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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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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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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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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글자수 :
492,474

작성
22.07.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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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74화. 인연(因緣). (7)

DUMMY

붉은 달이 떠오르며 세상을 불태우기라도 하듯 붉은빛으로 물들이는 순간 감겨있던 눈을 서서히 뜨는 마검.


“어찌 결정했을까? 궁금하군.”


미소를 짓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를 비꼬는 것인지 입꼬리를 말아 올려 보이곤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 밖으로 나간다.

붉은 달이 뜨자 다시 울부짖기 시작하는 임 장군의 앞에 그림자 하나가 드리운다.


“허∼허 밤이 길구나! 길어. 이제 날이 밝았으니 어떻게든 끝이 날것이네. 그러니 오늘만 잘 버텨보시게. 아시겠나?”

“으악! 아∼악”


마치 현무진인의 말에 답을 하듯 임 장군이 울부짖다가 순간 의지를 상실한 허연 눈을 부라리며 현무진인에게 몸을 날려 손을 뻗는다.

하지만 손끝 한 마디 차이로 현무진인의 옷자락에 손이 닿지 않자 현무진인을 보며 으르렁거리다 다시 좀 전의 자리로 돌아가 몸을 움츠린다.


“진행이 빨라진 것인가? 하∼ 강수가 빨리 결정을 해야 할 텐데. 걱정이구나.”


안쓰러운 눈빛으로 마치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는 임 장군을 가만히 바라보는 현무진인, 한참을 그렇게 아무런 말도 없이 임 장군을 바라보다가 누군가 동굴 쪽에서 이곳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자 뒤돌아 천막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현무진인이 발걸음을 돌리자 움츠리고 있던 임 장군이 후다닥! 달려 나와 손을 뻗으며 가지 말라고 자신을 혼자 두고 가지 말라고 애원하듯 현무진인의 등에 대고 울부짖는다.


“으악! 으악! 으악악∼”


순간순간 비치는 흐리멍덩한 눈빛에서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난다.


붉은 달빛을 받으며 편히 자는 강수를 내려다보다 괜스레 얄밉다는 생각에 손을 든 미려가 꿀밤을 때리려다 조심스럽게 강수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하∼ 어떻게 하는 것이 강수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 밤새 고민을 해보았지만, 아직도 뭐가 맞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이제 곧 결정해야 하는데···.’


이때 문득 누군가 천막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자 강수가 깰까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죽이며 천막 밖으로 나간다.

축 처진 어깨를 하고선 터벅! 터벅! 걸어가던 취웅의 눈에 천막 밖으로 나오는 미려가 들어오자 순간 탁! 땅을 찬다.


“어찌하기로 하였느냐?”

“안녕하십니까? 사부님.”

“아니···. 그래, 안녕 못하다만. 어찌하기로 하였느냐?”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사부님.”

“그래 그럴 것이다. 쉽게 결정 내릴 일이 아니고말고. 하지만 나는 말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강수가 이 일을 했으면 좋겠구나.”

“이유를 물어도 되겠는지요.”

“강수의 뇌 속에는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처음 강수가 이곳에 왔을 때 어지럽다고 하지 않았느냐?”

“네. 그랬었죠.”

“그 이유가 강수의 머릿속에 괴생명체가 자라면서 뇌를 압박해 생긴 것이 아닌가 싶었거든. 하지만 그때까지는 딱히 해결 방법도 없고 해서 너나 강수에게 괜한 걱정거리만 하나 안겨줄 것 같아 말을 하지 않았단다.”

“설마 그 괴생명체로 인해 강수가 죽을 수도 있는 건가요?”


긴 한숨과 함께 취웅의 고개가 끄덕인다.


“정확한 건 나도 모른단다. 하지만 이전 세상에서 내 보았을 때 강수와 같이 머리에 저런 것이 자라는 이는 보통 얼마 못 살고 죽더구나. 하여 아마도 강수가 이곳이 아닌 이전 세상에 있었다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그만큼 강수의 뇌 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위험한 것이지. 암, 그렇고말고. 하여간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없앨 수 있을 때 없애는 것이 좋다고 본단다. 그리고 그때가 지금이고 말이다.”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요? 사부님!”

“지금으로선 강수가 그만한 힘을 얻어 없애는 방법 말고는 없단다. 하지만 그리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릴 테고, 그에 따른 후유증도 꽤 심하겠지. 강수의 뇌 속에 자리한 괴생명체도 그만큼 자랄 테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네 사부님.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임 장군님의 목숨을 취하고 강수가 받을 충격보다는···.”

“안다 알아. 하지만 이런 기회 또한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믿어라. 현무진인과 마검을!”

“네 사부님.”

“그래 그럼 내 너에게 할 말도 다 한 것 같으니 이만 가보마.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들어가거라.”

“네 들어가십시오. 사부님.”


긴 한숨과 함께 힘없이 내딛는 발걸음 그리고 축 처진 어깨, 몇 걸음 걸어갔을까? 긴 한숨을 내쉬며 터벅터벅! 취웅이 어디론가 걸음을 옮긴다.


‘무엇이 그리 밝던 사부님을 저리 힘들게 짓누르는 것일까? 자책하시는 것인가? 그렇구나! 사부님도 힘드시겠구나. 하∼’


미려가 한숨을 내쉬곤 이내 뒤돌아 천막 안으로 들어간다.


붉은 달과 푸른 달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한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두 개의 달이 경쟁하듯 서로의 몸을 갉아 먹다 더는 갉아 먹을 것이 없을 때쯤 하늘에는 둥근 하나의 검은 달이 모든 빛을 빨아들인 듯 세상을 어둠으로 물들인다.

어둠도 잠시 다시 태어나듯 한쪽에서는 붉은 달이 다른 한쪽에서는 푸른 달이 검은 달의 배를 가르고 고개를 내민다.

서서히 밝아지는 세상과 그런 세상 속에 동굴 앞 전경 또한 빛을 받아 서서히 밝아진다.

밝음과는 상관없다는 듯 무겁고 어두운 기운만이 동굴 앞을 잠식하고 이때 밝음이 싫은 듯 임 장군이 울부짖는다.


“으아악! 아아아악!”


임 장군의 울부짖음에 임 장군을 빙 둘러 무릎 꿇고 앉아 있는 금의위 군인들의 어깨가 들썩거린다.

여기저기서 안타까움이 깊게 배어나는 한숨을 내뱉는 마검대와 정파 무림인들, 하지만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외면하듯 시선을 돌린다.

어느새 동굴 너머 언덕을 향해 붉은 달이 조금씩 기운다.

붉은 달이 조금씩 언덕을 향해 기울자 기온이 내려간 것인지 마검대와 정파 무림인들 입에서 어느샌가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허허 오지 않을 모양인 것 같구먼. 이제 어찌하려는가?”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기분이 나쁜 것인지 인상을 한껏 찡그린 채 동굴 입구를 수시로 살피던 취웅이 옆에 서 있던 현무진인을 쳐다본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기다려보시지요?”

“안 오는 사람을 기다려 뭐하겠는가? 허허 답답하구나! 답답해. 이리 하루가 길었다는 말인가? 참 길구나! 길어.”


이때 지금껏 눈을 감고 있던 마검의 눈이 서서히 떠지고 이내 현무진인의 고개가 천천히 동굴 입구를 향한다.

웅성거리는 동굴 입구의 사람들, 마치 누군가에게 길을 열어주듯 두 패로 갈라지고 그사이를 강수와 미려가 걸어 나온다.

강수와 미려를 보자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인지 취웅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땅을 치며 왜 이리 늦게 온 거냐고 투덜거린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굳은 표정, 떨리는 눈동자, 크게 숨을 들려 쉬어 보지만 심장이 터질 듯 뛸 뿐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이러면 안 돼. 미려야! 네가 지금 이러면 강수를 누가 지켜? 진정하자 미려야! 진정해야 해! 제발, 제발 진정하자.’


속으로 중얼거려보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자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뱉는다.

미려의 이런 심정을 느낀 걸까? 강수가 미려와 맞잡은 손을 꼭 감싸 쥔다.


‘어! 왜?’


걸음을 멈추려던 미려가 다시 걸음을 내디디며 슬쩍 강수에게 고개를 돌린다.

씨익! 강수가 미려를 보며 미소 짓는다.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를.

마음이 무거워서일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 강수를 외면하려는 미려, 하지만 맞잡은 손을 강수가 다시 꼭 잡자 자신도 모르게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하∼ 그래 다 잘될 거야.’


속으로 중얼거리며 힘차게 한발 걸어 나간다.

강수와 미려가 왔다는 것을 알지만, 부담을 주기 싫어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임호연 장군을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아 미동도 하지 않는 금의위 군인들.

저벅! 저벅! 강수와 미려가 현무진인과 마검 앞에 멈춰서자 그때까지도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취웅이 벌떡 일어나 다급하게 미려의 손을 맞잡는다.


“어찌 결정하였느냐?”

“네.”


꿀꺽! 목이 타는지 마른침을 삼키곤 이내 취웅이 다시 묻는다.


“하기로 한 것이냐?”


취웅의 말이 끝나는 순간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바람 소리조차도.

바로 그때 맑은 강수의 목소리가 또박또박 모두의 귀를 파고든다.


“네 할아버지. 하기로 하였습니다.”


철퍼덕! 취웅이 다시 주저앉는다.


“아이쿠 그래, 고맙구나. 고마워. 그리고 미안하다. 이 할아버지가 못나서 너에게 이런 힘든 일을 시키게 되는구나. 에이고 내가 조금만, 조금만 일찍 화경에 올랐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을···.”

“마검대는 지금 즉시 대법을 준비하라. 시간이 없다. 서둘러라.”

“충!”


마검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검대가 임호연 장군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금의위 군인들 사이를 빠르게 치고 들어가 임호연 장군이 묶여있는 주위 땅에 기괴한 도형을 그리기 시작한다.

마검대의 느닷없는 행동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자신들이 혹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벌떡 일어난 곽 부관이 뒤돌아 금의위에 명령을 내린다.


“금의위는 지금 즉시 뒤로 오십 보 물러나 사열대형을 갖춰라!”


일사불란하게 다섯 사람 정도 지나갈 통로를 두고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는 금의위 군인들, 순식간에 사열대형을 갖추고 선다.

사열대형이 갖춰지자 중앙 통로를 뚜벅뚜벅 걸어 사열이 시작되는 곳에 서는 곽 부관, 순간 밀려오는 슬픔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뚝뚝 흘린다.

더는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는 듯 입술을 깨물며 거칠게 오른손을 들어 눈물을 훔치곤 고마움과 미안한 감정이 뒤섞인 눈빛으로 강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부담스러운지 강수가 슬그머니 고개를 숙여 그런 곽 부관의 시선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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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1화. 혼자 남겨지다. (4) 22.08.16 103 0 12쪽
90 90화. 혼자 남겨지다. (3) 22.08.15 107 0 16쪽
89 89화. 혼자 남겨지다. (2) 22.08.13 10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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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화. 생과 사 그리고 마신 하데스(Hades). (1) 22.08.10 114 1 11쪽
85 85화. 이별. +2 22.08.09 136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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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깨어나다. (1) 22.08.06 11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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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화. 헤어짐의 시작. (2) 22.08.04 120 0 13쪽
80 80화. 헤어짐의 시작. (1) 22.08.03 139 0 12쪽
79 79화. 인연(因緣). (2-3) 22.08.02 125 1 13쪽
78 78화. 인연(因緣). (2-2) 22.08.01 139 0 11쪽
77 77화. 인연(因緣). (2-1) 22.07.30 127 0 9쪽
76 76화. 인연(因緣). (9) +2 22.07.29 135 1 13쪽
75 75화. 인연(因緣). (8) 22.07.28 118 0 11쪽
» 74화. 인연(因緣). (7) 22.07.27 120 2 10쪽
73 73화. 인연(因緣). (6) 22.07.26 122 1 14쪽
72 72화. 인연(因緣). (5) 22.07.25 123 1 11쪽
71 71화. 인연(因緣). (4) 22.07.23 120 0 11쪽
70 70화. 인연(因緣). (3) 22.07.22 116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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