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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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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22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1.22 01:10
조회
95
추천
4
글자
11쪽

3부 15화 : 개시 (4)

DUMMY

경유진.


어디서나 눈에 띄는... 아니, 솔직히 이야기하자. 처음 본 사람의 정신을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외모. 겉모습에 점수를 매긴다면 학선이를 꺾을 게 분명한 인간.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차갑게 대하고 말이 적은 편이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얼마나 많은 고의성 오해로 추궁받았을지 나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안그래도 괜찮은 집에 태어났지만 '더 나은 집과 결혼으로 이어질' 상품으로 가치있기를 끝없이 요구받아온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 사람이 다른 사람과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외모가 아니라 용맹함. 지난번에 김승철이 만든 패거리의 2인자로 있을 때도 그랬고, 얼마 전 카유가 다른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날 공격할 때에도 그랬다.


내가 1:1 에 주로 사용하는 전법은 속도에서 우위를 가져가서 공격-방어 주도권을 빼앗고 적의 선택지를 줄인 다음 결정적인 한두 대를 날려서 끝내는 것. 원래 미라가 잘 하는 거고 긴 시간 동안 미라에게 훈련받으며 익힌 것인데...


경유진은 그걸 읽고 대비해왔다. 자신을 둘러싼 물질의 농도를 조절해가며 내 속도를 계속 떨어트리고 판단을 방해한다. 두 눈은 시간을 끌겠다거나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티겠다는 게 아니라 나를 제압해 여기서 탈락시키겠다는 의지로 타오른다.


뒤쪽에서 여럿이 얽혀 싸우고 있는데 날 묶어두는 걸로도 이득이고 아예 탈락시키기까지 하면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는 계산.


나도 똑같은 생각으로 공격해온 건데 준비를 잘 해왔네 이 사람. 코가 얼얼하고 목이 탄다. 연습할 때는 이렇게까지 1:1에서 맞붙지 않았는데.


푼사니의 <유성>을 가져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늘로 치솟았다가 빠르게 떨어지는 그거. 경유진하고 서로의 탈락을 걸고 맞붙을 줄 몰랐지.


서로 말 없이 공격과 방어만 교환하니 좀 어색하네. 말이라도 걸까.


"지난번에 그 흰머리하고 싸웠을 때 말이죠."


"예. 그때?"


"감사했다고 따로 말할 기회가 없었네요."


"아니, 그거야 살려고 그랬죠. 내가."


하하. 이렇게 겸손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런데 의외긴 하다. 이렇게 1:1에서도 잘 안 물러나는 사람이었나.


김승철의 무리에 있을 때에도 나와 경유진은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경유진의 위치는 좀 특이했지. 김승철에 이어 서열 두 번째였지만 김승철과 사이는 어마어마하게 나쁜, 그래도 김승철의 방식에 동조는 했던.


그날 대전에 모였다가 흩어진 사람들을 모은 게 김승철의 패거리의 시작이었다. 발포 명령에 가족과 친구를 잃고 먹을 것과 지낼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의 구심점이 되었지.


경유진은 원래 거기에 들어올 이유가 없었다. 대전에 총을 겨눈 반대쪽에서 안전하게 지냈으면 됐을 사람. 그런 점은 좀 존경했었는데.


반쯤 미쳐버린 김승철을 어떻게 제어하다가 마지막에 포기했었지. 그 선택도 맞았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이 자기 자신의 능력을 조금만 좋아했으면 그냥 김승철을 강제로라도 정신차리게 했을 거야. <호르모니아>는 그만큼 위험한 스킬이다.


여튼 내가 기억하는 경유진은 그런 사람인데 지금 이렇게 전력을 다하고 있으니 새삼스럽다. 대체 키브엘은 이 사람을 어떻게 잡았지?


"이렇게 잘 싸우는 분인 줄 미처 몰랐네요."


빈말을 던지자 바로 비웃어버린다. 하던 공격도 멈추고 웃음을 터트리며.


"그럴 리가. 이상하게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던데."


"하하, 어째서요. 그럴 리 없잖아요."


"<펌핑>은 내가 단 한 명에게 써봤어요. 석동현 팀장님."


나는 웃는 얼굴 그대로 굳어버렸다.


"팀장님은 비밀을 누설 안 하는 사람이고. 국가기관을 통해서 어떻게 알았나, 했는데 들어와서 보니 나에 대한 자료는 아예 없고."


"그거야 뭐 알음알음..."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거 알죠?"


"에이, 아녜요. 오해입니다."


"미라가 급하게 하는 거짓말 다 티난다고 알려줬는데 정말 그렇네요?"


말문이 막혀있으니 쐐기를 박는다.


"기차에서 이야기할 때에도. 내가 말 자르는 거에 민감한 거 다 알아서 기다렸던 것 같고."


"아니, 전 원래 남의 말을 안 잘라요!"


"그래도 유달리 신경쓰시던데."


...끙.


그래. 의심하고 있었구나. 그래서...


"정리하면, 절 의심했고. 기회 있을 때 확인했고, 최종적으로 문제 안 될 사람으로 봐서 김승철이 같이 때려잡으러 가자고 할 때 안 온 거네요."


"거짓말 못 하는 상황이 오면 다 실토한다는 말까지 정확하네요. 나에 대해서 어디까지 조사했어요?"


"조사한 적은 없어요. 당연히."


반신반의하는 눈빛... 눈 한번 마주쳤다고 자기 자신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잠시 잡담하는 사이 시간이 6분을 가리키고, 다음 금지구역이 예고된다. 한 번에 생기는 금지구역 범위가 넓어지네. 기존의 금지구역도 확장된다.


이 범위라면 여기서 경유진하고 결판을 내는 게 맞긴 해. 이 상태로 계속 싸우면 내가 이기긴 하고.


평소처럼 주변 정보를 잠깐 확인하고 와서 공격하느냐, 미라가 하는 것처럼 이 자리에서 몰아붙이냐...


내가 고민하는 사이 경유진이 <펌핑>을 자기 자신에게 건다! 이대로 계속 시간만 가면 자신이 진다는 계산은 당연히 했겠지.


좋아. 결판을 내봅시다.


라고 생각했는데, 잠깐. 잠깐!


세상에. <펌핑>쓰고 전력을 다 하는 경유진이 이렇게 강하구나. 예상 바깥이다.


100에서 125~150 정도 될 것을 생각했는데 이건 거의 200! 침착하자. 침착해. 방어에 집중하면서 시간을 끈다.


이 사람이 이렇게 주먹질을 잘하지 않았는데, 단기속성으로 배웠나? 빠르거나 매섭진 않지만 뭘 잔뜩 끼얹으며 때려대니 얼얼하네. 균열 내의 가상 전투가 아니라 실전이었으면 한 대만 맞아도 치명타다. 팀플레이라면 더욱.


<세이프하우스>로 상쇄할 레벨이 아니니 그냥 <전하 붕괴>로 받아친다. 확실히 <전하 붕괴>를 대처하는 법은 모르지만 사라지는 만큼 새로 합성하며 끼얹고있어.


안되겠다. 지금 <타이탄>을 쓰면 표면적이 넓어졌다고 체력을 더 깔 것 같긴 한데 그거 말고는 빠르고 정확하게 반격할 수단이 없어.


몸집을 키우고 손바닥으로 상대의 공격을 쳐낸다. 경유진은 아차 싶은 표정. 내가 <타이탄>을 가져왔다는 걸 알려줄 사람이 없었나보다.


이 상태에서 발만 강하게 딛어도 경유진이 합성한 물질 중 바닥에 깔리던 건 밀려난다. 경유진은 공격을 잠시 멈추고, 그렇지만 여전히 이글거리는 눈으로 날 살핀다. 내 남은 체력... 38%! 경유진은 아직 50%언저리인데. 하 이거 피가 까인 채로 붙어서.


<펌핑>이 얼마나 가려나. 좀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가면 경유진이 먼저 탈락하기는 해. 그런 다음 나는 금지구역 사이에 숨어있다가...


경유진이 계산을 끝낸 듯 공격해오려다 멈칫한다. 그에 맞춰 나도 빠르게 가까워지는 에너지를 느끼고 그쪽와 경유진에게서 동시에 멀어지는 방향으로 발을 뺀다.


야단났네. 저 팀에서 저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은 TG 아니면 라미로인데 TG일 리는 없어.


"누나-!"


라미로 맞군.


경유진은 반색한다. 음, 근데 라미로가 이렇게 올 정도면 우리 쪽에서도 누가 여기로 안 올 리 없어.


라미로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살려주세요!"


경유진의 눈이 빛나다 갑자기 꺼졌다. 라미로와 협력해서 날 어떻게 끝낼지 고민하고 있었을텐데.


"저격수가 뒤에 붙었, 으아악!"


음, 역시 라미로는 보고 있기만 해도 재미있다는 이유로 키브엘이 스카웃한 게 틀림없다...


연습 경기에서도 효진이는 위치를 잘 들키지 않았다. TG가 우월한 방어력과 속도로 이잡듯이 뒤질 때에나 겨우 포착됐을까.


라미로는 위험한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저격수를 끈질기게 찾아내는 일에는 전혀 안 맞지...


경유진은 우선 라미로를 자기 옆에 둔 다음 날아오는 <매그넘>을 몇 발 확인한다음 연막을 피워 몸을 숨긴다. 그럼 이제 효진이가 신호를 쏘아올릴 차례.


노란 불빛 두 개에 파란색 하나, 터지는 순서는 파란색에 노란색 두 번.


학선이가 별로 좋지 않은가본데... 경유진이 여기 있는데 누가 어떻게? 키브엘인가.


나는 효진이가 요청한대로 이탈한다. 좀 아쉽지만 뒤쪽에서 내가 예상 못한 상황이 벌어졌으니 또 가서 봐야지.


효진이가 있음직한 곳을 지나치니 반대쪽에서 오는 삼촌이 보인다. 조금 지친 표정. 그리고 상황을 설명해준다.


"음악 하는 친구가 도대체 답이 안 나온다. 학선이가 속수무책이야."


몸을 움직이는 능력 자체는 TG가 우월해서. 전에도 자주 했던 이야기지만 생성계는 출력이 가장 중요하고 그래서 학선이가 마지막으로 남을 때 상대에 경유진이 남는 것만 아니면 되는 거였다.


나는 삼촌과 교대하고 계속 나간다. 어디, 다른 사람은 흩어진 것 같고 미라와 TG만 가볍게, 서로의 발을 묶어둔다는 정도로 싸우고있네.


미라가 이러고 있으면 우리에게 손해이긴 한데 내가 지금 TG랑 맞붙을 상태가 아니야.


미라는 날 힐끗 본 다음 맡겨두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둘 중 지쳐보이는 건 TG. 그럼 보자, 학선이가 불리하다고 했으니 지금 왼쪽 끝으로 이동해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겠네. 여기가 중앙이니 나는 좀 더 나아가서 학선이를 범위 안에 두는 게 좋겠다.


시간은 어느새 7분을 가리키고, 예고되었던 금지구역 지정이 실행된다.


다음 예고는 8분, 실행은 9분. 일단 학선이를 찾고 금지구역을 같이 이용할 방법을 찾아야한다.


지금은 도망치기 쉽지만 9분 금지구역 후부터 상대를 몰아넣을 수 있는 각이 나올 거다. 그건 곧 9분 경 상대의 누가 탈락됐는지, 우리의 누가 당했는지에 따라 할 일과 결정이 달라진다는 말.


학선이는 지금이 가장 취약할 때니 포인트에 손해를 보더라도 지키는 게 맞다. 아군이 줄어들수록 더 강해진다니 크레이지 저스티스로 분류되기에 손색이 없네.


근처의 NPC는 전부 잡힌 것 같고... 학선이를 찾으면 킬리 누님이 있을 쪽으로 가보는 게 좋겠어.


하, 정신없다. 그래도 시작이 반인 시합에서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경계면을 따라 달리니 학장님이 보낸 기계들이 보인다. 문득 궁금해진다.


지금 잘 되고 있나요? 학장님.


학장님이 무얼 하고 있는지 그게 잘 되고 있는지 너무나 신경쓰이지만 눈 앞에 집중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한다.


이 시합을 최대한 볼만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이기는 것.


다른 건 그 둘 다음에 생각하는 것이 맞다.


나는 학선이를 어렴풋이 감지했고 주변에 상대편이 없는 걸 확인한 후 그쪽을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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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3부 24화 : 구원자 23.02.02 95 4 11쪽
248 3부 23화 : 다른 결말 23.02.01 108 4 10쪽
247 3부 22화 : 증명 (3) +2 23.01.31 122 4 10쪽
246 3부 21화 : 증명 (2) 23.01.29 92 4 9쪽
245 3부 20화 : 증명 (1) 23.01.28 98 4 10쪽
244 3부 19화 : 광고 시간 23.01.28 95 4 10쪽
243 3부 18화 : 개시 (8) 23.01.26 9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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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 15화 : 개시 (4) 23.01.22 9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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