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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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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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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18,896

작성
23.01.3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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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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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3부 22화 : 증명 (3)

DUMMY

관측. 보는 행위.


양자역학의 영역에서 행동주체의 관측은 분명히 피관측대상에 영향을 미친다.


슈뢰딩거는 관측이 대상의 상태를 결정한다는 의견에 독약이 든 상자 안의 고양이를 비유해 비판했고, 그 비판은 양자역학에서 관측을 가장 알기 쉽게 설명하는 예가 되고 말았다.


세상의 모든 입자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 어떤 상태라도. 에너지는 입자를 진동시켜 파장을 일으킨다. 에너지와 입자의 파장은 시간 속에서 서로 부딪쳐 사건이 된다.


원자보다 작은 기본 입자가 다른 기본 입자와 얽히는 걸로 시작해 항성을 만들고 은하를 회전시키며 우주를 지탱한다.


입자의 상태는 미정.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반응할지 전혀 특정할 수 없지만 분명 어디엔가 있는 것처럼 엔트로피를 따라 에너지를 교환한다.


관측은 가능성의 혼탁함에 못을 박아 세상을 규정한다. 상태를 정한다. 엔트로피를 강제한다. 어쩌면 감각을 가지고 반응하는 모든 생물에 의해, 분명히 우리 인간에 의해, 아마도 우리와 생명구조와 규모가 다른 무언가에 의해.


그러나 관측이 작용하는 부분은 양자의 영역. 미시영역에 적용되는 규칙.


이 화면 속에 보이는 혼란함은...


우리가 미시영역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효진이가 이마를 붉게 물들인 채 설명한다.


"우리 현실이 침범되어 있어요. 아주 작은 걸로 뒤흔들 수 있게! 원래대로라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지구를 블랙홀 안으로 만들 만큼. 그런데 그런 건 없었죠! 그런 게 있으면 우린 모조리 분해될 열과 중력이 있어야하는데. 그 말은, 그러니까, 그러니까...!"


효진이가 말을 끝내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대신한다.


"일단, 우리가 있는 여기는 가짜 세상이에요."


여기 있는 모든 사람 중 학선이만 놀란다는 것이 놀라운데.


삼촌은, 언제나. 가장 먼저 알아내야 할 것을 골라낸다. 지금도 그렇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인간보다는 많이 아는 누군가가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네 목적은?"


지금 삼촌의 목소리는 위압감으로 사람의 다리를 풀리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것도 훈련받나...?


니콜로나 다른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는 못 해도 내 이야기는 해도 되겠지.


"제가 온 미래로 모두를 데리고 가야 해요. 우리 다섯을."


"왜냐."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이 상황을 만든 것이냐?"


"아뇨, 삼촌. 그 반대쪽이에요."


삼촌이 살기를 거둔다. 그리고 평소의 삼촌처럼 이야기한다.


"말을 하지 그랬냐."


"이 정도 상황이 되지 않으면 허무맹랑하게 들릴 것 같았죠."


"그건 그렇다."


우리 대화가 끝나자 효진이가 스태프에게 가서 묻는다.


"지금 여기, 우리에게만 이렇게 보이고 바깥으로 나가는 영상은 한 사건만 계속 이어지는 거 맞죠? 그러니까, 다 똑같은 방송을 보고 있는데 다른 게 나가는 거죠? 어디는 미라가 지고 있고 어디는 거의 다 이겼고, 뭐 그렇게!"


스태프가 나를 힐끔 본 다음 이를 꽉 물었다가 가까스로 대답한다.


"맞아요. 여기 바깥에서는 하나만... 하나만 관측될 수 있어요."


효진이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학선이는 효진이의 앞으로 가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 조심스레 묻는다.


"여기, 위험한 거야?"


"아냐, 썬. 아니야."


효진이가 두 손을 뗀다. 그리고 날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네가 키브엘과 이러기로 한 거야?"


"아니. 하지만 뭔가 꾸몄다고 예상은 했어."


"다 좋아, 다 이해했어. 그런데 어떻게 가능해? 우리는... 인간은 이런 걸 상상 못 해! 보기 전까진 구조를 알 수 없어. 나도 하라하라의 안에 들어가고 나서야 겨우..."


학선이가 효진이를 바라보다 날 힐끗 본 다음 어지럽게 나오는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다. 그런 다음 말한다.


"지금 화면에 보이는 상황이... 우리 모두의 상태를 보여주는 거겠네."


"그렇게 되나?"


"응. 그거 말고는 이렇게 일부러 보여줄 이유가 없는 것 같아."


"그 말이 맞네..."


효진이가 흥분을 애써 목 뒤로 삼키고 묻는다.


"그럼 진협. 미라가 이기는 거야?"


"그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키브엘이 결정할 것 같은데."


"우리가 지면 어떻게 되는 거야?"


"이기는 경우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거나, 더 나쁜 세상이 되거나 둘 중 하나."


"둘 뿐?"


"둘 뿐..."


"도대체 누가 왜?"


대답하지 않는 것이 답이 될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하는 어떤 무언가.


학선이가 효진이에 이어 묻는다.


"위험한 존재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들에게 이게 유일한 수단이고?"


"아마도?"


"이진협. 너는 그 자들의 편이야?"


"아니."


나는 학선이를 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아냐."


"그렇구나."


화면 안의 어지러움이 조금씩 늦춰진다. 1초에 두세 번은 바뀌던 두 사람의 모습이 점차 느리게 깜빡인다. 키브엘이 먼저 가만히 서 있는 모습으로 고정되고... 몇 초 후 미라가 들고 있는 목검을 옆으로 내던지는 걸 끝으로 혼란이 멈춘다.


내가 확인할 차례. 나는 스태프에게 묻는다.


"학장님은 성공한 거죠?"


스태프는 이마에서 땀을 흘리며 기계 안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한다.


"완, 벽, 하게요."


"이 다음은요?"


"나머지는... 나머지는, 사람들에 달렸어요. 이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요."


"수천 개의 경우를 녹화해서 생방송인 척 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겠죠? 누구는 AI로 자동생성한 영상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받아들이겠죠. 그러려고 한 거니까."


삼촌이 한숨을 짧게 쉬고 묻는다.


"협아. 내게 아주 쉽게 설명해 봐."


"그러니까, 쳐다보는 것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이론적으로."


"이론적으로."


"그런데 세상은 다이아몬드 같아서 우리가 면봉으로 아무리 문질러도 세상 그대로죠."


"다이아몬드에 비친 부분만 쏙 빼와 솜사탕으로 만든 게 여기이고 우리다?"


"...네."


"네가 왜 말 안했는지 알겠다. 어떤 미친 놈들이 살아있는 사람으로 게임을 짜고 XX이야."


학선이가 게임이라는 말에 아차 하고 나를 본다. 나는 대답할 말이 없다는 얼굴로 학선이의 의문을 풀어준다. 어떤 침묵은 긍정이니까.


효진이는 아까부터 모니터만 보고 있다. 미라는 지친 듯 바닥에 앉아있고 키브엘은 나무에 몸을 늘어지듯 기댄 채 서로 말한다.


남은 체력... 두 사람 다 1%.


전 세계 각지에서 그동안 무엇을 보았던 지금은 다시 그대로일 거다. 스태프는 날 손짓해 부른 다음 기계 안의 모니터를 보여준다.


"이 기록 봐봐요. 지금은 한 줄인데 여기, 2분 전까지 이 진폭요."


"넓네요. 위아래로."


"여기서 여기가 한 2천, 그리고 이게 500, 여기서부터 10정도로 떨어졌어요."


학장님이 날 기계에 연결하고 내 뇌를 강제로 멈췄을 때 전해진 메시지가 생각난다.


'이곳은 존재와 비존재의 사이. 불분명한 1의 노래를 0이 전달해 공명하는 음색, 오직 실재와 공허만이 있는 곳.'


"존재와 비존재의 사이..."


효진이가 외친다.


"움직였어!"


화면을 보니 미라가 아까 내던진 목검을 들고 일어나는 것이 보인다. 키브엘도 몸을 앞으로 숙여 바로 서려고 하지만 조금 비틀거리고.


남은 에너지가 없진 않을 텐데... 두 사람 다 어지럽구만.


그도 그럴 듯이 아까...


"기계에 기록된 경우의 수가 2천이라고 했죠?"


"예."


최대 2천의 경우에 대한 기억이 머리에 들어오거나 그런 식으로 영향을 받을 텐데 어지럽지 않을 수 없지.


카메라가 먼 거리 조금 아래에서 미라를 올려다보듯 비춘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입모양으로 어떤 말을 하는 지 알 수 있다.


'설마했는데.'


키브엘의 얼굴은 비치지 않지만 미라의 표정만 봐도 어떻게 대답했는지 알 것 같다. 진지해졌어.


미라는 끝까지 갈 생각인가. 서로 한 대 먼저 맞추기를 하면 키브엘이 일방적으로 유리한데.


카메라가 키브엘의 정면을 비춘다. 키브엘이 한쪽 손을 들고...


처음으로, 화면 안에서 소리가 들린다.


"결론을 내렸어."


나는 심장이 멈춘 듯 몸이 굳는다. 키브엘의 다음 말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전세계의 모두, 궁금하지? 알려줄게. 나와 이진협은 인류를 두고 싸우는 경쟁자의 대리인. 사실이야."


나는 비틀거린다. 삼촌이 깜짝 놀라 날 붙잡을만큼.


"협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키브엘 본인이 그날 그 섬에서 한 이야기다.


'우리 모두 팀을 꾸리기로 하고, 그걸 방해하지 않을 것. 물론 팀에게 우리가 누군지는 비밀. 서로에게 알려줘서도 안 되고. 분명히 말하는데 서로의 정체를 폭로하는 순간 탈락이라고 선언이 되었어.'


서로의 정체를 폭로하는 순간 탈락...


화면 속의 키브엘이 계속 말한다. 편안한 미소를 지은 채로.


"재밌었고 아쉽지만, 그만 하려고."


지금. 니콜로가...


최종 승자, 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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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에필로그 2 : 별을 여행하는 아이 23.02.26 74 3 2쪽
261 에필로그 1 : 키브엘의 기록 23.02.19 89 4 10쪽
260 마지막화 : 너의 세상, 나의 세상 23.02.15 104 4 10쪽
259 3부 34화 : 하나의 끝은 다른 끝을 향하고 23.02.14 95 4 12쪽
258 3부 33화 : 미래의 방향 (끝) 23.02.13 100 4 10쪽
257 3부 32화 : 미래의 방향 (6) 23.02.11 95 4 11쪽
256 3부 31화 : 미래의 방향 (5) 23.02.11 120 4 10쪽
255 3부 30화 : 미래의 방향 (4) 23.02.10 98 4 11쪽
254 3부 29화 : 미래의 방향 (3) 23.02.08 101 4 11쪽
253 3부 28화 : 미래의 방향 (2) 23.02.07 95 4 10쪽
252 3부 27화 : 미래의 방향 (1) 23.02.05 98 4 13쪽
251 3부 26화 : 할머님과 막내 둘의 사정 23.02.04 99 4 11쪽
250 3부 25화 : 사람마다 다르고 23.02.03 97 4 10쪽
249 3부 24화 : 구원자 23.02.02 95 4 11쪽
248 3부 23화 : 다른 결말 23.02.01 107 4 10쪽
» 3부 22화 : 증명 (3) +2 23.01.31 122 4 10쪽
246 3부 21화 : 증명 (2) 23.01.29 92 4 9쪽
245 3부 20화 : 증명 (1) 23.01.28 98 4 10쪽
244 3부 19화 : 광고 시간 23.01.28 94 4 10쪽
243 3부 18화 : 개시 (8) 23.01.26 93 4 11쪽
242 3부 17화 : 개시 (7) 23.01.25 100 4 9쪽
241 3부 16화 : 개시 (6) +2 23.01.24 98 4 10쪽
240 3부 15화 : 개시 (4) 23.01.22 95 4 11쪽
239 3부 14화 : 개시 (3) +2 23.01.21 97 4 11쪽
238 3부 13화 : 개시 (2) 23.01.19 99 4 10쪽
237 3부 12화 : 개시 (1) 23.01.18 99 4 12쪽
236 3부 11화 : 나아가려면 믿어야 하고 23.01.17 88 4 11쪽
235 3부 10화 :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23.01.16 9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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