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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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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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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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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글자수 :
492,474

작성
22.07.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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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77화. 인연(因緣). (2-1)

DUMMY

고요한 밤. 갑자기 우두둑! 우두둑! 소리와 함께 심한 악취가 진동한다.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는 미려, 무슨 일인가 싶어 소리가 나는 곳을 찾다 강수가 있는 곳에서 나는 소리라는 것을 알고 눈에 힘을 준다.

온몸이 뒤틀려 뼈란 뼈는 모두 탈골된 듯 흐느적거리는 강수의 몸, 입고 있던 옷은 몸속 노폐물과 섞여 나온 검은 액체에 녹아 없어진 듯 하얀 속 살이 푸른 달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강수의 모습에 놀라 멍하니 서 있다가 불현듯 정신을 차리곤 강수에게 뛰어가려는 순간 누군가 어깨를 잡자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강수가···.”

“환골탈태가 일어나는 과정이라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잡고 있던 미려의 어깨를 놓으며 현무진인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환골탈태라니요. 그게 왜?”

“정확한 이유는 나 또한 모른다네. 단지 임 장군과 마족의 기를 받는 데 한계를 느낀 강수의 몸이 자체적으로 더 많은 기를 받아들이기 위해 환골탈태를 일으킨 것이 아닐까 추측할 뿐.”

“그럼 이제 강수는 어찌 되는 건가요?”

“환골탈태를 무사히 마치면 몸이 성장하겠지. 스무 살 전후의 건장한 청년의 몸으로···.”

“네! 스무 살요?”

“왜 그리 놀라나? 환골탈태를 하게 되면 당연히 무공을 익히고 펼치는 데 있어 가장 적합한 육체로 변한다는 것을 혹시 모르고 있었나?”

“아니, 그래도 강수는 아직 어린아이인데 갑자기 몸만 스무 살로 성장한다고 하니 믿어지지 않아서···.”

“하긴 자네의 처지에선 그렇기도 하겠군. 하지만 어떡하겠나. 그것이 순리인 것을.”


점점 심하게 뒤틀리고 꺾이는 강수의 뼈와 관절들, 소리 또한 점점 요란해지다 이내 확 젖혀지는 강수의 머리, 얼굴과 머리 전체의 뼈들이 심하게 뒤틀리고 입과 코, 눈이라고 예상되는 곳에서 검은 액체가 꿀럭! 꿀럭! 외부로 흘러나온다. 썩어 문드러진 시체에서 날 법한 그런 심한 악취를 풍기며···.

잠시 후 검은 액체가 강수의 몸에서 모두 빠져나오고 일각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서서히 강수의 얼굴 형태가 이전과는 묘하게 다른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신체 또한 미세하지만 계속 자란다.


붉은 달이 떠오르고 임 장군의 몸에서 스멀스멀 뿜어져 나오던 기도 이제는 지졌는지 끊어질 듯 말듯 가늘게 이어지다 어느 순간 멈추고, 이내 투명하게 빛나던 임 장군의 몸이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린다.


쿵! “장군!”


곽 부관과 금의위 군인들이 무릎을 꿇고 임 장군을 부르짖는다.


“잘 가시게. 내 곧 따라갈 테니 좋은 자리 알아보게나.”


취웅의 넋두리에 옆에 있던 현무진인이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마검은 아무런 감흥이 없는지“지루하군.”이란 한마디를 내뱉곤 뒤돌아 임시로 설치해 놓은 천막 안으로 들어간다.


언제 가지고 온 것인지 미려가 두툼한 짐승의 털로 만든 이불을 들고 조용히 벌거벗은 강수의 곁으로 다가가 기의 전이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마지막 기가 강수의 몸으로 스며들자 들고 있던 털 이불로 강수의 몸을 살며시 감싸곤 방긋 미소 짓는다.


“우리 강수 참 잘생겼네.”


어디가 끝이고 어디가 시작인지 알 수 없는 순백의 공간, 퉁퉁 부은 눈과 축 처진 어깨 그리고 이지(理智)를 상실한 듯 멍한 얼굴을 한 강수가 걷고 있다.

걸음을 멈추면 이전 임호연 장군과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 같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계속 옮긴다.

하지만 머릿속 미세한 틈을 뚫고 들어온 망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강수의 머릿속을 서서히 물들인다.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내가 왜? 뭐가 잘났다고, 금의위 형들도 곽 부관님도 못 한다고 한 일을 내가 왜? 미친놈···. 하지 말았어야 했어. 젠장! 하∼ 근데 여기는 어딜까? 하긴 알아서 뭐 해. 어차피 꿈인데.’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하며 걷고 또 걷던 강수가 슬쩍 발을 쳐다보곤 이내 피식! 미소를 짓는다.


‘꿈이라 그런가? 다리가 안 아프네. 이 정도 걸었으면 아플 만도 한데. 어! 저게 뭐지?’


순백의 공간에 멀리 검은 점 하나가 찍혀있는 것이 들어오자 눈을 가늘게 뜨곤 무언지 확인하려 노력하다 거리가 너무 멀어 확인이 안 되자 한 걸음 한 걸음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검은 점을 향해 다가간다.

이곳은 어차피 자신의 꿈속이니 바쁠 게 없으니까.

한참을 다가가다 어느 순간 검은 점이 사람의 형태로 보이자 멈칫 걸음을 멈추곤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 사람이다. 누구지? 여긴 내 꿈속이 아닌가? 내 꿈이면 내가 모를 리가 없잖아. 그럼 여긴 어디지? 아 미치겠네. 계속 가야 하나? 도망갈까? 어디로···. 하∼ 바보. 그래 가보자. 가서 물어보자. 여기가 어디냐고? 저 사람은 알겠지. 뭐 아니면 말고.”


멈춰 서있던 강수의 발이 이전보다 급하게 앞에 있는 사람을 향해 움직인다.


“익숙하다. 분명 내가 아는 사람이다. 누구지? 설마 아니야 임 장군님이 왜? 아! 맞다.”


탁! 강하게 땅을 찬 강수가 순간 사라졌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한 사람의 옆에 나타나 고개를 숙인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입을 웅얼거리다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번뜩 고개를 쳐든다.


“늦었구나.”

“아! 네 장군님. 저기···.”


임호연 장군과 눈이 마주치자 참았던 눈물이 터지며 무릎을 꿇고 흐느낀다.


“죄송···. 합니다. 제가, 제가 잘못···. 했습니다.”

“무엇을 말이야?”

“장군님을 죽였잖아요. 제가.”

“그게 왜 네가 나에게 죄송할 일이고 잘못한 일인 것이냐? 넌 나의 은인이다. 네가 만약 나를 죽이지 않았으면 난 마족에게 영혼을 잡아먹혀 영원히 이 지옥에 갇히게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아팠을 것 아니에요. 제가 가슴을···.”

“아니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전 아직도 느껴진단 말이에요. 검이 장군님의 가슴을 가르고 들어갈 때 그 느낌이요.”

“흠∼ 썩 기분 좋은 기억은 아니겠구나. 하지만 진짜 아프지 않았단다. 그 마족 놈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어, 되려 통쾌했단다.”

“통쾌했다니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그런 게 있단다. 지금 말하기에는 좀 그렇구나. 다음에 말해주마.”

“네. 근데 마족은 죽은 건가요?”

“그래 죽었다. 네가 나를 죽이기 전까지는 내가 나의 몸의 주인이었기 때문에 너에게 흡수되기 위해서는 마족은 나에게 흡수되어야 하는 것이 이곳의 법칙. 하여 마족은 죽었다.”

“헤헤! 죽었다니 다행이네요.”


멀뚱히 임호연 장군을 바라보다 불현듯 이제 무엇을 어찌해야 하나? 라는 생각에 임호연 장군의 눈치를 보며 슬쩍 말을 건넨다.


“저기 장군님!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이제 어찌 되는 것입니까?”


임호연 장군의 입가에 따듯한 미소가 그려진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네! 무슨 시간 말입니까?”

“나와 마족의 모든 것을 네가 받아들이는데 말이다.”

“얼마나 걸리는데요?”

“음∼ 아마도 이곳의 시간으로는 이년 정도는 족히 걸리지, 싶은데.”

“이년이요. 그럼 이전 세상의 시간으로 이십 년이라는 말인데. 그렇게 오래 걸린다고요?”

“당연한 것 아니냐? 나나 마족이나 얼추 화경의 경지이거늘. 그런 둘의 기와 기억 모두를 초절정인 네가 흡수하고 너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니 말이다. 솔직히 이년도 난 빠르다고 본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십 년입니다. 이십 년. 그게 빠르다고요?”

“그럼 어떻게 하겠느냐? 그것이 이치이거늘.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나와 마족의 기만 모두 네가 흡수하는 데에만도 족히 일 년 하고 반년은 더 걸릴 것이다.”

“그럼 다른, 그러니까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방법은 없는 것입니까?”

“음∼ 마족은 죽었으니. 그냥 흡수되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고. 나의 기억은, 그래 내가 직접 너에게 전수하면 조금이나마 시간을 줄일 수는 있겠구나.”

“음∼ 그럼 먼저 장군님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인가요?”

“그래.”


임 장군의 고개가 끄덕이자 강수가 곧바로 철퍼덕!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바르게 정자세를 취하곤 맑은 두 눈을 깜박인다.

피식! 임장군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그래 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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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4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3) 22.08.19 9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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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2화. 혼자가 아니라 미소를 짓는다. (1) 22.08.17 104 0 9쪽
91 91화. 혼자 남겨지다. (4) 22.08.16 104 0 12쪽
90 90화. 혼자 남겨지다. (3) 22.08.15 107 0 16쪽
89 89화. 혼자 남겨지다. (2) 22.08.13 106 0 9쪽
88 88화. 혼자 남겨지다. (1) 22.08.12 112 0 12쪽
87 87화. 생과 사 그리고 마신 하데스(Hades). (2) 22.08.11 122 0 16쪽
86 86화. 생과 사 그리고 마신 하데스(Hades). (1) 22.08.10 11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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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4화. 깨어나다. (2) 22.08.08 122 1 9쪽
83 83화. 깨어나다. (1) 22.08.06 113 1 9쪽
82 82화. 헤어짐의 시작. (3) 22.08.05 112 1 10쪽
81 81화. 헤어짐의 시작. (2) 22.08.04 120 0 13쪽
80 80화. 헤어짐의 시작. (1) 22.08.03 139 0 12쪽
79 79화. 인연(因緣). (2-3) 22.08.02 126 1 13쪽
78 78화. 인연(因緣). (2-2) 22.08.01 139 0 11쪽
» 77화. 인연(因緣). (2-1) 22.07.30 128 0 9쪽
76 76화. 인연(因緣). (9) +2 22.07.29 1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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