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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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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19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1.16 22:50
조회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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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3부 10화 :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DUMMY

효진이가 왔다. 조금 분위기가 달라져서.


"갇힌 동안 잠시도 안 쉬고 연습했다고. 봐줘."


<매그넘>을 양손으로 사용한다. 빠르다!


발사 속도는 당연히 예전의 두 배, 왼손의 정확도도 매우 높다. 그렇게 연습하면서 투사 속도도 빨라졌어.


이건 중요하다. 효진이는 출력이 모자란 게 여러모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출력은 중요하지 않다!


"그건 그렇고..."


여기 처음 오는 사람이 꼭 놀라는 거 하나. 로라이마 산 주변을 하얗게 덮은 텐트처럼 만들어진 경기 영역.


효진이는 감탄하며 손가락을 댄 채로 영역의 경계면을 따라 걷는다.


"이게 어떻게 되지."


미라가 마침 잘 되었다는 양 물어본다. 나는 명확히 답을 내릴 수 없던 의문에 대해.


"균열을 얇게 펼쳤다고 보면 되지?"


"완전 정교하게. 이거는 그러니까 이제 폭탄이 막 폭발하려 하잖아? 안에서 화약이 터지며 압력이 팽창하잖아? 그걸 원하는 지점에서 지금! 하고 멈추고 가두는 것 같은 개념이야. 에너지가 아주 조용하게 안에서 돌아..."


"역시 그랬네."


효진이는 안으로 들어가 바닥을 신발 끝으로 긁어보고 돌도 걷어차보고 한 다음 바깥으로 나온다. 우리가 겪은 것처럼 바닥도 돌도 원래 위치로 돌아오고, 효진이의 신발 발끝은 깨끗하다.


효진이는 혀를 한번 찬 다음 헛웃음을 흘린다.


"대-박. 미쳤네 진짜. 개념적으로는 모래알 한 톨씩 쌓아 성 세우는 게 더 쉬울 거야."


삼촌이 계속 궁금했던 걸 묻는다. 정확히는 확인받는다.


"미라는 이걸 만든 사람이 무슨 수작을 부릴 수 없게 되어 있다던데, 그 말이 맞아?"


"네. 누구에게 주도권이 있고 그런 게 아예 없어요. 이거는 그냥 구조물. 목적을 갖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냥... 사막이나 바다 같은 거?"


삼촌은 고개를 끄덕이며 학선이를 보고 말한다.


"하나도 모르겠다."


학선이는 평소에 친절하고 솔직하다. 지금은 둘 다에 해당한다.


"저도 그래요. 삼촌."


효진이는 방송 팀과 질문지를 나누고 마지막 인터뷰를 녹화한다.


"질문 있잖아요. 벌써 세 번째 질문 받은 사람도 있다던데. 나는 그걸 아직도 못 받았어요. 나는 그 질문을 누군가 보낸다고 생각하고, 그 누군가를 만나서 물어볼 기회가 아닐까 싶네요? 이게 자연적인 현상은 아니니까."


그러고보니 막내와 마주치면 물어봐야 했는데 깜빡했어... 효진이의 인터뷰는 이어진다.


"그리고 아까 경기장을 봤잖아요. 겪어보고 싶어요. 그런 다음 만들고 싶고. 시합날에는 직접 안 들어가고 바깥에서 들어간 것처럼 한다는데 그게 가장 궁금해요. 아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 되네. 진짜 어떻게?"


누가 죽은 사람을 살려냈다면 의사들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더 놀랄까? 며칠간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게 우리에겐 전혀 알 수 없는 미지지만 하라하라를 오래 다룬 효진이에게는 결이 다른 것 같다.


"중요한 건 우리 쪽에서 누굴 남기냐, 저쪽의 누굴 먼저 제거하냐. 우리 중에선 누가 언제 어떻게 탈락하느냐."


"그거네? 죽을 거면 최소 둘을 붙잡고 최대한 시간을 끌다 죽어라?"


"그런 식."


"내가 자신있는 역할이네. 걱정 마셔."


우리의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효진이가 양쪽에서 두 명이 탈락할 때까지 장거리 공격으로 지원하다 적당할 때 적의 체력을 빼놓고 탈락, 미라와 학선이 둘이 남아 시합을 끝까지 가져가는 것.


"마지막에 상대가 한 명, 우리가 둘이 있는 게 좋아. 누가 누구에게 유리한지는 적당히 나왔으니까 최대한 체력이라도 깎고 유리한 쪽을 남기는거지."


"자기가 스스로 탈락하는 건 안 되겠네?"


"상대나 NPC의 공격을 일부러 방어 안 하는 거 정도?"


"나 탈락해야 하면 언니에게 공격받고 탈락하고 싶은데."


"킬리 누님은 파란색 그룹 리더라 아마 중반쯤 되면..."


"쳇."


효진이는 위로 기지개를 키면서 눈을 꿈뻑인다. 피곤한 모양. 미라가 걱정스레 묻는다.


"내일부터 바로 연습해도 괜찮겠어?"


"좋아좋아. 서두르는 게 낫지. 시합 때는 어차피 정신만 안으로 들어간다며? 잠만 잘 자면 되는 거 아냐?"


중요한 이야기는 얼추 끝났고 효진이도 그동안 들은 것과 준비한 것이 있어서 시합이야기가 길어지진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쌓인 이야기를 풀고 효진이를 가둬 둔 친척들 욕을 좀 한 다음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시합은 열흘 뒤 7월 초. 이 곳 남반구에선 한겨울이다.


바깥을 보니 '직관' 관객을 위해 객석 공사가 한참이다... 코어를 쓰는 사람들이 잔뜩 달라붙어 일하니 오래 걸리진 않겠지. 객석에서 나온 매출은 모두 베네수엘라로 들어갈 거다.


효진이가 와서 떠들썩했던 분위기가 가라앉으니 생각이 많아진다. 남은 일정은 전부 모든 사람이 동원되는 5:5 연습.


연습 화면은 괜찮은 걸 골라서 광고에 이용될거고 연습 경기 결과와 내용도 돌아다닐 거다. 그러면 정말 전세계가 주목하겠지.


인터넷이 되고 난 후 달라진 게 한 가지 있다. 나는 메신저를 켜고 학장님의 메시지를 받고 웃어버린다.


"개자식아."


"들켰군요. 학장님."


"그거 말고, 옛날에 했던 말에 가져다붙이지 말고. 그건 대체 뭐냐?"


"균열을 얇게 펴발랐다고 그러던데요?"


"우리가 이제 겨우 특수상대성 이론으로 걸음마하는데 왜 벌써 반례가 나오는데?"


"지금 지구 전체가 균열 안에 있어서?"


"그거밖에 없지."


"그래서 학장님, 우리는 꿈에서 언제 깬답니까."


"깨도 기억 못해. 원본에서 겨우 몇 초 지났을건데."


"가끔 자고 일어났는데 몇 년 지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더니 과연."


"그건 네 두뇌가 덜 움직여서 그런 거다."


몇 마디 더 건네보지만 읽음 표시가 뜨지 않고 대답도 없다. 뭔가 급한 일이 생기셨나보다.


어쨌든 중요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나눌 수 있는 정보의 선은 아까 말한 게 끝이라는 이야기. 그럼 그 기계들이 어떤 역할인지 같은 건 물어볼 필요가 없을 거고.


잘 시간이 되면 할머님이나 막내가 기웃거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보지만 나타나지 않는다. 이유가 있겠지. 할머님의 일이 잘 되어가면 변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지만 역시 확률이 높지 않다.


막내가 마음을 바꿀 확률은 할머니가 '어머니'를 찾아낼 확률보다 낮을 거라고 하셨던가...


별 수 있나, 오늘도 자기 전에 한마디 하고 자야지.


"지들끼리 싸우지 왜 인간을 끌어들여서."


하지만 알고 있다. 말하면서도 우습다. 저들의 원본에서 지금 이것은 룰렛 돌리기에 불과하다.


여기는 바깥에 비해 너무 빠른 세상 속. 나는 내 정보의 연장, 복제되어 실재하지 않는 공간 사이에 찰나만 존재하는 사본.


정리해서 생각하니 더 끔찍하고 무섭군. 안 그래도 우주의 먼지도 못 되는 인간에서 먼지의 먼지만큼 덜어낸 게 지금 생각하는 나라니.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렇기에.


"오염."


중요한 것은 그거다. 여기에 들어와 있는 건 우리만이 아니라는 것.


방금 학장님이 한 말.


"깨도 기억 못해. 원본에서 겨우 몇 초 지났을건데."


니콜로와 형제들의 가장 약한 고리는 거기에 있을 거다.


미라가 그랬다. 책에서도 읽었다. 만약 분자만큼 작은 블랙홀이 어쩌다 생성되어도 그것은 금방 없어진다고. 수만 분의 1초도 유지하지 못할 거라고.


니콜로와 그 형제들의 원본은 그 작은 결과를 필요로 한다. 그러니까 이건 이런 거지. 저번에 딱지치기나 가위바위보로 정하면 안 되냐고 했는데 정말 그러고 있는 거였어.


저들 입장에서는 '빠르게 모의 전투를 수백 번해서 마지막 남은 놈이 이긴 걸로 하자' 인 거다. 여기까지는 거의 사실.


지금부터가 가정. 어쩌면 그들 입장에서 여기에 던져 넣은 자신들의 '사본' 이 선택한 결과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만 선택해야 할 지도 몰라. 꼭 그렇지는 않아도 그런 비슷한 조건이 있어야 '오염'을 피한다거나. 그 종種이 가진 특징 때문일 수도 있고.


학장님이던 학장님의 동료 그룹이건 뭔가 짚이는 게 있어서 저 기계들을 보냈겠지.


판은 만들어졌다.


여기서 한 달 가까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은 일은 시합일까지 일어나지 않는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거다.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결과는 학장님과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에게 맡긴다.


마음은 편하다. 그 사람들이 못하면 어쩌겠어. 내가 대신할 것도 아니고. 나는 그저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일 뿐.


그래도 그 사람들의 똑똑함마저 니콜로와 형제들의 연산 안이라면? 그럼 이제 미라에게 맡겨야지. 막내가 분명히 말했다. '다른 형제들이 미라를 찾으면 재미없'다고. 막내가 거짓말쟁일 수도 있지만.


연습을 몇 번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서로에게 모르던 필살기가 갑자기 생기고 간단하게 이기는 비밀 필승법 같은 게 나올 환경이 아니니까. 그저 서로 생각한 전략을 점검하고 실험해보고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한 과정일 뿐.


큰 줄기에서 할 일은 다 했다. 뭘 새로 만들 만한 시간은 없으니 할 수 있는 건 가지치기 뿐. 디테일에 집중할 여유는 없으니 반드시 알아내야 할 것만 확인한다.


"후..."


눈을 꿈뻑이며 조금 차오른 달을 본다. 손톱으로 저 틈을 살짝 비집어서 건너편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여기서 진짜 지구를 '관측' 할 수 있다면 모든 게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겠지. 얼어붙은 것처럼, 엔트로피가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관측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도움 안 되는 생각과 잘 시간을 교환할 때가 아니다. 생각에 드는 칼로리마저 아깝다.


자야 한다.


나는 베개를 베고 숨을 천천히 뱉으며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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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마지막화 : 너의 세상, 나의 세상 23.02.15 104 4 10쪽
259 3부 34화 : 하나의 끝은 다른 끝을 향하고 23.02.14 95 4 12쪽
258 3부 33화 : 미래의 방향 (끝) 23.02.13 100 4 10쪽
257 3부 32화 : 미래의 방향 (6) 23.02.11 95 4 11쪽
256 3부 31화 : 미래의 방향 (5) 23.02.11 120 4 10쪽
255 3부 30화 : 미래의 방향 (4) 23.02.10 98 4 11쪽
254 3부 29화 : 미래의 방향 (3) 23.02.08 101 4 11쪽
253 3부 28화 : 미래의 방향 (2) 23.02.07 95 4 10쪽
252 3부 27화 : 미래의 방향 (1) 23.02.05 98 4 13쪽
251 3부 26화 : 할머님과 막내 둘의 사정 23.02.04 99 4 11쪽
250 3부 25화 : 사람마다 다르고 23.02.03 97 4 10쪽
249 3부 24화 : 구원자 23.02.02 95 4 11쪽
248 3부 23화 : 다른 결말 23.02.01 108 4 10쪽
247 3부 22화 : 증명 (3) +2 23.01.31 122 4 10쪽
246 3부 21화 : 증명 (2) 23.01.29 92 4 9쪽
245 3부 20화 : 증명 (1) 23.01.28 98 4 10쪽
244 3부 19화 : 광고 시간 23.01.28 95 4 10쪽
243 3부 18화 : 개시 (8) 23.01.26 93 4 11쪽
242 3부 17화 : 개시 (7) 23.01.25 101 4 9쪽
241 3부 16화 : 개시 (6) +2 23.01.24 98 4 10쪽
240 3부 15화 : 개시 (4) 23.01.22 95 4 11쪽
239 3부 14화 : 개시 (3) +2 23.01.21 97 4 11쪽
238 3부 13화 : 개시 (2) 23.01.19 99 4 10쪽
237 3부 12화 : 개시 (1) 23.01.18 99 4 12쪽
236 3부 11화 : 나아가려면 믿어야 하고 23.01.17 88 4 11쪽
» 3부 10화 :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23.01.16 9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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