벽히 차단되었단 의미.


인간이 저 정도까지 에너지를 운용할 수 있다고? 말이 안 되잖아. 나는 진심을 담아 감탄한다.


"대단하네."


"너도 나처럼..."


일부러 흐린 뒷말.


나처럼, 백 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


나는 차크람을 던졌고, 눈 앞에서 뭔가 번쩍하며 천둥 소리가 들린 다음... 콕핏 안에서 눈을 떴다.


"하."


천천히 뚜껑을 밀어 열고 눈을 힘주어 깜빡인다. 주변을 보니 내가 일어난 것과 상관없이 다들 긴장한 채 화면을 보고 계시네... 심지어 스태프분까지.


삼촌이 나를 살짝 본 다음 다시 화면으로 눈을 돌리며 묻는다.


"협아. 우리... 이길 수 있는 거냐?"


"미라는 돼요."


"왜 네가 안 남고?"


"저는 쉽게 상대할 기술이 없어서... 미라가 해볼만 하다고 했고요."


나는 스태프의 옆에 가서 천천히 묻는다.


"얼마나 보고 있어요?"


"잠깐만요."


...세기의 구경거리이긴 해.


사실 나도 보고 싶다. 출력 60만의 현미라.


미라의 가장 기본이 되는 <공간 제어> 자체는 이전과 비교해 그리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전 미라의 출력은 41만 6천.


그것에 비교해서 거의 50% 더 출력을 내는 미라를 볼 수 있다는 거잖아? 궁금하지...


카메라는 멀리서 둘을 비추고 있다. 나는 또 조심스럽게 스태프에게 묻는다.


"이거 카메라 알고리즘은 키브엘이 설정한 거죠?"


"예."


"그쪽이 조종할 수도 있겠네요?"


"예."


거 스태프님... 화면에 너무 집중하는 거 아닙니까. 눈알 앞으로 튀어나오겠어요.


나는 기계를 살핀다. 녹색 등이 점멸하는 건 아까와 같고. 송신 잘 되고, 기록 잘 되고 있는 것 같고. 경기 중에는 여기서 나가지 못하니 다른 기계를 볼 순 없네.


슬쩍 보니 미라와 키브엘은 부닥치지 않고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듯. 미라는 가만히 목검을 겨누어 들고 입만 움직이고 키브엘은 팔을 펼치고 어깨를 으쓱하는 등 제스처를 섞어 말하는 것 같다.


고요하네. 지금 왁! 하고 한번 소리치면 모두를 놀라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 진짜 해보고 싶지만 그건 정말 화내겠지? 참자.


"진협, 진협!"


효진이다.


"응?"


"넌 안 봐?"


"아니 뭐... 전투에 들어가면."


"이거 미라가 이길 수 있어?"


하늘에 번개 구름을 몰고 주변을 완전히 얼려버리면서 땅 아래에서는 불꽃을 쏟아내는 출력 60만이 상대라면 마땅히 나올 질문.


그러니 나도 당연한 답을 해야지.


"아마도?"


"어떻게?"


"그건 모르지만, 미라가 해볼만 하다고 했어서."


"그게 다야?"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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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마지막화 : 너의 세상, 나의 세상 23.02.15 105 4 10쪽
259 3부 34화 : 하나의 끝은 다른 끝을 향하고 23.02.14 95 4 12쪽
258 3부 33화 : 미래의 방향 (끝) 23.02.13 100 4 10쪽
257 3부 32화 : 미래의 방향 (6) 23.02.11 96 4 11쪽
256 3부 31화 : 미래의 방향 (5) 23.02.11 120 4 10쪽
255 3부 30화 : 미래의 방향 (4) 23.02.10 98 4 11쪽
254 3부 29화 : 미래의 방향 (3) 23.02.08 101 4 11쪽
253 3부 28화 : 미래의 방향 (2) 23.02.07 96 4 10쪽
252 3부 27화 : 미래의 방향 (1) 23.02.05 99 4 13쪽
251 3부 26화 : 할머님과 막내 둘의 사정 23.02.04 99 4 11쪽
250 3부 25화 : 사람마다 다르고 23.02.03 98 4 10쪽
249 3부 24화 : 구원자 23.02.02 96 4 11쪽
248 3부 23화 : 다른 결말 23.02.01 108 4 10쪽
247 3부 22화 : 증명 (3) +2 23.01.31 122 4 10쪽
246 3부 21화 : 증명 (2) 23.01.29 92 4 9쪽
» 3부 20화 : 증명 (1) 23.01.28 99 4 10쪽
244 3부 19화 : 광고 시간 23.01.28 95 4 10쪽
243 3부 18화 : 개시 (8) 23.01.26 94 4 11쪽
242 3부 17화 : 개시 (7) 23.01.25 101 4 9쪽
241 3부 16화 : 개시 (6) +2 23.01.24 98 4 10쪽
240 3부 15화 : 개시 (4) 23.01.22 96 4 11쪽
239 3부 14화 : 개시 (3) +2 23.01.21 97 4 11쪽
238 3부 13화 : 개시 (2) 23.01.19 100 4 10쪽
237 3부 12화 : 개시 (1) 23.01.18 100 4 12쪽
236 3부 11화 : 나아가려면 믿어야 하고 23.01.17 89 4 11쪽
235 3부 10화 :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23.01.16 9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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