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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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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985
추천수 :
13,047
글자수 :
683,299

작성
14.06.09 12:10
조회
3,740
추천
112
글자
9쪽

제8장 상처(3)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미연아! 어딨니?”

그때 미연을 찾는 이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장을 다녀오는지 막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며 미연이부터 찾았다.

“네, 이모 저 여기 있어요.”

안방 문이 열리며 미연이 거실로 나섰다.

“잤니? 어이구 무겁다.”

쿵!

이모가 시장을 봐 온 짐을 내려놓았다.

“아뇨, 안방에서 TV보고 있었어요.”

미연이 짐을 안으로 들이며 얼른 대답했다.

“그 어설픈 깡패는 다시 안 왔냐?”

이모가 챙겨올 게 있다며 나가사키로 간 백곰에게 연락이 있었는지 미연에게 물어보았다.

“모르겠어요. 저랑 연락하는 사이도 아닌걸요 뭐.”

“허긴, 그 놈이 지 혼자 애가 닳은 거지. 호홋!”

“그렇지도 않아요. 제 주제에 무슨...”

하루 종일 집 안에만 있으니 미연이도 답답할 것이다. 그렇다고 맘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으니 처지가 애 닳았다.

그런 형편을 알고 있으니 이모가 말을 돌렸다.

“에그, 저것들 사랑 놀음에 거실에서 TV도 편히 못 보고 안방으로 쫓겨났구나.”

“호호호, 아녜요. 안방에서 편히 누워 보니 더 좋아요.”

자신이 괜히 무안한 듯 미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쟤들은 아직도 밖에 한 번도 안 나왔니?”

“네, 벌써 3일째 얼굴도 못 본 걸요. 호호홋!”

“허... 참, 너무한다. 내가 일부러 떠밀어 넣었지만 밥도 안 먹고 저러고 있는 거야?”

“아뇨, 중간 중간 나오는 것 같은데 마주치질 못했네요.”

사실 이모야 일찍 잠자리에 들거나 낮엔 밖으로 돌아다니니 마주칠 기회가 없었지만 미연은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으니 몇 번을 마주쳐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러나 미연도 거실에는 가급적 나오질 않았고 자영이 거실에 나와서 미연을 부르면 자고 있는 척하며 안방에서 나오질 않았던 것이다. 미연은 미연대로 휘와 마주치기가 괜히 무안했고, 자영은 자영대로 미연한테 미안해서 안방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러다가 치료보다는 몸이 먼저 상하겠네. 안되겠다. 내가 이것들을 불러내야지.”

이모가 얼굴엔 웃음을 띠면서도 목소리는 화난 듯 소리를 높였다.

“얘! 자영아~ 자니? 이리 좀 나와 봐라. 얼굴 좀 보자.”

그러자 금방 대답이 들려왔다.

“네, 이모.”

곧 방문이 열리고 자영이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내리며 거실로 걸어 나왔다. 집안에서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다.

“시장 다녀왔어요?”

“어이구 이것아. 얼굴 못 본지 3일이 넘었단다.”

“어머? 3일이요? 시간이 그렇게 지났어요?”

“허허... 신선놀음에 도끼 썩는 줄 모른다던데. 깨소금이 더 무서운가보다. 그지?”

이모가 미연을 보며 씩 웃음지은 후 얘기하자 미연도 거들었다.

“호호호! 깨소금에도 도끼가 썩는가 봐요.”

“아이 참, 부끄럽게...”

자영이 얼굴을 붉히자 이모가 자영의 팔을 끌어 소파에 앉혔다.

“그래, 얼마나 열심히 치료했는지 한번 보자.”

자영을 소파에 앉히고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던 이모가 화들짝 놀랐다. 옆에서 같이 쳐다보던 미연도 놀랐는지 소리를 질렀다.

“어머, 어머! 이 이것 좀 봐라. 자영이 얼굴 좀 봐.”

“아앗! 정말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어 어떻게...”

둘의 놀람에 자영이 벌떡 일어섰다. 자신도 손으로 더듬어보면 치료가 정말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거울을 못 봤던 것이다. 아니 그동안 거울 근처도 가지 않았었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화상을 입은 이후 거울 앞에 서는 게 두려워 멀리했는데 갑자기 자신의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거울을 보고 싶단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 떨려왔다.

이모와 미연이 저리 놀라는 걸보니 분명 많이 좋아졌을 것이다. 자신의 손으로 만져 봐도 쭈글쭈글 눌러 붙어있던 피부가 떨어져나가고 새살이 매끈하게 만져졌었다. 그러나 단 며칠 만에 좋아져봐야 얼마나 좋아졌겠는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데 실망할까봐 더 무서웠다.

“미 미연아. 저 정말 많이 바뀌었니?”

자영이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며 미연에게 물었다.

“으응, 언니. 정말 좋아졌어.”

미연이 화사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미연아... 저기 거... 거울 좀 가져다 줄 수 있니?”

“응, 언니. 내가 얼른 가져올게.”

미연이 후다닥 안방으로 들어가서 손거울을 챙겨왔다.

손거울을 건네받은 자영이 차마 바로 얼굴로 가져가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이모가 자영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얘, 자영아. 봐도 괜찮을 거다. 어디 네 얼굴 네 눈으로 확인해 봐라.”

살짝 떨리는 자영의 손을 꼭 쥔 이모가 천천히 거울을 자영의 얼굴 앞으로 밀어주었다.

“이... 이모, 나 무 무서워.”

자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이모를 찾았다.

“호호호! 괜찮다. 아무 걱정 말고 봐라.”

“언니, 정말 좋아졌어. 어서 봐요.”

미연까지 거들자 자영이 용기를 내어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거울 속엔 자신이 자라오며 익히 알던 얼굴도, 그렇다고 화상을 입은 후 처음 봤던 그 충격적인 괴물 같던 얼굴도 아닌 낯선 모습의 여자얼굴이 보였다.

자신의 얼굴이 이랬던가? 낯설었다.

“어때? 많이 좋아졌지?”

약간 들뜬 듯한 이모의 목소리도 낯설어 보였다.

“이모, 이게 제 얼굴이예요? 너무 낯설어요.”

오히려 자영의 목소리가 침착하게 들렸다. 자영이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천천히 여기저기 만지며 들여다보자 예전의 익숙했던 자신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 같았다.

일본으로 넘어 온지 벌써 3년, 그 사이 겪은 고통으로 인하여 얼굴은 그 몇 배를 훌쩍 넘긴 나이를 먹은 것 같았다.

화상으로 인하여 녹아내려 눈을 덮었던 눈꺼풀은 딱정이가 앉은 것 같더니 어느새 떨어져나가고 새살이 빨갛게 돋아나고 있었다.

역시 발그레하게 새살이 오르고 있는 뺨을 지나 손을 입으로 향하자 떨어져 나갔던 입술주변의 살들이 자라나는 게 눈에 보이는 듯하였다. 살점이 떨어져나가 이빨이 드러나 보였던 입술이 아래위로 제대로 닫히는 게 입술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어쩐지 지금 자신이 하는 말에서 바람 새는 것 같던 소리가 나지 않았다. 발음이 꽤 정확해 진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제야 자신의 얼굴 상처가 엄청나게 좋아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기적처럼.

“이모... 이게 꿈은 아니죠?”

거울을 내리며 젖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자영을 이모가 꼭 안아주었다.

“그래, 자영아. 꿈이 아니지. 우리 착한 자영이가 이제야 복을 받는 거라니까. 강 서방이 큰 복이다. 큰 복이야.”

자영도 어깨를 들썩이며 이모를 껴안았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휘가 거실로 나왔다. 밖이 시끄러우니 나와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떻소? 치료가 좀 된 것 같습니까?”

이모가 휘의 목소리를 듣자말자 자영을 안았던 팔을 풀고 휘에게 달려가 휘의 손을 꼭 붙잡고 흔들었다.

“아이구! 이 사람아. 치료가 좀 되다니. 저게 어찌 조금인가. 다 나았네, 다 나았어. 이제 아물기만 하면 되겠네.”

“허허... 그 정도였습니까? 전 계속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잘 모르겠더군요.”

이모가 휘를 경외의 대상인양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기에 겨우 3일 만에 저렇게 치료를 한단 말인가? 자네는 정말 도사네, 도사님이야.”

“허허허! 운 좋게도 자영과 저의 기운이 맞아서 그런 겁니다. 다른 사람은 치료해 주고 싶어도 절대 못해요.”

“그런가? 그럼 이것도 역시 인연이구먼, 자영이가 그 고생을 하더니 이제야 인연을 만나 복을 받는 거야. 호호호!”

자영이 그런 두 사람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이모가 보살펴주셔서 이런 행운도 왔을 거예요. 두 분께 정말 감사해요.”

“다행이요. 당신과 나의 기운이 비슷하니 마치 내 몸처럼 당신 몸을 치료할 수 있었소. 조금만 더 노력합시다. 그러면 반드시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거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냥 몸을 맡기고 가만히 있을 뿐이라서 미안하기만 한데... 당신이 고생하고 계신 거지요. 고마워요.”

그때, 이모가 손뼉을 짝 치며 미연이 옮겨놓은 짐을 찾아 뒤지기 시작했다.

“아 이런, 내 정신을 봐라. 내가 강 서방 몸보신 하라고 삼계탕 할 닭을 사왔는데.”

“제가 챙길 게요.”

미연이 얼른 쫓아와 이모를 도와 챙기며 냉장고에 넣을 것들을 옮겼다.

“넉넉히 사 왔으니 오늘은 삼계탕으로 한 잔들 하자.”

“그래요. 이모. 호호호!”

“음식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 너희들은 들어가라. 그 시간도 아깝다.”

이모가 자영과 휘의 등을 떠밀었다.

“아냐, 이모. 나도 도와줄게.”

“허! 그럴 시간이 없다니까. 너희는 치료나 열심히 해.”

“그래요, 언니. 이모는 제가 도울게요.”

미연까지 나서서 들어가라고 하자 둘은 더욱 머쓱해졌다.

그렇게 자영이 어쩔 줄 모르고 서있자 휘가 나섰다.

“나보고 쉬지도 말고 기운을 다 써서 죽으라는 거요?”

“엉? 그렇게 되나? 그럼 안 되지. 호호홋!”

호호호!

허허허!

그렇게 자영의 변한 모습에 다들 웃음이 넘쳐흘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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