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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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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86,424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0.19 08:45
조회
2,017
추천
14
글자
6쪽

파인딩 스타 - 아기의 절규(1)

DUMMY

지나연은 지난 일 년 동안 인생 전체가 뒤틀려 버린 것 같았다. 평온했던 자신의 삶이 전쟁이라도 터진 것처럼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어느 날 몸의 생리현상에 이상을 느껴서 병원을 찾았고 의사로부터 임신 사 개월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기가 막혀도 한참을 막혔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도무지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누구 짓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고 살아있는 태아를 제거하는 일도 너무 두려웠다.


회사도 곧바로 그만두었다. 자취방에서 인생의 갈피를 못 잡고 비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서민우가 찾아왔다. 회사를 떠난 지 일주일 후였다. 몹시 수척해 보였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애를 쓰다가 한마디도 못했고 결국 편지 한통을 건네며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지나연은 벼락을 맞은 것 같은 충격에 휩싸였다. 편지를 읽지 않아도 내용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두 눈에 핏기가 서렸고 온 몸이 감전된 것처럼 떨기 시작했다. 무거운 침묵이 끝도 없이 흘렀다. 서민우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결국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온 몸을 들썩거리며 계속해서 눈물을 훔쳤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지나연은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어느 날 갑자기 임신사실을 알게 됐고 지금 자기를 그렇게 만든 사람이 미안하다며 울고 있다. 평소에 아무런 존재감을 느낄 수 없던 그가 지금은 자신에게 엄청난 존재가 되어 있다. 마치 지옥으로 잡아끄는 악마처럼 느껴졌다. 서민우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에 가슴이 불타버리는 것 같았다.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야. 어떻게 내 인생을 이렇게까지 망칠 수 있어.”


그녀는 앞에 놓인 편지를 반으로 찢어버리고 서민우에게 내던졌다.


“당장 나가. 아무 일도 없었어. 아기는 바로 지울거야. 두 번 다시 나타나지마. 평생 당신을 증오할거야.”


서민우는 눈물을 삼키며 겨우 말을 꺼냈다.


“용서받을 자격도 없는 거 잘 압니다. 다만 나연씨가 저 때문에 고통받는 것이 견딜 수가 없습니다. 무엇이든, 어떻게라도 도와드릴게요.”


“내가 당장 죽는대도 당신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 빨리 나가. 절대로 내 인생에 나타나지마.”


지나연은 집을 정리하고 나서 고향으로 내려갔다. 차마 부모님께는 갈 수가 없었고 고등학교가 있던 인근 마을에 방을 얻었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고 아는 동창친구가 몇 명 있어서 긴급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태아는 많이 자라있었다. 몇 번이고 아기를 지우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지나연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과 더불어 자라왔다. 모든 생명체가 신성하고 고귀하며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간다고 느꼈다. 보잘 것 없는 존재도 알고 보면 나름대로의 살아야 할 이유가 있고 전체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개체라는 생각이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서민우는 증오의 대상이었지만 아기는 자기와 둘만의 인연이고 거부할 수 없는 숙명처럼 느껴졌다. 자연이 준 고귀한 생명을 자신이 차마 끊어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혼자 아기를 낳아서 키워야 한다는 스트레스까지 끊어버릴 수는 없었다.


지나연은 임신기간 내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에 도무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사회생활을 하며 돈을 모으고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또래의 여성 누구나 바라는 평범한 행복일지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원대한 꿈이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자신이 말로만 듣던 미혼모가 되어버렸다. 아기는 낳아서 키워야 하는데 돈벌이 없이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부모님은 어떻게 뵈어야 하나. 이렇게 엉터리 같은 인생을 계속 살아내야 하는 것일까.


서민우에 대한 증오도 날마다 깊어갔다.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아기를 낳아 혼자 기르더라도 절대로 그를 이해하지 않으리라. 바쁘게 사회생활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것도 적응하기 힘들었다. 지나연은 자신의 생명과 태아의 생명을 하루하루 가까스로 이어갔다.


아기가 태어나자 상상조차 못했던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하늘이 무너지고 인생이 꺼져가는 것 같은 괴로움들은 이제 아무 것도 아니었다. 아기는 심한 발열과 두드러기 증세를 보였다. 처음에는 의사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신생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태열증세입니다. 방안이 덥지 않게 유의하시고 목욕을 자주 시켜주세요.”


아기의 증세가 계속 악화되고 몇 달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의사는 다른 진단을 내렸다.


“아무래도 아토피인 것 같습니다.”


날마다 아기의 절규가 깊은 밤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한 맺힌 울음소리가 산천에 울려 퍼지고 잠에 빠진 모든 생명체가 화들짝 놀라며 뒤척이기 시작했다. 극심한 가려움증이 수시로 엄습했고 그럴 때마다 아기는 울부짖으며 피부가 뚫어질 정도로 긁어댔다. 세 달이 채 안된 아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손놀림이 빠르고 기운이 셌다. 온 몸이 발진으로 뒤덮여 있었고 온통 상처와 고름 투성이었다.


지나연은 아침에 일어나서 아기의 모습을 볼 때마다 죽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참담했다. 아기는 심한 화상을 입은 것 같았고 논바닥처럼 갈라진 피부에 피와 고름이 엉켜있는 모습이 차마 눈을 뜨고 보기가 힘들었다. 아기는 옷과 기저귀가 풀어헤쳐진 상태로 탈진해 있었다.


아기가 그렇게 전쟁을 치루는 동안 자신은 편안한 잠에 빠져 있었다. 그녀의 생체시계는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처절한 모정도 잠에는 철저히 무기력했다. 수면시간이 다가올수록 아기에 대한 연민 때문에 너무나 괴로웠다. 도저히 인생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아기와 함께 죽어버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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