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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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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24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3.01.26 23:09
조회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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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3부 18화 : 개시 (8)

DUMMY

미라 없이 카딤의 방해를 뚫고 빠르게 이글스피릿을 잡으려면 효진이가 가까이 있어야한다. 프록시마가 북쪽으로 빠져나갔다면 지금 킬리 누님과 그 호위가 잡혔거나 곧 잡힐테니 다른 선택지가 없다.


곧 맵의 절반이 금지구역이 되니 동선도 잘 짜야한다. 필요할 때 미라가 우리에게 빨리 합류할 수 있도록.


이글스피릿과 카딤을 상대하는 건 학선이와 효진 둘에게 맡기고 나는 주변을 경계하면서 상황을 점검. 미라의 정확한 위치도 알아야한다.


와중에 하늘에 뜬 시계 옆에 저쪽 팀이 파란색 그룹을 셋 이상 잡아 어드밴티지를 가져간다는 알림이 뜬다. 쯧. 붉은색 어드밴티지가 공격 판정, 파란색이 방어, 녹색이 체력 회복 속도.


이글스피릿과 학선이가 서로 고함질러가며 싸운다... 아니 이글스피릿이 크게 떠드는 건 설정이고 우리가 거기에 맞춰 목소리 낼 필요는 없어. 학선아.


지금 우리 위치, 봉우리의 남동쪽과 북쪽을 돌아서 가는 길은 금지구역으로 막혔다. 봉우리로 올라가면 맵을 빨리 가로지를 수 있지만 위치가 그냥 드러나버려.


어디, 키브엘은 라미로를 마지막 두 명까지 남길 생각 같고 프록시마는 아마도 북쪽. 나는 소리쳐 묻는다.


"학선, 얼마나 남았어?"


"25초!"


바깥을 경계하는 것보다 합류해서 빨리 처리하는 게 낫다. 좀 위험하지만.


둘과 합류해 카딤 쪽을 먼저 공격해서 귀환시키고 이글스피릿을 셋이서 공격. 이글스피릿은 좀 억울하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한다.


"좀 멋지게 퇴장시켜 줄 수 없어요?"


"급해서요."


"그래도... 어, 체력 0됐다."


이글스피릿은 퇴장 전에 <슈퍼노바>를 사용하기로 되어 있다. 원래는 극적으로 이글스피릿에게 이기고 대미를 장식하는 기분이 나도록 컨셉을 짠 건데 이래서야 원통함이 담긴 단말마처럼 보이겠어.


"좀 이따 봅시다!"


우리가 이글스피릿과 카딤을 쓰러트리자 아까 나타난 문구 아래 우리가 붉은색 어드밴티지를 획득했다고 표기된다. 이걸로 파란색과는 서로 상쇄.


녹색을 하나라도 더 잡으러 움직여야 하지만 서쪽은 금지구역이 많다. 한 명이 들어가서 엔피씨를 처리하고 갇히는 게 나은 선택지인데...


"내가 갈게."


한참 고민하는데 학선이가 불쑥 말하고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내가 방금 혼잣말했어?"


"둘 이상이 갈 순 없잖아."


효진이가 비장한 눈빛과 가련한 표정으로 학선이를 보고 학선이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음, 몰입감들이 대단하네. 그래. 아니, 아니지. 열심히 하느라 그런 거지.


"알았어."


"잡아올게."


"이마니 쪽은 가지 말고, 내가 매복을 둔다면 거기 둘 거야. 다른 엔피씨 중에 하나라도 잡아보는 걸로."


"알았어."


녹색 그룹장은 이마니 크리스티. 이 안에선 출력이 조정됐으니 세 그룹장 중 가장 잡기 어렵지만... 들은 이야기를 맞춰보면 키브엘과 TG가 안 보였던 시간이 있다. 그사이 잡혔을까? 그 둘이라면 잡는 데 모자람은 없다.


학선이는 떠나고 효진이는 걱정되는 모양. 당연하지만.


"썬은 그럼 마지막에 못 남네?"


"우리도 포착만 하면 경유진 누님을 빨리 탈락시킬 수 있어서."


"그럼 마지막에는 미라?"


"그렇게 되네."


마지막에 누굴 남기던 효진이와 다른 한 명으로 하려고 했으니 이제 내가 할 일을 하고 나갈 차례인가. 가급적 저쪽의 마지막 둘을 특정지은 다음 내가 탈락하고 싶은데...


나와 효진이는 미라와 서로를 확인한 후 효진이가 미라 쪽으로 건너간다. 이제 나는 빨리 돌아다니며 상대의 위치와 엔피씨를 확인할 차례.


야속하게도, 우리의 팔찌에서 학선이의 상태를 나타내는 불빛이 꺼지고 하늘에 마지막 메시지가 표시된다.


<동군이 녹색 그룹의 어드밴티지를 가져갑니다.>


효진이가 어떤 표정인지 안 봐도 선하네. 나는 봉우리를 가로질러 학선이가 간 서쪽을 향한다. 나와 마주치면 돌아갈 수 없을 위치를 찾아서. 뒤로 물러나면 금지구역 사이로 들어가 고립될 수밖에 없도록.


넓게 펼쳐진 봉우리를 통해 빠르게 도착하니 아니나다를까 프록시마... 날 보고 뒤를 한 번 돌아보고는 곤란한 듯 웃는다. 이제 저쪽 팀의 체력 회복 속도는 우리의 두 배. 시간을 끌지 않고 빨리 끝내야.


"프록시마. 개인적인 감정은 없는 거 알죠?"


"너무하네,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어?"


프록시마의 체력은 얼마 남지 않았고 내가 더 빠르다. 이 상황에서 소모를 각오하고 전력으로 몰아붙이면 오래 걸리지는 않아.


같은 출력으로 학선이와 프록시마가 싸웠다면 아무래도 학선이 쪽이 유리하다. 남은 체력의 차이가 컸을 뿐.


어쨌거나 지금 여기서 꺾어야한다. 프록시마가 뒤에 있으면 효진이를 자유롭게 둘 수 없어. 프록시마가 키브엘처럼 <전하 붕괴>를 대처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면 좀 어려웠겠지만 다행히 키브엘은 굳이 그걸 가르쳐주지 않은 듯하다.


"그거 치사하잖아, 진짜!"


"잘 통할 게 있으면 그것만 쓰는 게 정석이죠!"


"다양성이 부족하니까 네 연애가 실패하는 거 아닐까?"


"그 이야기는 다 끝나고 하죠!"


"하하하, 끝난 다음?"


나는 프록시마를 몰아붙이다 멈칫한다. 프록시마도 자기가 말을 실수했나 싶은 표정.


"우리 목소리는 밖으로 안 나가지?"


"입모양은 보이죠..."


"키브엘이 내 얼굴 안 비치게 했겠지, 뭐. 자, 끝내자고. 나도 어떻게 돌아가나 궁금하니까."


프록시마의 남은 체력이 1%애서 0%로 줄어들고, 봉우리 서쪽 절벽 아래에는 나만 남는다.


"휴우..."


미라의 남은 체력이 70%정도. 효진이가 66%. 내가 지금 58%. 아까 봤을 때 경유진은 25%보다 아래였지만 녹색을 빼앗겼으니 다시 마주칠 때는 50% 이상이겠지.


라미로는 직접 싸우는 걸 피한데다 우리를 약화시키는 쪽으로 움직여서 남은 체력이 많다. 100%까지 채우고 나타날 수 있어.


이제 저쪽의 경우의 수는 두 가지. <승자독식>이 없는 라미로를 마지막에 남길 순 없다. 저쪽 최후의 1인은 경유진 아니면 키브엘.


우리는... 원래 30만 출력 두 명대 60만 한 명이면 싸움이 안 되니 필연적으로 30만 둘 중 한명이 탈락해 1:1 구도로 가겠지만 나와 미라가 남으면 60만의 경유진은 상대할 수 있다. 그것도 꽤 우위를 점해서.


그렇지만 2:2 상황에서 효진이가 있으면 우리가 먼저 저쪽의 한 명, 특히 라미로를 먼저 줄이고 최대한의 손해를 강요한 다음 미라에게 남은 출력을 몰 수 있고.


원래 위치로 달려가며 상황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는 중 효진이가 불꽃놀이를 쏴올리는 게 보인다. 붉은색만 세 개. 터지지 않고 사그라드는 거 보니 긴급상황은 아니고. 다행히 멀지 않다.


내가 키브엘이고 남은 자원이 경유진과 라미로라면, 효진이가 아니라 미라를 노릴 거다. 라미로를 이용해 약화시켜서 쓰러트리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


상대의 진형은 키브엘이 맨앞, 그 옆에 라미로. 경유진은 둘에게서 약간 떨어져 진입할 각을 보고 있다. 흐음... 이런 상황은 학선이가 남을 걸 전제로 연습했는데. 아쉬워도 내가 학선이 역할을 해야지 뭐.


절벽에서 뛰어내리는데... 시간이 되었는지 금지구역 예고. 아니, 여기 여섯 명이 다 있는데? 1분 뒤 금지된다고?


키브엘도 안타깝다는 듯 한쪽 얼굴을 찌그러트린다. 1분. 이거 서로 싸우면서 탈출하느냐 아니면 양쪽 다 물러나냐, 아예 여기서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싸우냐.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눈빛으로 의견을 교환한다. 키브엘의 체력이 88%... 라미로는 92. 미라가 결론을 내린다. 끌어들여 공격하자고.


맞는 판단이다. 서로 얌전히 물러나면 녹색 어드밴티지가 있는 저쪽이 유리해.


목표는 키브엘. 지금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남을 건 키브엘일 확률이 높아. 미리 체력을 소모시켜 두는 편이 잘 먹힐 거다.


라미로는 준비한 듯 침착하게 내 출력을 떨어트린다. 어라, 그럼 미라는?


키브엘이 날 공격하고 미라가 그걸 막아선다. 그리고 경유진은... 키브엘의 공격과 같은 걸 더해 효과를 높인다! 하, 이 사람들 이걸 연습했네?


1분 뒤 여기는 금지구역으로 지정된다. 나는 효진이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내고 효진이는 빠져나갈 통로 근처로 자리를 옮긴다. 미라는 꾸준히 키브엘을 공격하고 효진이는 라미로와 경유진을 번갈아가며 노리고.


효진이를 프리딜하게 놔두고 나를 제거하겠다고... 내가 없이 미라와 효진이가 남으면 저쪽이 좋을 게 뭐가 있지.


마지막 장소는 로라이마 산의 정상. 세상에서 가장 높은 테이블 산봉우리... 엄폐물 같은 건 없다. 효진이가 30만 출력으로 쏴대는 걸 막는다면, 그 조합은... 분명...


라미로는 <해보자고>도 갖고 있다. 자신과 상대편의 출력을 동시에 올리는 스킬.


그걸...


"키브엘 말고, 라미로!"


미라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지체없이 라미로를 향해 달린다. 키브엘은 미라를 쫓지 않고 장난스럽게 얼굴을 구긴 채 나를 노리고 손을 편다.


"먼저 쉬어."


끙... 나는 여기까진가. 이 이후를 못 정했는데.


라미로를 여기서 잡지 못하면 효진이 말고 미라가 남아야하고, 그러면 지금 위치에서 경유진을...


잠깐 동안 잡생각을 하는 사이 효진이가 <매그넘>으로 정확히 키브엘이 내민 손바닥을 맞춘다. 그것도 두 대 연속. 양손으로 쐈다!


그뿐 아니라 라미로가 나에게 걸고 있던 <할 수 없지>가 풀린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나중에 생각하고, 키브엘이 움찔거린 틈을 타서 앞으로 달려나간다.


미안, 효진아. 저쪽이 생각이 한 수 앞섰어.


나는 다시 돌을 주워 송골매의 <심판>을 실어 던진다. 라미로는 미라의 공격을 어렵게 받아내면서도 그걸 피하고. 나는 라미로의 주의를 끈 후 옆에서 공격하려다가...


미라의 움직임에 맞춰 그 옆을 지나친다. 경유진이 평소의 짜증내는 얼굴로 피곤하다는 듯 날 쳐다보며 중얼거린다.


"계획에 없지 않았어요?"


"그러게 말예요."


미라와 효진이를 남길 생각이었지만, 저쪽이 금지구역까지 이용해 라미로 한 명만 저 위로 올려보내면 일이 꼬인다. 지금 무리한다고 라미로를 잡을 수 없으니 효진이를 포기한다. 경유진과 교환해서.


"아쉽네."


경유진의 체력이 0%로. 그리고 키브엘이 효진이를 탈락시킨 듯 우리의 팔찌에도 빛이 두 개만 남는다.


미라는 날 덥석 잡은 후 달려간다.


"내가 움직일게, 내가!"


"네가 나에게 <시간 왜곡>거는 게 빨라."


그건 그렇지만.


금지구역 지정까지 15초, 10초, 5초... 키브엘이 우리와 반대쪽으로 빠져나가는 게 보인다.


우리는 산봉우리로 올라왔고, 저 멀리 키브엘과 라미로가 보인다.


그리고 하늘에 뜨는 메시지.


'경기 후 14분! 광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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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에필로그 3 : 대화 23.02.26 92 3 4쪽
262 에필로그 2 : 별을 여행하는 아이 23.02.26 74 3 2쪽
261 에필로그 1 : 키브엘의 기록 23.02.19 90 4 10쪽
260 마지막화 : 너의 세상, 나의 세상 23.02.15 104 4 10쪽
259 3부 34화 : 하나의 끝은 다른 끝을 향하고 23.02.14 95 4 12쪽
258 3부 33화 : 미래의 방향 (끝) 23.02.13 100 4 10쪽
257 3부 32화 : 미래의 방향 (6) 23.02.11 95 4 11쪽
256 3부 31화 : 미래의 방향 (5) 23.02.11 120 4 10쪽
255 3부 30화 : 미래의 방향 (4) 23.02.10 98 4 11쪽
254 3부 29화 : 미래의 방향 (3) 23.02.08 101 4 11쪽
253 3부 28화 : 미래의 방향 (2) 23.02.07 96 4 10쪽
252 3부 27화 : 미래의 방향 (1) 23.02.05 98 4 13쪽
251 3부 26화 : 할머님과 막내 둘의 사정 23.02.04 99 4 11쪽
250 3부 25화 : 사람마다 다르고 23.02.03 97 4 10쪽
249 3부 24화 : 구원자 23.02.02 95 4 11쪽
248 3부 23화 : 다른 결말 23.02.01 108 4 10쪽
247 3부 22화 : 증명 (3) +2 23.01.31 122 4 10쪽
246 3부 21화 : 증명 (2) 23.01.29 92 4 9쪽
245 3부 20화 : 증명 (1) 23.01.28 98 4 10쪽
244 3부 19화 : 광고 시간 23.01.28 95 4 10쪽
» 3부 18화 : 개시 (8) 23.01.26 94 4 11쪽
242 3부 17화 : 개시 (7) 23.01.25 101 4 9쪽
241 3부 16화 : 개시 (6) +2 23.01.24 98 4 10쪽
240 3부 15화 : 개시 (4) 23.01.22 96 4 11쪽
239 3부 14화 : 개시 (3) +2 23.01.21 97 4 11쪽
238 3부 13화 : 개시 (2) 23.01.19 99 4 10쪽
237 3부 12화 : 개시 (1) 23.01.18 99 4 12쪽
236 3부 11화 : 나아가려면 믿어야 하고 23.01.17 89 4 11쪽
235 3부 10화 :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23.01.16 9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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