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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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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25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2.02 21:11
조회
95
추천
4
글자
11쪽

3부 24화 : 구원자

DUMMY

미라는 조금 당황했지만 나를 보고 진정한다.


일단 니콜로에게서 벗어났고, 니콜로가 원하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보인다. 그거는 이제 알게 될테니 서두를 필요 없고, 그전에...


"그, 할머님."


"그래."


"키브엘은요...?"


"맘 놓으셔. 지금은 첫 번째가 그 아이를 어떻게 하지 못하니."


"지금은... 말이죠."


"내가 셋째의 기반을 갖고 있는 동안은. 지금 모습으로는 말투가 평소와 다르게 나오는구나."


키브엘이 괜찮다면,


"그, 거기 남은 사람들은요. 삼촌과 학선이랑 효진이."


"거기 있는 셋은 막내가 챙겨줄거니 걱정 마렴. 자아, 우리 큰오래비가 너에게 약속했었지. 원하는 걸 가져오면 네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맞습니다."


"그럼 이제 할 일을 짜보자꾸나. 잠깐 시간이 있으니 너는 네 친구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설명...


그렇다. 미라는 대부분 짐작하고 있을 테니 오래 걸리지 않을 테고. 어디부터 이야기할까...


"그러니까, 2032년에 균열 안에서 분신술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었어."


"분신술?"


"허상 말고 진짜 분신술. 잠깐 동안 존재하는."


"그 사람 이름은 현미라였겠네?"


"어떻게 알았지?"


칠레에서 카유를 만난 이야기. 이 곳으로 옮겨온 일. 그 뒤로 니콜로와 그 형제들과 있었던 일을 중심으로. 할머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미라가 불쑥 할머니께 묻는다.


"혹시 인간을 관리하거나 다스리고 싶으신가요?"


"그럴 리가. 나나 동생은 인간종 전체에 큰 관심이 없단다."


"그러면 형제들이 달라지는 게 싫으신 걸까요?"


"그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야. 잘 짚었구나. 그런데 그건 어째서?"


"전부 소거하고 싶으신 것 같아서요. 이 상황 전체를. 지난 수십 번 동안 나온 결과를."


"못 속이겠구나. 정확히 그렇단다. 그후 누구도 여기에 손대지 않기를 원하고."


소거... 인가.


모두 사라진다고. 내 기억이. 미라의 기억이.


모두와 같이 있었던 일들이.


미라는 할머니와의 말을 마치고 날 본다. 나는 조금 진정이 되지 않아 기다린다. 기다리며 생각한다.


그렇다. 그게 맞다. 나도 할머니가 원하는 것을 원한다.


만약 내가. 진짜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미라를 만나지 못할지언정.


그래도 나는 그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라 움직일 거고.


할머니가 내 얼굴을 보더니 장난스럽게 웃는다.


"무얼 걱정하는지는 알겠다마는."


"아뇨, 걱정이 아니라 조금...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어서요."


"자세한 건 내 어머니와 이야기하자꾸나. 그전에..."


할머니가 균열을 조금 움직여 바깥이 보이게 한다. 아, 공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구나... 순간이동 같은 건 못 하나?


바깥에는 폭우가 내리고 있다. 할머니는 혀를 찬다.


"망할 멍청이가 배우는 건 빨라서."


"우릴 찾고 있는 건가요?"


"맞아. 내 방법을 그대로 쓰는 거지. 이럴까봐 큰오래비랑 만나기 싫었던 거고."


닫혀 있던 방문이 열리더니 메어리가 손을 내밀고 흔들어본다. 그런 다음 외투를 어깨에 대충 걸친 채 나와서 자리에 앉는다.


"추웠어. 할망."


"고맙구나. 덕분에 피해 없이 시작할 수 있어."


"할망 그 외모로 그 말투 어색한데, 나 알던 모습으로?"


"이제 어머니를 보러 갈 거라. 양해해 주려무나."


이 여덟을 만들고 폭군처럼 군림했던, 그리고 지구에 일어난 일에 일부러 명확히 개입한 그 어머니...


할머니는 창밖을 보며 픽 웃는다.


"아무리 퍼부어도 소용없을텐데. 미련해서는."


메어리가 닫힌 방문을 가리키며 묻는다.


"저 안에 있는 건?"


"일단 두자꾸나."


카유를 말하는 거겠지. 그래, 저 안에 있구나. 할 말 많은데...


할머니는 우릴 데리고 두 시간 정도 더 움직였고, 나는 그사이 미라에게 자세한 걸 낱낱이 말해주었다.


미라는 잠시 눈을 감고 쉬었고, 나는 할머니에게 뭔가 얻어먹으며 이야길 나누기도 했다.


"바얄라그면... 어디 이름이죠?"


"몽골이야. 다섯째 말고는 아무도 그 이름을 몰랐어. 아까까지는. 그 아이가 어떻게 그렇게 담대한지 이해가 가는구나."


"니콜로는 진짜 이름을 알 때와 아닐 때 파악할 수 있는 정보량이 달랐는데, 어째서죠?"


"오래비의 방식은 흔적을 쫓아가 훑는 건데 본명을 모르면 이전의 정보를 캐낼 수 없어서. 사진을 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 사람 아냐고 물으면 모를까. 알다시피 우리는 먼저 드러나있는 게 불리하고."


할머니는 내가 궁금했던 것을 여러 가지 말해준다. 그리고 가장 궁금한 것.


"'어머니'는 어떤 생각인 건가요?"


"이걸 먼저 말해줘야겠구나. 어머니는 단 한 번의 기회만 있었어.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도 불리해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거지. 어머니가 찾던 틈은 너와, 널 보내고 관측하고 있는 자가 만들어주었고."


"미라는 실험하는 게 있다고 했어요. 뭔가 알아보고 있다면서."


"나중에 보게 된다면 나도 물어보고 싶구나. 뭘 알고 싶었는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무척 궁금해."


할머니는 말을 마친 후 바깥을 본 후 한쪽 눈썹을 꿈틀한다.


"거의 다 왔어. 나갈 준비를 하자."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날 때의 얼굴...


어머니란 양반은 대체 어떤 존재였을까. 나중에 물어봐야지.


우리가 타고 온 공간이 멈춘다. 왜 서울역 앞으로 온 건지는 우리 앞에 있는 분이 설명해주실 것 같고.


신수연 사무관님이 우산을 받쳐 들고 흐뭇하게 웃으며 안을 들여다본다.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다음 바깥으로 나가고, 사무관님이 말을 건다.


"놀라지 않는군요. 이진협씨."


"그냥... 말이 된다고 생각해서요. 전혀 생각은 못했지만."


오히려 미라가 까무러치게 놀란다. 저렇게 놀라는 미라는 오랜만에 본다. 놀란 정도로 치면 처음 보는 게 아닐까싶은데.


사무관님은 역으로 올라간다. 우산을 접지 않은 채.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은 우릴 전혀 알아보지 못하면서 부딪치지 않게 피해간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걸어가기 편하다니.


역 안의 사람들은 거의 모두 목을 앞으로 내밀고 TV에 집중하거나 핸드폰을 보고 있다.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아 평소의 서울역과 달리 조용하고, 그때문에 누군가 통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예, 차장님. 그래요. 아니, 지금 납품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30분만 기다려달라고 전해주세요. 보고 이야기하시죠. 보고."


핸드폰을 열고 메인에 걸린 뉴스를 보니 과연...


의문의 남자, 그러니까 니콜로가 여기 시간으로 오후 3시 30분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방송을 한다. 앞으로 한 시간도 안 남았네?


우리가 가까운 TV앞의 자리로 가니 거기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자기 표를 확인하며 일어나 자리가 생긴다. 사무관님은 여전히 우산을 펴고 있는데 뒤에 앉은 사람들에겐 TV가 보이는 것 같고.


"저, 사무관님."


"말해요."


"우산 펴고 있어도 되나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 보여요."


"그러면 꼭 우산을 들고 계셔야 하나요?"


"그럴 필요는 없지만 잠깐 정신이 팔리거나 방심하거나 하지 않으려고요."


그렇구나. 밖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뉴스에서는 온갖 이야기가 나오고 나는 핸드폰으로 학장님에게 메시지를 보내본다. 생각 외로 답이 빨리 오고... 의외로 기뻐보인다.


"네가 개자식 맞았구나, 썩을 놈아."


"하하하. 속여서 죄송합니다."


"그거 보통 또라이가 아니던데 어떻게 견뎠냐?"


"익숙해지더라고요."


"내가 나보다 더 맛이 간 놈을 볼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학장님이 참 편하더라고요."


"참 고맙다, 망할 자식아."


조금 기다리니 막내가 학선이와 효진이, 삼촌을 데리고 나타난다. 삼촌은 아까 나처럼 사무관님이 들고 있는 우산이 신경쓰이는 모양.


효진이가 멍한 얼굴로 사무관님을 보다가 막내에게 묻는다.


"저 분이."


"우리 엄니. 우리가 아주아주 미워하는 어무이."


사무관님은 빙긋 웃을 뿐이다.


어색한 중에 시간이 되었다. 3시 28분. 모든 TV에 예고된 화면이 나오고... 30분.


니콜로가 보인다. TV 화면 안이 아니라 하늘에서 커다랗게. 사람들은 깜짝 놀라 비명도 지르고 뒤로 넘어지고 금방 수라장이 된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군. 진정하거라."


목소리는... 뭐 적당히 들린다. 귀가 아프게 쩌렁쩌렁 울리거나 하지 않고 그냥 좀 떨어진 곳에서 확성기를 들고 말하는 사람 같이. 이 목소리는 지금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듣겠지. 자신의 언어로.


나는 사무관님에게 묻는다.


"어느 위치에서도 대충 저 방향에 보이는거죠?"


"맞아요. 처음부터 TV에 나올 생각 같은 건 없었겠지요."


"광고주가 싫어하겠는데."


사무관님이 폭소를 터트리고 할머님과 막내가 별로 유쾌한 표정이 아닌 거 보니 이 셋은 확실히 사이가 좋지 않은가보다...


니콜로가, 그러니까 하늘에 나타난 반투명한 니콜로의 모습이 계속 말한다. 저렇게 멀리 있는데 입모양과 음성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는데.


"너희 모두 오래 기다렸느니라."


나는 풉 하고 웃는다. 아마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선 나만 니콜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다음에 할 말이 예상된다.


"지금 이 순간까지 오래도 걸렸지만 이제 안심하거라. 나는 너희를 이끌 자요, 미래를 약속하는 자임을 선포한다. 그 증거로 가장 먼저 너희에게 죽지 않을 자유를 줄 것이다. 누구에게나. 어느 누구에게나!"


사무관님, 할머님, 막내, 나 이렇게 넷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란다.


나는 입을 잘근거리며 기분나빠하고.


"이제 너희는, 영영 사라질 필요가 없다. 가족과 이별할 필요도 없다. 고통은 느끼게 둘 것이나 그것은 너희가 더 나아지기 위한 것이니 걱정할 것이 없도다. 보거라. 그리고 생각하거라. 세상의 구조를 깨달을 때부터 너희 종이 한없이 바래온 것, 내가 너희의 구원자임을 알게 될 것이다."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난 몇 번 피식인 후 겨우 진정한다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망할 멍청이가 맞네요."


할머님이 반색하며 맞장구친다.


"그렇다니까?"


나는 사무관님, 그러니까 '어머니'를 보고 묻는다.


"이제 뭘 하면 될까요."


"그전에, 다들 오래 걸려 여기 왔으니 밥부터 먹을까요. 3층으로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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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마지막화 : 너의 세상, 나의 세상 23.02.15 104 4 10쪽
259 3부 34화 : 하나의 끝은 다른 끝을 향하고 23.02.14 95 4 12쪽
258 3부 33화 : 미래의 방향 (끝) 23.02.13 100 4 10쪽
257 3부 32화 : 미래의 방향 (6) 23.02.11 95 4 11쪽
256 3부 31화 : 미래의 방향 (5) 23.02.11 120 4 10쪽
255 3부 30화 : 미래의 방향 (4) 23.02.10 98 4 11쪽
254 3부 29화 : 미래의 방향 (3) 23.02.08 101 4 11쪽
253 3부 28화 : 미래의 방향 (2) 23.02.07 96 4 10쪽
252 3부 27화 : 미래의 방향 (1) 23.02.05 98 4 13쪽
251 3부 26화 : 할머님과 막내 둘의 사정 23.02.04 99 4 11쪽
250 3부 25화 : 사람마다 다르고 23.02.03 97 4 10쪽
» 3부 24화 : 구원자 23.02.02 96 4 11쪽
248 3부 23화 : 다른 결말 23.02.01 108 4 10쪽
247 3부 22화 : 증명 (3) +2 23.01.31 122 4 10쪽
246 3부 21화 : 증명 (2) 23.01.29 92 4 9쪽
245 3부 20화 : 증명 (1) 23.01.28 98 4 10쪽
244 3부 19화 : 광고 시간 23.01.28 95 4 10쪽
243 3부 18화 : 개시 (8) 23.01.26 9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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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3부 16화 : 개시 (6) +2 23.01.24 98 4 10쪽
240 3부 15화 : 개시 (4) 23.01.22 96 4 11쪽
239 3부 14화 : 개시 (3) +2 23.01.21 9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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