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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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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16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2.01 19:59
조회
107
추천
4
글자
10쪽

3부 23화 : 다른 결말

DUMMY

날 볼 수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날 향한 가운데...


니콜로가 내 뒤에서 걸어나온다. 돌아보지 않아도 하늘로 날아갈 듯한 기분이란 걸 알 수 있다. 느린 박수소리가 들리고, 그 순간 나는 구역질을 느낀다.


"다행이군."


니콜로가 내 어깨에 친근하게 손을 올리고 나는 그 팔을 밀어내 뿌리친다. 오른팔의 니콜로에 닿은 부분이 저릿하다.


나는 두 걸음 앞으로 나오며 눈을 돌려 니콜로를 본다. 날 흐뭇하게 바라보며 얼굴의 모든 부분으로 만족감을 드러낸다. 편안해보인다.


"인정하마. 너였기에 가능했다. 네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치하할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필요없어."


반사적으로 쏘아붙였다. 그래도 니콜로의 표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마음껏 화내고 빈정거려라. 괜찮으니까. 시간은 많지. 아주 많이."


니콜로는 키브엘이 있는 쪽을 보며 손을 들어올리고 키브엘이 펼쳐놓은 균열이 거두어진다. 조심스럽게, 하지만 빠르게. 로라이마 산의 진짜 공기가 차갑게 코를 찌르고 들어온다.


니콜로의 모습은 그대로다. 그동안 균열 바깥에서 다른 사람 앞에 나타난 적은 없었는데. 목소리만 들렸지.


니콜로는 그대로 천천히 걸어간다. 자신의 앞을 막는 벽을 가볍게 넘어트리며. 학선이가 달려나가 니콜로의 앞을 막고 방패를 만들어 찬 다음 묻는다.


"누구냐, 넌."


"네게도 원하는 것을 줄 테니 기다리거라."


니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걸어가지만 학선이는 굳어버렸는지 멈추고 눈동자와 눈꺼풀만 움직인다. 니콜로는 얼굴을 위로 하고 눈을 감은 채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가 내쉰 후 기침을 몇 번 하고 즐겁다는 듯 웃는다.


나는 <비행>을 써서 니콜로의 머리 위를 지나 미라와 키브엘이 있는 곳으로 날아간다. 조금 전까지 두 명이 있던 곳에 한 명이 더 서 있다. 눈을 감고 이마를 짚고 고개를 숙인 니콜로의 다섯 번째 자매가 있다. 미라는 날 한번 보고는 다시 신기하다는 듯 다섯째를 보고 있고.


키브엘은 날 보고 히죽 웃는다. 나는 궁금한 것부터 묻는다.


"어째서."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이 정도면 타협이 될 것 같거든. 이제 좀 지겹고."


"니콜로가 원하는 세상을 받아들인다고?"


"글쎄, 그래야 하면 그렇게 하고."


...무슨 의미지.


다섯째가 눈을 뜨고 날 노려본다. 순간 심장이 꿰뚫렸나 내 가슴팍을 내려다볼 뻔했다. 호랑이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면 몸이 얼어붙는다던데 지금 내가 그 꼴이네.


다섯째는 이를 드러내며 분노한 채 내게 걸어오고, 키브엘이 다섯째의 옷소매를 장난스럽게 잡아당긴다.


"언니, 언니. 컴 다운calm down. 이-지easy. 이~지-."


"바얄라그. 너는, 넌 도대체!"


"꽁꽁 숨긴 내 이름을 그렇게 가볍게 풀기야?"


다섯째는 키브엘... 아니, 바얄라그의 팔을 신경질적으로 쳐내고 날 노려본다.


그러니까...


저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죽겠지. 분명하다. 반드시 죽는다.


지금은 안 된다. 아직 죽을 수 없어.


고개를 돌려 절벽 아래를 보니 니콜로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나는 최대한 진정하고 키브엘에게 묻는다.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오, 좋은 질문. 그거 내가 너에게 묻고 싶었거든."


기가 막히지만 다섯째의 이글거리는 눈이 키브엘이 가져온 맥락에 큰 오류가 없다는 의미같기도 하다.


"미안하지만, 지금 내가 뭘 할 수 있지? 알려주면 바로 하겠어."


미라가 대신 대답한다.


"긴장 풀고 기다려. 그거면 돼."


"미라?"


"많은 걸 들었어."


많은 걸 들었다니...


아까 그, 최대 이천 가지의 경우에서? 몇 초 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걸 천 배로 늘리면... 아니 그래도 얼마 안 될 텐데.


내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니콜로가 산 위에 나타난다. 그리고 감격한 듯 주변을 내려다보며 큰 동작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완벽한 무대야. 해저로 가라앉지 않은 부분 중 가장 오래되었다고 하던가?"


우리에게 한 말이 아니다. 다섯째가 대답한다.


"꼴 보기 싫으니 가지고 가서 꺼져버려."


"걱정 말라고, 동생. 네 현명한 대리인은 손끝 하나도 상하지 않을 거니까. 내가 왜 그러겠어?"


"지금 한 말 정말이겠지?"


"나를 적대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는 반드시."


아주 짧은 순간 공간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나만이 아니라 산 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미라는 한 발을 뒤로 딛으며 균형을 잡았고 키브엘은 입을 비죽인다.


니콜로에게서 약한 인력이 느껴진다. 니콜로는 양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눈을 꽉 감는다.


"후후... 하하하."


싫은 웃음이다.


"으하하하하하!"


다섯째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니콜로는 장난삼아 손을 하늘로 뻗고, 그 위치부터 하늘에 붉은색이 번져나가다 곧 원래대로 돌아온다. 니콜로는 두 주먹을 꽉 쥐고 부들거린다. 끔찍하군.


니콜로는 그렇게 잠시 좋아하다가... 조금 뚱한 표정으로 돌아오더니, 다시 웃으며 말한다.


"아, 그렇지. 그렇지. 받을 게 하나 있었지. 어쩐지."


받을 것... 카유를 대리인으로 골랐던 넷째의 기반. 할머님이 맡아둔 것이다.


니콜로는 손바닥을 위로 한 채 나를 가리키며 말한다.


"일곱째와 최근 만난 적이... 없군?"


"그래."


"좋아. 결과적으로 일곱째의 신세를 졌으니 그 허튼 미련에 기회를 주고 싶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군. 기다릴 수 없어."


키브엘이 휘파람을 한번 분 후 조금 전까지 경기장이었던 균열을 펼친다. 좁은 범위로. 그리고 잠시 주변을 둘러본 다음 니콜로에게 쾌활하게 말을 건다.


"전세계의 TV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내보내 드리죠."


"어째서 다섯째가 널 총애했는지 알겠구나. 지극히 현명해."


"글쎄요? 나는 결말을 빨리 보고 싶은 것 뿐이라."


"잠깐."


니콜로의 웃음이 거두어진다.


"지금, 결말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한 말이렷다?"


"왜 아니겠어요. 눈 먼 첫째."


니콜로가 손을 휘두르고 키브엘이 있던 곳의 공간이 '잘려나갔다'.


나와 미라는 깜짝 놀라 그쪽을 보았지만...


키브엘은 깔깔거리며 니콜로를 놀릴 뿐이다.


"이제 일 년 정도 경험한 초보자씨, 내가 당신보다는 적게 살았지만 이 판에선 훨씬 오래 놀았어요. 당신이 아는 건 나도 거의 다 알고."


니콜로는 분노한 게 분명해보이지만... 항상 그래온 것처럼 알 수 없는 것을 앞에 두고 당황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이걸 눈앞에서 보고 나서야 진정되기 시작한다.


지금 키브엘은 분명히... 분명히! 니콜로가 원하는 것과 다른 결과를 내다보고 있어.


"자, 연결해줘요, 말아요? 모르긴 몰라도 지금 전세계가 난리일테니 뭔가 말하려면 지금이 좋을 텐데."


"무슨 속셈이냐?"


"나는 속셈이 없지요. 하나 말해줄게요. 그 서툰 기술로 날 제압하려면 50년은 연습해야 할 거예요. 내가 원하는 대답은 하나. 연결해줘요, 말아요?"


"속셈을 말하지 않으면... 그래."


니콜로가 손을 뻗어 내 목을 잡는다. 정확히는 그가 손을 뻗고 나자 내가 그 위치로 이동해있다.


일이 이렇게 되는군. 잡힌 목이 뜨겁고 따가워서 짜증나는데 움직일 수는 없다.


"네가 별로 원하지 않을 결과를 더해 주마."


"그렇게 치사하시니 동생들에게 뒤통수맞죠."


음... 목이 몸에서 떨어져 나갈 것 같은데. 전자기력적으로 분해돼서. 그러니까 깨끗하게 절단되어서.


키브엘은 내가 곤란한 걸 아는지 모르는지 싱글거릴 뿐이고, 니콜로는 나를 내려놓는다. 나는 목을 감싸고 기침을 몇 번 한다.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군, 다섯째의 선택을 받은 자야."


"다행이네요. 나도 마찬가지라서."


"속셈을, 말해라."


"뻔하잖아요. 당신이 실패하길 바래요."


니콜로가 웃는다. 그리고 한숨을 쉰다.


"잊고 있었다. 인간은 수십 개의 숫자 중 몇 개를 고르는 복권이란 걸 하는 생물종이었지."


"오 제법 정곡."


"하찮기는. 됐다. 연결..."


니콜로는 말을 멈추고, 키브엘은 몸을 옆으로 기울여 니콜로의 어깨 뒤쪽을 본다. 미라와 나도 무언가 느껴지는 쪽으로 몸을 돌리고...


메어리가 두꺼운 옷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슬픈 표정으로 서 있다. 뒤에 그 보라색 균열이 열려 있는 채로.


니콜로의 얼굴이 환하게 변하고, 메어리는 울상으로 몸을 떨며 말한다.


"할망, 추워. 빨리."


"들어가 있으렴."


보라색 균열에서 할머니가 걸어나온다. 니콜로는 흐뭇한 얼굴로 할머니를 보다가... 갑자기 얼굴을 굳히고 키브엘을 본 후 다시 할머니를 본다. 의심을 담아.


"너, 설마?"


"이 모습으로 첫째를 보려니 어색하구나. 양해해 주렴, 모두들."


할머니는 그전에 보았던 주황색 머리의 소녀 모습으로 변한 후 건들거리며 말한다.


"걱정 마셔. 주기로 한 건 모두 틀림없이 줄 거니까."


"조건을 걸겠다는 거냐?"


"내가 알기로 오라버니는 이 친구에게 하나 조건을 건 게 있거든."


할머님이 날 가리킨다. 니콜로는 짜증을 낸다.


"그게 너와 나 사이에 정한 것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냐?"


"계약은 꼼꼼히 검토하셔야지. 오라버니. 준다고 했지 언제 어떻게 준다고는 안 했어."


"장난치지 마라."


"날 여기서 '소거' 하면 나와 한 계약이 날아가겠지? 그럼 여기 바깥의 내 본체는 오라버니가 '나' 와 한 계약을 지킬 이유가 없어지는데. 안 그래?"


니콜로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고, 그 뒤로 키브엘이 기분 좋게 끄덕이는 게 보인다.


"너..."


"주기로 한 건 반드시 준다니까? 온전히, 오라버니가 원하는대로. 그전에 한 가지를 지키라고."


"너."


할머님이 싱글거리다 표정을 바꾼다. 뭔가 꼬였다는 의미로.


니콜로가 으르렁거리며 말한다.


"어머니를 찾아냈구나."


"쯧. 눈치는 빨라가지고."


할머니의 보라색 균열이 나와 미라를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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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3부 26화 : 할머님과 막내 둘의 사정 23.02.04 99 4 11쪽
250 3부 25화 : 사람마다 다르고 23.02.03 97 4 10쪽
249 3부 24화 : 구원자 23.02.02 95 4 11쪽
» 3부 23화 : 다른 결말 23.02.01 108 4 10쪽
247 3부 22화 : 증명 (3) +2 23.01.31 122 4 10쪽
246 3부 21화 : 증명 (2) 23.01.29 92 4 9쪽
245 3부 20화 : 증명 (1) 23.01.28 98 4 10쪽
244 3부 19화 : 광고 시간 23.01.28 94 4 10쪽
243 3부 18화 : 개시 (8) 23.01.26 93 4 11쪽
242 3부 17화 : 개시 (7) 23.01.25 10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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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3부 12화 : 개시 (1) 23.01.18 99 4 12쪽
236 3부 11화 : 나아가려면 믿어야 하고 23.01.17 88 4 11쪽
235 3부 10화 :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23.01.16 9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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