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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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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9,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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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83,299

작성
14.07.1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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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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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글자
12쪽

제9장 흔적(4)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은 준영이었다. 비록 어제와는 달리 옷차림이나 행색이 깔끔했지만 얼굴 표정만큼은 어두운 게 잘생긴 얼굴에 그늘이 짙게 드리워있었다.

“식사만 하실 건가요?”

혜영의 표정과 말투가 싸늘했다.

“훗! 손님을 그런 식으로 대하나 보군요.”

준영이 피식 웃으며 제일 안쪽의 미연이 앉아있는 옆자리로 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손님도 손님 나름이죠. 오늘은 또 무슨 뒷조사를 하러 나오셨나요?”

“오해가 크십니다.”

“오해요?”

“네. 전 여기 일본 경찰이 아닙니다.”

“말투로 봐선 한국사람 같네요. 아무튼 질문은 사양 이예요. 식사만 해 주세요. 뭐 드릴까요?“

“으음... 안주꺼리하고 소주 한 병만 주세요. 한국소주 있죠?”

“식사는 안하시고요?”

“식사도 될 수 있는 걸로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혜영이 가만히 살펴보니 준영의 얼굴이 낯설지 않은 게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에 저번의 애타하는 모습까지 겹치며 약간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다.

“휴~ 알았어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혜영이 물 컵과 물병을 준영의 테이블에 가져다주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물을 따라서 한 모금 마신 준영이 미연을 힐끔 살펴보더니 말을 걸었다.

“한국 사람이죠?”

“...네.”

미연이 그런 준영을 멀뚱히 쳐다보다가 조그만 소리로 대답했다. 목소리도 그렇지만 생김새도 연예인 뺨칠 정도로 잘 생긴 사내가 말을 거니 괜히 얼굴이 빨게 지는 것 같았다.

“여기 신주쿠에서 일 하시나요?”

“네... 그런데요?”

준영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수첩을 꺼내 들었다.

“저... 혹시?”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죠!“

그때 주방 안에서 앙칼진 혜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영의 수첩을 든 손이 나오다가 멈췄다.

“흠흠...”

“그러시면 그냥 나가라고 할 거예요!”

혜영이 주방에서 얼굴을 내밀며 인상을 구기자 준영이 수첩을 테이블위에 탁 올려놓았다.

“알았습니다. 그냥 술이나 먼저 주세요.”

준영이 체념한 듯 어깨를 으쓱하자 미연이 일어나서 소주와 소주잔을 꺼내와 테이블에 올려놓은 후 밑반찬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런 미연을 혜영이 주방으로 불러들여 어제 준영이 찾아와 자영의 사진을 보여줬던 얘기를 해줬다.

“언니, 그럼 저 사람도 경찰이야?”

“뭐... 한국 사람은 확실하니 일본 경찰은 아닌 것 같은데 저번에 널 찾던 형사하고 같이 온 걸 보니 수상해.”

“그럼 조심해야겠네.”

“그래, 외모에 넘어가지 말고 자영이에 대해서 물어봐도 모른 척 해. 알았니?”

“호홋! 알았어, 언니.”

미연이 밑반찬을 테이블에 놓는 동안 준영은 벌써 소주를 두 잔째 안주도 없이 마시고 있었다.

“후우~”

잠시 후, 혜영이 바글바글 끓는 뚝배기를 내려놓으며 준영에게 말을 걸었다.

“안주랑 같이 드세요. 속 버려요. 그런데 일본 경찰은 아닐테고 한국 경찰인가요?”

준영이 소주를 홀짝 들이키고는 혜영을 올려다보았다.

“크! 고맙습니다. 한국 경찰이 맞긴 맞은데 업무 차 온 건 아닙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일로 온 거예요.”

‘네, 맛있게 드세요. 그럼.“

말을 하는 준영의 표정이 어두웠다. 왠지 그런 준영이 애처로워 보이며 사연을 들어보고 싶었지만, 더 이상 말을 섞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혜영이 얼른 인사를 하고 미연의 곁으로 돌아와 앉았다. 자영의 사진을 가지고 수소문하는 게 아무래도 불안했다.

준영이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한 수저 떠먹더니 다시 술을 따라서 홀짝 털어 넣었다.

“제가 말입니다. 정말 나쁜 놈이예요.”

“네?”

바로 옆의 테이블에 앉아있으니 준영의 하는 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엉겁결에 혜영이 대답했지만 준영은 그런 반응에 아랑곳없이 넋두리하듯 혼자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저흰 너무 어려서 몰랐지만 친척이란 사람들이 어린 저희를 맡겠다며 그나마 있던 부모님의 재산을 빼돌렸나 봐요. 하나밖에 없는 누나가 고등학교를 졸업 할 즈음 친척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죠. 세상천지에 누나와 저 둘 뿐이었어요.”

조용조용히 넋두리하듯 들리는 준영의 말에 혜영과 미연이 아무소리도 못하고 가만히 듣고 있었다.

“지하셋방을 얻어서 어렵게 살았지만 누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낼 수 있었죠. 누나는 저를 위해서 온갖 힘든 일들을 마다하지 않았어요. 그런 누나의 희망은 제가 경찰학교를 졸업하여 훌륭한 경찰이 되는 거였죠. 나 역시 그런 누나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기 위하여 아르바이트도 하며 나름 열심히 살았습니다. 누나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준영이 다시 소주잔을 털어 넣고는 입을 쓱 닦고 말을 이었다. 갑자기 혜영의 가슴이 조금씩 떨려왔다.

준영의 넋두리 같은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참 악착같이 살았지만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누나의 기대대로 경찰대학에 합격했고 졸업을 앞두게 되었죠. 그 모두가 누나의 뒷바라지 덕분이었어요. 그런데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친구들과 외출했다가 사고를 당했어요. 어린 애들과 시비가 붙었는데 친구가 위험에 처해 할 수없이 끼어들었다가 어린놈들이 휘두른 칼에 찔렸죠. 그런데...”

준영이 다시 소주병을 들어 술을 따랐다. 혜영과 미연은 아무 말도 못하고 서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런 둘의 눈빛이 마구 흔들렸다. 혜영이 천천히 손을 뻗어 미연의 손을 잡았다. 다시 술잔을 털어 넣은 준영의 말이 이어졌다.

“크으... 그런데, 칼에 맞은 건 난데 어린놈들의 부모들이 제가 입원해 있는 병실을 찾아와 행패를 부렸나 봐요. 그걸 누나 혼자 오롯이 감당한 거죠. 순진한 누나는 제가 잘못되어 경찰학교를 쫓겨날까봐, 그게 두려워 어린놈의 부모들이 요구하는 합의를 해 준거예요. 돈을 주고요.”

다시 준영의 손에 들린 술병에서 술이 떨어졌다. 준영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 소주잔에 술이 넘쳐흘렀다. 준영이 소주병을 테이블에 탁하고 내려놓았다.

“그 돈을 마련하려고 바보 같은 누나가 ...사채를 끌어 썼어요.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고... 큭!”

준영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소주잔에 톡 떨어졌다.

“후우~”

잠시 한숨을 내쉰 준영이 소주잔을 들어 단숨에 넘겼다.

“크흑! 그 바보 같은 누나가.“

“그만! 흑!”

“어 흑~ 흑흑! 언니이~”

혜영의 외침과 함께 참아왔던 미연의 울음이 터졌다. 혜영이 눈물범벅인 얼굴로 일어나 걸어가더니 출입문을 잠그고 다시 비틀거리며 돌아와 준영의 앞에 앉았다. 옆에선 미연이 엉엉 울고 있었다.

“그 바보 같은 누나가 결국엔 일본으로 끌려갔어요. 크흑... 나한테는 취직해서 돈 벌어 온다고, 일 년만 다녀온다고 하고선. 으흑... 벌써 3년이 지났어요.”

다시 준영의 손에 소주병이 쥐어졌다. 혜영이 소주병을 빼앗았다. 준영은 눈물과 콧물이 얼룩진 얼굴로 소주잔만 내려다 보고 있었다. 혜영의 눈에서도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최근 업무상 일본에 아는 경찰이 생겨서 부탁을 했어요. 누나를 좀 찾아달라고. 그런데 연락이 왔습니다.”

혜영이 소주병을 들어 준영의 잔에 소주를 부어줬다. 눈물이 앞을 가려 잘 보이질 않아 흘러 넘쳤다.

“누나가 야쿠자에게 팔려가서 죽었을 거래요. 누나가 불을 질러서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는데 행방불명되었다고... 야쿠자들이 데려가서 죽였을 거래요. 크흐흑!”

“언니이~ 엉엉! 어떡해!”

“흑흑!”

미연의 통곡소리가 더 커졌다. 혜영도 눈물이 한없이 쏟아졌다. 준영이 손에 쥔 소주잔을 움켜쥐었다. 그 손이 부들부들 떨려 소주가 흘러내렸다.

“난, 나는 안 믿어요. 누나가 죽었을 리가 없어요. 절대! 그래서 달려왔어요. 누나를 찾으러. 난... 내 이 두 눈으로 확인해야 되요. 불쌍한 누나를... 크흐흑!”

“언니이~ 엉엉! 자영언니~ 어떡해!“

기어이 미연이 테이블에 엎어져 엉엉 울기 시작했다.

혜영이 손을 뻗어 준영의 손을 잡고 울음 가득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주 준영이니? 네가 자영이 동생 준영이 맞어?”

준영이 순간 입을 벌린 체 멍하니 혜영을 바라보았다.

“주 준영아...흑흑, 그래 어쩜, 이 얼굴이 낯이 익더라니 자영이 동생이었구나. 미안하다. 준영아. 못 알아봐서 미안해 흑흑!”

“그 그럼... ”

“엉엉! 자영언니, 언니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동생이 찾아왔어. 언니~ 엉엉!”

미연이 소리 높여 자영을 부르자 준영이 고개를 돌려 미연을 쳐다봤다. 그리고 혜영이 잡은 손에 힘을 줬다.

“제가, 제가 준영입니다. 저희 누나, 아시는 거죠. 어딨어요? 제 누나! 살아있죠?”

혜영이 일어나서 두 팔을 벌려 준영을 안았다.

“그래, 준영아. 네 누나 살아있어, 잘 지내고 있어. 흑흑! 걱정 마.”

준영이 혜영의 품에 얼굴을 묻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토록 듣고 싶던 얘기를 들었던 것이다.

“아! 하느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준영이 자신을 안고 있는 혜영의 팔을 잡고서는 벌떡 일어났다.

“그럼 제 누나, 어디 있어요? 지금 어딨냐고요?”

준영이 자신의 두 팔을 잡고 흔들자 혜영이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빙그레 웃어 주었다.

“준영아, 흑흑, 이제 알았으니 우리 차분히 얘기하자. 누나 걱정은 하지 말고.”

그제야 정신이 돌아 온 듯 준영이 팔을 풀고 눈물을 닦으며 자리를 잡았다. 혜영이 울고 있는 미연의 등짝을 짝 하고 쳤다.

“이것아, 넌 왜 그렇게 통곡을 해. 자영이가 죽기라도 했니? 너도 이리로 와서 여기 앉자.”

혜영이 물수건을 가져와 준영이와 미연이에게 줬다. 그리고 자신도 얼굴을 닦으며 코맹맹이 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준영아, 내가 자영이한테 언니가 되니까 네게 말 놓아도 되지?”

준영이 조급해진 마음을 달래듯 얼른 대답을 했다.

“네? 아... 그러세요. 그럼요, 당연히 말 놓으셔도 돼요.”

“그래, 그럼 우리 차분히 얘기를 나눠보자. 우선 네 얘기를 듣다보니 자영이에게 들었던 사연하고 전혀 다르지 않아서 우리가 감정이 격해졌어. 그렇더라도 네 신분을 정확히 확인해야 나머지 얘기를 해 줄 수 있겠는데. 어떠니?”

준영이 말뜻을 알아듣고 잽싸게 테이블에 놓인 수첩을 혜영에게 건넸다.

혜영이 수첩을 열어서 확인을 한 후 준영에게 돌려주자 준영이 수첩을 뒤적여 사진을 한 장 꺼내더니 혜영에게 보여주었다. 사진을 들여다보던 혜영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지며 미연에게도 보여주었다.

“미연아. 자영이 너무 예쁘지.”

사진에는 젊은 자영이 어린 준영을 끌어안고 환하게 웃고 있었는데 너무 아름답고 보기 좋았다.

“훌쩍! 아~ 언니 정말 예뻐요. 호호호.”

다시 사진을 받아든 준영이 사진을 들여다 보고는 수첩에 고이 넣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찍은 거예요. 몇 장 되지도 않는 사진이지만 항상 가지고 다닙니다.”

“참 보기 좋다.”

“네, 고맙습니다. 저... 이제 누나 얘기를 좀 해주시죠.”

“그래, 참! 그 전에 서로 인사는 해야지. 난 혜영이라고 해. 자영이가 일본에 처음 왔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언니야. 그리고 여긴 미연이. 자영이의 동생.”

“안녕하세요. 훌쩍, 저 미연이라고 해요. 자영언니는 제 생명의 은인이예요. 그래서 더 반가워요.”

“아, 네. 저는 김 준영이라고 합니다. 누나를 아는 분들을 만나서 너무 반갑습니다. 고맙구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래, 우리도 너무 반갑다. 자영이가 널 얼마나 생각하는데... 그렇게 너를 보고 싶어 하면서도 전화도 못하는 그 심정이 어땠을지... 후~ 이젠 됐다. 됐어. 이렇게 네가 찾아왔으니.”

“누나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준영이 자꾸 맴도는 혜영의 얘기를 자르고 들어왔다.

“그게... 누나는 안전한 곳에 있지만 화재사건으로 인해 지금은 도망 다녀야 하는 신세야.”

“아아...”

준영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혹시나 했던 생각이 맞았던 것이다.

“사실은 우리도 지금 자영이가 어디 있는지 몰라.”

“모르다뇨?”

준영의 답답한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혜영이 길게 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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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제9장 흔적(3) +6 14.07.10 2,418 88 11쪽
64 제9장 흔적(2) +10 14.07.08 2,858 109 12쪽
63 제9장 흔적(1) +6 14.07.04 2,447 101 13쪽
62 제8장 상처(16) +6 14.07.02 2,683 101 13쪽
61 제8장 상처(15) +6 14.06.30 2,917 100 12쪽
60 제8장 상처(14) +2 14.06.28 2,707 112 12쪽
59 제8장 상처(13) +8 14.06.26 2,470 104 11쪽
58 제8장 상처(12) +10 14.06.24 2,537 102 13쪽
57 제8장 상처(11) +8 14.06.22 2,973 97 11쪽
56 제8장 상처(10) +4 14.06.20 2,958 100 14쪽
55 제8장 상처(9) +10 14.06.18 2,924 116 13쪽
54 제8장 상처(8) +7 14.06.16 3,023 99 10쪽
53 제8장 상처(7) +6 14.06.14 3,564 110 12쪽
52 제8장 상처(6) +2 14.06.13 3,417 101 12쪽
51 제8장 상처(5) +9 14.06.11 3,295 115 11쪽
50 제8장 상처(4) +6 14.06.10 3,630 126 13쪽
49 제8장 상처(3) +2 14.06.09 3,741 112 9쪽
48 제8장 상처(2) +8 14.06.05 3,321 101 11쪽
47 제8장 상처(1) +4 14.06.04 4,119 103 12쪽
46 제7장 천종(13) +10 14.06.03 4,338 188 12쪽
45 제7장 천종(12) +4 14.06.02 3,836 118 12쪽
44 제7장 천종(11) +6 14.05.31 4,116 119 12쪽
43 제7장 천종(10) +2 14.05.30 4,190 141 11쪽
42 제7장 천종(9) 14.05.29 4,072 144 14쪽
41 제7장 천종(8) 14.05.28 4,583 196 13쪽
40 제7장 천종(7) +4 14.05.27 3,731 114 12쪽
39 제7장 천종(6) 14.05.26 3,609 103 12쪽
38 제7장 천종(5) +5 14.05.25 3,922 108 10쪽
37 제7장 천종(4) 14.05.23 3,899 10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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