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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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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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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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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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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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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5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4)

DUMMY

‘검에 나를 담는다. 검에 나를 담는다. 하∼ 어렵구나. 검에 어찌 나를 담을 수 있는 것일까? 내가 검을 움직이는 주체인데, 검에 나를 담는다는 것이 맞는 것인가? 검에 나를 담는다. 검에···. 나를 버린다. 주제인 나를···. 아 그렇구나! 나를 버려야 검과 내가 하나가 될 수 있구나.’


강수의 검이 움직인다.

천천히 하지만 무겁게.

우에서 좌로 사선으로 검이 내려온다.

멀리 강수의 전면에 있는 나무에 나뭇잎들이 흔들린다.

마치 수백 마리의 새때가 한꺼번에 날아오를 때와 같이.

멈칫! 강수의 검이 멈춘다.

그러자 흔들리던 나뭇잎들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흔들림을 멈춘다.

그리고 잠시.


끼익! 파드득!


요란한 굉음과 함께 강수의 전면에 있는 나무 밑동이 우에서 좌로 사선으로 잘려 좌측으로 기운다.


쿵! 쿵! 쿵!


“하∼”짧은 숨을 내쉰 강수가 아무런 말 없이 검을 거두어 검집에 넣곤 하늘에 뜬 푸른 달을 바라본다.


“감사합니다. 사부님.”


동굴로 돌아온 강수가 다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생각에 잠긴다.


‘이제 무엇을 버릴 것인가? 그리고 난 또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


시간이 흘러간다.

아주 느리고 지루하게···.


두 눈을 감고 오두막 옆 의자에 앉아 있던 마신 하데스의 눈이 갑자기 떠진다.

그리곤 어이가 없다는 듯, 한 곳을 바라본다.


“어이가 없구나! 이곳 마계의 가장 깊은 곳에서 인간이 신이 되려 하는가? 크크크!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좋아 기대되는구나. 그날이···.”


스르륵! 다시 눈을 감는다.


공중에 한자(30cm) 정도 뜬 채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강수의 주위로 그 어떤 어둠보다 짙은 묵빛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아 주위를 맴돌다 어느 순간 강수의 코를 향해 빨려 들어간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모든 묵빛 안개가 강수의 콧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공중에 떠 있던 강수의 몸이 서서히 땅으로 내려와 앉는다.


“하∼”


아쉬운 걸까? 짧은 한숨을 내쉰 강수가 감겨있던 눈을 뜬다.


번쩍!


주위 모든 빛을 강수의 눈이 빨아들이고 갈 곳을 잃은 암흑만이 어색하게 남아 강수의 주위를 맴돌다 사라졌던 보라색 달빛이 다시 주위를 밝히자 그제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강수가 일어난다.

고개를 돌려 미려와 두 사부님의 물건이 있는 곳을 가만히 바라보다 앞으로 걸어가 두 번 반의 절을 올린다.


“갔다 오겠습니다. 사부님. 그리고 누나.”


동굴 밖으로 걸어 나간다.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 마족 노인이 동굴에서 나오는 강수에게 말을 건넨다.


“가는 것인가?”

“네.”

“죽을 텐데도 말인가?”


강수가 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인간은 어차피 죽습니다.”

“그렇군. 지켜보겠다.”

“고맙습니다.”


다시 걸음을 옮기는 강수의 표정이 어딘지 편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자신도 모르게 피식! 미소를 머금던 마족 카론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머릿속에 생각을 털어내곤 강수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마신의 오두막, 항상 앉아 있던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할 마신이 보이지 않자 조금은 당황한 기색의 강수가 주위를 둘러보다 이내 뒤따라온 마족 카론을 쳐다본다.

으쓱! 자신도 모른다는 듯 마족 카론이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피식! “미리 말하고 올 걸 그랬나. 젠장!”


투덜거리며 몸을 돌리려다 느닷없이 등 뒤에서 들리는 끼익! 소리에 강수의 고개가 오두막 문을 향한다.

열린 문 사이로 마신이 쟁반에 검은 액체가 담긴 잔 두 개를 받쳐 들고나와 의자가 있던 곳을 손으로 가리킨다.


“앉지.”


언제 갖다 놓은 것일까? 강수가 고개를 돌리자 마신이 가리킨 곳에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놀란 표정의 강수가 어정쩡하게 서선 마신을 바라본다.

피식! 미소를 짓고는 검은색 액체가 담긴 두 개의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마신이 의자에 앉아 강수를 바라본다.


“자네와 차라도 한잔해야지 싶어서 급하게 준비해 봤다. 그러니 이리와 앉아라.”


잔 하나를 들어 강수의 앞에 내려놓는다.

저벅! 저벅! 테이블 앞으로 걸어온 강수가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곤 의자에 앉는다.


“커피라는 것이다. 중간계에서 인간들이 귀하게 여기는 차지. 들어라.”


말을 마친 마신이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자 강수도 잔을 들어 후르륵! 한 모금 들이켜곤 이내 입안에 감도는 쓰고 살짝 신맛에 인상을 찌푸린다.


“왜 입에 맞지 않나?”

“처음 마셔보는 차라 익숙하지 않아 그렇다. 신경 쓰지 마라.”

“흥 그렇군. 근데 왜 카론에게는 친절하게 말을 하면서 나에게는 적대적으로 말을 하는 것이지?”

“그걸 질문이라 하는 것인가?”

“진짜 몰라서 묻는 것이다. 그러니 말해 다오.”

“너는 나의 누나와 사부님들을 죽였다. 그런데 어찌 내가 그런 너에게 친절하게 대할 수 있겠느냐.”

“그렇군. 너는 인간이라 그런 것이 중요하지. 하긴 인간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 같군···. 우리 얼마 만이지?”

“모른다.”

“나도 모르는데···.”


마신 하데스의 고개가 멀찍이 서 있는 카론을 향한다.


“카론 얼마나 시간이 지났나?”

“우리의 시간 개념으로 육 년 하고 오 개월 지났습니다.”

“얼마 안 됐군. 근데 생각 외로 많이 강해졌군.”


강수를 위아래로 쳐다보며 말을 하는 마신.

그런 마신의 눈빛이 기분이 나쁜지 강수가 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켜곤 일어나 마신 하데스를 노려본다.


“차도 다 마셨으니 이제 시작하지.”

“급하군. 하지만 나는 다 안 마셨거든, 그러니 기다려라. 인간. 크크크!”


웃으며 천천히 잔을 들어 한 모금 커피를 마시곤 다시 찬을 내려놓는다.


“그건 그렇고 육 년이면 인간의 시간으로 육십 년인데 힘들진 않았나?”

“너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을 수만 있다면 그 정도야 충분히 참을 수 있다.”

“인내심이 좋은 인간이군. 크크크! 근데 어쩌나 난 그럴 생각이 없는데. 크크크!”

“싸워 보면 알겠지.”

“아니, 아니 그런 건 그냥 알 수 있는 거야. 난 신이니까? 왜 거짓말처럼 들리나? 아니야 내 말이 맞아. 왜 난 신이니까. 재미있지 않은가?”

“흥 신이라. 그렇군, 넌 신이었지. 병신.”


자신도 모르게 마지막 말을 이전 세상의 언어로 말한 강수가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눌한 발음으로,


“병···. 신.”


강수의 말을 따라 하는 마신,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강수를 쳐다본다.


“무슨 뜻인가?”

“신도 모르는 게 있는가 보지? 우습군. 완벽한 척은 다 하더니, 아니 그런가? 마신이여.”

“완벽하다. 하지만 네가 이 세계의 인간이 아니듯이 조금 전에 네가 쓴 언어도 이 세계의 언어가 아닐 것이다. 해서 모르는 것뿐이다.”

“구차하군.”

“구차하다. 내가 말인가? 감히 인간이 나에게 구차하다고 말한단 말인가? 정말 어이가 없구나. 그래, 그렇다면 네 몸으로 느껴봐라. 구차한 신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크크크!”


마신이 웃자 주변의 기가 요동치며 강수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강수도 이에 맞서 피식! 미소를 짓는다.


“마음대로.”


마신을 등지고 걸어간다.


‘뭐지? 미친 건가?’


자신을 등지고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강수를 보던 마신 하데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남은 커피를 들이켜곤 일어난다.

몇 발짝이나 걸어갔을까? 강수의 걸음이 멈춰 선다.

그리곤 천천히 뒤돌아서선 거만한 표정으로 마신을 바라본다.


“시작할까?”

“흥! 하긴 너 정도면 거만할 만하구나. 그래 시작하자. 인간.”


꽝! 꽈과꽝!


폭음과 사방에서 빛이 번쩍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마족 카론의 표정에서 아주 작은 묘한 희열이 느껴진다.

다시 꽝! 폭음과 수십 번의 빛이 번쩍거리다 사라진다.


‘하∼ 이런 것인가? 이것이 마검 사부님이 말한 진정한 검은 든 자로서 바라는 마지막 모습이란 말인가? 좋구나. 모든 것을 펼쳐 보일 수 있어서. 기대해라! 마신이여.’


검을 들어 올린 강수가 정면에 선 마신을 바라보며 천천히 우에서 좌로 검을 움직인다.

순간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마신도 두 팔을 들어 정면을 가리킨다.


“대단하구나! 인간이여. 다크 쉴드!”


마신의 정면에 칠흑 같은 어둠의 벽이 생겨나 마신과 강수 둘의 시야를 가림과 동시에 마신의 입에서 다시 마법 주문이 외쳐진다.


“다크 쉴드! 다크 쉴드!”


두, 세 겹의 어둠의 벽이 마신의 정면에 생성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끼∼익! 강한 마찰음과 함께 우에서 좌로 움직이던 강수의 검이 멈추어 선다.

헉! 헉! 헉! 거친 숨을 내쉬며.


퍽!


소리와 함께 정면에 있던 어둠의 벽 하나가 부서져 내린다.

그리고 다시 퍽! 퍽! 소리와 함께 연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어둠의 벽이 깨어져 사방으로 어둠의 파편이 휘날린다.

놀란 것일까? 마신의 눈이 부릅떠져 있다.

이때 툭! 툭! 잘려 땅바닥에 떨어지는 마신의 두 팔.

고개를 숙여 땅바닥에 나뒹구는 자신의 두 팔을 내려다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미소를 머금은 마신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강수를 바라본다.


“대단하구나! 인간이여. 하지만 나에겐 별 의미가 없구나. 이 정도로는 말이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신의 잘린 두 팔 주위에 칠흑 같은 어둠이 피어난다.

그리곤 언제 잘리기라도 했다는 듯 이전과 똑같이 자라난다.

땅바닥에 잘려져 있던 두 팔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다.

잘렸던 오른팔과 왼팔을 들어 주먹을 쥐었다 펴 보이곤 이내 만족스러운지 흐뭇한 듯 미소 지어 보인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이렇게 되면 다시 원점인가? 크크크!”


웃음과 함께 마신이 사라진다.


퍽!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강수의 몸이 활처럼 휘어져 날아간다.


쿵! 쿠쿠쿠쿵!


소리를 내며 십여 개의 나무를 부러트리고 멈춰 선 강수가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 욱! 핏물을 내뱉는다.

이때 언제 다가온 것인지 마신 하데스가 강수의 머리채를 잡고 몸 전체를 들어 올린다.


“어떤가? 신의 주먹맛이. 자 그럼 더 즐겨 보자고.” 퍽!


강수의 얼굴을 마신 하데스가 무릎으로 강하게 쳐올린다.

확! 뒤로 꺾기는 강수의 고개.

안타까운 감정이 이런 것일까? 이 모습을 지켜보던 마족 카론의 눈빛이 흔들린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마신은 강수를 두들겨 팰 뿐 죽이지는 않았다.

마신은 그렇게 한참을 강수를 패고 또 팼다.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이 재미나게···. 그러다 흥미를 잃은 것일까? 마신이 실신한 강수의 머리를 질질 끌고 와 마족 카론 앞에 휙! 던져놓곤 왜냐고 묻듯 쳐다보는 카론을 향해 툭! 말을 내뱉는다.


“살려라.”

“아니 왜?”


자기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기에 카론이 마신 하데스를 멀뚱히 바라본다.

어이가 없는 것일까? 마신 하데스의 입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간다.


“네가 지금 나에게 묻는 것이냐?”

“아니 그것이 아니오라. 너무 의외라···. 잘못했습니다. 마신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흥! 너도 나처럼 신으로 살다 보면 알 것이다. 왜? 이 인간을 죽이지 않는 것인지···. 가라. 가서 더 강해져 오라고 전해라.”


털썩! 의자에 앉아 들썩이는 가슴을 내려다보며 왠지 모르게 흐뭇한 표정을 짓고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마신의 눈치를 보며 어정쩡하게 서 있던 마족 카론이 급히 강수를 들쳐메곤 마신의 마음이 변할까? 강수가 머물던 동굴을 향해 빠르게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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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7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6) 22.08.23 90 1 12쪽
96 96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5) 22.08.22 88 0 10쪽
» 95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4) 22.08.20 121 0 12쪽
94 94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3) 22.08.19 97 0 11쪽
93 93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2) 22.08.18 101 2 9쪽
92 92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1) 22.08.17 104 0 9쪽
91 91화. 혼자 남겨지다. (4) 22.08.16 103 0 12쪽
90 90화. 혼자 남겨지다. (3) 22.08.15 107 0 16쪽
89 89화. 혼자 남겨지다. (2) 22.08.13 106 0 9쪽
88 88화. 혼자 남겨지다. (1) 22.08.12 1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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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화. 생과 사 그리고 마신 하데스(Hades). (1) 22.08.10 11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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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깨어나다. (1) 22.08.06 113 1 9쪽
82 82화. 헤어짐의 시작. (3) 22.08.05 111 1 10쪽
81 81화. 헤어짐의 시작. (2) 22.08.04 120 0 13쪽
80 80화. 헤어짐의 시작. (1) 22.08.03 1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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