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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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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29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1.18 22:01
조회
99
추천
4
글자
12쪽

3부 12화 : 개시 (1)

DUMMY

시간은 간다. 빠르던 느리던 굽이치던 직진하던, 우리는 알 수 없는 작용으로 흐른다.


시합일. 마지막으로 올린 홍보 영상은 유튜브에서 8천만 조회수를 넘겼다. 참석자 전원은, 심지어 키브엘까지 방송용 메이크업을 받았고 팀 컬러를 맞춘 옷을 입었다. 삼촌은 몇 번씩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돈한다.


"괜찮으세요?"


"이럴 줄 몰랐는데 떨린다? 허 참. 긴장해서 실수하지 않아야하는데."


학선이도 굳은 얼굴이지만 효진이와 손을 꼭 잡고 있어서 그런지 불안해보이진 않는다. 끝나고 이야기하겠다더니...


반면 효진이는 기대에 찬 얼굴. 키브엘이 만든 경기장이 작용하는 걸 빨리 보고싶은가보다.


미라는 의자에 앉은 채 목검 끝을 바닥에 닿게 세워 잡고 천천히 호흡한다. 기氣 라는게 정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진짜로 있다면 지금 미라에게서 그 기가 나오고 있는 게 맞을 것 같아.


같은 방에 있는 스태프가 무전을 듣고 우리에게 신호를 준다. 우리 입장 2분 전.


진행자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자, 세상의 종말이냐! 지배자의 탄생이냐? 그것도 아니면 평화로운 최강자 가리기냐! 어느 쪽이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관람 뿐이지요. 선택이 하나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최고로 즐겁게~!"


"저어어어엉답입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할 수 있는 걸 모두 했다면? 운명을 기다려라! 자, 둘이 손잡으면 세상도 멸망시킬 것 같은 사람들이 애써가며 저 안에서 평화롭게 결말을 짓겠다고 합니다!"


나도 괜히 손을 조물락거리고 있네. 긴장되긴 한다.


핸드폰이 울린다. 무시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화면을 보니 신수연 사무관님이네.


"못 보러 가서 아쉽네요. 행운을 빌어요. 나는 이진협씨 편에 걸었으니까."


하하, 정말 거셨을까 그냥 농담일까. 궁금한데.


반가운 마음을 담아 답을 한다.


"꼭 따게 해드릴게요."


사무관님의 답장은 적당히 기대한다는 의미가 될 것 같은 이모티콘 하나. 반짝이는 눈으로 환하게 웃는 그런.


그러고보면 사무관님은 마지막까지 코어를 얻지 않았네. 분명 그동안 맞는 코어 하나 정도는 마주치셨을텐데...


이유가 있겠지.


사회자의 발언은 계속 이어지고 스태프가 다시 신호를 준다. 2분 전...


니콜로는 그날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기에 배치된 장비들이 뭔지 알아봤을텐데도. 키브엘 쪽에서도 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오히려 뭘 실험할 건지 그쪽은 알아챘겠지? 나는 알 수 없는데.


갑자기 바깥이 소란스럽다... 뭐지.


"친구? 어떻게 들어왔어! 여기는 안 돼!"


"나는 사서 친구예요! 와도 된다고 했어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알려주던 스태프가 날 쳐다보고, 나는 좀 놀랐지만 알고 있는 목소리라서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저 연령대의 어린 목소리에 나를 안다고 하면서 갑자기 나타날 존재는 어차피 하나뿐이지.


막내가 문을 열고 들어와 날 보고 두 팔을 벌려 좋아한다. 하지만 눈으로는 적당히 눈치 챙기라는 신호를 주고 있어. 거 참.


"언제 왔어요?"


"사서! 보고 싶었어요! 덕분에 누나가 찾을 단서를 알아냈다고 하네요?"


할머니가 '어머니' 를...? 이제 와서? 오늘에서야?


"그거 다행이네요. 잘 됐어요."


"누나에게는 그렇죠!"


자기에게는 아니라는 의미일까. 막내는 '어머니' 의 위치를 알지만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스태프가 우리 둘을 보다가 일어나 나올 준비를 하라고 손짓한다. 이제 나가야한다. 막내에게 뭐라고 묻지. 뭔가 하나 구실 맞춰 알아내려면... 막내가 자연스럽게 대답하려면?


"그래도 궁금한데, 누나는 누가 이기길 원해요? 혹시 저쪽 편?"


"왜 이래요, 당연히 사서 편이죠. 돈 있으면 걸었을걸요?"


"고마워요."


입장 1분 전. 사회자가 열심히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저런 능력은 타고나나, 아니면 기술이 있어서 갈고 닦나. 괜히 궁금하네.


그나저나, 할머니가 그렇게 말했다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자, 누가 마지막에 호라이마 산 정상에 남을 것인가? 혼자 남을까요? 둘이 남을까요! 분명한 것은- 지금 들어올 열 명의 전사들 중 한 명이 될 거라는 사실뿐입니다! 양 팀, 입장!"


우리는 학선이부터, 저쪽은 프록시마부터.


저쪽은 라미로 한 명만 죽상이고 프록시마가 조금 불편한 정도네. 담력에서 지고 시작해버렸어.


나와 키브엘이 앞으로 나와 주먹을 쥐고 손목을 가볍게 부딪친다.


고요한 눈이다. 그래서 어떤 결과가 최선이라 결정했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여기선 안 되지. 해도 말해주지 않겠지.


"양 팀, 위치로-!"


연습 시합에선 안으로 직접 들어갔지만 오늘은 안 된다. 서로 전력을 다하면서 다치지 않으려면. 물론 실감이라는 게 있으니 우리는 안이 보이지 않는 각 콕피트 안에 들어갈 거다. 겉은 으리으리하게 꾸몄지만 사실 그냥 안에 누워 있을 뿐인.


키브엘이 설명한 대로라면 여기 누워서 눈을 감으면...


과연.


경기장 안에서 내가 조금씩 형체를 갖춘다. 잠에서 깨는 것 같은 기분과 함께 나는 내 몸을 둘러보고 손을 쥐었다 펴 본다.


흠... 실제보다 주먹이 조금 큰가? 안 그래도 공격이 잘 보이라고 장갑까지 끼었는데. 몸의 무게도 꽤 가볍게 느껴진다.


아마도 페레이라가 균열 안에 다른 사람을 자신으로 둔갑시켰던 것과 관련이 있겠지.


팔찌를 확인한다. 우리 다섯 명 모두가 생존해있는 것이 잘 표시되고...


하늘을 보니 정말 디지털 시계같은 시간 표시가 보인다. 00:00:00인 상태로. 시작하면 0.01초씩 올라가겠지.


준비는 다 해두었다.


"전 전투 인원, 시작~ 위치로~."


우리 팀은 신기해하는 걸 그만두고 서로를 보며 주먹을 가볍게 부딪친다. 음, 촉각도 좀 다르군. 더 둔감해. 마취약을 가볍게 맞은 것 같은...


"카운트다운! 다같이 할까요? 10!"


9, 8, 7...


숨을 깊이 마신다.


"6! 5! 4! 3- 2- 1- 시작!"


치고 나간다. 왼쪽 끝은 삼촌, 오른쪽 끝은 미라. 내가 한가운데고 내 왼쪽에 학선이, 오른쪽이 효진이다.


확실히 몸이 가볍게 느껴져. 바깥의 소리는 안 들리지만 직접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신난 건 보인다. 화면은 잘 나가나보네.


엔피씨는 세 그룹. 붉은색, 녹색, 푸른색. 그룹마다 다섯 명이 있고 한 그룹에서 셋 이상을 쓰러트린 편에 약간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내가 지금 찾아가고 있는 건 붉은색, 그 중에서도 대장 이글스피릿. 맡은 역할은 붉은 그룹 팀원 한 명과 같이 주변을 돌아다니다 플레이어가 범위 안으로 들어오면 먼저 공격하는 것.


우리 쪽은 효진이가 있다. 효진이는 최대한 몸을 숨긴 채 나와 학선이를 경우에 맞게 지원할 수 있다. 지정사수처럼.


이글스피릿이 순찰하는 영역은 로라이마 산의 절벽의 한 면. 미리 생각해 둔 가장 빠른 루트로 왔고... 역시나 마주친다. 이글스피릿은 좀 놀라워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다른 팀원과 같이 공격해온다.


2:1. 출력 15만을 갖고 시작할 행동은 아니지만...


"뭐 하는 거예요? 사서."


"일찍 쉬면서 구경하시라고."


"싫습니다-."


"하하하."


매서운 거 봐라. 이글스피릿과 같이 있는 한 명은 카딤. 백색균열 안에 들어갈 때 우리의 흔적을 최소화해 적은 수의 괴물체와 마주치게 했던 그 사람이다.


지금 여기서 싸우는 소리가 바깥으로 멀리 안 나가게 하고 있는 건 분명하고, 싸우다보면 내가 이글스피릿을 눈으로 쫓다 놓치는 정도의 작용을 할 거다. 그러다 한 번씩 공격해오겠지.


그룹 리더를 처음부터 노리는 건 별로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여기 그룹장이 이글스피릿이다보니 전투 능력은 조금 떨어지는 카딤과 같이 세워서 밸런스를 맞췄단 말이지?


이 조합이라면 효진이가 날 도와줄 수 있거든. 특히 여기 높고 훤히 뚫린 곳이면.


이글스피릿이 스피릿 빔으로 내 발을 묶고 육탄전을 걸어오다가 효진이의 <매그넘>을 맞고 휘청인다.


"어라?"


카딤이 곤란한 얼굴을 하고는 바닥에서 연기를 피워올린다. 마시면 안 되거나 안에 있으면 대미지를 입거나 그런 설정은 없고, 그냥 앞이 아주 잘 안 보인다. 카딤은 이 안을 감지하고 이글스피릿은 그에 따라 날 공격할 수 있고.


이렇게되면 여길 늦게 보러 온 상대편은 누가 이글스피릿과 싸우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이 상태에서 상대 한 명이 나타날 때까지 버틴다!


말이 좋아 버티는거지 소리나 공기의 흐름, 갑자기 온도가 올라가는 에너지 반응만 읽어서 이글스피릿을 상대해야 한다. 천만다행으로 나는 이글스피릿의 기술을 잘 안다. 왜 아는지는 당연히, 잘 써먹기 위해 애써 이해했으니까.


"거 요리조리 잘도 피하십니다그려!"


"조용히 공격해봐요, 조용히!"


"놀리는 거 맞죠? 스피리이이이잇! 빔!!"


나중에 물어봐야지. 왜 고함을 쳐야 광선이 나가도록 만들었는지.


이글스피릿은 내가 버티고 있는 한은 계속 공격해야 한다. 나는 연기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공격을 받아낸다... 이거 오히려 통각이 약하게 느껴져서 헷갈려. 어쨌든 내 HP는 지금 88%.


시간이 좀 지났으니 이제 슬슬...


그렇지.


뒤에서 폭죽이 올라와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연기 바깥으로 빠져나와 효진이가 쏴올린 폭죽의 색을 확인한다.


프록시마. 지금 당장은 안 보이지만 근처에 있다. 이글스피릿이 싸우는 걸 감지하고 정찰하러 왔겠지.


가운데가 프록시마라면 저쪽의 양옆은 키브엘과 TG일 가능성이 더 크다. 잘 됐어. 삼촌과 미라라면 불리하게 시작할 일은 없다.


"나중에 봅시다, 이글스피릿!"


"거 참."


나는 이글스피릿의 활동 범위 바깥으로 나오고 숲으로 돌아가 소리에 신경을 기울인다. 주변처럼 눈이 내렸다는 설정이라 주변의 작은 소리는 흡수되어 조용하다. 확인해야 할 건 프록시마가 날 조준하거나 공격하기 위해 움직이는 소리.


옷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얼핏 들린 것 같고, 나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반사된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게 보인다. 그러면 이제 잠시 후...


적당히 준비하고 있다가, 지금!


내가 있는 위치의 나무를 왕창 쓰러트리며 <스타더스트>가 덮쳐온다.


히야, 이게 출력 12만의 프록시마... 도려낸 나무들이 쓰러지며 프록시마의 모습이 보인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여기서 싸울지 자리를 피할지가 결정되는데, 내가 머무르면서 프록시마를 잡아둔다면 우리 팀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


저쪽 팀의 계획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프록시마는 살짝 인사를 건넨 후 공격해온다! 나는 <세이프하우스> 와 <시간 왜곡>을 나에게 사용한 후 프록시마가 쏟아내는 유리 가루 사이를 이리저리 피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플레이끼리의 첫 교전, 분명 카메라가 잡는다. 마침 상대는 프록시마. 화려하게 싸워 학장님이 원하는대로 시청률을 올리기엔 더할 나위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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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에필로그 3 : 대화 23.02.26 92 3 4쪽
262 에필로그 2 : 별을 여행하는 아이 23.02.26 74 3 2쪽
261 에필로그 1 : 키브엘의 기록 23.02.19 90 4 10쪽
260 마지막화 : 너의 세상, 나의 세상 23.02.15 105 4 10쪽
259 3부 34화 : 하나의 끝은 다른 끝을 향하고 23.02.14 95 4 12쪽
258 3부 33화 : 미래의 방향 (끝) 23.02.13 100 4 10쪽
257 3부 32화 : 미래의 방향 (6) 23.02.11 96 4 11쪽
256 3부 31화 : 미래의 방향 (5) 23.02.11 120 4 10쪽
255 3부 30화 : 미래의 방향 (4) 23.02.10 98 4 11쪽
254 3부 29화 : 미래의 방향 (3) 23.02.08 101 4 11쪽
253 3부 28화 : 미래의 방향 (2) 23.02.07 96 4 10쪽
252 3부 27화 : 미래의 방향 (1) 23.02.05 98 4 13쪽
251 3부 26화 : 할머님과 막내 둘의 사정 23.02.04 99 4 11쪽
250 3부 25화 : 사람마다 다르고 23.02.03 97 4 10쪽
249 3부 24화 : 구원자 23.02.02 96 4 11쪽
248 3부 23화 : 다른 결말 23.02.01 108 4 10쪽
247 3부 22화 : 증명 (3) +2 23.01.31 122 4 10쪽
246 3부 21화 : 증명 (2) 23.01.29 92 4 9쪽
245 3부 20화 : 증명 (1) 23.01.28 98 4 10쪽
244 3부 19화 : 광고 시간 23.01.28 95 4 10쪽
243 3부 18화 : 개시 (8) 23.01.26 94 4 11쪽
242 3부 17화 : 개시 (7) 23.01.25 101 4 9쪽
241 3부 16화 : 개시 (6) +2 23.01.24 98 4 10쪽
240 3부 15화 : 개시 (4) 23.01.22 96 4 11쪽
239 3부 14화 : 개시 (3) +2 23.01.21 97 4 11쪽
238 3부 13화 : 개시 (2) 23.01.19 100 4 10쪽
» 3부 12화 : 개시 (1) 23.01.18 100 4 12쪽
236 3부 11화 : 나아가려면 믿어야 하고 23.01.17 89 4 11쪽
235 3부 10화 :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23.01.16 9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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