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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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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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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글자수 :
492,474

작성
22.08.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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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6화. 생과 사 그리고 마신 하데스(Hades). (1)

DUMMY

이전의 백여 대의 마차와 수레는 오간 데 없이 사라지고 십여 대의 마차만이 마검의 뒤를 따른다.

생존자 이십칠 명, 일반인은 모두 죽고 없다.

늙어 힘이 달리는지 소의 걸음이 느려진다.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선두와 거리를 유지하지 않을 수가 없기에 할 수 없이 들고 있던 고삐를 들어 늙은 소의 등을 강수가 가볍게 내려친다.

강수의 마음을 아는지 늙은 소가 힘을 내어 걷기 시작한다.


“하∼”


긴 한숨이 강수의 입에서 내쉬어진다.

분명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해월 누나도 다른 여성 경호대 누나들도 이젠 보이지 않는다.

더는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너무 슬퍼서···.

하지만 지켜야 할 사람이 있기에 살아야 한다.


푸른 달빛을 받으며 현무진인과 강수가 검을 섞고 둘과 조금 떨어진 바위 위에 취웅과 미려가 마치 두 사람의 대련을 구경하듯 앉아 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강수의 몸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 허공으로 흩어진다.

하지만 호흡만은 변함없다.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현무진인이 검을 거둬들인다.


“오늘은 이만하도록 하자꾸나.”

“네 사부님.”


대답과 함께 내쉬어지는 강수의 숨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벌써 그만 하는겐가?”

“네, 오늘은 강수와 할 이야기도 있고 해서 이만하려고 합니다. 선배님.”

“에고 그럼 이만 들어가 자야 하나! 이곳은 밤이 너무 길어, 아니 그러냐?”

“네 사부님.”

“그래 우리는 이만 가자꾸나. 둘이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니.”

“네.”


대답과 동시에 강수를 보며 먼저 마차로 가 있겠다고 미려가 눈짓하곤 돌아선다.


“그럼 가네.”

“네 그러시지요.”


뒤돌아서려는 취웅을 보며 살짝 고개를 숙이곤 이내 취웅과 미려가 마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자 현무진인이 한쪽에 있는 바위를 가리킨다.


“여기에 앉자꾸나.”

“네”


대답과 함께 강수가 바위로 다가와 조심스레 앉아 현무진인을 쳐다본다.


“근데 사부님 오늘 저와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무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별거 아니란다. 너와 달구경이 하고 싶어 그냥 한 말이란다.”

“그럼 취웅 할아버지께 거짓말하신 건가요?”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지금 이렇게 너와 나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으냐?”

“헤헤 그렇네요.”

“하∼ 달이 참 크구나.”


현무진인의 말에 자연스레 강수의 시선이 하늘에 떠 있는 달로 향한다.


“어제와 같은데요.”

“그렇구나! 어제와 같구나. 헌데 오늘 내 눈엔 더 커 보이는구나.”

“사부님! 우린 다 죽겠지요?”

“아마도 그렇겠지. 혹 너도 느끼는 것이냐?”

“네. 거대한 힘을 가진 존재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하긴 너도 이제 완벽한 화경에 경지에 들어섰으니 느껴지는 게 당연하겠지. 그래서 말인데, 만약에 말이다. 모두가 죽고 너 혼자 살아남으면 넌 어찌하겠느냐?”

“에이 사부님 어찌 저 혼자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저도 함께 싸우다 죽겠지요. 아니 그렇습니까?”


피식! 현무진인의 입가에 왠지 모를 미소가 그려진다.


“사부님은 안 무서우십니까?”

“너는 무서우냐?”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슬픕니다. 누나와 그리고 사부님들과 헤어진다는 것이 말입니다.”

“그렇기도 하겠구나. 하지만 검을 든 이 중 이런 강한 적과 싸워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도 우리 말고는 없을 것이다. 난 벌써 흥분이 되는구나. 이런 강한 적과 싸워볼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현무진인의 말에 강수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왜 이 사부가 주책맞아 보여 그러느냐? 나 또한 검을 든 사람이란다. 어찌 다를 수 있겠느냐? 아니 그러느냐?”

“그렇긴 한데 전 모르겠습니다. 사부님. 그냥 아직 헤어짐을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그러면 헤어지기 전까지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겠느냐? 미련이나 미안함이 남지 않을 만큼 말이다. 뭐 물론 다 자기만족이기는 하지만.”

“그렇네요. 하∼ 답답합니다. 몰랐으면 편할 텐데, 괜히 미리 알아선 이리 고민인지.”

“네 누이도 너와 마찬가지이겠지, 그리고 이곳에 살아남은 이들 모두다···.”

“하긴 다들 그만큼 강해졌으니 느끼고 있겠네요. 아! 참 사부님! 사부님은 지금 현경이신가요? 아니면 아직 화경이신가요?”

“궁금하냐?”

“네.”

“나도 궁금하구나! 내가 지금 어디쯤 와있는지가.”

“그럼 사부님도 모르신다는 말씀이신가요?”

“처음 와본 곳인데 어찌 여기가 어디인지 알겠느냐? 단지 어림잡아 짐작만 할 뿐이지.”

“그럼 사부님의 짐작으로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것 같으신가요?”

“음∼”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리기만 할 뿐 답을 못하다가 이내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모르겠구나.”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사부님!”

“그럼 너는 너의 위치를 알고 있느냐?”

“화···. 화경···.”


이란 말만 되풀이 말할 뿐 뒷말을 잇지 못하고 눈만 껌벅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신도 지금 자신의 위치가 정확히 어디쯤이라고 정확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자연스레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헤헤! 웃어 보인다.


“헤헤! 막상 말하려 하니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은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기에 그만큼 알려진 것이 없단다. 물론 이전 세상에도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너보다 먼저 그 길을 가본 나의 견해로는 너는 지금 화경의 초입을 지나 중간 어디쯤이지 싶구나. 물론 이것도 나의 개인적인 추측일 뿐 정확한 것은 아니란다. 알겠느냐?”

“네 사부님.”

“그래 그럼 이만 들어가자 꾸나. 네 누이가 기다리겠구나.”


현무진인이 일어선다.

그러자 현무진인을 따라 엉덩이를 털며 일어서는 강수, 행렬이 머무는 곳을 향해 현무진인과 나란히 걷기 시작한다.

마치 다 자란 손자가 할아버지와 함께 산책하듯···.


허름한 천막 안 마검과 현무진인이 앉아 있다.

이때 밖에서 헛기침과 함께 송현의 목소리가 들린다.


“음! 음! 현무진인님 송현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게나.”


현무진인의 승낙이 떨어지자 입구로 보이는 천을 젖히며 천막 안으로 들어오는 송현, 현무진인과 마검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이곤 자리에 앉는다.

듬성듬성 이가 나간 찻잔에 찻물인지 아니면 그냥 맹물인지 모를 물을 따른 현무진인이 송현의 앞에 찻잔을 내려놓는다.


“들게나. 내 이곳 풀을 조사하다 우연히 알게 된 차인데, 마실만 하다네.”

“네.”


송현이 차를 한 모금 들이키곤 가만히 찻잔을 내려놓는다.


“음∼ 좋군요. 근데 왜 저를 보자고 한 것인지요? 혹 강수 때문인가요?”


송현의 물음에 앞에 앉아 있던 현무진인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먼저 입을 뗀다.


“맞네. 강수의 일이네. 자네도 알다시피 강수가 익히고 있는 심법이 현문정종 내공심법 아닌가? 근데 이 심법이 지금의 강수에게는 뭐랄까 조금은 모자라지 않나 싶네. 해서 더 늦기 전에 다른 심법을 전수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자네의 의견을 듣고 싶어, 이리 보자고 한 것이네.”

“음∼ 화경에 든 이에게 굳이 다른 심법을 전수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지금 심법을 버리고 다른 심법을 익히게 되면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인데, 그것은 또 어찌하려고 하시는 것인지요?”

“물론 자네의 말도 맞네. 하지만···.”


이때 불쑥 마검이 둘의 대화에 끼어든다.


“천마신공(天魔神功)을 가르칠 것이다. 더 물을 말이 있는가?”

“네!? 천마신공을 말입니까?”

“그렇다.”

“어찌?”


왜냐고 따지듯 송현이 현무진인을 쳐다보고 이에 안타까운 듯 현무진인이 고개를 살며시 흔들어 보인다.


“자네는 아직도 이 사람과 우리를 나누는 것인가?”

“아니 그것이 아니오라···.”

“강수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 생각하세나.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알겠는가?”

“알겠습니다. 마검님 죄송합니다. 좀 전에 저의 추태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

“상관없다.”

“자 그럼 다시 의논해보세. 근데 나도 궁금하구먼. 왜 자네가 강수에게 천마신공을 가르치려고 하는지?”

“이곳과 천마신공이 맞기 때문이다.”

“음 하긴 그렇군. 이곳은 마공을 익히기 참 좋은 곳이긴 하지.”

“그것이 다가 아니다. 천마신공을 익히면 이곳의 순수 마기를 강수가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한 마디로 마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여 나 또한 섣불리 강수에게 가르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네 또한 천마신공을 익히고 있다는 말인가?”

“익힐 수 있었으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다. 단지 살펴만 보았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익힐 이유가 없어 익히지 않는다. 하지만 강수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도 알겠지만, 곧 만나게 될 우리 앞에 있는 적은 그동안 우리가 상대했던 그저 그런 마족이 아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조금이라도 살 기회를 강수에게 열어주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이곳의 특성상 자네의 말대로 강수에게 천마신공을 가르치는 것이 좋을 것이라 보네.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저도 그러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되는군요. 하지만 좀 전에도 말씀하셨듯이, 마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고 하셨기에, 혹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되는군요.”

“음 자네의 생각도 이해는 가지만, 발생할지 안 할지 모르는 문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지금 상황에서는 강수에게 하나라도 더 나은 길이 있다면 가르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네. 아니 그런가?”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현무진인님.”

“자 그럼 결정 났군. 오늘부터 자네가 강수에게 천마신공을 가르치게나. 우리는 자네가 됐다고 할 때까지 가르치는 일을 멈추도록 하겠네.”

“그럼 둘 다 동의한 것으로 알고 이만 가보겠다.”


언제나처럼 자기 할 말이 끝이 나자 무엇이 그리 바쁜지 마검이 서둘러 천막을 나서고 이에 현무진인이 아무 말 없이 차를 한 모금 들이켜곤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앞에 한청을 바라본다.


“앞으로 강수가 어찌 발전할지 벌써 궁금해지는군, 그래.”

“천마신공이라···. 한번 싸워보고 싶어지는군요.”

“허허 이 사람 내가 먼저일세. 새치기할 생각 말게나 하하하!”


현무진인의 웃음소리에 푸른 달빛을 등지고 걷던 마검의 발이 우두커니 멈추어 선다.


“흥! 내가 가장 첫 번째다.”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린 마검이 다시 힘차게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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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2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1) 22.08.17 10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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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화. 혼자 남겨지다. (2) 22.08.13 106 0 9쪽
88 88화. 혼자 남겨지다. (1) 22.08.12 110 0 12쪽
87 87화. 생과 사 그리고 마신 하데스(Hades). (2) 22.08.11 122 0 16쪽
» 86화. 생과 사 그리고 마신 하데스(Hades). (1) 22.08.10 11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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