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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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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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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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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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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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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8화. 혼자 남겨지다. (1)

DUMMY

압력이 사라지자 마족 노인이 배의 앞머리로 걸어 나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따라와라.”


단 한마디 말을 내뱉곤 배에서 뛰어내리자, 하는 수 없이 모두 노인을 따라 배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저벅! 저벅! 얼마나 걸었을까? 사람들 눈에 저 멀리 작은 오두막이 들어왔다.

이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오두막이.


끼익!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서자 오두막 문이 열렸다.

가냘픈 몸과 흰 머리카락 그리고 하얀 피부의 사낸지 아니면 여자인지 모를 사람의 형상을 한 인형이 오두막에서 나와 모두를 향해 밝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와∼ 아름답다.”


강수가 여자인가? 싶어 유심히 오두막에서 나온 사람을 살피다가 가슴이 없는 것을 확인하곤 실망스럽다는 듯 입술을 실룩거린다.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미려가 갑자기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려 쿡! 쿡! 헛바람을 내뱉고 이에 속마음을 들킨 것이 쑥스러운지 강수가 미려를 보며 성을 낸다.


“왜? 왜 웃는 건데.”

“아니 그냥. 킥킥킥!”


지금 상황과 맞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가에 자신들도 모르게 미소가 그려진다.


피식! “역시 인간은 재미있어.”


은발의 남자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한발 한발 사람들에게 다가서다 맨 앞에 선 마검과 현무진인을 스윽! 훑어보곤 살짝 눈살을 찌푸린다.


“이 세계의 인간들이 아닌가?”

“흥! 신도 완벽한 것은 아니군.”


마검의 빈정거림에 옆에 있던 현무진인이 살며시 미소를 머금고는 말을 잇는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닙니다. 마신이시여.”

“그렇군. 하긴 이 세계에서 신의 숨결을 받지 않고 너희처럼 강한 인간은 없었으니까.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그냥 죽이기에는 아쉽고, 그렇다고 이곳 마계에서 인간이 설치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고. 어떻게 한다.”


쿵! 땅이 울릴 정도로 세게 무릎을 꿇은 마족 노인이 마신에게 머리를 땅에 조아린다.


“마신 하데스이시여. 부탁드립니다. 제발 저에게도 인간의 피를 나눠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감히 네가 나의 것을 탐하려는 것이야?”

“그것이 아니오라. 인간의 피 맛을 못 본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죽여 주십시오. 마신이시여.”

“좋다. 단 지금 이대로 싸우면 재미가 없을 터이니 너에게 그만한 금제를 가하도록 하겠다.”


마신이 오른손을 들어 엄지와 중지를 딱! 소리가 나도록 튕기자 퍽! 소리와 함께 노인의 왼팔 팔꿈치 밑부분이 터져나간다.

고통에 순간 숨을 참으며 신음을 삼키는 노인이 마신을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제 된 것입니까?”

“그렇다.”


무관심한 표정의 마신이 천천히 손을 들어 마검을 가리킨다.


“저 녀석과 싸워라.”


더는 관여하기 싫다는 듯 돌아선 마신이 오두막 입구 쪽에 있던 고풍스러운 의자로 걸어가 앉는다.

마신에게 지목받은 게 싫은 건지 아니면 노인과 싸움하기 싫은 건지 마검이 인상을 찡그리고 서 있다 짧은 한숨을 내뱉곤 한 발 앞으로 나선다.


“모두 물러나라.”


마검의 말에 오장(15m) 뒤로 빠르게 물러나는 사람들.

마검과 한쪽 팔을 잃은 노인이 마주 보고 선다.

그 모습을 마신은 의자에 깊숙이 파묻힌 상태에서 팔짱을 끼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와라!”

마검의 도발에 어이가 없다는 듯 노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감히 인간이 우습구나.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알고 싶지 않다. 와라.”

“크크크! 그래 죽여주마.”


펑!


눈에 보이지 않는 빠르기로 노인이 마검에게 달려가고 이를 시작으로 마치 폭죽놀이를 하듯 쾅! 콰과과광! 폭음과 불꽃들이 사방에 휘날린다.

수많은 기의 파편들이 마치 꽃잎처럼 마검과 노인의 주위에 쉴 새 없이 나부끼고 마검의 검과 노인의 커다란 노가 부딪치고 또 부딪치다 어느 순간 마검의 검이 방향을 바꾼다.

이전과 다르게 뱀이 방향을 틀 듯.

꿈틀! 마신의 표정에 순간 금이 간다. 마치 흥이 돋는다는 듯 묘한 미소와 함께···.


쉭!


마검의 검이 노인의 오른쪽 어깨부터 가슴 그리고 왼쪽 옆구리까지 사선으로 훑고 지나간다.

놀란 눈의 노인이 마검을 노려본다.


“어떻게 검이···.”


말을 내뱉는 순간 마검의 검이 훑고 지나간 곳의 살들이 쩍하고 갈라지고 갈라진 틈 사이로 녹색의 피가 쫙∼악! 뿜어져 나온다.

같잖다는 듯 노인을 바라보던 마검이 검을 든다. 끝을 보려는 듯.


“그만!”


거역할 수 없는 힘이 담긴 마신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동작을 멈춘 마검이 이를 인지하고는 마신에 대항하려는 듯 검을 든 팔에 계속 힘을 주자 검을 든 팔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의지대로 나아가지 못하는 팔을 보며 마검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미소를 짓고는 이내 팔에 힘을 뺀다.

힘을 빼자 팔의 떨림 또한 멈춘다.


“흥 신은 신인가 보군.”


비꼬듯 툭 말을 내뱉은 마검이 자존심이 상한 듯 매서운 눈으로 마신을 노려본다.


“내 미안하게 되었군. 하지만 하나 있는 수하를 잃을 수는 없으니 어떻게 하겠나? 자 그럼 내 이놈을 치료할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게. 내 금방 갔다 와서 재미나게 놀아 주겠네. 크크크!”


웃으며 상반신이 쩍하고 갈라져 있는 마족 노인에게 따라오라는 말을 하곤 오두막 안으로 들어간다.


“하∼”


깊은 한숨과 함께 마검을 죽일 듯 노려보다 몸을 돌리는 마족 노인, 오두막을 향해 힘없이 걸어간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할 수 없이 들고 있던 검을 검집에 넣고는 뒤돌아 마검대에서 유일하게 아직 살아남아 있는 한청을 향해 마검이 걸음을 옮긴다. 왠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하지만 혹여 다른 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두세 번의 걸음을 내디딜 때부터는 본래 무표정하던 자신의 표정을 되찾는다.

등에 짊어지고 있던 포대기를 얼른 풀어, 기름지고 하얀 털이 수북이 나 있는 털가죽을 땅에 펴는 한청, 마검이 앞에 멈춰서자 고개를 숙인다.


“고생하셨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마검이 한청의 말에 답을 한다.


“창피할 뿐이다.”


털썩! 마검이 하얀 털 위에 앉는다.

예상하지 못했던 마검의 말에 쓴 미소를 지으며,


“아닙니다. 멋있었습니다. 부 교주님!”


표정을 숨긴 채 마검의 등 뒤로 가, 호법을 서듯 멈춰 선다.


“흥!”


콧방귀와 함께 마검이 오른손을 쥐었다 펴 보이곤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눈살을 찡그렸다가 조용히 두 눈을 감는다.

마검이 눈을 감자 하나둘 쉴 곳을 찾아 자리를 잡는 사람들, 왠지 표정이 어둡다.

한쪽 구석, 미려와 강수가 앉아 있다.

슬쩍 엉덩이를 들어 미려의 옆에 딱 붙어 앉은 강수가 주변을 살피고는 조심스레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누나 좀 전에 마검 사부님 팔 봤어?”

“응.”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단지 말만 했을 뿐인데.”

“그러니까 신이라 말하는 거겠지.”

“그런가?”


이때 지금의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 미려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강수가 멀뚱히 미려를 쳐다본다.


“누나 배고파?”


창피한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미려가 주위를 돌아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 그냥 배속이 미쳤나 봐. 나 배 안 고파. 강수야!”

“소리가 분명 배고플 때 나는 소리였는데.”

“아니야. 속이 안 좋아서 그래. 신경 쓰지 마. 누나 괜찮아.”


미려가 강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잠시 그런가? 라고 생각하며 주위를 돌아보다 생각해보니 마족 노인을 만나고 이곳까지 오면서 밥을 먹은 기억이 나질 않자, 강수가 자신도 모르게 배를 쓰다듬으며 입맛을 다셔본다.

꿀꺽! 입안에 침이 고이고 무언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왜?’


화경에 오른 이후 이런 적이 없었기에 조금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주위를 돌아본다.


‘하∼ 근데 지금 밥 먹어도 되나?’


별다른 움직임 없이 각자의 자리에 앉아 싸움을 준비하는 사람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는 미려가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다.


“누나 우리 밥 먹자. 나 배고프다.”


좀 전에 자신의 배에서 난 소리 때문에 이러는 것이리라 생각한 미려가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래 근데 지금 있는 게 말린 사슴고기밖에 없는데 어떻게 하지?”

“음∼ 그럼 불 지펴서 끓여 먹지 뭐.”

“그래도 될까?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누나! 우리 이제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자. 우리 하고 싶은 대로 살자. 누나.”

“흠∼ 그래 그러자. 그럼 네가 불 지펴 내가 말린 고기 다듬을 테니까. 아! 그리고 물은 네 가방에 있지?”

“응 누나.”


강수와 미려가 불을 지피자 왜? 라는 시선으로 강수와 미려를 바라보는 사람들.

말린 고기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여러 재료를 넣고 국을 끓이기 시작하자, 지금 상황과 맞지 않는 둘의 행동에 살짝 인상을 찡그린다.

보글보글! 국이 끓고 무엇을 넣었는지 향긋한 냄새가 주변에 진동하자 꿀컥! 꿀컥!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이 하나둘 침을 삼킨다.


“어험! 냄새가 좋구나.”


누구보다 빠르게 취웅이 슬그머니 강수와 미려에게 다가와 당연하다는 듯 둘의 옆에 자리를 잡는다.


“사부님도 한술 뜨실래요?”

“그래도 되겠느냐?”

“당연하지요. 저의 하나뿐인 없는 사부님인데요.”

“그래, 고맙구나. 자 여기 내 말린 고기도 있으니 이것도 넣어 끓이려무나. 그래야 양이 좀 늘 터이니.”


취웅이 메고 있던 등짐에서 말린 고기를 꺼내 미려에게 건네자 이때 슬그머니 취웅의 등 뒤로 다가온 누군가가 자신의 말린 고기도 함께 내민다.


“저 선배님! 제 것도 같이 넣으시지요.”

“엥! 설마 자네도 한술 뜨려는 것인가?”

“네 왠지 저도 한술 뜨고 싶어지는군요.”

“하긴 마지막 식사가 될지도 모르니 그렇기도 하겠군, 그래.”


취웅이 슬쩍 미려의 눈치를 본다.


“괜찮겠냐?”

“당연하지요. 이리 주세요. 제가 물하고 더 넣어서 맛있게 끓여드리겠습니다.”

“고맙네.”


현무진인이 따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강수가 자신의 자리를 가리킨다.


“사부님 이리 앉으세요.”

“그래, 고맙구나. 에고.”


슬그머니 강수가 미려에게 다가간다.


“누나 물 모자라지 않을까?”

“그러게 조금 모자랄 것 같네.”


언제 다가온 것일까? 송현이 나무로 된 물 호리병을 미려에게 내민다.


“이거 쓰시지요. 그리고 이것도”


다른 한 손에 들린 말린고기도 내민다.


“감사합니다.”

“어! 송현 사부님도 배고프신 거예요?”

“그래 배가 고프구나. 저도 한술 떠도 되겠습니까?”

“네.”

“이리 앉게나.”

“네 감사합니다. 취웅 선배님.”


취웅을 시작으로 현무진인 그리고 송현이 차례대로 말린고기를 미려와 강수에게 건네자 다른 이들도 하나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말린고기와 물을 꺼내 들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마신의 집 앞에서 곧 다가올 죽음도 잊은 채, 사람들은 마지막 만찬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즐겼다.


“어이가 없구나. 내 집 앞에서···. 밥을 먹는다. 하∼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창가에 선 마신이 묘한 미소를 짓고 그런 마신의 뒤로 마족 노인이 침대에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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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7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6) 22.08.23 91 1 12쪽
96 96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5) 22.08.22 88 0 10쪽
95 95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4) 22.08.20 121 0 12쪽
94 94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3) 22.08.19 97 0 11쪽
93 93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2) 22.08.18 101 2 9쪽
92 92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1) 22.08.17 104 0 9쪽
91 91화. 혼자 남겨지다. (4) 22.08.16 103 0 12쪽
90 90화. 혼자 남겨지다. (3) 22.08.15 107 0 16쪽
89 89화. 혼자 남겨지다. (2) 22.08.13 106 0 9쪽
» 88화. 혼자 남겨지다. (1) 22.08.12 112 0 12쪽
87 87화. 생과 사 그리고 마신 하데스(Hades). (2) 22.08.11 122 0 16쪽
86 86화. 생과 사 그리고 마신 하데스(Hades). (1) 22.08.10 114 1 11쪽
85 85화. 이별. +2 22.08.09 136 1 17쪽
84 84화. 깨어나다. (2) 22.08.08 122 1 9쪽
83 83화. 깨어나다. (1) 22.08.06 113 1 9쪽
82 82화. 헤어짐의 시작. (3) 22.08.05 112 1 10쪽
81 81화. 헤어짐의 시작. (2) 22.08.04 120 0 13쪽
80 80화. 헤어짐의 시작. (1) 22.08.03 139 0 12쪽
79 79화. 인연(因緣). (2-3) 22.08.02 125 1 13쪽
78 78화. 인연(因緣). (2-2) 22.08.01 139 0 11쪽
77 77화. 인연(因緣). (2-1) 22.07.30 127 0 9쪽
76 76화. 인연(因緣). (9) +2 22.07.29 135 1 13쪽
75 75화. 인연(因緣). (8) 22.07.28 1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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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화. 인연(因緣). (6) 22.07.26 12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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