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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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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13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2.08 22:25
조회
100
추천
4
글자
11쪽

3부 29화 : 미래의 방향 (3)

DUMMY

"네 말은, 그러니까."


니콜로가 말을 듣는 기색이라 더 불안하다. 차라리 맞받아치는 게 더 나은데.


자꾸 설득할 수 있을 가능성을 떠올리게 되니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데도.


"그렇게 발버둥치다 죽는 게 인류에게 적절한 길이라는 말이냐?"


"내 관점에선 그래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 같느냐?"


"의견이야 갈리겠죠."


"네 생각 하나만으로 인류의 모든 미래를 결정하겠다는 거냐?'


"우리의 미래야 우리가 결정하겠죠. 나 하나가 아니라."


"네가 나를 막아서며 할 말이냐? 네 혼자 생각으로?"


"연산이 꼬였습니까. 당신이 한 말 그대로예요. 니콜로 한 명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걸 막는 거죠."


"좋다."


불길한데.


"네 헛소리에 일리는 있다는 걸 인정하겠다."


헥사 링크로 전달한다. 모두들 준비하시라고.


"그러니 마지막으로 가서 같이 보자. 내가 틀렸었는지 말이다."


다른 내가 쏘아붙인다.


"매몰비용이 너무 큰데요. 최소 수백억 년과 인류 전체를 도박하듯 걸자고요? 적당히 해야지."


"걱정 마라. 내 연산은 멈추지 않고 내 귀는 열려 있을 것이니."


<헥사 링크>를 통해 이쪽 삼촌의 생각이 전해져온다. 저 녀석 어지간히 널 아끼고 돈다.


끔찍한 농담에 낄낄거리고 웃고, 저쪽의 학선이가 우스개소리를 한다. 이진협이 졸개로 써먹긴 참 좋죠. 단순하잖아.


나도 적당히 던진다. 단순무식의 화신께서 그런 말을 왜 하시나...


하, 농담할 새가 어디 있냐. 방법을 찾아야지. 이 곳의 특성을 이용해서. 니콜로는 할 수 없고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을 뒤집어야 해.


내가 전달한 화신이란 단어에 눈치채셨는지 저쪽의 삼촌이 <아바타>를 펼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둘, 정보와 안전. 삼촌이 잘 쓰는 변신 중 그 둘을 동시에 해낼 만한 건 폭풍의 신 루드라. 범위 안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니콜로의 주변에 쏟아내듯 퍼붓는다... 그리고 두 명의 내가 다시 한 번 좌절에 빠진다.


저 위력을 퍼부어도 아무 영향이 없는 이상 깎아내거나 소진시킨다는 건 불가능하다. 할 수 있다면 한 번으로 가야하는데.


니콜로는 삼촌의 변신을 해제하기 위해 손바닥을 내밀고 그 작용을 저쪽의 효진이가 안간힘을 써 뒤틀어본다. 약간은 통했지만 그래도 삼촌의 기술은 단번에 풀려버리고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움츠러든다...


전투 경험이 많은 저쪽의 우리가 직감한다. 니콜로는 이 곳, 미라가 1년에 걸쳐 준비한 곳을 이해해내는 걸 미루고 우리를 먼저 이해해 전투력을 분쇄하려 한다. 이러면 니콜로를 몰아붙이는 게 아니라 최대한 접촉을 피해야하는 건가? 낭패인데.


물론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고 주춤거릴 학선이가 아니지. 온 몸에 그렇게까지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커다랗게 갑옷을 만들어 입은 후 니콜로에게 달려나간다.


우리 쪽의 학선이가 묻는다. 저래도 되냐고. 두 명의 내가 소리지르기 바쁜 학선이 대신 대답한다. 이럴 땐 항상 저랬었다고... 아까 우리 삼촌은 <아바타>를 쓰는 자신을 보고 감탄했는데 지금 학선이는 한심해한다.


어쨌거나 학선이가 원하는대로 지원한다. 저쪽의 내가 오랜만에 보는 <세이프하우스>, 내가 <시간 왜곡>. 저쪽의 나는 지금의 나와 상태가 같다. <아카이브>에 쓸만한 게 더 있는데... 여기라면 <티타니아의 간청>같은 개념 구현 계통 스킬이 잘 먹힐텐데.


학선이의 목적은 어차피 자신은 니콜로 상대로 할 게 별로 없으니 시간 버는 데 도움이라도 되겠다는 생각. 취지는 참 좋다. 행동이 빨라서 그렇지.


학선이가 팔을 잡힌 후 내동댕이쳐지고 니콜로가 뭘 만들어 그 위에 얹어놓는 동안 생각한다. 네가 열심히 번 2초를 헛되게 하지는 않겠다고.... 노력은 한다고.


효진이는 내가 보낸 농담에 웃은 다음, 아까부터 준비하던 걸 한다.


두 명의 효진이가 하는 합동공격. 지금 여기의 구조를 이해한 우리 쪽 효진이가 저쪽의 효진이가 쏜 <산탄>을 초가속시킨다.


처음으로 니콜로가 옆으로 휘청였다! 작용한 위력은 85만 정도. 대부분이 니콜로의 주변에서 상쇄되었지만 니콜로의 연산 범위를 넘었다.


약간이라도 영향을 주려면 85만이란 말이지...


그러면. 그렇다면.


우리 쪽 삼촌이 나에게 외친다.


"협아, 나 아까 그거 쓸 수 있을 것 같다!"


저쪽의 삼촌이 쓴 <아바타>. 그러면 일단 한 가지 해볼 게 있다. 출력 65만의 바쿠난와를 분쇄할 때 했던 공격.


삼촌이 <아바타>로 비슈누의 화신으로. 그리고 두 명의 내가 <통합>으로 모은 <신화투영>으로 브라흐마스트라를 불러낸다. 그때에 비해 삼촌의 출력이 절반 이하지만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필요한 개념적 작용은 비슈누 신이 직접 브라흐마스트라를 사용한다는 사실이니까...


모든 아스트라를 흡수하고 목표 주변에 대폭발을 일으킨다는 비슈누 신의 무기. 이대로 발사하면 추정 출력 130만. 그리고 거기에... 여길 만든 미라가 니콜로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공간을 봉쇄한다.


<헥사 링크>로 연결되어 있으니 굳이 말로 할 건 없지만...


"모두 눈 감아요!"


브라흐마스트라는 그때 그랬던 것처럼 아광속의 속도로 날아가 목표 지점에서 폭발을 일으킨다. 귀가 멀 것 같은 폭음과 피부가 타버리는 게 아닌가싶은 열기.


니콜로의 한계출력이 2천만 정도라고 하면 분명 영향이 있고, 그걸 복원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운용 구조를 알 수 있을 거다. 어쨌거나 피하지는 못했을거니까.


한참 작열하던 빛이 사그라들고 니콜로가 희미하게 웃음을 흘리고 있는 게 보인다. 작용은 했다. 저 존재가 일부러 자기 머리와 어깨에서 연기를 피워올릴 리는 없으니까.


니콜로는 발바닥으로 지면을 몇 번 두드려 끓어오르는 바닥을 식힌다. 그런 다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남아있던 열기가 한 번에 사라진다.


<헥사 링크>를 통해 여러 질문과 대답이 오간다.


'협아, 통한 거 맞지?'


'손상은 못 줘요. 저쪽도 마찬가지지만.'


'저기 깔려있는 내 남편 빼올 수는 있지?'


'지금은 조금.'


'나중에 요청할게. 탄환으로 써줘야 정신차리지 진짜.'


우리 쪽의 효진이가 웃고 학선이는 복잡한 얼굴로 깔린 채 웃고 있는 자기 자신을 본다. 그리고 나는 나와 대화한다. 어색하게도.


'절반 정도는 간파됐다고 봐야겠는데.'


'우리 속셈을 파악한 건지 운용은 안하고. 그냥 여기서 갖고 있는 에너지로 끝낼 자신이 있는 거겠지?'


'저쪽의 소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우리 전력을 증대할 수밖에 없어.'


미라도 미라와 열심히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못 듣는 척하지만.


'위상 소멸 방식으로는 오래 못 가.'


'쌍생성을 이용하면? 작용할 때마다 방해하는 조건으로.'


'쌍생성은 간단해. 금방 파악돼.'


'다른 작용과 같이 뒤섞어보자. 우리의 조건을 더 회피할수록 알아낼 게 많아질지도 모르니까.'


'유효한 걸로 판명되면. 상황 될 때 작용하겠어.'


'전자기력을 좀 끌어오면 어때? 외부의 작은 작용만 가져오면 될 것 같은데.'


'이 구조 안에서 틈을 주고 싶지 않아.'


'내가 끌어오면?'


'안 되겠어. 작은 틈을 냈다가 분석당하면 패배뿐이야.'


'네 운용은 그대로 두고, 그걸 뚫고 내가 할 수 있다면!'


'여길 네가 비틀어서?'


'그래.'


저쪽의 미라가 너스레를 떤다. 잊고 있었는데 내가 이렇게 무모할 때가 있었구나... 하면서. 물론 들으라고 하는 농담이고, 이쪽의 미라는 저렇게는 나이들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으로 화답한다.


기습처럼 니콜로 쪽에서 순수한 에너지 파동이 밀려온다. 이 공간을 쥐고 있는 미라가 최대한으로 그 위력과 속도를 늦추고, 그 틈을 타 학선이가 벽을 펼치며 빗겨 올라가도록 막아낸다.


저쪽의 효진이가 한숨을 쉰다.


'왜 내 남편은 저렇게 안할까. 무슨 이유로 자기가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냐고.'


깔려 있는 학선이가 뭐라고 핀잔을 주지만 잊어버리자. 생각하는 데 방해되니까.


니콜로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공격. 미라가 곤란해한다.


'우리 구조를 파악하고 있어.'


미라의 말대로인지 매번 공격이 다르다. 충격이었다가, 독극물이었다가, 냉기였다가.


문제는 정리되었다. 니콜로는 자신을 숨기기로 했고 최소한을 드러낸 채 우릴 모두 무릎꿇릴 생각이다. 아까처럼 삼촌과 내가 힘을 모아 큰 공격을 할 틈을 주지 않으며.


우리가 싸우는 적이 우릴 죽일 생각은 별로 없다는 건 좀 다행이다. 여기 있는 다른 사람을 소멸시키면 내가 평생 니콜로를 따르지 않을까 하는 계산에서 온 거겠지.


하하하하.


거 참 예뻐해주셔서 감사하외다. 빌어먹을 우주 해파리. 하지만 사양할게요.


할 수 있는 건 하나뿐. 나와 나는 합의를 마치고 여기의 주인인 미라에게 요청한다.


'우리 쪽 미라에게 맡겨줘. 내가 지원할테니.'


'정말 작은 틈도 못 내게 할 건데, 할 수 있겠어?'


'가능은 해.'


'다른 방법이 없는 거로군. 알았어.'


오랜만이지만 오히려 정겨운 차가운 어조. 반갑단 말이지...


저 쪽의 미라는 저 쪽의 나에 더 가까운 나에게 맡겨 두고, 나는 내 할일을 한다.


"시작하자."


"좋아, 내 생각대로 하면 되는 거 맞지?"


"한 가지 더 있긴 한데, 요령은 같으니까."


미라가 이 공간 바깥에서 끌어올 수 있는 무언가에 닿기 위해 공간을 움직이고, 그걸 이쪽의 미라가 틀어막는다.


자... 마침 두 사람이 같으니까 해보는 도박수.


빌린다, 김학균 썩을 놈의 자식아.


네가 <드레인>에 응용한 카모플라쥬. <아카이브>에는 없지만, 그게 어떤 요령인지는 미라에게 전달할 수 있으니까.


도박이라면 도박이다. 니콜로가 파악하면 여길 이해하는 즉시 응용해버릴테니.


내 의도를 알아채고 모두 조금은 불안해한다. 그렇지만 저쪽은 그 정도 불안은 수십 번 겪어 온 사람들. 이쪽은 내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불안을 딛고 날 믿어 온 사람들.


그러니 안 좋은 농담 하나 하는 걸로 충분하다.


"아주 잘못되면 뭐, 수만 년 사는 좀비밖에 더 되겠어요. 모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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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3부 31화 : 미래의 방향 (5) 23.02.11 120 4 10쪽
255 3부 30화 : 미래의 방향 (4) 23.02.10 98 4 11쪽
» 3부 29화 : 미래의 방향 (3) 23.02.08 101 4 11쪽
253 3부 28화 : 미래의 방향 (2) 23.02.07 95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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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3부 25화 : 사람마다 다르고 23.02.03 97 4 10쪽
249 3부 24화 : 구원자 23.02.02 95 4 11쪽
248 3부 23화 : 다른 결말 23.02.01 107 4 10쪽
247 3부 22화 : 증명 (3) +2 23.01.31 121 4 10쪽
246 3부 21화 : 증명 (2) 23.01.29 92 4 9쪽
245 3부 20화 : 증명 (1) 23.01.28 98 4 10쪽
244 3부 19화 : 광고 시간 23.01.28 94 4 10쪽
243 3부 18화 : 개시 (8) 23.01.26 9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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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3부 16화 : 개시 (6) +2 23.01.24 98 4 10쪽
240 3부 15화 : 개시 (4) 23.01.22 95 4 11쪽
239 3부 14화 : 개시 (3) +2 23.01.21 97 4 11쪽
238 3부 13화 : 개시 (2) 23.01.19 99 4 10쪽
237 3부 12화 : 개시 (1) 23.01.18 99 4 12쪽
236 3부 11화 : 나아가려면 믿어야 하고 23.01.17 88 4 11쪽
235 3부 10화 :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23.01.16 9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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