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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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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33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2.10 21:55
조회
98
추천
4
글자
11쪽

3부 30화 : 미래의 방향 (4)

DUMMY

불리한 점 하나, 막대한 출력 차이. 우리 총합은 200만 미만이지만 지금 니콜로는 2천만 이상.


불리한 점 둘, 우리는 여기서 니콜로를 제압한다는 선택지 하나뿐이다. 그러나 니콜로는 우리를 불태워 먼지로 만들어도 되고 이 공간 자체를 무너트려도 된다. 심지어 도망다니기만 해도 우리가 애써서 쫓아야 하는 상황.


니콜로는 그 선택지 중 우리를 무력화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듯하다. 예상대로.


불리한 점 셋. 니콜로는 우리의 스킬을 이해하고 대응책을 만들어 하나씩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같은 걸 여러 번 반복해 피해를 누적시킬 수 없는데 우리에겐 그만큼 충분한 밑천이 없다는 것.


'이제 <세이프하우스>는 안 통해, 받아쳐.'


"스피리이이이잇, 빔!"


'크게 소리지를 필요는 없지 않아?'


'재미있어서.'


내 패도 하나씩 줄어들고 있다. <신화투영>을 최대한 아껴두고 있는데 의미가 있나 모르겠네.


니콜로는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자신을 가로막는 걸 해결해간다.


한때 TV에서 그런 프로그램 많이 나왔었지. 아래는 물이 있고 스폰지로 만든 가볍고 푹신푹신한 장애물이 움직이며 사람을 방해하는... 비유하자면 니콜로는 그런 함정 장치 안에서 하나씩 구조를 확인한다음 구동부를 망가트리고 있다. 차근차근 침착하게.


우리가 유리한 점 하나. 여기는 미라가 만들며 준비해온 공간. 미라는 나를 통해 니콜로를 봐왔고, 미라가 만든 법칙에 따라 니콜로는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다. 적어도 앞으로 10분 정도는.


유리한 점 둘. 우리 쪽에는 미라가 두 명 있다. 공간을 이해하고 다루는 생각이 빠르고 정확한 사람이.


여길 만든 미라에게 묻는다.


'확인할 게 있는데, 일 년 동안 이쪽의 현미라에게 영향 준 거 있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어떻게 했는지 머리에 떠올려줘.'


경우의 수를 줄이는 방법이었구나... 미라가 만들 여러 가능성 중 원하는 쪽을 선택할 확률을 높였다. 과연, 자연스럽게 사람을 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어.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쪽은 한숨을 내쉰다.


'어쩐지 프레드가 사귀자고 할 때 이유 없이 기분이 나쁘더니.'


'뭐?'


프레드가 누구야...?


내가 당황하는 사이 미라끼리 이야기한다.


'프레드 그냥 보면 잘생겼지. 성격 괜찮고. 재미있고.'


'그러니까. 기분나쁠 상황은 아니었는데.'


'근데 평소에 보이는 것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었어서.'


신경쓰이네...


니콜로는 우릴 향해 천천히 걸어오다가 피식 웃는다.


"보아하니 집중하지 않고 있구나."


공격을 준비하는데... <세이프하우스> 도 파훼되었고, <스틸스킨>은 충분한 전자기력을 못 뽑게 깨졌고. 내가 쓸 수 있는 방어 수단은 떨어졌다.


저쪽의 삼촌이 아픈 가슴팍을 부여잡고 우리 학선이 옆에 선다.


"아무거나 만들어봐라."


"예, 삼촌."


삼촌은 기침을 한 번 세게 뱉은 후 <아바타>를 사용한다. 달궈진 망치와 작열하는 집게... 헤파이스토스로 구현되셨다.


학선이는 이해했는지 오랜만에 방패를 만들어 세워 잡고 삼촌이 그 방패를 집게로 잡은 후 세게 친다. 니콜로가 무거운 걸로 눌러 잡아둔 저쪽 학선이가 고개만 겨우 움직여 감탄과 응원의 뜻을 전한다...


'미라, 미안한데 저기 내 남편...'


'데리고 올게.'


미라가 공간을 움직여 학선이를 우리 옆으로 끌어온다. 니콜로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충분한 에너지를 모은다... 우릴 다 가루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저걸로 할 건 하나밖에 없는데.


조금 전까지 깔려있던 학선이가 우리 쪽 학선이가 만든 방패에 손을 대자 수많은 방향으로 사슬이 뻗어나가 어딘가 걸린다. 니콜로는 에너지를 가두어 압축하고, 미라가 그의 의도를 우리에게 알린다.


"이 영역을 분쇄할 생각이야, 견뎌."


한 학선이는 싱글거리며 대답하고,


"아, 그럼 그럼. 맡겨두라고."


다른 쪽 학선이는 바짝 긴장한 채 니콜로만 노려본다. 어색하네. 동일인 둘이라기보다 형과 동생 같다.


어이구야... 니콜로가 에너지를 더 작게 응축하더니 공간을 비틀기 시작한다. 의도는 알겠는데. 이 공간을 홀랑 삼켜서 우리를 내던지겠다는 생각이다.


온다...!


우리의 법칙 안에서 에너지는 시공간의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다. 과거는 보호되고, 엔트로피의 진전은 시간에 얹혀 이루어진다. 이 안에서도 마찬가지.


설마 여길 삼킬 정도의 질량을 생성해 압축하지는 않을 거고. 그렇다면 시공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요소를 불러올 거란 이야기... 우리가 아는 범위 안에서 그걸 할 수 있는 건 하나뿐. 허수질량을 가진 타키온.


이곳을 만든 미라가 중얼거리고...


"개념적으로 저 정도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아까부터 여기 바깥의 정보와 이어지는 경로를 찾는 미라가 집중한다.


니콜로가 한없이 끌어모으던 에너지가 갑자기 사라지고 그 빈 공간을 향해 우리가... 아니, 공간이 끌려간다! 니콜로는 눈을 부릅뜨고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고, 두 명의 학선이가 똑같이 후 하고 빠르고 강한 숨을 내쉰 후 사방으로 내뻗은 사슬을 고정시키고 버틴다.


사슬이 끊어질 듯 흔들릴 때마다 삼촌이 집게로 잡고 망치로 치지만... 이거 안 되겠는데.


정말 안 되겠는데! 이대로는 고작 6초, 5초... 3...


"학선, 풀어!"


두 명의 학선이가 지체없이 사슬을 놔 버리고, 우리는 급작스레 있던 곳에서 아래로 떨어져 모래바닥에 떨어진다. 어... 탈출한 건가?


니콜로는?


꽤 높은 데에서 떨어져 집중이 풀리는 바람에 <헥사 링크>가 해제되었다. 미라가 설명한다.


"급하게 하나 만들었어. 근데..."


1년간 차분히 만든 것과 급작스레 만든 것의 차이는 뭐, 말할 필요도 없겠지.


큰일이다. 니콜로는 그전의 공간을 그냥 망가트리기만 한 게 아냐. 그 안의 법칙과 구성요소를 모조리 읽어냈을 거다.


입안이 마르는 기분. 하지만 생각하는 걸 멈추지 않는다.


공간을 만들어 유지하던 미라는 이탈하면서 충격을 크게 받은 듯 표정이 좋지 않다. 그렇지만 시간이 없으니 묻는다.


"조금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이쪽이 좀 더 허술하고, 틈이 많고, 출입이 더 용이할 것 같은데 맞아?"


"네 말대로."


"외부의 요소를 여기로 불러와 가져올 수 있어?"


"내 이해 범위 안에서는 없어. <헥사 링크> 연결해 봐."


아까의 공간이 거대한 요새와 같았다면 지금 이곳은 짚단을 엮어 만든 움막. 늑대가 나타나 숨을 세게 불면 날아갈 집이다.


전제를 한다. 니콜로는 여길 찾아낼 것이고 어차피 날아간다. 그리고 같은 탈출을 두 번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생각해라. 그렇다면, 이제 상대가 할 건 무엇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미라. 다시 한 번 집중해서, 네가 저기 있는 미라에게 영향을 미칠 때."


"생각보다 말로 설명하는 게 이해가 빠를 거야. 분명 내가 아니지만 나라고 인지했어. 대상의 미래가 나이고, 지금 보고 있는 내가 선택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가정을 해서."


우리 쪽 효진이가 그 말을 듣고 생각에 빠지고, 조금 전까지 <아바타>로 다른 존재가 되었던 삼촌이 미라의 말을 보충한다.


"자신의 성질을 직접 건드리는 거지? 세계 안에서의 위상. 관계. 일으키는 진동의 변화."


삼촌의 설명대로다. <아바타>도 같은 요령이니까.


"맞아요."


미라는 대답하는 것도 힘들어보이니 놔두고. 나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을 만든 미라에게 묻는다.


"니콜로가 여기로 오겠지?"


"여길 거치지 않고 원래 있던 곳으론 갈 수 없어. 그 요소는 승계했으니까."


"그렇다면..."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모이고, 나는 나처럼 생각하고 있는 다른 나를 본 다음 묻는다.


"되기는 할 것 같은데."


대답을 들은 나는 입을 우물거리고 눈가를 꿈틀거리며 대답한다. 이렇게 보니 정말 보기 불편한 버릇이네. 고쳐야겠다 나.


"다른 방법도 안 떠오르고."


"해보지 뭐."


내가... 아니, 우리가 결론을 내리자 다들 나에게서 눈을 떼고 주변을 경계하며 앉아 있는 미라의 주변으로 둘러 선다.


긴장되네. 할 수 있을까? 아니지. 어차피 할 수밖에 없어.


떨리네. 나는 분명히 가능한 것만 해왔는데. 어려운 건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확실하고 틀림없는 것만 골라서 왔는데.


니콜로가 가까이 오고 있는 게 느껴진다. 나는 나를 본다. 같으면서 다르고, 과거에 있으면서 미래에 있다. 정해져 있지 않다. 여기 있는 나는 무엇도 아닌 대신에, 무엇도 될 수 있다. 나라는 범위 안에서.


"내가 먼저..."


"아냐, 내 쪽이 더 나아. 나는 너에게서 분리되어 나온 격이니까. 성질을 바꾸려면."


...그 말이 맞다.


어려운 걸 나에게 맡기는 건 처음이네.


참고할 도구는 세 가지다.


나를 보고 있던 미라가 자기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것. 여기로 온 미라가 공간을 뻗어 바깥의 정보를 찾다가 급하게 이 곳을 만든 것. 아까 내가 마땅히 저 넷이 있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나를 있도록 한 것.


그렇게 되면... 할 수 있다.


저 멀리 공간을 우그러트리며 니콜로가 나타난다. 아직 이 안으로 들어온 건 아니지만 서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


서두르자.


나는 내가 변하기를 기다린다. 우리가 목표한 것 중 그나마 조금 알 수 있는 나는...


키브엘에게 들은 첫 번째 나.


"제일 처음, 나는 도망자였겠지."


내가 아닌 내가 흐릿해진다. 나는 상상한다. 없어진 대상이지만 남아있노라 거짓을 고한다. 여기 내가 있다고. 그는 나의 과거이며 현재라고.


"아마도 지도자였던 것 같아. 살인자였고 약했겠지. 분명."


찾는 거다. 그것이 될 정보를 여기에서 바깥으로 뻗어. 찾지 못하더라도 좋다. 저 나를 바꾸면 되니까.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고 마지막에 가서는 배고프고, 아프고 힘없는 상태였고."


알 것 같다. 무언가, 내 부름에 응답해 떨리고 있다.


나는 마무리를 짓는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 한 가지를 더해서.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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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에필로그 3 : 대화 23.02.26 92 3 4쪽
262 에필로그 2 : 별을 여행하는 아이 23.02.26 74 3 2쪽
261 에필로그 1 : 키브엘의 기록 23.02.19 90 4 10쪽
260 마지막화 : 너의 세상, 나의 세상 23.02.15 105 4 10쪽
259 3부 34화 : 하나의 끝은 다른 끝을 향하고 23.02.14 95 4 12쪽
258 3부 33화 : 미래의 방향 (끝) 23.02.13 100 4 10쪽
257 3부 32화 : 미래의 방향 (6) 23.02.11 96 4 11쪽
256 3부 31화 : 미래의 방향 (5) 23.02.11 120 4 10쪽
» 3부 30화 : 미래의 방향 (4) 23.02.10 99 4 11쪽
254 3부 29화 : 미래의 방향 (3) 23.02.08 101 4 11쪽
253 3부 28화 : 미래의 방향 (2) 23.02.07 96 4 10쪽
252 3부 27화 : 미래의 방향 (1) 23.02.05 99 4 13쪽
251 3부 26화 : 할머님과 막내 둘의 사정 23.02.04 99 4 11쪽
250 3부 25화 : 사람마다 다르고 23.02.03 98 4 10쪽
249 3부 24화 : 구원자 23.02.02 96 4 11쪽
248 3부 23화 : 다른 결말 23.02.01 108 4 10쪽
247 3부 22화 : 증명 (3) +2 23.01.31 122 4 10쪽
246 3부 21화 : 증명 (2) 23.01.29 92 4 9쪽
245 3부 20화 : 증명 (1) 23.01.28 99 4 10쪽
244 3부 19화 : 광고 시간 23.01.28 95 4 10쪽
243 3부 18화 : 개시 (8) 23.01.26 94 4 11쪽
242 3부 17화 : 개시 (7) 23.01.25 101 4 9쪽
241 3부 16화 : 개시 (6) +2 23.01.24 98 4 10쪽
240 3부 15화 : 개시 (4) 23.01.22 96 4 11쪽
239 3부 14화 : 개시 (3) +2 23.01.21 97 4 11쪽
238 3부 13화 : 개시 (2) 23.01.19 100 4 10쪽
237 3부 12화 : 개시 (1) 23.01.18 100 4 12쪽
236 3부 11화 : 나아가려면 믿어야 하고 23.01.17 89 4 11쪽
235 3부 10화 :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23.01.16 9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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