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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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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23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1.17 21:1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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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3부 11화 : 나아가려면 믿어야 하고

DUMMY

시합일이 이틀 뒤로 다가오고, 마지막 연습 경기도 마쳤다. 잘은 모르겠지만 학장님이 보낸 기계들도 몇 번 위치를 바꾼 후로는 그대로 있는 거 보니 준비가 끝난 듯하다.


효진이는 걱정했던 것과 달리 대활약했고, 우리는 충분히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끌어갈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우리 추격조는 삼촌하고 학선이로 할게요. 최우선 목표는 TG, 키브엘."


추격조의 역할은 필요할 때 필요한 상대편을 탈락시키는 것. 정찰조의 정보를 받아 움직여야 한다.


"정찰조는 당연히 저, 임효진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움직이고 보호하기도 합니다."


시합 중 효진이가 쓸 수 있는 건 <매그넘>하나뿐이지만 충분히 강력하다. 우리 쪽의 수가 더 적을 때에는 기습 후 몇 번의 공격으로 라미로나 프록시마를 몰아붙이기에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효진이는 수집과 정찰을 겸하고. 만약 내가 빨리 탈락하면 추격조를 돕고."


"맡겨두셔."


"미라는 수집조."


혼자 움직이며 NPC를 공격해 아군의 출력을 높이고 우리에게 유리하게 금지구역 조건을 바꿀 것이다. 혼자 있는 동안 여럿이 기습해와도 대응이 가능하고.


다만 미라는 이번에 <공간 제어>를 이용한 레일을 설치가 금지되어서 어느 때라도 마음대로 전투에서 이탈하지는 못한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남겨야 할 둘 중 한 명이기 때문에 탈락 위기에 빠지면 나와 효진이가 빠르게 지원한다.


우리 쪽에서 가장 마지막에 남길 사람은 상황에 따라 미라 혹은 신학선.


상대편에서 프록시마가 남는다면 학선이로 이길 수 있고, TG가 남는다면 학선이보다는 미라가 더 나은 선택이다. TG만 남는 게 분명할 때에는 삼촌을 남기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지만.


키브엘이나 경유진이 남는 게 분명하다면 학선이보다 미라. 우리 중에서 거의 모든 경우에 탈락이 분명한 한 명은 효진이... 언제 어떻게 탈락할 지도 중요한 부분.


키브엘이 연습 중 보여준 기술은 가까운 거리에서 넓은 영역에 충격을 주는 <연쇄 폭발> 과 한 명에게 얽어 시간이 지날수록 큰 충격을 주는, 일정 거리를 벗어나야 해제되는 <달군 사슬>, 지목한 적과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일정 시간 격리하는 <진실과 화해의 방>...


그 사람이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훨씬 많겠지만 그 정도만 하면 자기편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 거겠지.


나는 공격 기술은 <전하 붕괴> 하나만. 나머지는 <시간 왜곡> 과 <스틸스킨>, <세이프하우스> 등 보조 기술들이다. 이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싸울 수 있는데다 효진이를 초반에 허무하게 잃는 걸 방지하는 목적도 있고.


우리 쪽 설계는 끝났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 지의 큰 줄기도 잡혔다.


"그러면..."


다들 기대하는 눈으로 날 보네. 심지어 미라까지.


"모레까지는 좀 쉬죠."


다들 긴장 풀면서 늘어지는 거 봐. 내가 좀 들들 볶았지. 인정합니다.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키브엘은 날짜를 못박았다. 니콜로와 다섯째가 우리가 빨리 결판을 내도록 하는 걸지도 모르지.


각자 방으로 들어간 걸 확인하고 바깥으로 나와 혼자 걷는다. 잘 다스리고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불안하단 말이지.


방송 팀 옆에 있는 가장 큰 알 수 없는 장비를 볼 생각이다. 유일하게 발전기에 하나만 연결된 그 기계를.


간이 스튜디오로 와서 이제는 장난도 칠 만큼 친해진 촬영팀과 인사를 나누고 TG가 자기 몸을 두드리며 노래 만드는 걸 구경한다. 라미로는 이글스피릿과 다른 사람들과 열심히 떠들고 있고... 이글스피릿이 날 보더니 복잡한 웃음으로 인사를 보내고 내게 온다.


"사서, 준비는 끝냈나보네요?"


"그럭저럭요. 하기로 한 건 다 했고 이제 뭘 할지 또 생각해야죠."


"궁금한 거 하나 물어봐도 됩니까?"


"얼마든지요. 대답 못 해드릴 수도 있지만 질문하시는 거라면 뭐."


"양팀 다 이기는 게 목적이 맞죠?"


"일단은요."


"서로에게 제한을 열심히 거는 게 신기해서 말이죠."


"이기는 쪽은 애써서 이겼고, 지는 쪽은 아쉽게 졌다고 생각할 그 미묘한 지점을 위해서?"


이글스피릿이 작고 낮은 목소리로 빠르게 말한다.


"두 번 세 번 할 상황은 아니라는 말이네요."


들을 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더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주제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대답한다.


이글스피릿은 내가 보러 온 장비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입을 닫은 채 긴 한숨을 쉰다. 잘 숨기고 있었지만 당연히 초조하겠지.


"이글스피릿. 나도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말이죠."


"뭐지요?"


"사적인 이유로도 찾아온 걸까 해서요. 특히 참전하기로 한 부분."


이글스피릿이 소리없이 웃음을 터트린다. 그러고보니 새삼스럽네.


이 녀석하고 이 거리에서 허울없이 대화를 하고 있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상황인데.


"나는 말이죠, 사서. 내가 O퍼맨이 될 줄 알았어요."


"아, 그렇죠. 하늘도 날고."


"자연적인 O퍼맨은 아니죠. 기획과 계획을 따라 움직이는. 현실에선 그러는 게 슈퍼히어로가 할 일이라 생각했고?"


"이해갑니다."


"그리고 1년을 겪고 나니까 이거 뭐, 초능력으로 싸워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는 결론이니 기분이 묘하단 말이죠."


나는 침을 한 번 삼킨다. 미국이 지금 어디까지 짐작하고 있는지 이글스피릿은 알고 있겠지. 그걸 물어보고 싶지만 참아야해서.


"그래서 내게 남은 게 하나 있다면."


"있다면요?"


"경기 끝나고 나중에 저 안에서, 출력은 똑같이 놓고 1:1 시합. 어때요."


제안 자체는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지만...


"경기 끝난 다음이 말고 그 전이 나을지도 몰라요."


"하, 역시. 그전은 제가 이유가 있어서 안 되고."


"그렇군요."


"내가 못 이겨본 사람은 사서 한 명 뿐이라서 말이죠."


"같은 출력이라면 당연히..."


내 입으로 말하고 인정하려니 기분이 좀 그렇긴한데.


"...이글스피릿이죠. 나라고 그냥 일방적으로 당하진 않을 거지만."


"솔직히 나도 같은 생각인데. 근데 궁금한 건 또 하나 있어요. 나 다섯 명과 사서 다섯 명이면 어떻게 될까."


"에이, 그건 내가 그냥 이기죠. 껌이지."


"껌이라니 무슨 의미인지는 몰라도 좀 미묘하게 들립니다?"


강한 인간. 우수한 인간. 머리까지 좋지. 성실하고 바르게 행동하지만 냉혹할 때에는 망설이지 않는다.


그렇지, 네가 인류 대표 슈퍼히어로가 안 되면 누가 되겠냐.


이글스피릿과 좀더 낄낄댄다음 다시 또 혼자 걷는다. 이글스피릿이 방금 한 말이 묘하게 귀에 남는다.


그전은 이유가 있어서 안 된다고.


그러고보면 이글스피릿은 주로 아까 내가 본 기계 근처에서 머무르기는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촬영팀과 잘 지내려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바로 그 촬영팀에는 학장님이 보낸 게 분명한 사람들도 있단 말이지.


뭔가 있다.


바깥에 선 채 시합 구역 안으로 손을 뻗어 넣어본다. 바깥은 바람이 세게 불어 다른 사람들은 냉동실 문을 열면 훈훈하게 느껴질 정돈데 이 안은 잠잠하다. 좀 따듯하게 느껴지려나?


출력이 50만을 넘어버리니 이전과 많이 다르다. 추위도 더위도, 통각도 둔하게 느껴져서 좀 조심스럽다.


처음 싸운 곤잘레스의 살짝 눈이 맛이 갔던 게 기억나네. 이런 상태를 여러 번 자주 겪었다면 정신적으로 중독될만 해.


멀리 떨어져 외진 곳으로 오니 제법 먼 곳에서 날 알아채고는 부산해하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이 시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이겠지. 공격해 올 리는 없으니 넘어가자...


한참 걷는다. 계속 불안해한다고, 여러 번 생각한다고 알 수 없는 걸 알아낼 수는 없다. 특히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아는 것은 더욱 그렇다.


사흘 뒤면 니콜로와 다섯째의 미래가. 지구의 미래가. 미라를 만나야 하는 내 미래가, 가볍게는 이 시합의 결과에 돈을 건 사람들의 미래가 각각 달라지겠지.


어느 팀이 이기냐부터 누가 마지막으로 남냐, 경기 중 탈락 순서는 어떻게 되나 같은 여러 내기들이 대규모로 이루어졌다는데 그 돈이 전부 100억대라나 뭐라나.


바람에 옆으로 넘어져있는 기계가 있어서 바로 세운다. 역시 이것도 방송용 장비는 아니다.


어떤 계획인가요, 학장님. 별다른 말이 없으니 학장님 생각대로 되고 있다는 건 확실하겠지만.


다른 장비를 볼까 하고 천천히 걷는데 멀리서 미라가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왜 나왔지, 추울 텐데.


"안 춥냐."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나는 아무래도. 넌?"


"나야 뭐."


<공간 제어>를 쓰면 방한 대책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눈 오겠는데?"


"응?"


"눈 올 구름 같아."


그런가? 감각이 둔해져서 그런가 눈 올 공기처럼 느끼지 못했어. 하지만 하늘을 보니 미라 말대로다.


"지금 내리면 며칠 내로 안 녹겠는데..."


"경기장 안에도 쌓일까?"


"키브엘이 그게 더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면?"


"흐음. 장비는 괜찮을까."


그게 문제네.


우리는 경기 영역을 빙 둘러 걸으면서 장비를 살폈다. 미라는 중간중간 장비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하며 설명해준다.


"복잡하게 생겼지만 전부 센서하고 통신 장비. 제어 유닛에서 신호를 받는대로 작동하게 될 거야."


"실시간으로 뭘 파악하시겠다는 의미겠지?"


"분명히."


잘 될까. 미라는 장비를 둘러보다 내 얼굴을 보고는 풋 웃은 후 주먹쥐어 내 얼굴 옆을 툭 하고 두드린다. 응...?


"남 안 믿는 이진협씨."


"아니, 안 믿는 게 아니라... 그."


"걱정이 많아서 그렇지. 알아. 그런데 이건 마음에 담아 둬. 사람들은 너를 믿어."


...


눈을 꿈뻑이는 거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네. 미라는 웃어버리고는 몸을 돌려 앞장서 나간다.


"아마 네 개 더 있을 거야. 그거 보고 돌아가자."


"응."


발이 조금 가벼워졌다.


미라 말대로다.


나를 믿는다. 이 장비와 이글스피릿을 보낸 사람들과 이글스피릿 본인. 어쩌면 사정을 좀 짐작하고 있는 프록시마. 우리 팀.


나도 그들을 믿어야 해.


미라는 몸을 돌려 날 똑바로 보고, 나도 걸음을 멈추고 그 시선을 받는다.


"이길 확률이 얼마쯤 될까?"


"내 생각에 55 이상 60 미만?"


"이기는 게 좋은 거 맞지?"


"일단은."


"좋아. 그럼 그렇게 해야지."


가슴에 답답함이 조금 가셨다. 그렇지.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강한 사람이 우리 편이다. 내 앞에 있다. 나를 믿는다.


그럼 됐어.


미라는 날 한번 더 돌아보고는 의아해한다.


"뭐 재미있는 생각이라도?"


"아니, 그냥."


"그래. 좀 웃어라. 편하게. 좋아보인다."


이제 오늘 들어가 자고, 내일은 쉬고. 모레 몇 가지 점검하면서 보내면 드디어 시작이다.


물러설 곳은 없다. 그럴 생각도 없고.


내가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는, 내가 못 찾은 걸 찾아낸 사람들을 믿자. 그리고 내 할 일을 하자.


그러면 결과가 나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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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3부 34화 : 하나의 끝은 다른 끝을 향하고 23.02.14 9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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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3부 31화 : 미래의 방향 (5) 23.02.11 12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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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3부 29화 : 미래의 방향 (3) 23.02.08 10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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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3부 25화 : 사람마다 다르고 23.02.03 97 4 10쪽
249 3부 24화 : 구원자 23.02.02 95 4 11쪽
248 3부 23화 : 다른 결말 23.02.01 108 4 10쪽
247 3부 22화 : 증명 (3) +2 23.01.31 122 4 10쪽
246 3부 21화 : 증명 (2) 23.01.29 92 4 9쪽
245 3부 20화 : 증명 (1) 23.01.28 98 4 10쪽
244 3부 19화 : 광고 시간 23.01.28 95 4 10쪽
243 3부 18화 : 개시 (8) 23.01.26 9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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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 11화 : 나아가려면 믿어야 하고 23.01.17 89 4 11쪽
235 3부 10화 :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23.01.16 9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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