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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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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77
추천수 :
131
글자수 :
492,474

작성
22.08.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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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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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93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2)

DUMMY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강수의 검은 여전히 삼재검법의 움직임대로 움직였다.

이전과 같이 좌우 그리고 찌르기로.

한데 다르다.

분명 움직임은 같은데 검풍이 인다.

그 검풍에 주변에 나뭇잎들이 잘게 조각나 떨어진다.

검풍과 검풍이 부딪친다.

거칠게 몰아치는 돌풍과 같이 강수를 중심으로 수없이 많은 검풍이 부딪치고 또 부딪쳐 만들어낸 거대한 검풍이 휘몰아친다.

주위에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듯.

하지만 강수의 검이 멈추자 검풍도 이내 사그라든다.


“바람이 부는구나.”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곤 이내 다시 검을 움직인다.

삼재검법이 아닌 이번에는 분광검법의 검로를 따라, 매우 느리게 움직인다.

처음 분광검법을 익혔을 때와 똑같이···.


일 년이 넘는 시간, 수련이 끝나면 강수는 항상 개울가에 가서 물을 마시고 조금 떨어진 곳에 열려있는 과일을 하나 따와 습관처럼 먹고 심법을 수련하였다.

오늘도 강수는 한 손에 들린 과일을 아무 생각 없이 입으로 가져가 한입 베어 문다.


우그적! 우그적!


이제는 하도 먹어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과일을 단지 무언가를 먹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다시 손에 들린 과일을 입으로 가져가 한입 베어 물다 문득 다른 먹을 건 없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이곳으로 오기 전, 호숫가에 두고 온 짐들과 식자재들이 머릿속을 스치자 툭! 들고 있던 과일을 땅에 떨어트린다.


데구루루!


굴러가는 과일을 쳐다보다 과일이 멈춤과 동시에 벌떡 일어난 강수가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빠른 경공을 사용해 마신이 있는 오두막을 향해 최단 거리로 날아간다.


마신의 오두막 옆 공터,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던 마신의 눈이 웬일인지 스르륵! 하고 떠지곤 이내 고개를 들어 멀리 떨어진 한 곳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지?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뭐 나야 상관은 없지만. 크크크!”


웃으며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일어나 좌우로 몸을 풀 듯 고개를 돌린다.


우두둑! 우두둑!


뼈가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날 때 멀리 점처럼 보이는 물체가 파바박! 요란한 공기 터지는 소리를 내며 순간 훅! 날아와 마신 앞에 사뿐히 내려선다.


“흥! 강해졌군. 근데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닌가 싶은데···. 뭐 나야 상관없지만 말이야.”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그럼 왜···? 온 것이냐?”

“나와 이곳에 온 사람들이 너를 만나러 올 때 검은 호수 너머에 두고 온 물건이 있다. 난 그걸 가지고 오고 싶다. 가능한가?”

“음∼ 물론 가능하다. 단 나와 잠시 놀아 준다면. 크크크!”

“놀아 준다···. 무얼 말하는 것이냐?”


마신의 뜻을 모르는지 강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너와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느냐? 싸움 말고. 크크크 와라!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단 이번에는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뭐 약간의 고통은 어쩔 수 없겠지만. 크크크!”

“심심한가 보군. 좋다.”

오른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살며시 감싸 쥐곤 마신에게 묻는다.


“준비되었나?”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마신이 미소를 짓는다.


“와라!”


마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신의 바로 앞에 나타나 발검과 동시에 마신의 심장을 가르는 강수, 살랑이는 바람이 강수의 검을 타고 분다.


‘바람인가? 그렇다면.’


강수의 검을 향해 마신이 강하게 오른손을 뻗는다.

강수의 검과 마신의 오른손이 부딪친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순간 놀라는 마신.

강수의 검이 마신의 손을 타고 넘어 심장을 향해 움직인다.

바람이 분다.

스르륵! 바람이 마신의 상반신을 타고 넘어 마신의 상의를 잘게 쪼갠다.

마치 마검이 그랬던 것처럼.

마신의 상체에 수많은 가는 선을 남기고···.


파바박!


소리와 함께 마신의 피부가 갈라지고 그 틈 사이로 녹색 피가 뿌옇게 분무 되어 사방에 뿌려진다.


툭!


발로 땅을 차 뒤로 물러선 강수를 보며 마신 하데스가 웃는다.


“크크크 좋구나! 좋아. 내 생각보다 훨씬 강해졌구나. 그렇다면 나도 선물을 하나 주고 싶은데. 받아 보겠느냐? 인간이여.”

“마음대로.”


받지 않겠다고 해도 줄 것을 알기에 강수가 담담히 말을 받는다.

씨익! 그런 강수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지 마신이 미소를 지으며 한 발 강수에게 다가간다.

스르륵! 마신의 몸에 난 상처가 순간 아문다.


“흥! 지겹군. 신이라는 것들은.”


강수의 투덜거림과 동시에 마신이 다시 한 발 강수에게 내딛자 무슨 일인지 강수의 오른쪽 어깨를 향해 번개가 내리친다.

아무런 소리도 선행된 기의 변화도 없이 빠지직!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강수의 오른쪽 어깨를 감싸고 있던 호신강기를 뚫고 번개가 살을 태우기 시작한다.


“으악!”


고통에 강수가 비명을 토해내고 이에 마신이 다시 한발 강수에게 다가서자 이번에는 강수의 왼쪽 어깨로 번개가 내려친다.


“으∼악!”


또다시 강수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지지직! 살이 타는 소리와 냄새가 주변에 진동한다.


“음∼ 살이 타는 냄새를 얼마 만에 맡아 보는 것인가? 기쁘구나. 너 때문에 이런 즐거움을 다시 맛볼 수 있다는 것이. 가라 가서 더 강해져서 오거라. 그리고 나를 더 즐겁게 해준다면···.”


말을 잇지 못하고 멈춘 마신이 한쪽 숲을 향해 시선을 옮긴다.

그러자 잠시 후 마신의 시선이 다 있던 숲에서 허겁지겁 이전 강수와 다른 이들을 이곳으로 데리고 왔던 마족 노인이 급하게 뛰쳐나와 마신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부르셨습니까? 마신이여!”

“데리고 가라. 가서 원하는 것을 들어주거라.”

“네 마신이시여.”


대답과 동시에 고개를 숙이는 노인, 조심스레 마신의 눈치를 보며 강수에게 다가가 강수를 부축하고는 왔던 숲 안으로 다시 사라진다.

그렇게 둘이 사라지자 마신이 벌거벗은 자기의 모습을 보며,


“바람이라···. 어이가 없구나. 가장 깊은 곳의 주인인 내가 인간에게 두 번이나 당하다니. 하지만 기분은 정말 좋구나.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 크크크!”


웃으며 의자에 앉아 다시 눈을 감는다.


타닥타닥!


타는 모닥불 앞에 양쪽 어깨가 시뻘겋게 익은 모습으로 앉아 언제 잡은 것인지 모를 늑대 한 마리를 통째로 굽고 있는 강수, 늑대 고개를 이리저리 살펴보곤 잘 익은 늑대의 뒷다리를 뜯어 한입 크게 베어 문다.

화∼ 고기의 육즙이 입안에 퍼지며 양쪽 어깨의 아픔을 잊게 해준다.


‘미친 것인가? 하긴 이런 상황이면 미칠 만도 하지. 쯧쯧쯧!’


혀를 차던 마족 노인이 강수와 눈이 마주치자 미친 인간과 엮이기 싫어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혼자 게걸스레 먹던 강수가 시선을 피하는 마족 노인의 모습에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하나 남은 뒷다리를 뜯어 마족 노인에게 다가간다.


“드시지요?”


외모 때문일까? 아니면 그다지 원한이 없어서일까?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을 한다.


‘뭐지?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마족 노인이 고기를 건네는 강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부담 갖지 말고 드세요. 전 남은 거 있으니까요?”

‘나보고 먹으라는 건가?’“흠 안 먹는다. 우린 익힌 고기를 먹지 않는다.”

“아∼ 마족이라는 것을 제가 잠시 잊었네요. 죄송합니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돌아선 강수가 모닥불로 걸어와 먹던 뒷다리를 한입 베어 문다.


우그적! 우그적!


뒷다리 하나를 다 먹어 치우곤 포만감에 잠시 누워있다 벌떡 일어나 남은 고기를 잘 쌓아 옆에 모아 놓은 짐들과 같이 배 위에 싣는다.

강수가 짐을 다 싣자 마족 노인이 배를 출발시켰다.

하늘을 나는 배를···.


동굴에 돌아온 강수는 누나와 사부님들이 쓰던 검과 사람들의 손때가 가득 묻은 물건들을 눈에 잘 띄는 동굴 오른쪽 벽면에 가지런히 정리해 놓고 누나와 사부님 그리고 이곳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을 추억하며 다시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하지만 강수의 검은 변함없이 분광검법의 궤적대로 움직였다.

어느 날 느리게 움직이던 강수의 검이 아무 이유가 없이 멈춰 섰다.

한 번도 수련 중에 멈춘 척이 없던 강수의 검이.

천천히 한쪽 숲을 향해 움직이는 강수의 시선.


‘누구지? 마족 노인인가? 근데 왜? 하긴 만나보면 알겠지.’


봐도 상관없다는 듯 강수의 검이 다시 움직이고 어느새 모든 걸 잊고 검법에 몰입해간다.


등에 커다란 멧돼지 한 마리를 짊어진 마족 노인이 강수가 수련하는 곳에서 몇 발짝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다가와 쿵! 하고 짊어진 멧돼지를 내려놓는다.

몰래 엿보러 온 것이 아니라는 듯 어색하게.

하지만 검을 든 강수의 모습을 마주한 순간 뭐에 홀린 듯 그 자리에 멍하니 선체로 검에 몰입하고 있는 강수를 바라본다. 강수의 검이 멈출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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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5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4) 22.08.20 121 0 12쪽
94 94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3) 22.08.19 98 0 11쪽
» 93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2) 22.08.18 102 2 9쪽
92 92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1) 22.08.17 104 0 9쪽
91 91화. 혼자 남겨지다. (4) 22.08.16 104 0 12쪽
90 90화. 혼자 남겨지다. (3) 22.08.15 107 0 16쪽
89 89화. 혼자 남겨지다. (2) 22.08.13 107 0 9쪽
88 88화. 혼자 남겨지다. (1) 22.08.12 112 0 12쪽
87 87화. 생과 사 그리고 마신 하데스(Hades). (2) 22.08.11 122 0 16쪽
86 86화. 생과 사 그리고 마신 하데스(Hades). (1) 22.08.10 114 1 11쪽
85 85화. 이별. +2 22.08.09 136 1 17쪽
84 84화. 깨어나다. (2) 22.08.08 122 1 9쪽
83 83화. 깨어나다. (1) 22.08.06 113 1 9쪽
82 82화. 헤어짐의 시작. (3) 22.08.05 112 1 10쪽
81 81화. 헤어짐의 시작. (2) 22.08.04 120 0 13쪽
80 80화. 헤어짐의 시작. (1) 22.08.03 139 0 12쪽
79 79화. 인연(因緣). (2-3) 22.08.02 126 1 13쪽
78 78화. 인연(因緣). (2-2) 22.08.01 139 0 11쪽
77 77화. 인연(因緣). (2-1) 22.07.30 128 0 9쪽
76 76화. 인연(因緣). (9) +2 22.07.29 135 1 13쪽
75 75화. 인연(因緣). (8) 22.07.28 1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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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화. 인연(因緣). (5) 22.07.25 123 1 11쪽
71 71화. 인연(因緣). (4) 22.07.23 1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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