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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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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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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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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2,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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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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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8화. 인연(因緣). (2-2)

DUMMY

길게 늘어선 행렬의 중앙, 다른 소보다는 그나마 젊어 보이는 소가 주방 기구와 여러 식자재를 실은 수레를 끌고 있다.

수레의 무게가 워낙에 무거워서 그런지 소의 코에선 연신 하얀 입김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고 조금씩 앞 수레와 거리가 벌어진다.


찰싹! 찰싹! “훠이! 훠이!”

빨리 가라는 듯 가볍게 소의 엉덩이를 가죽으로 꼬아 만든 채찍으로 내리친 봉남이 옆에 앉아 있던 방 숙수를 힐끗 쳐다본다.


“그래도 내가 네놈 생각해서 이놈을 이 수레에 붙인 거여, 알아? 이놈아!”

“알긴 개뿔, 이리 힘이 없는 놈을 붙여준 게 그게 생각해준 거야? 이 썩을 놈아!”

“아니라니까 그러네! 이놈이 개중 가장 나은 놈이 맞아. 이놈아! 친구 말 좀 믿어라. 믿어. 내가 아무렴 친구 놈한테 이런 사기를 치겠냐? 뭐 먹을 게 있다고.”

“근데 왜 이리 비실거리는 건데? 다른 놈은 생생한 것 같더구먼.”

“네 놈 수레에 무게를 좀 생각해라. 이 무식한 놈아! 아니 내가 이래 봬도 이곳에서 하나 있는 가축 담당인데, 아무렴 네놈한테 아무 놈이나 붙여 주것냐? 이 육시랄 놈아!”

“흠∼ 확실한 거지?”

“그렇다니까 그러네.”

“그럼 고맙구먼. 그건 그렇고 마검님 말은 어찌 잘 돼 가냐?”

“내가 그것 때문에 미치겠다.”

“왜 잘 안 되냐?”

“그럼 종이 다른데 떡을 치기가 쉽겠냐?”

“하긴 떡은 심리적인 게 구 할인데 쉽지는 않겠지. 암! 그렇고말고. 가만! 그럼 어떡하냐? 계속 마검님을 걸어가시게 할 수도 없고.”

“될 때까지 해봐야지. 뭐 어떡하겠냐? 말이 그놈 한 마리뿐이니 다른 방법도 없고.”

“근데 두 놈이 접하면 도대체 어떤 놈이 나오는 거냐?”

“그거야 당연히 덩치는 더 커질 것이고, 둘 다 검은색이니 당연히 색깔은 검을 테고, 머리에 뿔은···. 모르겠네. 어찌 될지. 나면 좋고 아니면 말고긴 한데. 하여간 힘 하나는 끝내주겠지.”

“그렇기는 해. 덩치가 웬만한 말 두 배만 하니, 오∼우 생각만 해도 장난 아닐 것 같다. 야!”

“잘 만 되면 정말 끝장나는 건데. 아∼ 이게 영 쉽지 않네, 그려. 동굴에서부터 지금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이제 한 번쯤 떡을 칠 만도 한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우리가 동굴을 떠나온 지도 이제 얼추 두 달이 다 돼가는구먼.”

“그러게, 엊그저께 임 장군님이 그리된 것 같은데, 벌써 넉 달이 지났으니. 강수는 잘 있지?”

“깨어나질 않아 그렇지. 잘 있기야 하지. 에∼휴 어찌 될지. 미려가 얼굴이 반쪽이네, 그려.”

“하긴 그리 우애가 끔찍했으니 당연하겠지.”

“그러게, 말이네. 다 잘 돼야 할 터인데. 어찌 될런가 모르겠네, 그려.”

“현무진인님이나 마검님이 한 일 이년 자고 일어나면 깨어난다고 했으니, 평생 잘 것 미리 다 잔다 생각하고 마음 편히 기다리면 되지 않겠나. 아니 그런가?”

“그래야지. 일어나야지. 그래야 미려 웃는 모습도 볼 수 있을 테고.”

“허허 이놈 보게. 남이 들을까 무섭네.”

“이놈아! 그런 게 아니라 내 주방에서 눈치가 보여 그런다. 뭔 말도 못 하겠고. 에고 내 네놈한테 말을 해봐야 뭐하겠냐? 말을 말자 말을 말아.”

“이놈이 갑자기 뭘 잘못 처먹었나 할 말 다 해 놓고 무슨 말을 말아, 이 썩을 놈아!”

“알았다 미안하다. 에고 피곤하네! 나 좀 잘 테니 좀 있다 깨워라. 알겠냐?”

“알았다. 어여 자라.”


방 숙수가 팔짱을 끼고 수레에 기대 눈을 감자 봉남이 괜스레 소의 엉덩이에 채찍을 내려치곤 객쩍은 표정을 지으며 슬쩍 뒤에 따라오는 마차로 시선을 돌린다.

두꺼운 천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는 마차, 마부석엔 여성 경호대 조장 목건연과 막내 용연이 앉아 마차를 몬다.

이때 마차를 호위하며 걷고 있던 금의위 오조 군인들 틈을 헤치고 마차로 다가서며 오조 십 부장 석반위에게 해월과 미미가 꾸벅 인사를 한다.


“석 십 부장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교대하러 왔냐?”

“네.”

“그래 수고해라.”

“네.”


석반위를 뒤로하고 해월이 마부석에 올라서는 조장 목건연을 보며 꾸벅 인사를 건넨다.


“조장님 교대하러 왔습니다. 수고했다 용연아.”

“뭘요 한 것도 없는데.”


천막으로 가려진 곳을 곁눈질로 가리키며


“별일 없지?”

“네. 부조장님. 별일 없습니다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때 마부석 뒤 가린 막이 젖혀지며 미려가 고개를 내민다.


“해월이 왔구나.”

“어! 미려야! 안 잤어?”

“좀 전에 일어났어.”

“강수는···?”

“똑같지 뭐.”

“그렇구나. 조장님 어서 가서 쉬세요. 용연아! 너도 어서 가서 쉬어.”

“미려야 좀 이따 보자 꾸나.”

“네 조장님.”

“가자 용연아.”

“네.”


소의 고삐를 해월에게 건네곤 살짝 뛰어올라 사뿐히 땅에 내려서는 목건연과 용연, 해월과 미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마차 뒤쪽으로 걸어간다.

가볍게 소의 고삐를 툭툭 치는 해월, 그런 해월의 옆에 미려가 앉는다.

마부석 뒤로 가려져 있던 천막을 돌돌 말아 걷던 미미가 무언가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뭐에 홀린 사람처럼 다가가 손을 들어 올린다.


“야! 너 그 손 안 치워? 더럽게 발정 난 년이 우리 강수한테 손을 대고 지랄이야. 너 죽을래? 손때라고. 잠깐 이것 좀 잡고 있어.”


미려에게 고삐를 건넨 해월이 천막 안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가 미미의 등짝을 후려갈긴다.


짝! “아야! 아이 정말 좀 만진다고 강수가 닳아요?”

“어 닳아. 그러니까 만지지 마. 알았어?”

“치 부조장님은 되면서 왜 저는 안 되는 건데요?”

“꼬우면 네년도 부 조장하던가 그럼.”

“해월아! 그만해라. 강수가 예뻐서 그러는 건데···.”

“아니야. 네가 몰라서 그런데, 이년들 강수를 보는 눈이 이상해.”

“부 조장님 눈빛이 가장 이상하거든요.”

“당연하지! 난 강수를 내 목숨보다 더 아끼고 사랑하니까.”

“저도 그렇거든요. 강수를 완전 제 목숨보다 더 사랑하거든요.”

“아니야 넌 순수하지 않아. 그래서 안 돼. 그러니까 다시는 우리 강수한테 손대지 마. 알았어?”

“됐거든요. 부 조장님이나 그만하시지요. 그리고 저는 완전 순수하거든요.”

“해월아! 강수 깨겠다. 그만하고 나와라.”

“그럼 안되지. 아직 일 년도 더 남았는데, 벌써 깨면 흡수도 아직 한참 덜 마친 상태일 테고, 안 되지 안돼. 하여간 너 한 번만 더 우리 강수한테 손만 대기만 해. 진짜 죽는다. 알았어?”


미미가 입을 대발 내밀고는 대답을 회피하자 해월이 소 뚜껑만 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다.


“대답 안 하지?”

“네.”


미미의 대답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잠시 쭈그려 앉아 강수를 바라보던 해월이 자신도 모르게 강수의 볼을 살포시 매만진다.


짝!


미미가 해월의 손을 매섭게 내리치곤 인상을 구긴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어! 아니 그냥. 하∼ 우리 강수 날이 갈수록 너무 이뻐진다. 그지 않냐? 미려야!”


무안한지 벌떡 일어나 미려에게 다가가며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해월과 이에 흐뭇하게 미소 짓는 미려.


“음∼ 난 동생이라 잘 모르겠는데.”


미려의 옆에 앉아 소의 고삐를 넘겨받곤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든다.


“아니야 미려야, 강수 진짜 잘생긴 거야. 이건 정말 말도 안 되게 잘생겼다고 보면 돼. 그지? 미미야!”

“네 저도 부 조장님과 생각이 같답니다. 미려 누님!”

“봐! 강수 생긴 거 하나는 진짜 천하무적이라니까. 오∼우 죽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과장된 표정을 지어 보이는 해월.

그런 해월을 보며 뭐가 그리 좋은지 미려가 밝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머리 위에 있던 붉은 달이 차츰 기울 때쯤 오늘 저녁에 쓸 채소를 다듬기 위해 앞 수레로 자리를 옮기는 미미.

그렇게 미려와 둘이 수레에 남자 슬쩍 눈치를 보던 해월이 걱정스레 말을 건넨다.


“미려야! 너 요즘 너무 무리하는 것 같더라. 물론 이해는 가는데. 그래도 몸도 좀 생각해 가면서 해라. 그러다 너마저 쓰러지기라도 하면 강수를 누가 돌보냐?”

“알아. 근데 내가 용서가 안 돼. 그래서 그러는 거야. 그러니까 그냥 지켜봐 줄래, 해월아?”


해월이 한숨을 내쉬며 미려의 눈을 피한다.


“하∼ 미안하다. 미려야.”

“아니야. 너는 너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한 것뿐이야. 그러니까 미안해할 필요 없어. 다 못난 나의 자격지심이니까.”

“니가 왜?”

“동생을 저렇게 만들었으니까.”

“그건···.”

“힘이 없어서. 내가 조금 더 강했더라면, 내가 현무진인님처럼 강했더라면 강수는 저리되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난 나 자신이 용서가 안 돼. 그래서 강해질 거야. 강수가 다시는 내가 약해서 피해 보지 않게, 그렇게 해주고 싶어.”

“미안하다. 미려야.”

“아니야. 다시 말하지만 이건 내 자격지심일 뿐이야.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마. 해월아!”

“그래도 미안한 걸 어떻게 하냐? 미안한 건 미안한 거지.”


그럴 필요 없다고 다시 말을 하려다 해월의 얼굴을 보곤 두 팔을 휘젓는다.


“에∼이 모르겠다. 네 마음대로 해라.”

“그럴 거다. 헤헤! 근데 미려야! 강수 깨어나면 얼마나 강해질까?”

“어∼ 그게 그러니까 지난번에 얼핏 현무진인님이 그러시던데, 이전보다 훨씬 강해질 거라고. 근데 확실한 건 깨어나 봐야 알 거래.”

“아∼ 그렇구나. 난 또 바로 화경에 들어서나 해서.”

“설마 그렇게야 되겠냐? 화경이 어떤 경진데. 안 그래?”

“그렇기야 하지. 헤헤.”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해월이 획! 고개를 돌려 미려의 팔뚝을 짝! 때린다.


“아! 맞다. 취웅님은 뭐래? 잘 됐데?”

“응, 이전에 있었던 생명체도 깨끗이 사라졌고, 그 생명체가 차지하고 있던 공간도 이제는 뇌가 조금씩 공간을 잘 메꿔나가고 있다고 말씀하셨어.”

“그렇구나. 잘됐다. 하∼ 그럼 이제 우리 강수가 깨어나는 일만 남은 거네. 빨리 깨어났으면 좋겠다. 그지?”

“응.”

“깨어나면 내가 아주 그냥 몸이 부서지게 안아 줄 덴데. 아우∼”


해월이 마치 강수를 안 듯 두 팔로 몸을 휘감고는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피식! 미려의 입에 미소가 그려진다.

하지만 머릿속을 스치는‘아직 강수가 깨어나려면 멀었는데.’ 생각에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하늘에 떠 있는 붉은 달을 바라다보며 긴 한숨을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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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2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1) 22.08.17 104 0 9쪽
91 91화. 혼자 남겨지다. (4) 22.08.16 103 0 12쪽
90 90화. 혼자 남겨지다. (3) 22.08.15 107 0 16쪽
89 89화. 혼자 남겨지다. (2) 22.08.13 106 0 9쪽
88 88화. 혼자 남겨지다. (1) 22.08.12 1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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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화. 생과 사 그리고 마신 하데스(Hades). (1) 22.08.10 114 1 11쪽
85 85화. 이별. +2 22.08.09 136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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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깨어나다. (1) 22.08.06 113 1 9쪽
82 82화. 헤어짐의 시작. (3) 22.08.05 111 1 10쪽
81 81화. 헤어짐의 시작. (2) 22.08.04 120 0 13쪽
80 80화. 헤어짐의 시작. (1) 22.08.03 139 0 12쪽
79 79화. 인연(因緣). (2-3) 22.08.02 125 1 13쪽
» 78화. 인연(因緣). (2-2) 22.08.01 139 0 11쪽
77 77화. 인연(因緣). (2-1) 22.07.30 127 0 9쪽
76 76화. 인연(因緣). (9) +2 22.07.29 135 1 13쪽
75 75화. 인연(因緣). (8) 22.07.28 1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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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화. 인연(因緣). (6) 22.07.26 122 1 14쪽
72 72화. 인연(因緣). (5) 22.07.25 123 1 11쪽
71 71화. 인연(因緣). (4) 22.07.23 120 0 11쪽
70 70화. 인연(因緣). (3) 22.07.22 116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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