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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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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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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39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2.1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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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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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부 31화 : 미래의 방향 (5)

DUMMY

니콜로가 곧 침투해온다.


그 과정도 참고한다. 저들이 말하는 연산주체라는 부분이, 인간이었던 정보가 관측하는 규칙을 이용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의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을.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일에는 분명한 진동이 오고 있다.


가장 처음 '세션'을 겪었을 나. 사람들을 데리고 움직였다고 했다. 누가 죽을지 아닐지를 정하고 의뢰했다고 했지. 비가 온다는 소문을 듣고 북아메리카를 떠나 로라이마 산까지 걷고 또 걸었을거다.


진짜가 아니어도 좋다. 그런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으로 한다. 조금 전 나에게서 분리되어 나간 나 대신 다른 경우를 거쳐서.


그런 건 불가능하다고?


아니, 그렇게 따지면 이 곳의 모든 상황이 불가능한 거잖아. 그렇지 않아. 실재하고 있어.


이곳. 미시영역의 시작점. 적어도 인류가 발견한 가장 기본 단위의 영역.


내가 나타난다.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 아시아를 뒤로 하고 태평양을 가로질러 도망친 내가. 거기서 끝까지 살아난 내가.


여기까지는 성공. 일단 됐어. 조심스럽게 유지한다. 그리고 확인한다.


"여기 이 곳, 바깥에서는 블랙홀 비슷한 거 맞지?"


두 명의 미라가 대답한다.


"맞아."


"알았어."


니콜로가 공간을 열어젖힌다음 다시 에너지를 모은다. 이번에는 우리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주변에 여러 겹의 방호벽을 만들고는.


집중.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에 집중. 나는 새로 나타난 나와 나를 <헥사 링크>로 연결한다.


저 나는 헥사 링크를 갖고 있었나? 그런 거 없었지. 사람에게는 아주 약한 코어만 주어졌다고 했으니까. 도망다니는 것이 일상이었겠지. 균열과 괴물체를 피해다녔을 거야.


자, 처음의 나와 마지막의 내가 지금 여기 있다. 이 사이에 이어진 것들이 있어. 양쪽에서 잡아당기면 반응이 있는 것이 어디엔가 있을 거다.


적어도 서른 세 번, 몇 번은 금방 죽었겠지. 그 중에 한 명. 단 하나.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내가 있다면, 지금!


지금 당장.


있나? 있다면 아까와 같은 진동이 있을 거야. <만트라>를 펼치면 분명...


"내 쪽에 더 가깝다."


다 쉰 목소리. 근육이 다 마르고 짧아져 비척거리는 걸음. 그래도 죽기 전까지 싸웠을 내가 알려준다.


"<보관소>도 갖고 있으니 불러오겠다."


보관소. 키브엘은 서고라고 한 적이 있다. 나는 그때그때 이름을 다르게 붙였나보지.


어떤 이름을 붙였던 다행스럽게도 기능은 같다.


몇 번째에서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는 내가 스킬을 펼친다. <커다란 공허Gigantic Void>. 니콜로가 우리 주변에 펼쳐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에너지의 막이 금이 간 듯 갈라지더니 곧 흩어져 소멸한다.


음..


내가 세 명. 이상한 기분.


지금 불려온 나는 <헥사 링크>를 갖고 있지 않고 피눈물 자국처럼 보이는 뭔가가 있다. 내가 궁금해하니 날 빤히 보다가 다시 니콜로를 본다.


"협아, 방금 그거 뭐냐?"


"배수구요! 모든 방향으로 다른 공간으로 작용하는 배수구!"


"그거 나에게 얹어라!"


삼촌이? 뭐 하시려고...


아, 아아. 아아. 그렇지. 파괴와 시간을 관장하는 시바에게 도구를 더하면.


포위는 풀렸고, 미라는 한 숨 놓았다는 듯 이 공간의 유지에 애쓴다. 겨우 하나 만든 발판. 이제 니콜로가 어떻게 나올까...


이제 우리가 손에 있는 게 막대기는 아닐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와 싸울 만한 물건이냐 하면 좀 모자라지.


거기에 여기에 '허용'된 나는 원래 두 명. 이게 가능한 것은 미라가 그동안 지난 세션의 나이면서 새로운 세션의 나를 구성했고 그걸 응용해 만든 영역이기 때문.


내가 했지만 참 용케도 세 번째를 가져왔다. 아니 내가 한 게 아니지. 저 침울하고 힘없는 내가 자신의 범위 안에서 찾은 걸 내가 어떻게 존재한다고 우긴 거지. 예전에 그 미라 아버지 현우섭 실장이 한 것처럼.


그게 어떤 건지 미라가 잘 설명해줬지.


'이거 무슨 원리인지 알겠다.'


'내가 이해한대로라면 세상을 속이는 느낌?'


'응. 없어야 하는데 있다고 우기는 거. 학선이 기술이 뭘 끌어와 생성 규칙에 맞춰 조합하는 거라면 이거는 규칙 바깥에서 사기를 치는 거네.'


생각하는 사이 니콜로가 다음 공격을 해온다.


아, 안 돼. 이런.


이대로 우릴 냉동보관해버리겠다고? 그렇지, 초급속으로 냉각하면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지. 살릴 가능성이 조금은 올라가지!


아직 결혼 안 한 쪽의 효진이가 이를 간다.


"저 놈은 왜 여유 있는 거야?"


"우리가 개미고 저쪽이 티라노사우르스 정도 되어서?"


"공룡을 깨물어 죽이고 다닌 독개미 같은 거 없나?"


"개미 체액 전부를 독으로 해도 모자...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삼촌이 조금은 버티겠지만...!


첫 번째의 내가 주변을 본 다음 날 쳐다본다. 그리고 말한다.


"나중에."


탁한 목소리, 움푹 들어간 눈. 똑바로 서 있기 힘들어 계속 자세를 바꾸지만 눈에 담긴 투지만큼은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하여튼 지금은 저 말대로 저쪽을 배제하는 게 맞아.


"고맙다."


첫 번째의 내가 사라지고, 그 첫번째가 불러낸 내가 조건을 갖춘다. 삼촌과 협력하는데 둘의 격차가 좀 커서 삼촌이 힘들어하긴 한다.


그래도 지금 삼촌은 시바 신. 힌두 신화의 최고신 셋 중 한 세상의 명이 다하면 그걸 파괴하고 새 세상이 만들 토대를 이루는 존재. 그것은 원래 괴로운 일이고, 그것은 본질적으로 힘든 일일 것이라 여기고 집중하고 있다.


피눈물 같은 자국이 있는 나는 그런 삼촌을 빤히 보다가 날 본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눈매. 힘빠진 입. 조용하지만 분명히 불타고 있는 가슴... 굳이 설명할 것도 없지만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는 건 알겠다. 물어볼까.


"몇 번째 '세션' 에서?"


"일곱 번째 같은데... 혼자 싸우다 죽었어."


"복수하러?"


"성공은 못했고."


"나중에 같이 줘패러 가자고."


눈꺼풀을 조금 위로 올린다. 입은 웃지 않지만 조금 밝아진 목소리.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지."


우리의 말이 끝나자마자 삼촌의 외침이 들린다.


"으랏차!"


그에 이어 좀 회복했는지 원래 <아바타>를 사용했던 삼촌이 역할을 넘겨받는다.


"잘 하셨소. 시간 벌었네."


"난 이게 못 움직이니 잘 부탁해요."


지금의 다른 나는 부럽다는 눈으로 날 본다. 누굴 위한 복수였을까. 어떤 사람이었을까.


니콜로는 온도를 끝없이 낮추는 걸 그만두고, 예상대로 반대로 온도를 올린다. 아... 이건. 이건, 젠장. 이 습도와 온도, 폐를 손상시킬 셈이다!


"에이 X벌."


결혼한 학선이가 자기 두 주먹을 부딪친다. 어디 부러지지 않았나 확인해야 할 정도로. 학선이는 만들어내는 게 튼튼하지 몸 자체가 튼튼한 게...


그나저나 지금 뭐 한 거지?


아, 저거... 저걸 불러내는 데 왜 그 요란을 떨어?


바쿠난와의 초고온 공격을 막아낸 그 방패다. 우리 모두를 감쌌던.


그걸 최대의 크기로 만든 다음 니콜로 쪽에 냅다 꽂아버린다. 아... 잠깐만. 이거는 니콜로가 예상할 것 같은데.


역시나 니콜로는 잠시 시야에서 벗어난 틈을 타 빠르게 우리 위로 나타났고, 학선이는 위를 보면서 주먹을 더 친다. 니콜로가 우리에게 낙하하려다 학선이가 만든 걸 뚫으며 들어오는 바람에 속도가 줄어들었고... 자청비 현미라가 니콜로를 겨누고 칼로 찌른다.


...들어갔다. 칼끝만. 니콜로는 귀찮다는 듯 칼을 손으로 잡은 후 미라를 붙잡으려 하지만 여길 만든 미라가 니콜로가 딛고 선 바닥을 뒤집어버리는 바람에 살짝 빗나간다.


그리고 미라는 다시 칼을 거두었다가 내려친다. 칼몸이 부러져 회전하며 하늘로 치솟고, 삼촌은 자신이 다루고 있는 <커다란 공허>안에 니콜로를 가두려한다.


일곱 번째의 나는 고개를 흔들며 얼굴을 찡그린다.


"모자라."


그리고 나는 찾는다. 찾는 것과 동시에 유지할 방법을 생각한다. 둘로는 안 돼.


더 많은 내가 필요하다. 더 많은 경우를 겪은, 나와는 다른 사람을 만든. 그리고 그 스킬들을 멋대로, 무단으로 가져온 나를.


그렇게 내가 스킬을 빼먹은 사람들은 얼마나 싫었을까, 다들 부디 기분 푸세요. 좋은 데 쓸 테니까.


조금씩 감이 온다. 저 일곱 번째의 나보다 내가 그 울림에 가까이 있다. 어쩐지 좋지 않은 느낌이지만 물불 가릴 때가 아니다! 나는 나의 과거로서, 내게 있을지도 몰랐던 가능성으로 여기에 그것을 가지고 온다. 동시에 내 머리가 띵해지고 어쩐지 곧 사라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뭐야, 저 나는. 저기 안에 들어 있는 건 분명 죽은 사람들의 코어...


"불러줘서 고맙다. 자고 있었던 것 같아. 이럴 수가."


이유야 어쨌거나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코어를 차지한 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그렇듯, 눈과 입과 몸짓 모든 것이 자기 자신으로 꽉 차있다.


리스크를 따질 때는 아니다. 확인부터.


"방법 있어?"


"당연하다!"


말하는 것까지 이상하다. 뭐가 되었던 나중에 따지자.


"지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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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에필로그 3 : 대화 23.02.26 92 3 4쪽
262 에필로그 2 : 별을 여행하는 아이 23.02.26 75 3 2쪽
261 에필로그 1 : 키브엘의 기록 23.02.19 90 4 10쪽
260 마지막화 : 너의 세상, 나의 세상 23.02.15 105 4 10쪽
259 3부 34화 : 하나의 끝은 다른 끝을 향하고 23.02.14 95 4 12쪽
258 3부 33화 : 미래의 방향 (끝) 23.02.13 100 4 10쪽
257 3부 32화 : 미래의 방향 (6) 23.02.11 96 4 11쪽
» 3부 31화 : 미래의 방향 (5) 23.02.11 121 4 10쪽
255 3부 30화 : 미래의 방향 (4) 23.02.10 99 4 11쪽
254 3부 29화 : 미래의 방향 (3) 23.02.08 101 4 11쪽
253 3부 28화 : 미래의 방향 (2) 23.02.07 96 4 10쪽
252 3부 27화 : 미래의 방향 (1) 23.02.05 99 4 13쪽
251 3부 26화 : 할머님과 막내 둘의 사정 23.02.04 100 4 11쪽
250 3부 25화 : 사람마다 다르고 23.02.03 98 4 10쪽
249 3부 24화 : 구원자 23.02.02 96 4 11쪽
248 3부 23화 : 다른 결말 23.02.01 108 4 10쪽
247 3부 22화 : 증명 (3) +2 23.01.31 122 4 10쪽
246 3부 21화 : 증명 (2) 23.01.29 93 4 9쪽
245 3부 20화 : 증명 (1) 23.01.28 99 4 10쪽
244 3부 19화 : 광고 시간 23.01.28 95 4 10쪽
243 3부 18화 : 개시 (8) 23.01.26 94 4 11쪽
242 3부 17화 : 개시 (7) 23.01.25 101 4 9쪽
241 3부 16화 : 개시 (6) +2 23.01.24 99 4 10쪽
240 3부 15화 : 개시 (4) 23.01.22 96 4 11쪽
239 3부 14화 : 개시 (3) +2 23.01.21 98 4 11쪽
238 3부 13화 : 개시 (2) 23.01.19 100 4 10쪽
237 3부 12화 : 개시 (1) 23.01.18 100 4 12쪽
236 3부 11화 : 나아가려면 믿어야 하고 23.01.17 89 4 11쪽
235 3부 10화 :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23.01.16 9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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