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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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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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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2,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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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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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98화. 이곳은 어디지?

DUMMY

다른 곳과 달리 오물과 죽은 괴물들의 퇴적물이 아닌 검은 흙이 깔려있어 그나마 악취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마신의 오두막, 마신이 앉아 있던 의자에 강수가 앉아 있다.


끼익!


오두막 문이 열리고 마족 카론이 검붉은 액체가 담긴 찻잔을 쟁반에 받쳐 들고나와 테이블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저번에 드셔서 아시겠지만, 커피라는 차입니다. 드시지요.”


커피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 습관적으로 호호 불고는 한 모금 들이킨다.


“좋군. 근데 내가 마신을 죽이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정말 모른단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마신이시여!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정확한 시간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신이시여!”


마신 하데스를 대하듯 마족 카론이 극존칭으로 강수를 대한다.


“하긴 괜히 신이 아니니, 그럼 이제 뭘 한담. 아! 맞다. 내가 얼핏 마신의 기억을 흡수하면서 보니까 마신이 어마어마한 보물을 가지고 있던데, 그 공간은 어떻게 여는 거지?”

“아! 마신 아니 죽은 하데스님의 개인 아공간을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그렇다면 그냥 오픈! 이라고 외치시면 됩니다.”

“간단하군. 오픈!”


강수가 오픈이라고 외치자 웬만한 집 문짝만 한 크기의 아공간이 강수의 눈 앞에 펼쳐지고 그 안에 들어있는 어마어마한 금과 여러 가지 보석들 그리고 무기와 장신구가 차례로 강수의 눈에 들어온다.


“넓군. 근데 이거 나에게만 보이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자네도 있나? 이런 공간이.”

“아니요. 없습니다. 하지만 만들려면 만들 수는 있습니다. 마신이시여!”

“어떻게 꺼내지?”

“그냥 손을 뻗어 꺼내거나 아니면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리시면 손에 잡힐 것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머릿속으로 한쪽 구석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아무런 치장도 보석도 박혀있지 않은 단순한 모양의 흑색의 검을 떠올리자 어느 순간 아공간에 있던 흑색의 검이 스르륵 강수의 손에 들린다.

신기한 듯 검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며,


“이 검, 드워프라는 존재가 만든 것인가?”

“네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니 마···. 아니 하데스님이 가지고 계셨던 것이겠지요.”

“크로스!”


아공간이 강수의 눈앞에서 사라진다.

수많은 보석과 금은보화 그리고 화려한 다른 검과 갑옷보다도 지금 손에 들려 있는 검이 더 좋아서였을까? 강수가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 아공간을 닫아버리곤 무언가 대단한 것을 발견한 아이처럼 검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조심스레 검병을 잡고 검을 검집에서 빼낸다.


스르렁!


검이 검집에서 빠져나오자 순간 주위의 빛을 빨아들이며 짙은 암흑을 담은 검신이 강수와 마족 카론의 눈에 들어온다.


“대단하군. 순수 마기를 검에 담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 검에 베이면 꽤 아프겠다는 말이다.”

“그렇기야 하겠지요. 검에 베이면 아프니까요.”

“흥! 너는 잘 모르는구나. 순수 마기의 무서움을.”

“예? 그게 무슨 말씀인지요?”

“순수 마기는 그 어떤 것도 파괴한다. 하여 이 검에 베이면 신이라도 죽는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나?”

“아∼ 위험한 검이군요.”

“검은 원래 위험하다.”


검을 옆구리에 찬 강수가 주위를 돌아보다 한숨을 쉰다.


“하∼ 이제 무엇을 한담. 벌써 지루하게 느껴지는군.”

“이곳은 원래 그런 곳이니까요.”


둘은 한동안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마족 카론이 떠난 뒤 혼자 남게 된 강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의 안에 있는 미려를 만나러 떠났다.

조금이라도 덜 외롭기 위해.

그렇게 이곳 마계의 가장 깊은 곳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마족 카론 말고는 이곳 강수가 있는 오두막에는 아무도 찾는 이가 없었다. 그렇게 강수는 늘 혼자였다.

그래서 외로웠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흘러가자 익숙해졌는지 처음과 달리 외롭다는 감정은 퇴색되어 이제는 별달리 외롭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또다시 시간은 고집스레 흘러갔다.

얼마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 정도로 많은 시간이···.

그래서일까? 강수는 감정과 느낌 그리고 인간으로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것들을 하나둘 잃어가고 있었다.

시간이라는 망각에 빠져···.

하지만 강수는 인간으로 남고 싶었다.

그래서 마신의 아공간을 뒤지기 시작했다.

마신이 모아두었던 물건들과 음식들을 보며 하루하루 인간이기를 잃어버리지 않으려 요리를 하고 주변을 꾸미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전 마신이 했던 것처럼.


그러던 어느 날,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보낸 강수가 일과를 마치려 할 때 갑자기 처음 느껴보는 이질적인 기운이 강수를 덮쳐왔다.


‘이게 뭐지?’


생각과 동시에 아직 다 소화하지 못한 마신의 기억을 강수가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잠시 멍한 표정을 지으며,


“아니겠지. 이럴 리가 없잖아. 이건 말이 안 되는 건데.”


강수가 마신의 기억을 뒤지는 사이 기는 점점 강해져 강수를 강하게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공간 너머 다른 공간으로···.

강수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우선 자신을 당기는 힘에 저항하며 버티며 생각했다.

자신을 당기는 힘에 끌려 어딘지 모르는 장소로 갈 것인지 아니면 이곳에 머물 것인지를···.

그때 멀리 급하게 달려오는 마족 카론이 강수의 눈에 들어왔다.


“저 카론은 또 왜 저러는 거야?”


투덜거리는 강수 앞에 한껏 미소를 지은 마족 카론이 급하게 달려와 무릎을 꿇는다.


“축하드립니다. 마신이시여.”

“무엇을 축하한다는 말이지?”

“중간계에서 마신님을 부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축하드린다는 것입니다.”

“자네도 느끼나?”

“네 그렇습니다. 마신님을 부르는 중간계의 힘이 느껴집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나도 안다. 이곳 마계의 제일 깊은 곳에 있는 나를 부를 수 있는 존재는 창조주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고민하는 중이다.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가십시오. 가셔서 한껏 즐겁게 노시다 오십시오. 지루하게 이곳에 계시지 마시고요. 그리고 이런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 것도 다 마신님의 행운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런가? 하여간 난 잘 모르겠군. 잠깐. 이건 뭐지?”


강수가 무언가에 집중하자 곧이어 머릿속에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저의 아이를···. 제발 아이를 도와주십시오. 신이시여. 제발.”


왜일까? 여인의 목소리가 강수에게 낯설지 않았다.

스르륵! 자신을 잡아당기는 힘에 저항하던 힘을 거둬들인 강수가 잠시 기억 속 어딘가에 잠들어 있던 미려에 대한 기억을 빠르게 뒤적인다.

그리곤 좀 전에 여인의 목소리가 누나 미려의 목소리와 같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어금니를 꽉 깨문다.


‘가야 한다. 가서 도와줘야 한다. 이번엔 기필코 내 삶이 끝나더라도 누나인 미려를 살릴 것이다. 이 세상이 끝나더라도···.’


강수가 저항하던 힘을 거두자 강수의 몸이 마치 물속에 들어간 것처럼 일렁이며 신체를 이루고 있는 하나하나의 세포가 분해되기 시작한다.

중간계로 이동하기 위해.

강수의 변화를 보곤 마족 카론이 벌떡 일어나 깍듯하게 고개를 숙인다.


“잘 다녀오십시오. 제가 마신님이 안 계실 동안 이곳 마계를 잘 지키겠습니다. 마신이시여!”

“그러던가.”


피식! 미소 지은 강수가 말을 해보지만 이미 강수를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가 분해되었기에 카론에겐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마족 카론은 알 수 있었다.

강수의 말을 그리고 이제는 거의 다 사라져 흐릿한 형체만 남은 강수를 바라보며 다시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 인사를, 그리곤 즐거웠다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삼켰다.


암흑이 강수를 빨아들였다.

아무것도 없는 암흑이, 그리고 잠시 후 강수는 알 수 있었다.

이 느낌, 처음 이곳 마계에 올 때 느꼈던 그 느낌과 같다는 사실을.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엄청난 압력이 온몸에서 느껴졌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 강수가 다른 인간이듯 느껴지는 압력 또한 그때와 달리 그냥 그랬다.

그때는 팔이 부러지고 눈알이 튀어나올 울 정도로 고통스러웠는데.


알 수 없는 언어로 이루어진 주문이 거대한 동공 안에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한 명이 아닌 최소 수백 명의 사람이 함께 외우는 주문이.

어둠이 내려앉은 넓은 공간, 드문드문 어두운 동공 안을 비추기 위해 횃불이 설치되어있고 검은 옷에 검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앞에 있는 백색 제단에 간절한 소망을 담아 수백 명의 사람이 함께 주문을 외운다.

영적으로 이어진 하나의 거대한 주문을···.

그들이 그렇게 간절한 소망을 담아 바라보는 제단 위에는 한 명의 여인이 쓰러져 있다.

양쪽 팔목이 베인 채, 많은 양의 피를 흘려 미약한 숨을 겨우겨우 내쉬며, 그렇게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하∼”


힘없이 내쉬는 여인의 한숨, 그 한숨을 타고 여인의 눈에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이제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기에, 그리고 남겨진 두 딸을 지켜줄 수 없다는 미안함에 그렇게 눈물을 흘린다.

힘겹게 버티던 여인의 눈이 서서히 감겨온다.

여인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감기려는 눈꺼풀에 맞서보지만 이내 스르륵! 감기는 눈꺼풀에 지금의 자신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여인의 두 눈이 감기려는 찰나 얼핏 남성으로 짐작되는 인형이 흐릿하게 여인의 눈에 들어온다.


‘어! 누구지?’


그 순간 여인은 자신이 아는 남자 중에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을 가진 남자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여인은 자신의 남겨진 두 딸을 남자에게 부탁하기 위해 억지로 눈에 힘을 줘보지만 좀 전과 같이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떡하지? 내 딸아이들을 잘 돌봐달라고 부탁해야 하는데.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여인의 의식이 흐릿해져 갈 때 검은 머리카락을 한 남성이 다가와 아주 조심스레 여인의 몸을 들어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래서일까? 여인의 몸 안에 따뜻한 온기가 퍼지고 여인은 다시 눈을 뜰 수 있었다.

분명 아무런 힘이 없었는데, 몸에 따뜻해지더니 힘이 생겨났다.

왜일까? 여인은 생각했다.

눈앞에 검은 눈동자의 남자가 들어오기 전까지.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이 슬퍼 보였다.

왜일까? 왜? 슬퍼 보이는 걸까? 묻고 싶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


다시 힘이 빠져갔다.

말해야 한다.

늦기 전에 자신의 두 딸을 부탁한다고.

제발 도와달라고 눈앞에 남자에게 말해야 한다.

제발 도와달라고. 제발.

다시 눈물이 흘러나왔다.

말조차 할 수 없기에···.

근데 눈앞에 남자가 마치 나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곤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왜일까? 마음이 놓였다.

처음 보는 남자인데 그리고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

남자는 마치 다 아는 것 같았다.

나와 나의 두 딸···. 스르륵! 눈이 감겼다.


‘이제는 다시 못 볼 두 딸이여 안녕. 사랑한다. 영원히.’


누나가 아니다.

하지만 누나의 향취가 느껴진다.

그래서 알 수 있다.

누나라는 사실을, 하지만 울지 않는다.

누나가 눈치채면 안 되기에.

내가 동생 강수라는 것을, 그래서 강수는 울지 않았다.

아니 울 수 없었다.

너무 미안했기에.

그렇게 강수는 누나인 미려와의 두 번째 이별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여인의 손이 힘없이 툭! 바닥으로 떨어진다.


띵!


맑은 소리를 내며 여인이 손에 쥐고 있던 남성의 반지가 데구루루 굴러 강수의 발끝에서 빙그르르 돌다 멈춰 선다.

반지를 집어 들며“하∼”한숨을 내쉬는 강수, 고개를 들어 빈 허공을 바라본다.


“신도 죽였는데. 누나를 살리지 못하는구나. 바보같이.”


주위를 돌아본다.

검은 두건을 쓴 괴상한 인간들이 자신을 보며 마치 신을 숭배하듯 절을 하며 울부짖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구나 나 때문에 누나가 죽은 것이구나!”


그제야 강수는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죽은 여인을 안고 일어난 강수가 검은 두건을 쓴 인간들을 혐오스럽게 바라본다.


“당신들이 죽인 것인가? 나를 이곳으로 부르기 위해?”


알고 있지만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물었다.

작지만 강수의 입에서 나온 말에 아수라장 같던 동공 안이 순식간에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가 다시 하나둘씩 웅성거리는 사람들, 이에 맨 앞에 앉아 있던 인간이 일어나 쓰고 있던 두건을 벗고는 주위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모두 조용! 지금 마신님 앞에 이게 무슨 추태인가?”


강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인간의 말 때문일까? 사람들은 다시 조용해졌다.

백발에 나이가 얼마인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늙어 보이는 노인이 강수를 보며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곤 마족의 언어로 또박또박 말했다.


“그렇습니다. 저희가 하데스님을 이곳으로 모신 장본인입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어렵게 구한 신의 피가 흐르는 제물을 바친 것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중간계에 오신 두 번째 마신이시여!”

“그렇군. 너희들이 나의 누이를 죽인 것이군.”


강수의 말을 노인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전 세상의 언어로 말을 했기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벌거벗은 몸으로 죽은 여인의 몸을 안아 들곤 천천히 한 발 한 발 제단에서 내려온 강수의 등 뒤로 검은 마기가 출렁인다.

이 세상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듯,


끼∼익! 끼∼익!


몸서리쳐지는 소리를 내며 점점 더 켜져 간다.

미친 것인가? 출렁이는 마기를 바라보며 황홀경에 빠져 눈물 흘리는 노인과 사람들.

아무 의미 없다는 눈빛으로 그런 이들을 강수가 지나친다.


퍽!


강수가 노인을 지나치자 노인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이를 시작으로 강수가 지나치는 곳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머리가 콩 볶는 소리를 내며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쥐든 아니면 벌레든 이곳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머리가 순차적으로 터져나갔다.

동공 안의 모든 생명체가 그렇게 죽어갔다.

동공이 위치한 동굴 입구, 강수가 두 팔에 죽은 여인을 안고 서 있다.


쿵! 쿠구궁!


강수의 뒤로 동굴이 무너져내린다.

끝없이 펼쳐진 모레의 바다, 그 한 가운데 강수가 한 여인을 들고 서 있다.

이곳이 어디지?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아무것도 모른 채.


꿈틀!


강수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히며 고개를 돌려 허무한 시선으로 어딘가를 바라본다.


“죽여야 하나?”


슬쩍 시선을 내려 여인의 시신을 내려다본다.


“귀찮군.”


오른발로 땅을 툭! 차 빠르게 다가오는 두 개의 강한 기를 가진 존재와 반대 방향으로 달려간다.

만약에 지금 다가오는 존재가 마신의 기억 속에서 봤던 존재라면 마기를 느끼고 계속 쫓아올 거라는 것을 알기에 순간 마기를 몸 안으로 갈무리하곤 빠르게 사막을 달려 나간다.


퍽! 퍽!


바람 터지는 소리와 그때마다 급히 방향을 틀기를 수십 번,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코파크 산맥을 향해 강수가 빠르게 사라진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빛이 번쩍이곤 두 개의 인형이 강수가 무너트린 동굴 입구에 나타났다.

금발의 남성과 붉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린 여인이, 그리고 둘은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인 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너도 느낀 것이냐?”


금발의 남성이 묻자 어이가 없다는 듯 붉은 머리카락의 여인이 콧방귀를 뀐다.


“그럼 네가 느낀 걸, 내가 못 느꼈을 것 같으냐? 이 바보야. 어디서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고 지랄이야 짜증 나게. 빨리 찾아. 내가 느끼기엔 웬만한 마족보다 더 강한 기를 가진 존재가 틀림없어.”

“에이 설마. 그럼 마신이 넘어왔다고?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잖아. 안 그래?”

“좋게 말할 때 빨리 찾아라. 맞기 싫으면”

“알았어. 찾으면 되잖아. 블링크!”


금발의 남성이 입술을 실룩이곤 강한 빛에 쌓여 어디론가 사라진다.


“의∼그 어떻게 저렇게 멍청한 놈이 골드 드래곤인지 참 어이가 없다니까. 근데 어떻게 마족의 기가 순간 사라질 수 있는 거지?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한데, 그리고 분명 마족의 기보다는 두 배, 아니 세배는 더 강했는데···.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지? 카를님에게 물어봐야 하나? 에이 모르겠다. 우선 찾아보기나 하자. 블링크!”


블링크라는 속삭임을 끝으로 붉은 머리카락의 여인이 사라지자 쿵! 남아있던 동굴 입구가 무너져내린다.


강수는 달렸다.

불타오르는 태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혹시나 여인의 시신이 상할까, 자신의 기로 감싸고는 계속 달렸다.

해가 지고 다시 떠오른 해가 질 때까지.

그렇게 쉼 없이 달리다가 사막이 끝나고 숲이 시작되는 곳에 도착해서야 강수는 걸음을 멈추곤 땅을 파기 시작했다.

여인을 묻어주기 위해.

작은 무덤 앞, 비석을 세우고 비석에 누나라는 글씨를 새긴 강수가 일어나 가만히 무덤을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 내쉰다.


“하∼ 다음엔 꼭 지켜줄 게 누나. 미안. 잘 있어.”


슬픈 눈을 한 강수가 뒤돌아 앞에 보이는 코파크 산맥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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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7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6) 22.08.23 90 1 12쪽
96 96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5) 22.08.22 8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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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4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3) 22.08.19 97 0 11쪽
93 93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2) 22.08.18 101 2 9쪽
92 92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1) 22.08.17 104 0 9쪽
91 91화. 혼자 남겨지다. (4) 22.08.16 103 0 12쪽
90 90화. 혼자 남겨지다. (3) 22.08.15 107 0 16쪽
89 89화. 혼자 남겨지다. (2) 22.08.13 106 0 9쪽
88 88화. 혼자 남겨지다. (1) 22.08.12 110 0 12쪽
87 87화. 생과 사 그리고 마신 하데스(Hades). (2) 22.08.11 122 0 16쪽
86 86화. 생과 사 그리고 마신 하데스(Hades). (1) 22.08.10 113 1 11쪽
85 85화. 이별. +2 22.08.09 136 1 17쪽
84 84화. 깨어나다. (2) 22.08.08 121 1 9쪽
83 83화. 깨어나다. (1) 22.08.06 113 1 9쪽
82 82화. 헤어짐의 시작. (3) 22.08.05 111 1 10쪽
81 81화. 헤어짐의 시작. (2) 22.08.04 119 0 13쪽
80 80화. 헤어짐의 시작. (1) 22.08.03 139 0 12쪽
79 79화. 인연(因緣). (2-3) 22.08.02 125 1 13쪽
78 78화. 인연(因緣). (2-2) 22.08.01 138 0 11쪽
77 77화. 인연(因緣). (2-1) 22.07.30 127 0 9쪽
76 76화. 인연(因緣). (9) +2 22.07.29 134 1 13쪽
75 75화. 인연(因緣). (8) 22.07.28 1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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