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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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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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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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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글자수 :
492,474

작성
22.07.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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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2화. 인연(因緣). (5)

DUMMY

피식! 마검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다 알 것이다. 내가 마족의 영혼을 흡수한 사실을. 해서 난 마족의 영혼에 담겨있던 기억을 통해 이곳이 어떤 곳인지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잠시 말을 끊은 마검이 아무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눈빛으로 세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곤 이내 다시 말을 잇는다.

“이곳은 마계! 우리 말로 지옥이다. 지옥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지옥. 그리고 우리와 싸운 것들은 예측한 데로 악마, 마족이 맞다. 그리고 이곳에는 악마들의 왕이 존재하며 이곳과 연결된 다른 세계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살던 세계는 아닌 것 같다. 마족의 기억을 들춰 봤을 때는···.”


긴장과 걱정 그리고 호기심이라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천막 안, 목이 타는지 말을 끊고 옆에 놓인 찻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간 마검이 벌컥벌컥! 차를 단숨에 마시곤 탁! 잔을 내려놓는다.


“이제 임 장군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다. 임 장군에게는 두 가지 경우가 존재한다. 의미 없는 죽음과 의미 있는 죽음. 선택은 금의위와 강수가 한다.”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강수와 미려가 두 눈을 껌벅이며 마검과 현무진인을 번갈아 바라본다.


“허허! 이보게 그리 말하면 어찌 강수나 강수의 누이가 알아듣겠나. 내 자네에게 들은 대로 말해 볼 터이니, 내가 틀린 곳이 있거나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때 자네가 나서주는 건 어떻겠나?”

“음 알았다. 그렇게 하지.”


대답과 동시에 마검이 눈을 감자 현무진인이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당황한 기색을 보이는 미려와 눈을 맞춘다.


“자! 내 차근차근 알아듣게 설명해 볼 터이니 너무 심려 말게나.”

“네. 잘 새겨듣겠습니다.”

“고맙네! 어디서부터 설명을···. 그래 먼저 마검님의 말처럼 임 장군은 지금 죽어가고 있네.”

“살릴 방법은 없는 건가요?”

“지금으로선 없네.”


미려의 시선이 옆에 앉아 눈물 흘리고 있는 곽 부관을 잠시 쳐다보았다 이내 현무진인에게 다시 움직인다.


“임 장군님이 죽어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혹 물어도 되겠는지요?”

“마족의 영혼 때문이지. 기와 함께 전이된 마족의 영혼이 지금 임 장군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네.”

“영혼이 전이 되었다니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마족 정도의 고위 악마들은 그가 가진 기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함께 자신을 죽인 당사자에게 흡수되어 기억까지도 공유한다고 하더군. 나야 잘 모르지만.”


슬쩍 현무진인이 마검을 쳐다본다.


“그럼 주화입마로 인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임 장군님의 영혼과 마족의 영혼이 임 장군님 내부에서 싸우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맞네. 하여 시간이 지나면 임 장군의 영혼은 마족에게 먹히고 임 장군의 몸은 마족이 지배한다고 하네.”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이 친구가 말하지 않았나. 이곳은 마계라고. 그러니 가능한 것이겠지. 하여간 마검님이 알아낸 바로는 만약 마족에게 임 장군의 영혼이 완전히 먹힌다면 임 장군의 영혼은 이 지옥에 갇혀 벗어날 수 없게 된다고 하더군.”

“그리되지 않게 하려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요?”

“의미 있는 죽음을 택하면 되겠지. 물론 이를 행하는 이에게는 힘든 일이겠지만.”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임 장군을 생각하는 미려의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현무진인의 얼굴에 따듯한 미소가 지어졌다 사라진다.


“흠! 의미 있는 죽음이란, 임 장군과 같은 심법을 익힌 사람이거나 아니면 임 장군의 기를 받아도 하등 문제 될 것이 없는 사람이 마족에게 완전히 잡아 먹히기 전에 임 장군의 목숨을 취한다면 지금 임 장군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운과 영혼을 흡수할 수가 있다네. 물론 임 장군의 영혼도 이곳 지옥에 갇히지 않게 되고.”

“그럼···.”

“그렇다네. 금의위와 강수가 여기에 속하는 사람일세.”

“금의위는 이해하겠는데 강수는 왜···?”

“강수가 익히고 있는 현문정종 내공심법 때문일세. 현문정종 내공심법은 여타 다른 내공심법과 다르게 이질적인 기운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융합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네. 그리고 그 어떤 내공심법보다 안정적이지.”

“하지만 금의위가 있는데, 강수가 이런 일을 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그런가요?”

“그게 그렇기는 하네만. 어찌 자신들의 손으로 주군의 목숨을 취할 수 있겠는가? 결코, 쉽게 볼일은 아니라네.”

“그럼 강수와 금의위 이외의 사람이 임 장군님의 목숨을 취하면 그때는 어찌 되는 건가요?”


미려의 말에 눈을 번쩍 뜬 마검이 짧게 한마디를 던진다.


“불가!”

“어찌 불가하다는 말인지요?”

“기는 약한 곳에서 강한 곳, 적은 곳에서 많은 곳으로 흐른다. 세상의 이치를 거스를 수 없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하나의 불문율이다.”

“그렇다면 죽는다는 건가요?”

“그렇다. 몸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임 장군은 화경을 넘은 사람이다. 일반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란 말이다.”

“흠! 흠! 자네가 마검님의 말을 이해하기는 좀 힘든 것 같아 내 부연 설명을 하자면, 화경인 임 장군의 목숨을 초절정의 경지에 든 사람이 취한다면 받아들일 기가 너무 많아 기를 받아들이다 지쳐 분명 의식을 잃게 될 게 뻔하네. 그리고 의식을 잃게 되면 좀 전에 마검님이 설명한 대로 기의 역전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그러면 이미 몸은 죽어 형체도 없는 임 장군의 기에 가지고 있던 모든 기를 빼앗겨 결국···.”

“죽겠군요. 몸이 터져서.”

“그렇지. 갈 곳 잃은 임 장군의 기가 대기로 빠져나가려고 할 테고, 그러면 그것을 방해하는 몸은 터트려야 할 테니. 그래야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하여 강수와 자네. 그리고 곽 부관을 이리로 오라고 한 것일세. 이 일을 의논하기 위해서.”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강수가 왜 이런 모험을 해야 하는지입니다. 금의위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임 장군님과 강수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강수는 임 장군님의 기를 받지 않아도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고요. 그런데 왜···.”


잠시 미려가 말을 잇지 못하다가 힘들게 다시 말을 잇는다.


“물론 저도 임 장군님의 영혼이 이곳에 갇히길 원치 않습니다. 하지만 강수가 위험해지는 건 누나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란 점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미려의 말에 어찌 답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고민하던 현무진인이 앞에 놓인 찻잔을 들자 옆에 앉아 있던 마검이 그런 현무진인을 슬쩍 쳐다보곤 이내 입을 연다.


“네 말이 맞다. 하지만 강수도 이제 무림인이다. 무림인이란 끝없는 강함을 추구한다. 지금 강수의 눈앞에는 강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 물론 위험하겠지. 하지만 화경의 경지에 발을 디딘 이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일이다. 무얼 뜻하는지 알겠느냐?”


마검의 말에 몽둥이로 강하게 머리를 맞은 것처럼 미려의 얼굴이 심하게 구겨진다.


‘화경···. 강수가 화경······. 위험하다. 하지만 화경의 경지에 오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 그래 화경이야. 강수가···.’


순간 수백 가지의 생각들과 경우의 수들이 미려의 머릿속에서 요동치지만 두 가지 상반된 생각에 섣불리 결론 내리지 못하고, 현무진인이 그런 미려의 고민을 덜어줄까 입을 뗀다.


“위험한 것은 잘 알지만, 화경이란 경지 또한 그리 호락호락하게 오를 수 있는 그런 경지는 아니라네. 자네의 스승님을 봐서 잘 알지 않나.”

“네. 하지만 그래도 혹여 일이 잘못되어 강수에게 해가 되는 일이 생긴다면···.”


이때 마검이 미려의 말을 자른다.


“그런 일은 없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그게 무슨 뜻인지요?”

“강수가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법을 함께 시행할 것이다.”

“예? 대법이라니···. 무슨 대법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별거 아니다. 그냥 인위적으로 잠을 자게 하는 대법이다. 하지만 깨어나는 것은 전적으로 강수의 의지에 달려있어 언제 깨어날지는 나 또한 모른다.”


모른다는 마검의 말에 미려가 짧은 한숨을 내쉰다.


“잘 알겠습니다. 마검님.”

“내일 붉은 달이 지기 전까지 결정해라.”

“너무 촉박합니다.”

“그건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늦출 방법은 없다.”

“하∼ 알겠습니다. 마검님.”


미려가 수긍하자 마검이 시선을 곽 부관에게 돌린다.


“너희 금의위는 강수가 못하게 되면 어찌하겠느냐?”

“하나만 묻겠습니다. 장군님의 생명을 취한 사람에게 장군님의 영혼 또한 들어가는 것입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장군님의 영혼에게 자기 몸을 넘겨드릴 수도 있는 것입니까?”

“불가!”

“마족은 장군님의 몸을 장악할 수 있는데. 어찌 이것은 안 된다고 하시는 것입니까?”

“마족과 인간은 다르다. 정신부터 몸 그리고 영혼까지···. 하여 마족은 몸과 정신이 분리되어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몸과 정신 그리고 영혼까지 하나로 이어져 있다. 해서 이것이 끊어지면 얼마 못 가 몸을 잃어버린 정신과 영혼은 붕괴한다. 그리고 죽겠지. 처참하게.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그래도···.”

“갈! 너는 너의 주군을 그리 욕보이고 싶은 것이냐? 살아 있되 살아 있지 않은 그런 귀신의 모습으로. 만약에 그리된다면 난 단칼에 그런 임 장군을 죽일 것이다. 명심해라. 알겠느냐?”

“아 우리 장군님 불쌍해서 어찌하나. 장군님! 장군님!”


곽 부관의 울부짖음에 마검은 보기 싫은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천막을 나서고 현무진인은 가만히 두 눈을 감는다.

안타까운 시선으로 곽 부관을 쳐다보던 미려도 어금니를 꽉 깨물곤 일어나 강수에게 손을 내민다.


“강수야 일어나. 가자.”

“어 누나.”


우악∼아 우악! 얼마나 괴로워야 이런 소리를 지르는 걸까? 미려의 손에 끌려가던 강수가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본다.

온몸이 쇠사슬에 묶여 버둥거리는 임 장군이 눈에 들어오고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슬프지도 않은데.

한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갸웃거리다 혹시 누나는 눈물이 나는 이유를 알까? 슬쩍 미려를 쳐다본다.

굳은 표정과 충혈된 눈 그리고 무언가를 고민할 때면 씰룩이는 미려의 턱선,


‘무엇이 누나를 저리 긴장하게 만드는 걸까? 나 때문이겠지. 하∼ 미안해 누나.’


자신을 걱정하는 미려가 고마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에 잡고 있던 미려의 손을 힘을 주어 꼭 감싸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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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화. 인연(因緣). (5) 22.07.25 121 1 11쪽
71 71화. 인연(因緣). (4) 22.07.23 120 0 11쪽
70 70화. 인연(因緣). (3) 22.07.22 115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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