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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41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2.05.0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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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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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8쪽

01. <아카이브>

DUMMY

“너무 물어봐서 미안합니다. 요새 가끔 익명 지원 C랭크 헌터가 균열 앞에서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요.”


11인승 승합차 안. 말을 한 사람은 A랭크 헌터. 나는 배시시 웃으며 대답한다.


“그럴 수 있죠, 요새 신참은 균열 가기 힘들잖아요, 사실 저도 지금 떨려요. 파란색 균열은 처음 가 보거든요.”


A랭크 헌터는 내 말에 웃음으로 답하고 슬그머니 <탐색>을 거두고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나는 침을 한 번 삼키고 조수석 위의 화장거울을 열어 살짝 얼굴을 보았다.


누가 봐도 전형적인 C등급 지원형 헌터. 탐색 때문에 좀 긴장했지만 다행히 간파 안 됐다.


좋아, 자신있게 기술 거는 A랭크에게도 안 걸린다면 이제 들킬 걱정은 안 하고 끼어다닐 수 있다는 말이야.


무려 A랭크 헌터가 인솔하고 있지만 같이 차에 탄 사람들의 표정은 무겁다. 이제 들어갈 파란색 균열이 두려워서? 에이, 아니지.


모두 B랭크 이상 같은데 파란색 균열에 이 팀이 들어가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것처럼 안에서 괴물체를 때려잡고 코어를 거둬 올 수 있다.


이들이 물 없이 가루약 삼킨 표정인 표정인 건 다른 이유고, 운전석을 잡은 친절한 A랭크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파란 균열은 처음이시라고 해도 그 뭐, 빨간색하고 특별히 다를 거 없어요. 뒤만 잘 지키며 따라오셔도 다 끝난 다음 30만원 정도는 가져가실 수 있을 겁니다.”


처음 세상이 뒤집어지고 8년, 마닐라에서 대격전이 벌어진 지 3년.


이제 싸울 수 있는 헌터의 수는 어마어마하고 균열 발생 빈도는 급격히 줄어 가고 있다. 균열을 한 번 돌면 크게 천만원까지 벌 수 있었던 이 일은 허가제로 바뀌고 백만원이나 쥘까 싶을 만큼 쪼그라들었다.


균열이 적어지는데 코어가 더 귀해져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렇지, 균열이 쑥쑥 자라서 녹색 되고 보라색 되고 A랭크나 S랭크 코어를 뱉어내면 그렇게 벌 수 있지.


하지만 파란색만 되어도 지금처럼 우르르 가서 코어 캐 오는 게 현실인 걸. 균열 수가 줄어서 이제 매 건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고. 안 그러면 나라 소속 무서운 S랭크들이 잡으러 온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지금 고작 파란색 던전이나 들어가 이 인원이 나눠 먹을 생각에 속이 쓰린 상황.


A랭크 헌터는 계속 나에게 말을 건다. A랭크니 실력은 의심할 것 없고, 인솔을 맡은 만큼 성격 좋고 성실한 건 분명하다.


“그래서, 무슨 코어를 갖고 계세요?”


<탐지>는 쓰지 않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적당히 둘러대자.


“공격 보조하고 치유 계열요. 비활성화 된 걸 대출받고 900만원이나 주고 샀는데, 꽝이죠. 꽝.”


“균열이 점점 줄어드니까 코어 가격은 오르고 사기 물품은 많고··· 그래도 900이면 아주 바가지쓰지는 않으셨네요. 코어가 쏟아질 때 많이 모아둘 걸 그랬죠?”


코어가 쏟아질 때... 꽤 오래 활동했나 보네?


코어. 사람에게 초능력을 부여하는 에너지 발산체. 가장 좋은 코어는 균열을 유지하는, 균열핵에서 발생한 괴물체를 분쇄하면 나온다. 강력한 헌터일수록 더 높은 등급의, 강한 출력의 코어를 몸 안에 갖고 있다. D,E 등급이야 아직 돌멩이만큼 흔하지만 C등급도 이제 중고차 가격에 B 등급부터는 엄청 비싸다.


그러니까 이 승합차는, 그거다. 돈 벌러 가는 사람들. 아까부터 틈틈이 날 째려보는 헌터들은 웬 햇병아리가 와서 자기들 얻을 돈을 줄이는 것이 화난 거고. 그래서 이 성격 좋고 눈치 빠른 A랭크 헌터가 설명을 한 거고.


여러분, 이 사람은 지원형이야. 괜찮아. 뒤에서 가만히 있다가 코딱지만큼만 받아갈 거야, 라고 말이지.


사실 지금 나는 코어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찾는 건 따로 있다.


그리고 균열까지 거의 다 왔는데 아직 안 나타나는 거 보면 아무래도 허탕-.


어?


A랭크 헌터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돌린다! 뒷좌석에서 쓰레기통에 던진 쿠킹호일마냥 얼굴을 구기고 있던 헌터들이 깜짝 놀라 뭐라도 잡고 버틴다.


차는 옆으로 크게 기울었지만 뒤집히지는 않는, 대신! 아야야··· 차는 가드레일에 세게 박았고, 내 머리통은 차창에 부딪쳐 유리에 커다란 거미줄을 그렸다. 아으··· 눈물이 찔끔 나네.


놀랐지만 머리 싸매고 울고 있을 때는 아니다. 어디 보자···


큰 소리도 안 났는데 도로 앞에 커다란 구멍. 빛도 없었으니까 공기 충격파에 소리를 막는 스킬을 누군가 써놓은 거다. 좋아. 아니, 안 좋아. 갑자기 머리를 맞아서 띵해.


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차에서 거리를 두고 여러 명의 헌터, 아니, 전직 헌터들이 여럿 나타나 우릴 포위했다. 그리고 그 중 차에 가까이 있는 놈, 저거 저 자식··· 이 소리친다.


“모두 나와! 내가 누군지 알지? 빨리 튀어나와라, 어?”


빙고.


드디어 찾았다.


A랭크 헌터는 당혹한 얼굴로 저 놈을 본 다음, 차 뒤의 상태를 보고, 마지막으로 나를 한 번 본 다음 이를 악물고 차 바깥으로 나간다. 과연 인솔 담당, 성실하네. 차 문이 잘 안 열리니 걷어차서 뜯어버린 다음 두 손을 들고 외친다.


“김학균! 이게 뭐 하는 거지?”


차를 공격한 무리의 대장은 낄낄거리며 대답한다.


“형섭이 많이 컸다, 잘 됐네. 네 코어 비쌀 것 같았는데!”


아, 저 A랭크가 신형섭이었구나. 누군가했네.


시간을 끌 이유는 없다. 나도 차 문을··· 에라이. 문이 안 열리니 금 간 유리창이라도 뜯어야겠다. 잠시, 뒤에 앉아 있던 헌터가 내 옷을 꽉 잡는다.


“야, 야! 뭐 해? 저거 김학균이야, 전직 S랭크라고! 그 코어 사냥꾼!”


“알아요, 알아. 근데 안에 있는다고 뭐 달라져요?”


내가 뒷사람을 뿌리치고 나가는 사이, 차를 공격한 김학균과 신형섭은 서로 소리지르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형섭이! 다 나오라고 해. 살아서 코어를 뽑히나 죽어서 뽑히나 나한테는 다를 거 없는 거 알지? 어?”


“구조요청을 보냈다. 너야말로 빨리 도망쳐야 할 걸?”


“내가? 왜. 시간이 없으면···”


김학균이 손을 옆으로 뻗더니 무기를 만들어냈다. <신화투영>. 사람들의 의식 안에 있는 신화나 전설의 무기를 구현화하는 코어 능력. 저번에 봤을 땐 분명 갖고 있지 않았는데.


저 놈이 저거 돈 주고 샀을 린 없어. 빼앗은 거지.


김학균은 희미하게 빛나는 큰 칼을 앞으로 겨누어 신형섭을 향했다.


“산 채로 빼낼 것 없이··· 너, 뭐냐?”


김학균을 나를 보고 어리둥절했고, 나는 변신을 푼 다음 박수를 몇 번 치면서 씨익 웃었다.


“드디어 찾았네, 이리 와, 이 새끼야.”


방금 전까지 헤실거리던 김학균의 얼굴이 굳었다. 나는 차를 포위한 다른 놈들··· A랭크 이상이 많다. 어쨌든 그놈들 잘 보라고 일부러 몸을 한 바퀴 천천히 돌린 다음 다시 김학균을 보았다.


“이리 안 와?”


바로 뒤돌아 도망치네. 아 그래, 저 새끼는 원래 발이 빠른 새끼였지.


급하다. 설명할 새도 없다. 일단 둘러싼 놈들 중 가장 센 놈 셋··· 아니, 네 놈만 눕히고 가자.


그나마 당황하지 않고 싸울 자세를 취한 놈부터. 위로 차올려서 공중에서 잘 붙잡은 다음 무릎으로 찍으면 끝.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으니 이정도면 됐겠지?


두리번거리며 당황한 놈은 몇 번 밟아서 땅에 반쯤 묻어놓고, 도망가는 놈 하나 잡은 다음··· 에이, 시간 없어. 주변에 있는 놈 아무에게나 던져 맞추고, 두 놈 다 뻗었지? 꿈틀거리는 거 저거 연기 아니겠지?


자, 김학균을 쫓자. 저 놈 빠르니까 어디 애먼 사람 붙잡고 인질극 하기 전에 따라잡아야 해.


어찌나 빨리 도망갔는지 땅을 딛은 부분이 부서져있어 추적은 어렵지 않다. 어우, 나중에 도로공사에서 뭐라고 하겠네. 망할 새끼.


저기 뒤통수가 보인다. 뒤를 몇 번 힐끔거리더니 결국 멈추고 나를 보고 칼을 겨누고 선다. 흐음, 남 코어 많이 빼앗아 집어먹어서 자신감이라도 좀 생겼나? 나는 멀찍이서 멈춘 다음 천천히 걸어가며 물었다.


“남의 코어 빼다 팔아서 많이 벌었냐?”


“저기, 형.”


“동생 하고 싶었으면 착하게 살았어야지?”


흠,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있지만 자세에는 흔들림이 없다. 진짜로 싸워볼만 하다고 생각하나본데.


나는 그 놈이 든 칼을 보며 한 번 더 묻는다. 저 칼, 더 밝아졌네.


“신화투영, 누구 거냐 그거. 죽여서 빼앗았냐.”


김학균이 칼에 에너지를 불어넣자 공기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뭘까, 아주 뜬금없는 무기일 리는 없는데.


어쨌든 지금 저 칼이 뭔지가 중요한 게 아니지.


나는 내 메인 코어를 가동해서 나의 고유영역, <아카이브>에 접속한다.


신화투영은 가장 성공한 코어 상품이고 당연히 내 아카이브에 기록되어 있다.


나는 내 서브코어 중 하나를 신화투영으로 변경하고, 무기를 만들어내 손에 쥔 다음, 앞으로 겨누며 한번 더 묻는다.


“죽여서 빼앗았냐?”


김학균이 앞으로 뛰어나온다. 이제야 칼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열과··· 눈이 멀 것 같은 광채. 그럼 클라우 솔라스?


트리슈라를 불러내면 되겠다. 일단 형체만 먼저 갖추고 1타는 쳐내고, 두 번째는 무기를 완성해 정면에서 받아치고.


두 무기에서 충돌한 에너지가 모든 방향으로 뻗어나가 지면과 공기를 때린다. 쯧. 아무래도 도로공사는 오늘 나에게 화를 많이 낼 것 같다.


어쨌든 이 새끼는 순수 전투형, 중간급 S랭크. 코어도 이것저것 집어먹은 것 같고··· 마냥 우습게는 못 보겠네.


검을 놀리는 솜씨도 제법. 팔을 당기고 펴며 거리를 조절하고, 세게 딛느라 움직임이 뻔할지언정 발을 움직이며 공간도 잘 잡는다. 과연, 이러면 나하고 싸워볼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지.


생각일 뿐이겠지만?


김학균은 공격이 잘 안 먹히니 초조해한다. 당장이라도 이 놈을 때려눕히고 싶지만 지금 목표는 그것 하나만이 아니다. 김학균은 공격을 멈추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났고, 나는 삼지창을 빙글 돌려 세워 잡고 말했다.


“지금 항복하면 다리는 봐 줄게. 걸어서 잡혀들어가야 경찰들도 편하지.”


“진협 형.”


“형은 됐고, 빨리 말해. 항복할래?”


“형은 내 현상금 필요없잖아. 나라에서 시켰어?”


“하.”


나는 창을 다시 세워들었고, 김학균은 칼을 옆으로 내던지고 두 손을 들었다.


“형, 잠깐! 잠깐! 얘기 좀 들어봐.”


“들을 얘기 없는데.”


“알았어, 알았는데! 항복하는데! 자수할게! 근데 들어봐! 나는 모은 코어가 많아. 진짜 많아.”


김학균이 옆으로 던진 칼은 곧 연기처럼 바람에 흩어져 사라졌다. 나는 그걸 보고는 창을 거둔 다음 팔짱을 끼고 말했다.


“코어가 많아서?”


“형은 돈 필요 없어도, 그, 코어는 그렇잖아, 앞으로 쓸 일 있을 지도 모르잖아. 나는 순순히 잡혀들어가고, 대신 형은 그 코어를 나하고 반으로 나눠. 어?”


“그 반이 얼만큼인데.”


“S랭크만 다섯 개야. 세 개 형 줄게. 대신, 내 건 형이 숨겨놔 줘.”


곰팡이 핀 불량식품만큼 구미가 당기지 않는 제안이지만, 생각하는 척을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내 거가 세 개. 전부 하면 한 15억 되겠네?”


“A랭크도 많아. 내가 팔아서 몇 갠진 몰라도, 그래도 많아.”


“자수하고 재판을 받겠다?”


“형은 나 잡아서 현상금 얻고, 내 코어 지켜주고, 나중에 아주 나중에 나 나오면··· 아니 다 필요 없어. S랭크 코어 하나만 나 주면 돼. 난 그걸로 평생 먹고 살게, 어?”


“괜찮은데···”


“그렇지?”


나는 짐짓 만족했다는 표정을 하고 포승줄을 꺼내 손에 쥐고 김학균에게 가까이 갔다. 김학균은 안심했다는 얼굴로 순순히 손을 내밀었고, 나는 줄을 그 손목에 걸며 방심한 척 중얼거린다.


“너 제법···”


예상한대로, 김학균은 나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와락 달려들었다. 미련한 놈, 내가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왔겠냐.


일단 닿으면 안 되는 건 저 두 손바닥. 다만 몸에 직접 닿지만 않으면 되니까, 스킬로 만들어낸 줄로 일단 손목을 휘감는다.


“어?”


둘을 한꺼번에 걸었으면 좋겠지만, 거기까진 무리. 손목에 건 포승줄을 잡아당겨 균형을 무너트리고, 줄을 잡지 않은 손으로 뒤통수를 잡고 바닥에 처박는다. 넘어진 다리가 땅에 닿기 전에 줄에 감긴 손목을 발로 밟은 다음 줄을 목에 걸고, 위험한 다른 손은 내 몸에 닿지 않게 다른 발로 등을 밟아 누른다.


김학균은 자신의 메인 코어, S랭크 <드레인>을 발동한 채 오른손을 버둥거린다. 이 놈 자체는 별 거 아니지만 지금 딱 저 손만큼은 위험하다. 어쨌든, 나는 김학균을 누른 채 하던 말을 마친다.


“제법, 연기가 늘었다?”


“이··· 이 새끼··· 이거··· 놔!”


김학균은 악을 쓰며 나를 노려보려 했고,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버둥거리는 걸 멈췄다.


나는 김학균의 눈을 한참 바라본 다음 천천히 말했다.


“가만히 있어라. 죽는다.”


김학균은 숨을 헐떡이며 두려운 눈으로 나를 보았고, 나는 다시 나의 메인 코어 <아카이브>를 활성화한다.


내 부모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가 이럴 때 편하게 쓸 수 있는 얼굴인 거 보면 그 사람들도 만만하게 생기진 않았겠지.


하여튼.


반경 15m, 나의 영역 안에서 발동한 <스킬>을 기록하는 능력. 그것을 이해하면 사용할 수 있다. 지금부터가 어려울 지도 모르는 부분인데, 이 S랭크 <드레인>을 빨리 이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B랭크 정도면 어렵지 않지만 지금 이 녀석이 발동한 드레인은 S랭크, 출력 8만 8천.

에너지만 빨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라 코어를 온전하게 빼낼 수 있는 등급의 기술이다. 나는 아카이브에 기록된 사항을 천천히 보면서 그 스킬을 파악한다.


“···”


“형?”


“입 닫아. 턱 날아간다.”


어렵다. 당연하지만 에너지를 이용해 코어를 강제로 꺼내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코어는 손상되고 랭크가 다운되거나 심하면 능력을 잃고 에너지만 남는다. 하지만 이 놈은 그 코어가 무엇이던 손만 닿으면 끄집어냈다고 했거든.


그러는 데 이용한 어떤 요령 혹은 계산식이 있을 것이고 나는 그것을 찾아낼 것이다. 주어진 정보는 그냥 나를 향해 뻗은 손바닥뿐. 거기에서 나머지를 다 유추해 내려면··· 아하.


“캐모플라주camouflage.”


“뭐···?”


“네 드레인, 상대의 에너지로 위장해서 동기화한다음 코어의 위치를 이동하는 것처럼 네 안으로 빼오는거네. 과연···”


김학균은 깜짝 놀라 꿈틀거렸고, 나는 그놈의 몸을 밟아 누른 채 서브코어 하나를 활성화한다. <아카이브> 에서 서브코어로, 스킬명 <드레인>, S랭크.


“이해했다.”


“안돼, 안 돼! 안된다고! 그만둬!”


나는 허리를 숙여 김학균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았다. 아카이브로 파악한 스킬의 최대 랭크는 아직 S. 하나로는 모자랄 수도 있으니 서브코어 두 개를 양손에 보내 동시에 사용한다.


“그만해! 그만! 내 코어! 안돼! 안돼!”


나는 김학균의 메인 코어를, 그리고 꺼내는 김에 같이 꺼낸 서브코어 두 개도 같이 끄집어냈다. 주인의 몸에서 나온 코어는 좀 더 파악하기 용이하고, 나는 온전히 나온 코어를 좀 더 자세히 살피며 아카이브에 기록한다.


기본 원리는 의태. 상대의 에너지 환경으로 위장, 몸 안에 들어간 코어는 신체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인식되니까··· 이렇게 슬쩍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저항하는 기술을 따로 연마할 일이 없다. 그 틈을 노린 기술.


여기까지 이해하면, 이제 이걸 방어하는 요령을 만들어 퍼트릴 수 있다. 그럼 이제, 이 코어에는 볼 일이 없다.


나는 김학균의 메인 코어 안에 반대 방향으로 에너지를 투사한다. 김학균은 땅에 얼굴이 반쯤 묻힌 채 계속 비명을 지르고 있고, 코어는 한참 이리저리 요동치더니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나머지 두 개의 서브코어는 원래 주인이 있을 지도 모르니, 적당히 등에 맨 가방에 도로 넣는다. 주인이 있다면 돌려주고, 없다면··· 없애는 것이 맞겠지.


김학균은 정신이 나간 채 신음만 흘렸고, 나는 아차 싶어서 발을 뗀다. 코어를 잃은 지금 이 놈은 툭 치면 죽어버리는 보통 사람이고, 죽은 상태로 경찰에 넘길 생각은 없으니까. 나는 그놈의 뒷덜미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걸어.”


“내 코어···”


“너 지금 내가 잘못 건드리면 죽거든. 나도 힘들다. 네 발로 걸어.”


김학균은 발을 끌듯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적당히 타협하는 기분으로 그 놈을 끌고 갔다. 휘유.


하늘이 파랗다. 새빨갛게 물들어 꿈틀거리던 그 하늘은 다시 오지 않을 모양이다.


8년 전, 그리고 3년 전에 비하면 하늘도 원래 색이고 참 평화롭고 좋은데,


어쩐지 세상은 미칠 이유를 어떻게든 찾아내는 것 같다.


이쯤 되면 평화로울 때도 됐는데.


나는 김학균의 어깨를 살짝 밀며 보챈다.


“빨리 걸어. 죽기 직전까지 뛰기 싫으면.”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비행멧돼지입니다.


기존에 있는 작품 제목과 너무 비슷하게 설정해놓아서 후다닥 지우고 새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매일 찾아뵙진 못하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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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3부 25화 : 사람마다 다르고 23.02.03 98 4 10쪽
249 3부 24화 : 구원자 23.02.02 96 4 11쪽
248 3부 23화 : 다른 결말 23.02.01 108 4 10쪽
247 3부 22화 : 증명 (3) +2 23.01.31 122 4 10쪽
246 3부 21화 : 증명 (2) 23.01.29 93 4 9쪽
245 3부 20화 : 증명 (1) 23.01.28 99 4 10쪽
244 3부 19화 : 광고 시간 23.01.28 95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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