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38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1.29 20:50
조회
92
추천
4
글자
9쪽

3부 21화 : 증명 (2)

DUMMY

각 팀 마지막 인원. 우리 쪽에서는 현미라. 저쪽은 키브엘.


1분 가까이 대화가 이어진다. 화면에 보이는 키브엘의 위압감이 어마어마해 모니터에 과전류가 흘러 터질 것 같은 기분이다.


효진이는 한번씩 화면 안의 미라와 지금 진짜 미라가 들어가있는 콕피트를 번갈아본다. 표정을 보니 뭔가 짚어낸 것 같다. 나중에 물어봐야지.


그나저나 이 기계 이거...


"녹색등 점멸이 빠른데 괜찮은 거 맞죠?"


"불이 들어오고 있으면 괜찮아요!"


1초에 15번 정도 깜빡이는 것 같은데... 괜찮다고 하시니 괜찮겠지.


둘의 대화가 끝났나보다. 이제야 카메라가 두 사람의 표정을 비춘다.


카메라 세팅은 키브엘이 한다. 지금 보이는 구도는 명확한데... 대마왕과 같은 위치의 자기 자신과 거기에 목검 하나 들고 맞서려는 미라.


악역이나 관심을 즐기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유가 있나. 이쪽이 시청률이 더 잘 나올 것 같으니 좋지만.


미라가 먼저 땅에서 발을 뗀다.


키브엘은 화학계. 에너지의 반응폭을 자유자재로 조절해 부싯돌에서 튀는 불꽃으로 번개를 일으키고 손끝에서 일으킨 바람으로 혹한까지 온도를 낮춰버린다.


미라는 조작계. 자신 주변의 공간을 제어해 키브엘이 일으킨 과장된 엔트로피를 걸러낸다. 돌을 던져놓고 포탄을 쏘았다고 우기면 그것을 돌로 다시 되돌리는 과정.


미라와 나는 '없는데 있다고 우기는 방식' 을 본 적이 있다. 바로 미라의 아버지 현우섭 실장이 그런 식으로 사람처럼 움직이는 뭔가를 다뤘으니까. 키브엘이 지금 하는 것도... 그뿐 아니라 우리가 지금 코어로 하는 모든 것이 사실 그런 식일 거다.


그래서 그런지 미라의 공격은 시시해보인다. 칼질 한 번으로 땅을 가르고 폭풍을 쏟아내며 공기를 끓여 폭발시키면 키브엘에 비해 모자라보이지 않겠지? 정말 그럴 수 있을 지도 몰라. 전투 경험은 좀 적어도 출력 60만의 현미라니까.


그래도 미라는 자신이 좀 더 잘 하는 쪽을 골랐다. 누가 먼저 집중력을 잃느냐의 싸움으로.


신경쓰이는 점은 키브엘은 기본적으로 트릭스터라서... 머리회전이 빠르고 쓸 수 있는 수단이 많다. 미라는 날카롭고 예리하게 한 점을 파고드는 성격이라 상성이 좀 안 좋기는 해.


키브엘이 냉기를 쏟아낸다. 미라의 주변으로 눈이 쌓이며 단단히 얼어붙는 게 보이고... 잠시 후 그것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미라가 치고 나간다. 발밑을 무너트리면 그것을 띄워 타고 달리고, 키브엘은 폭풍을 불러내 미라의 접근을 막는다. 그러면 미라는 왼손을 앞으로 내밀고 천천히 걷고, 폭풍은 곧 두 쪽으로 갈라져 미라의 양옆을 지나버린다.


카메라 너머가 아지랑이처럼 보일 정도로 열기가 피어오르더니 미라의 걸음에 발자국이 남는다. 바위 위인데, 발자국이, 남는다. 몇 도야 도대체...


미라는 신기하다는 듯 주변을 보다가 목검 끝을 바닥에 살짝 댔다가 뗀다. 끝이 연기를 내며 타오르고... 미라는 왼손 검지를 칼등 부분에 손을 대고 생각을 시작하고... 그대로 몇 초 있는다.


"협아."


"예 삼촌?"


"미라가 저게, 뭐 하는 거냐?"


"저쪽이 일으킨 왜곡의 결과를 자기 쪽에서 제어하기, 그런 걸 거예요."


"당연히 그렇겠지!"


효진이가 벌떡 일어나서 외친다. 그에 따라 뒤에 앉아 있던 학선이가 슬그머니 일어나 몸을 옆으로 기울여 모니터를 본다...


효진이는 학선이가 그러거나 말거나.


"맞아, 맞다고! 저 안부터 지금 여기까지, 아예 지구 전부가 균열 안인 거야!"


학선이는 모니터를 보다가 깜짝 놀라고 삼촌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인 후... 나를 보고 묻는다.


"알고 있었냐?"


"예. 그러니까... 마우얀란드 때부터 조금씩."


"미라도 알아?"


"알아요."


"지구가 전부 들어가는 균열? 그건... 있을 수 없잖아."


삼촌은 어디까지 알고 계신 거지.


"있을 수 없다고 하시면..."


"그런 작용을 할 에너지가 있으면 작용 전에 우리 모두 피폭으로 죽는다며? O튜브에서 봤어."


이걸 어떻게 둘러대지...


음.


"균열은 그러니까 삼촌, 제 생각에 꿈과 현실의 중간 같은 거예요."


효진이가 눈에 불을 켜고 내 말에 집중한다. 학선이는 많이 놀란 모양. 삼촌은 혼란스러운 것 같고.


쉽게 설명하자. 쉽게.


"지금의 이 모든 것이 꿈으로 끝날 수도, 현실로 옮겨갈 수도 있어요."


효진이가 고개를 숙이며 눈을 꽉 감고 양 주먹을 위로 올리고 파르르 떤다. 잘은 모르지만 지금 효진이 심장이 엄청 빠르게 뛰고 있을 것 같네.


"역시 그랬어."


효진이가 말을 마치고 잠깐 씩씩거린 후 내게 말한다.


"진협, 그럼 이게 누구 꿈이야? 아니아니, 지금 여기서 꿈 부분은 우리에게 질문하는 그 존재의 꿈이야?"


"아마도 우리 모두가 꾸는 꿈."


우리 발밑으로 진동이 전해진다. 모두 깜짝 놀라 모니터를 본다. 나까지.


키브엘이 오른손 검지를 내밀어 미라의 칼끝을 막았네. 싱긋 웃고 있다.


그렇지. 이 안의 왜곡에 대해 미라가 이제 겨우 파악했다면 키브엘은 그것을 자유자재로 다뤄온 지 오래니까.


미라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난 후 목검을 들여다보고 옆으로 던진다. 목검은 미라의 손을 떠나 땅에 닿자마자 폭발하듯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미라는... 왼손을 먼저 앞으로, 그리고 오른손을 왼손 위로 내민다.


미라 주변의 먼지나 돌조각 같은 것이 모이더니 조금 전 망가진 것과 목검과 같은 모양의 검이 된다. 키브엘은 이제 평소와 같은 부드러운 웃음으로 돌아와서...


발 밑에서 딱 봐도 독으로 보이는 연기를 피워낸다. 저 인간이.


미라는 잠깐 생각한 다음 칼을 바닥에 꽂고... 거기로부터 여러 개의 바위 칼날이 미라를 중심으로 솟아오른다.


나는 기계를 슬쩍 본다. 그리고 스태프에게 말을 건다.


"지금 몇 명쯤 보고 있을까요?"


"꼭 지금 알아야해요?"


"제가 뭘 보면 알 수 있나요?"


"기계, 기계 상태 어때요?"


뭔가 달라지긴 했다. 빨간색으로 빠르게 깜빡이는데.


"녹색 없어지고 빨간색이네요."


"그럼 아직 괜찮아요!"


"일초에 한 열 번 깜빡이는 것 같은데..."


"네?"


이제야 스태프가 나를 밀치고 기계로 달려간다. 그리고 입을 벌린 다음 인터폰을... 들었다가 내려놓는다. 시합 중에는 못 쓰지. 광고시간이면 몰라도.


"안되는데, 안되는데 이거. 안 되는데..."


스태프는 안절부절하고 나는 조용히 묻는다.


"네, 말씀하세요. 어떤 상황이죠."


"빨간색이면 빨간색이면 이게 지금 카메라에 나가는 것하고 방송으로 나간 것이 다르다는 의미라서 빨간색이 나올 리가 없는데 지금 빨간..."


의사나 생물학자는,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사람을 보고, 다른 사람보다 더 놀랄까?


미라가 없으니 생각을 같이 해 볼 사람이 효진이뿐이네. 효진이는 아직 몸을 떨고 있다.


"구조에 틈이 생겨서, 보는 입장에 따라 각자 다른 틈을 통해 보는... 파편 상태?"


"흰색과 금색 드레스냐 파랗고 까만 드레스냐?"


"내가 짐작하는 건 지금 상태가 그렇다는 거고, 네가 좀 설명해줘, 네가 전문가잖아."


전문가였던 적은 없지만. 스태프는 패닉에 빠진 얼굴로 침착하게 기계를 껐다가 다시 가동한 후 절차에 따라 점검하고 있다. 음, 그래. 이런 사람이 전문가지.


어쨌거나 내가 아는 한에서 설명을 한다.


"같은 사건인데 관측이 다르게 되고 있다는 의미겠네요. 내가 탁자 아래로 뭘 떨어트렸는데 누가 볼 땐 그게 숟가락이고, 누가 볼 땐 젓가락... 나에게는 컵."


내 말이 끝나자마자.


미라가 공격하고, 전혀 연결되지 않는 여러 장면이 흩어진다.


모두 눈을 떼지 못하지만 나는 본 적 있지. 있어. 원래의 미라는 균열 안에서만 잠깐 동안 여러 명이 될 수 있었거든.


기계가 웅웅거리더니 꺼진다. 나는 뒤를 돌아보고... 스태프는 넋이 나간 얼굴로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잡고 숨을 몰아쉰다.


"그... 죄송한데. 우리가 알던 현실이 부정되었다, 뭐 그런 걸로 이해하면 되죠?"


"맞아요. 그런데 왜? 왜죠. 왜 지금 여기서? 저 두 사람 때문에?"


"예."


"진짜요? 당신도 아닌 미스 현하고 저 키브엘이?"


"예... 정말로, 예."


"뭔가 있는 사람은 당신이잖아요!"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협아."


"예 삼촌?"


삼촌이 날 부른다. 나는 다시 몸을 그쪽으로 향한다. 삼촌은 여전히 어지러운, 잔상 때문에 여러 번 겹쳐 찍은 사진이 쏟아지는 화면 안을 보면서 턱을 긁는다.


"난 보면서 저 키브엘이 미라를 일부러 남긴다고 생각했거든."


"예."


"궁금하네. 저 사람이 원하는 게 뭐지?"


"아마, 증명일 거예요."


"증명."


"우리가 어떤 상황인지 전세계의 모두가 정확히 이해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기입니다. 23.02.26 93 0 -
263 에필로그 3 : 대화 23.02.26 92 3 4쪽
262 에필로그 2 : 별을 여행하는 아이 23.02.26 75 3 2쪽
261 에필로그 1 : 키브엘의 기록 23.02.19 90 4 10쪽
260 마지막화 : 너의 세상, 나의 세상 23.02.15 105 4 10쪽
259 3부 34화 : 하나의 끝은 다른 끝을 향하고 23.02.14 95 4 12쪽
258 3부 33화 : 미래의 방향 (끝) 23.02.13 100 4 10쪽
257 3부 32화 : 미래의 방향 (6) 23.02.11 96 4 11쪽
256 3부 31화 : 미래의 방향 (5) 23.02.11 120 4 10쪽
255 3부 30화 : 미래의 방향 (4) 23.02.10 99 4 11쪽
254 3부 29화 : 미래의 방향 (3) 23.02.08 101 4 11쪽
253 3부 28화 : 미래의 방향 (2) 23.02.07 96 4 10쪽
252 3부 27화 : 미래의 방향 (1) 23.02.05 99 4 13쪽
251 3부 26화 : 할머님과 막내 둘의 사정 23.02.04 100 4 11쪽
250 3부 25화 : 사람마다 다르고 23.02.03 98 4 10쪽
249 3부 24화 : 구원자 23.02.02 96 4 11쪽
248 3부 23화 : 다른 결말 23.02.01 108 4 10쪽
247 3부 22화 : 증명 (3) +2 23.01.31 122 4 10쪽
» 3부 21화 : 증명 (2) 23.01.29 93 4 9쪽
245 3부 20화 : 증명 (1) 23.01.28 99 4 10쪽
244 3부 19화 : 광고 시간 23.01.28 95 4 10쪽
243 3부 18화 : 개시 (8) 23.01.26 94 4 11쪽
242 3부 17화 : 개시 (7) 23.01.25 101 4 9쪽
241 3부 16화 : 개시 (6) +2 23.01.24 99 4 10쪽
240 3부 15화 : 개시 (4) 23.01.22 96 4 11쪽
239 3부 14화 : 개시 (3) +2 23.01.21 98 4 11쪽
238 3부 13화 : 개시 (2) 23.01.19 100 4 10쪽
237 3부 12화 : 개시 (1) 23.01.18 100 4 12쪽
236 3부 11화 : 나아가려면 믿어야 하고 23.01.17 89 4 11쪽
235 3부 10화 :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23.01.16 94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