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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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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30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2.03 22:31
조회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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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3부 25화 : 사람마다 다르고

DUMMY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


하늘에서 어느날 반투명한 대단한 뭔가가 나타나...


이제 우리 인간이 죽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어떤 사람도 잘못을 숨길 수 없어 책임이 따를 것인데다


너희는 늙지도, 병들지도, 다치지도 않을 거라고 하면.


그 말이 끝난 후 손을 잃었던 사람이 되찾고, 걷지 못하던 사람이 일어나 감격에 울면.


어떤 사람은 천국이 도래했다고 하고, 누군가는 지옥이 열렸다고 하겠지.






우리는 니콜로가 조금 더 떠들다 사라질 때 한적한 식당으로 가 음식을 주문했다. 사장님에게 눈빛으로 지금 이 상황에 밥을 정말 먹을 거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어쨌든 식탁에 서로 마주보며 앉아 수저와 포크를 들었다.


학선이는 답지 않게 밥을 눈앞에 두고도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인터넷의 어딜 가도 온통 속보, 속보, 속보뿐이다. 영상이 올라가는 모든 플랫폼과 서비스에 무슨 짓을 해도 다칠 수 없다는 내용이 넘쳐난다.


나는 벽돌로 자기 손을 내려찍고 아프다고 비명을 지른 다음 다친 건 아니라고 보여주는 영상이 한두 개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


효진이는 입안에 넣은 음식을 한참 우물거리다 넘긴 다음 짜증을 섞어 말한다.


"무슨 짓을 해도 다칠 수 없대. 누구도. 어떤 방법으로도."


미라가 허탈한 웃음으로 답한다.


"지금? 그것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로 총으로 쏘고 난리가 났대. 큰일났네, 이제 뭘 팔아먹지?"


효진이의 넋을 놓은 농담에 학선이가 진지하게 걱정한다.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사람이. 생물이."


효진이는 웃는다.


"강력한 통제와 절대적 안전... 전 인류가 정신줄을 놓게 생겼는데 이거?"


주방에 있는 사람이 우리 말을 듣다가 슬쩍 식칼 하나로 자기 팔을 찔러본다. 그리고 심각한 얼굴로 칼을 들어 그 끝을 본다.


나는 내 손바닥에 딱밤을 한두 대 때려본다음 이롄의 <파괴불가>를 오른손 끝에 걸고 왼팔을 그어 본다.


...


피 나는데?


내가 팔을 들어올리며 사무관님을 쳐다보자 사무관님은 한심하다는 얼굴로 날 보며 설명해준다.


"내 근처에 있으면 안전해요."


이건 안전한걸까, 그 반대일까. 그래... 사람마다 다르겠지.


삼촌은 아까부터 말없이 눈앞의 음식을 해치운다음 큰 동작으로 물을 마신 후 길게 숨을 내쉰다. 그러고는 사무관님에게 묻는다.


"그거 죽일 방법이 있습니까?"


"죽일 수는 없어요. 실체도 여기 있는 게 아니고."


"우리가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 안에 있다는 건 알겠어요. 그리고 주도권이 아까 본 그놈에게 있다는 것도 알겠고. 그런데, 방법이 있어서 이러고 있는 게 맞겠지요?"


"물론입니다. 송태광 씨."


"빨리 하지요."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준비가 필요해서."


삼촌은 으르렁거리듯 앓는 소리를 내고 할머님이... 그러니까 지금 주황색 머리칼 소녀의 모습을 한 할머니가 코웃음을 치고 일부러 고개를 반대편으로 한 채 사무관님에게 말한다.


"어머니 성격 많이 죽었네."


"성격이 나아진 거라고 해 주면 기쁘겠다마는."


사무관님의 말에 이은 대답은 없고 고개도 돌아가지 않는다. 사무관님은 살짝 실망한 기색.


이 집안이 분자 레벨의 콩가루 집안이란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 본론으로 빨리 들어가고 싶은데...


그나마 기분이 좀 나아보이는 막내에게 묻자.


"뭘 하면 될까요?"


"뭘 할지는 정해져있잖아? 어떻게 할 거냐가 중요하지."


"어떻게."


"자, 잘 들어. 할 수 있다면 적어가면서 들으면 좋겠는데. 우선, 너는 우리의 최후의 수단은 아니야."


"니콜로를 여기서 어떻게 하는 수단 말이죠?"


"어차피 큰형은 너희랑 오래 있으면 미쳐버려. 큰형에게도 좋은 일이지."


니콜로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하니 갑자기 하기 싫어지지만 그래도 우선순위란 게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방법이 하나가 아니란 건 다행이네요. 네. 다행입니다."


"그런데 큰형이 멍청하긴 해도 무능하진 않아서, 같은 방법을 두 번 쓰진 못해. 그러니까 네게는 이 한 번이 유일한 기회야."


나는 포크를 입에 물고 답답한 기분을 콧김으로나마 내보려 노력해본다. 효과는 별로 없지만.


"제가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하는 거죠?"


"그래. 다음 단계를 위한 과정 같은 거라서."


"다음 단계라 하면?"


"그걸 네게 말해줄 수는 없고."


"이용하려는 것은..."


정리해본다.


"이쪽의 유리한 조건이라면, 할머님이 니콜로와 한 계약일테고요."


막내 대신 할머님이 대답한다.


"큰오래비가 그렇게 말했다고 했잖아? '내가 원하는 걸 얻는 날 너도 원하는 걸 얻을 것이다.' 라고."


"예... 아, 그렇네요."


"그래. 큰오래비는 네 요청을 빨리 들어줘야 해. 지금은 우리가 널 숨기고 있지만 네 요청을 들어주는 게 가능한 시점에서 24시간 안에 해야겠지? 그리고 나는 큰오래비가 네 요청을 들어주면 내가 맡아둔 걸 줄 거고."


마지막 기반. 그리고 니콜로의 '본체'.


"내가 이야기해도 되겠니."


사무관님이 입을 열자 할머님은 다시 고개를 돌린다.


"이진협씨. 가장 좋은 결과는 첫째가 포기하게 하는 거예요. 포기하지 않는 이상 견딜 수 없게 몰아붙이는 거죠."


"제가 때리면 아파하기는 할까요?"


"다른 수단이 필요하죠. 그리고 그 수단은 첫째가 스스로 주기로 되어 있고."


"미라와 협력하라는 말씀이군요."


"정확해요. 우리의 다른 계획을 알려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로 그 방법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요."


"그건 어느정도 알겠고 미라도..."


미라가 저기 앉아있는데 미라의 이야기를 하려니 어색하다...


"미라도 준비가 되어 있을 것 같고요."


"그걸 기대하고 있어요."


"우리가 실패하더라도 데이터가 나오는 거고요."


"그 역시 정확해요."


할 수 있고,


해야 하면...


"이해했습니다. 그럼 준비가 되는 대로."


할 뿐이다.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특히 삼촌의 눈이 이글거린다.


효진이는 표정이 알기 쉽다. '뭔지 모르겠지만 네가 알아서 하는 거지?' 그렇게 될 거다.


학선이야 뭐. 내가 일어서면 벌떡 일어나 달려갈 것 같고.


미라는 기대하고 있네. 그것이 기쁘다.


"첫째는 그 요청을 들어주기 전에는 여러분 다섯에게 위해를 가하진 않겠지만, 그 다음은 몰라요."


"오염이라는 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우리에 대해 뭐라고 알고 있지요?"


"광자 기반 정보생명체... 라고 니콜로가 알려줬습니다."


"그런데 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하늘거리는 느슨한 그물 같은 모습이 아니라."


"여기는 관측으로 대상이 규정되니까, 그리고 그 대부분이 인간에서 나온 정보가 인간의 방식대로 관측하는 걸로 짜여있으니, 그 구조에 영향을... 잠시만요. 저도 제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효진이가 나 대신 설명해준다.


"여기는 인간이 세계를 관측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다른 작용은 없을수록 좋으니까 인간의 방식을 닮으려고요."


"맞아요. 그리고 그 인간을 닮은 영향이 너무 커져서 본질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상황이 오염이죠. 다들 조심하고 있지만... 보다시피."


삼촌은 이제 이런 이야기에서는 관심을 꺼버리시네...


내가 진짜 묻고 싶었던 건 하나.


"니콜로를 '오염'시키는 건 되지 않죠?"


"지금 첫째는 자신의 본체와 연결되어 있지 않고, 그래서 오염된 부분을 격리해서 파기할 수 있어요."


"그 부분 말인데, 이제 이 상태가 원래의 지구에 덮어씌워지는 거죠?"


"맞아요."


"거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감은 오지만."


"덮어씌우는 거예요. 최종적으로는 은하 전체에 영향을 미치죠. 여기로 넘어오기 전 그곳의 현미라 씨가 <완전소거>를 사용했다고 했죠?"


"맞습니다. 그래서... 미라가 혼낸 랏샴이라는 친구를 제가 두들겨 팬 게 되었었어요. 미라가 다시 나타나자 원래대로 돌아왔고."


"그것과 같아요. 이 곳에서 일어난 일에 맞게 원래의 현실이 달라지죠. 1년에 걸쳐, 그리고 과거가 변형되어."


"제가 성공하지 못하면 그렇게 되는 거고요."


어떤 침묵은 긍정이다. 사무관님은 어떻게 답해야할지 고민하는데 이 상황 자체가 답이다. 분명히.


내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는데, 정말 부담되네... 스트레스받아.


하지만, 나도 기다려온 순간이다.


미라를 만나러 갈 거다.


"모두, 지금 갈까요?"


사무관님이 손사래를 친다.


"충분히 쉬고 나서요."


"예."


"그리고, 첫째가 만들 세상이 어떤 건지 우리도 좀 봐둘거니까. 지금이... 4시 10분. 각자 쉬고, 9시쯤 잠깐 만나고, 내일 아침에 다시 모이죠."


사무관님은 우산을 나누어준다. 바깥에선 들고 다니고 방 안에 혼자 있을 때는 바닥에 두면 된다는 설명과 함께.


호텔에 들어서니 로비가 난리도 아니다. 다들 뭐라고 하나... 당장 이 계약을 그만두고 유흥과 오락 관련주에 투자하라고? 하하하하. 하하.


저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걸까. 저 말대로 세상이 달라진다면 우리는 이제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게 좋은 사람도 있어. 그럴 수 있어. 사람마다 다르다고 치자.


그래도 그러면 안 되지, X발.


우리는 아무도 우릴 알아채지 못하지만 모두가 길을 비켜주는 가운데 우산을 들고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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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3부 34화 : 하나의 끝은 다른 끝을 향하고 23.02.14 95 4 12쪽
258 3부 33화 : 미래의 방향 (끝) 23.02.13 100 4 10쪽
257 3부 32화 : 미래의 방향 (6) 23.02.11 96 4 11쪽
256 3부 31화 : 미래의 방향 (5) 23.02.11 120 4 10쪽
255 3부 30화 : 미래의 방향 (4) 23.02.10 98 4 11쪽
254 3부 29화 : 미래의 방향 (3) 23.02.08 101 4 11쪽
253 3부 28화 : 미래의 방향 (2) 23.02.07 96 4 10쪽
252 3부 27화 : 미래의 방향 (1) 23.02.05 98 4 13쪽
251 3부 26화 : 할머님과 막내 둘의 사정 23.02.04 99 4 11쪽
» 3부 25화 : 사람마다 다르고 23.02.03 98 4 10쪽
249 3부 24화 : 구원자 23.02.02 96 4 11쪽
248 3부 23화 : 다른 결말 23.02.01 108 4 10쪽
247 3부 22화 : 증명 (3) +2 23.01.31 122 4 10쪽
246 3부 21화 : 증명 (2) 23.01.29 92 4 9쪽
245 3부 20화 : 증명 (1) 23.01.28 98 4 10쪽
244 3부 19화 : 광고 시간 23.01.28 95 4 10쪽
243 3부 18화 : 개시 (8) 23.01.26 94 4 11쪽
242 3부 17화 : 개시 (7) 23.01.25 101 4 9쪽
241 3부 16화 : 개시 (6) +2 23.01.24 98 4 10쪽
240 3부 15화 : 개시 (4) 23.01.22 96 4 11쪽
239 3부 14화 : 개시 (3) +2 23.01.21 97 4 11쪽
238 3부 13화 : 개시 (2) 23.01.19 100 4 10쪽
237 3부 12화 : 개시 (1) 23.01.18 100 4 12쪽
236 3부 11화 : 나아가려면 믿어야 하고 23.01.17 89 4 11쪽
235 3부 10화 :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23.01.16 9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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