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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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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50
추천수 :
131
글자수 :
492,474

작성
22.08.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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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96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5)

DUMMY

누나가 나를 보며 웃는다.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따듯하다.

누나의 품이, 그리고 언제나처럼 좋은 내음이 난다.

향긋한 꽃내음이.


‘하∼ 이렇게 죽고 싶다.’


퍽!


미려의 가슴을 마신의 손이 뚫고 나온다.

피가 튀고 마신의 손에 들린 누나의 심장이 거칠게 뛴다.

하지만 누나는 나를 보며 웃는다.

자기 심장이 마신의 손에 의해 끄집어내졌음에도, 웃는다.


‘의∼악! 안돼···. 안돼 누나 죽지 마. 제발 나를 두고 죽지 말란 말이야. 제발···. 누나!’


소리쳐보지만, 그 어떤 소리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단지 눈물만 흘러내릴 뿐.


“또 우는군.”


누워있는 강수를 지켜보던 마족 카론이 어디서 구했는지 자그마한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 준다.


“오 일째인가? 흠∼ 하긴 인간이 마신에게 그렇게 맞고도 이리 살아 있다는 것이 웃기는 일이지. 내일쯤이면 깨어나려나?”


혼잣말을 내뱉곤 옆에 피워놓은 모닥불에 나무를 하나 집어넣는다.


붉은 달이 떠오른다.

어제와 똑같이.

하지만 어제와 다른 건 강수가 일어나 앉아 있다는 것이다.


“하∼ 죽어도 여기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핼쑥해진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던 강수가 멀리 마족 카론이 다가오는 것이 보이자 두 눈을 깜박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깨어났군.”

“어! 어떻게 카론님이 이곳에 계시는 거죠? 혹 카론님도 죽은 건가요?”

“내가 죽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난 죽지 않았네.”

“그럼 제가 죽은 게 아니란 말인가요?”

피식! “왜 죽고 싶었나 보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왜 죽이지 않은 건가요? 왜?”

“그야 난 모르지. 하지만 마신님께서 더 강해져 오라 하셨으니 좀 더 분발해야 할 것이네. 그럼 마신님 말도 전했으니 난 이만 가보겠네.”


마족 카론이 돌아서자 이를 멍하니 바라보던 강수가 일어나 고개를 숙인다.


“고맙습니다.”


걸음을 멈추는 마족 카론.


“난 마신님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니 고마워할 필요 없네.”


마족 카론이 다시 걸음을 옮긴다.

피식! 강수가 웃는다.


“그래도 고맙습니다.”


들은 건지 아니면 못 들은 것인지 마족 카론이 그냥 걸어간다.

하지만 전과 달리 카론의 등이 미소를 띤다.


“하∼ 죽고 싶었는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 제기랄.”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다가 옆에 모닥불이 꺼지자 개울가로 걸어가 너덜거리는 옷을 벗어 놓고 몸을 씻는다.

한참을 씻다가 강수가 갑자기 하늘을 쳐다보며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개새끼 다음에는 꼭 죽일 수밖에 없게 해주겠다. 아니면 내 손으로 죽이던지. 두고 보자 개새끼야.”


벌떡 일어나 개울 밖으로 나와 대충 몇 번 뛰어 물기를 털어내곤 벗어 놓았던 옷을 입고 옆에 열린 열매를 하나 따 수련장으로 향한다.

수련장 중앙에 강수가 서 있다.

두 눈을 감고, 가만히 마신과의 싸움을 복기하며 하나하나 되짚어본다.

그리곤 모든 것을 돌아본 강수가 천천히 눈을 뜬다.


“더 무엇을 해야 할까?”


강수 본인에게 묻지만,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하∼”한숨을 내쉰다.


“더 강해질 수 있을까? 지금 보다 더. 흥! 하긴 지금처럼 강해질 거라고 내가 이전에 알았던가? 하∼ 우습구나! 강수야. 이름도 없던 네가 지금의 모습이라니···. 그래 해보자 그리고 당당하게 싸우자.”


스르렁!


검을 뽑아 든 강수가 천천히 춤을 추듯 검을 움직인다.

시간이 흐른다.

하루, 한 달, 일 년.

이곳에 있는 세 명의 존재에게 시간의 흐름이란 그저 지루함만 느끼게 할 뿐 그 어떤 의미도 주지 못했다.

이 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갈 때쯤 강수가 마신을 찾아왔다.

하지만 어김없이 마신에게 죽도록 맞고 정신을 잃은 채 마족 카론의 등에 업혀 동굴로 돌아와야 했다.

마족 카론은 왜 마신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강수를 죽이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전에 혼이 난 적이 있어 더는 마신에게 물어볼 용기는 없었다.

시간이 흘러 강수가 깨어나 마신에게 보고하러 갔을 때 마신은 마족 카론에게 커피나 한잔하고 가라고 말을 건네곤 오두막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마신의 눈치를 보며 할 수 없이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 커피를 내려 마신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커피 가지고 왔습니다. 드시지요?”


천천히 눈을 뜬 마신이 커피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 한 모금 들이켜곤 아직도 서 있는 마족 카론을 쳐다본다.


“나랑 같이 있기 싫은 게 아니면 앉지.”

“아니 그런 것이 아니오라.”

“됐다. 앉아라.”

“네.”


대답과 동시에 앉아 잔을 들어 허겁지겁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가는 마족 카론, 뜨거운 커피를 후루룩! 마셔버리곤 급히 찬을 내려놓는다.

그 모습에 피식 마신 하데스가 미소를 머금고는 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켠다.


“넌 내가 왜 인간을 죽이지 않는지 궁금하겠지? 근데 전에도 말했듯 네가 나와 같은 상황이면 너 또한 나와 같이 행했을 것이다.”

“그게 전 마신님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없으니 궁금할 따름입니다.”

“그런가? 흥! 하긴 그렇군. 그럼 네가 커피를 끓여준 보답으로 알려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하데스님.”

“감사는 뭘. 그냥 지루해서 살려준 것뿐이다. 물론 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지만.”


마신의 말에 마족 카론이 눈만 껌벅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처음엔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됐거든. 인간의 심장을 손만 뻗으면 손에 쥘 수 있는데, 마지막에 손이 안 움직이는 거야. 머릿속에서 난리가 난 거지? 죽이면 안 된다고. 죽이면 다시는 이곳 마계의 끝에서 나에게 대항하는 존재는 없을 것이라고 말이야. 이제 알겠나?”

“죄송합니다. 마신이시여 제 상황에서는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그래 자네라면 심장을 꺼내먹었겠지. 그리고 그게 맞는 것이고 말이야. 하지만 지금의 난 저 인간을 죽일 수가 없단 말이지. 왜? 심장을 꺼내먹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을 주거든. 크크크! 그리고 말이지···. 쩝 아니네! 그만 가보게, 더 말하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군.”

“아! 에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마신이시여.”


꾸벅! 인사를 건네곤 뒤돌아 재빨리 사라지는 마족 카론.

그런 마족 카론을 보며 마신이 혀를 찬다.


“쯧쯧. 인간보다 못한 마족 같으니. 그나저나 저 인간이 나를 죽일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크크크! 창조주가 난리가 나겠지. 아마도 미칠 거야. 나 하데스가 인간에게 흡수가 될 테니. 크크크! 생각만 해도 즐겁구나. 즐거워. 크크크!”


푸른 달만 홀로 남아 동굴 입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강수를 비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왜 마신의 심장을 가를 수 없는 것일까? 분명 두 분 사부님들이 알려주신 대로 검에 나를 온전히 실어 펼쳐보기도 하였고, 천마신공의 마지막 검법인 풍검 또한 펼쳐 보였는데. 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 것이냔 말이다. 왜?’


강수는 생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그러나 그 길은 강수에게 쉽게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

“하∼”긴 한숨과 함께 눈을 뜨는 강수가 수련장으로 향했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길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접어두고 몸으로 직접 부딪쳐 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 정도는 알기에 검을 빼 든다.

주위로 살랑이는 봄바람처럼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와 강수의 몸을 타고 흩어진다.

그렇게 시작된 바람에 나뭇잎이 떨어진다.

바람을 타고 살랑이며.

그 순간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던 강수가 문득 검을 멈춘다.


“벨 수 있을까? 거리와 공간을 넘어 마신의 심장만을···. 그것이 가능하다면, 해보자. 해보고 나서 후회하더라도 우선은 하자.”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강수가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그동안의 깨달음과 마족들의 자아를 흡수하면서 자연스럽게 넓어진 뇌를 사용해 사색의 확장을 시도한다.

그렇게 시작된 사색의 확장은 한 달간 이어졌다.

하지만 그 한 달간의 사색을 통해 얻은 결론은 아무런 힘의 연결고리 없이 거리와 공간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물체를 벨 수는 없다. 라는 결론이었다.

강수는 다시 평상시 하던 것처럼 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족 카론이 찾아왔다.

커다란 멧돼지를 짊어지고.

둘은 모닥불을 피워 멧돼지를 구웠다.

마족은 구운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처음엔 다 굽지 않으려 했지만, 카론이 자신은 괜찮다는 말에 강수 이젠 무슨 맛인지 모를 멧돼지 고기를 맛있게 먹는 척을 하여야만 했다.

붉은 달이 떠오르고 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족 카론은 강수에게 잘 있으라, 말하곤 블링크라 작게 주문을 외웠다.

마족 카론이 그 자리에서 사라져 멀리 나무 위에서 다시 나타난다.

다시 블링크라 작게 외치자 또다시 사라졌다.

강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왜? 저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자책하며, 그리고 그 순간 빠르게 주변을 정리하곤 동굴로가 사색을 시작했다.

블링크라는 마법에 대하여.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강수는 하나의 결론을 얻었다.

공간을 접는다. 라는 결론을.


하나의 점과 멀리 떨어진 다른 하나의 점을 연결하는 방법은 둘 사이에 선을 그어 연결하든가 아니면 두 점 사이의 중간 부분을 접어 합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두 가지 방법 중에서 강수는 블링크라는 마법을 통해 공간을 접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건 블링크라는 마법이 그렇게 공간을 접어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마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수는 이후 공간을 접는 연습을 하기 시작하였다.

검을 휘둘러 순간 공간을 접어 목표로 한 물체를 베기 위해.

하지만 마족들이 사용하는 블링크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강수는 현재 다른 길이 없기에 수천수만 번의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공간 너머를 베기 위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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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5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4) 22.08.20 121 0 12쪽
94 94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3) 22.08.19 97 0 11쪽
93 93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2) 22.08.18 101 2 9쪽
92 92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1) 22.08.17 104 0 9쪽
91 91화. 혼자 남겨지다. (4) 22.08.16 103 0 12쪽
90 90화. 혼자 남겨지다. (3) 22.08.15 107 0 16쪽
89 89화. 혼자 남겨지다. (2) 22.08.13 106 0 9쪽
88 88화. 혼자 남겨지다. (1) 22.08.12 112 0 12쪽
87 87화. 생과 사 그리고 마신 하데스(Hades). (2) 22.08.11 122 0 16쪽
86 86화. 생과 사 그리고 마신 하데스(Hades). (1) 22.08.10 114 1 11쪽
85 85화. 이별. +2 22.08.09 136 1 17쪽
84 84화. 깨어나다. (2) 22.08.08 122 1 9쪽
83 83화. 깨어나다. (1) 22.08.06 113 1 9쪽
82 82화. 헤어짐의 시작. (3) 22.08.05 112 1 10쪽
81 81화. 헤어짐의 시작. (2) 22.08.04 120 0 13쪽
80 80화. 헤어짐의 시작. (1) 22.08.03 1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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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화. 인연(因緣). (2-2) 22.08.01 13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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