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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가이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병선
작품등록일 :
2014.07.01 12:04
최근연재일 :
2014.09.12 18:3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60,981
추천수 :
5,331
글자수 :
152,498

작성
14.07.1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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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글자
10쪽

Npc가이 -10화- 에오스(Eos)와 에리스(Eris)

DUMMY

"마법을 배우러 온 것은 아닐 테고.. 그래, 볼일이 무어냐"

역시 흥미가 인다는 얼굴을 하고 데이미르가 물었다.

"하아-"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져 한숨이 먼저 나왔다.

이 상황을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된다는 말인가.

그런 내 속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 듯, 데이미르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세계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시간이 전부지.. 그저 여기 앉아서 여행자들이 찾아 오기를 기다리며 책을 읽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도 없다는 말이다"

내 눈을 한번 들여다 보고 다시 물었다.

"그것은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알다 마다요.

나 역시 이전에는 그저 성문 앞에서 여행자들이 말을 걸어 주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으니까.

가진 것이 시간인데 급할 게 뭐가 있느냐는 의미였는데 그 말을 들으니 꽤나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는 원래 벨로스의 남문을 지키는 성문지기였습니다"

그렇게 그 동안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과 생각들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데이미르는 이야기를 참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현자라는게 혹시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보수를 받는 직업을 얘기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내 이야기에 집중을 하고 또, 이야기가 늘어진다 싶어지면 알아서 '오호' '저런' '그랬었구나' 등의 추임새를 가미하여 시기 적절한 반응들을 해주었다.

별일 없이 지내던 일상이 지겨워져 '시작의 언덕'에 올랐던 일과, 처음 '들개'를 잡고 '레벨업' 이란 것을 하게 된 부분을 이야기할 때는 '그래서 어찌되었느냐?' 라며 근엄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눈을 똥그랗게 뜨고 놀라워했다.

'데헷'을 만나 사기를 당한 대목에서는 진심 어린 얼굴로 위로해 주었고, '광란'과 '연화'를 만나서 '파티'를 결성해, '버럭'을 잡는 대목에서는 흥분을 주체 할 수 없다는 듯 엉덩이를 들썩이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얘기를 하는 나도 신이 나서 손짓 발짓을 다 해가며 장황하게 이야기를 하게 됐고, 그렇게 속에 담긴 모든 말을 하고 나니 후련해지는 기분까지도 들었다.

"...해서 혹시라도 현자님께서 뭔가 알고 계신 게 있을까 싶어 찾아 오게 됐습니다"

그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야기가 모두 끝이 나자 데이미르는 두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제법 긴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데이미르가 눈을 떴다.



"예전에도 지금과 같은 기분의 감정을 느껴 본적이 있었다. 기억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정보라고 해야 할지.."

오랜 침묵 후에 말을 꺼내는 데이미르의 입에서는 놀라운 이야기들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너는 '태초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느냐?"

'태초인?'

"없습니다"

"에오스(Eos)와 에리스(Eris)에 대해서는?"

"신화에서 말하는 아카디아의 두 신을 말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

시작의 여신 '에오스'와 불화의 여신 '에리스'

여행자들이 아카디아에 넘어오기 이전의 태초의 신.

아카디아인들의 창조자이며 어머니.

"태초인은 여신 에오스와 에리스가 처음으로 창조하신 네 명의 아카디아인을 칭하는 것이다"

"아카디아 최초의 인류를 말하는 것이었군요?"

"그렇지, 그 네 명의 태초인은 지금의 아카디아인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고 한다. 여신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했었다고 하지"

"지금의 여행자들과 비슷하게 보이네요"

"너와도 비슷하지"

왠지 의미심장한 눈으로 데이미르가 바라보며 말했다.

"태초의 아카디아인은 오직 그 네 명이 전부였고, 이후에 새로운 아카디아인들이 창조되기 시작했는데, 그 때부터의 아카디아인들은 '숙명'이라는 굴레를 짊어지게 되었다"

숙명.

아카디아인들의 굴레.

왜, 어째서 인지 알 수도 없고,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일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나 역시도 그래왔었고, 이처럼 놀라운 말을 하고 있는 데이미르 조차도 이 현자의 탑에 앉아 자신의 숙명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 태초인들과 접촉을 하게 되는 아카디아인들은 잠깐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됐었지. 내가 만났던 태초인은 그 감정의 현상을 'free will'이라고 했었는데 아마도 그 태초인들이 가진 'free will'이 그대로 '전이' 됐었던 것이 아닌가 싶구나.."

"현자님께서 태초인들을 만난 적이 있었단 말 입니까?"

"그랬지.. '엘리나'라는 태초인이었는데 내가 있는 이 탑으로 직접 찾아왔었지. 꼭 찾아야 할 것이 있다면서"

"그 엘리나라는 태초인은 어떤 사람 이었나요?"

"글쎄다.. 쫓기듯이 볼일을 마치자마자 바로 떠나버려 길게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놀라운 말뿐이었다.

에오스와 에리스.

태초인.

free will의 전이.

"제가 새로이 느끼는 이 감정들과 의지가 태초인들이 가졌었던 그 'free will'이라는 것일까요?"

"아마도 그럴 것으로 짐작이 되는구나. 엘리나와 함께 있을때 느꼈던 감정과, 너와 함께 있는 지금의 감정이 다르지 않으니"

"그러면.. 혹시.. 제가 그 네 명의 태초인중의 한 사람이었던 게 아닐까요?"

"껄껄껄껄"

내 말을 듣고는 데이미르가 유쾌하게 웃었다.

"글쎄다.. 너는 어떻게 생각 하느냐?"

"그럴리가 없겠죠"

내가 말을 하고도 참 어이없는 말이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네가, 태초인들 만이 가지고 있던 'free will'을 가지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도 해줄 말이 없구나... 무엇 하나 확실한 답을 내려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아닙니다. 이렇게 누군가와 속 시원히 얘기를 하게 된 것만 해도 저는 만족해요. 현자님의 말씀도 도움이 많이 됐구요"

정말 누구라도 붙잡고 얘기를 안 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이렇게 모든걸 이야기 하고 나니 답답했던 속이 이제서야 좀 풀리는 듯 했다.

아직도 많은 의문들이 남아 있었지만 데이미르의 말처럼 남는게 시간이지 않은가.

차차 풀어나가면 될 일이었다.

"그러면 그 네 명의 태초인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일단 그 네 명의 태초인을 찾아서 만나보는게 가장 빠른 방법일 듯싶어 데이미르에게 물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두분의 여신께서는 아카디아에서의 모든 창조를 마치고, 여행자들이 도착하기 얼마 전 '신들의 정원'으로 떠났다고 한다. 그로부터 얼마 후 네 명의 태초인도 종적을 감췄다고 하는데 내가 엘리나를 만난 때가 바로 그 무렵일 것이다. 여신들을 쫓아 신들의 정원으로 떠난 것 일수도 있겠고 아니라면 아카디아 대륙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겠지"

내가 무슨 생각으로 물어봤는지 짐작을 한 듯 데이미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태초인들을 찾는 것 보다는 두 여신을 만나보는 게 어떻겠느냐?"

신?

신을 만난다고?

"신들이 정말 존재 한다고 믿으세요?"

"나 역시도 직접 본적은 없으니 확답은 못하겠다만, 내가 직접 만나 보았던 태초인의 경우를 봐도 그렇고, 지금의 너를 보고 있자면 그 이야기가 그저 신화속의 이야기만은 아닐 듯싶구나.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신들의 정원에 가보면 답이 나오지 않겠느냐"

신들의 정원.

에오스와 에리스가 아카디아에서의 모든 창조를 마치고 떠났다고 하는 신화의 땅.

"하아, 갈 길이 머네요"

몇가지의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

나는 누구인가.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인가.



이후로도 꽤 많은 질문과 데이미르의 대답이 오고 갔지만 역시나 이렇다 할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에 날이 밝았고, 몇 명의 여행자들이 데이미르를 찾아와 마법을 전수 받는다며 이야기가 자주 끊기게 되었다.

데이미르를 찾아온 여행자들은 마법사도 아닌데 현자의 탑에서 무얼 하냐는 둥 쓸데없는 관심들을 보였다.

더 이상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 힘들어져 인사를 마치고 탑을 내려왔다.

'기운을 내거라. 가고 또 가다 보면 가지 못할 곳은 없다. 정말 네 안의 의문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돌아 나오는 나에게 데이미르가 마지막으로 해 주었던 말이다.

덧붙여.

'시간이 난다면 가끔씩 이 늙은이에게 와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주고..'

라며 나와 얘기했던 시간이 나쁘지 않았던 듯, 틈틈이 다시 들르라는 말을 했다.

입구를 나서자 '테리'가 뚱 한 얼굴로 말을 했다.

"뭐 하는데 날이 다 샐 때까지 있었던 거예요? 현자님 못살게 군거 아니예요?"

"애들은 몰라도 된다"

"치-"

"또 보자?"

테리의 머리를 한번 헝클어트려주고 길을 나섰다.

"또 봐요 형!"

'형?'

어제만 해도 아저씨라던 녀석이 갑자기 형이라니.

뒤를 돌아보니 테리가 쑥쓰러운 듯 웃고 있었다.

"헤헤"

짜식.

저 녀석도 나와 관계 지어져 저런 반응들을 보이는 것이겠지.

잭슨, 부르노, 그랜, 데이미르 처럼...

내가 떠나고 나면 다시, 자신의 정해진 일과 말만을 하게 될 것이고..

free will의 전이.

잠시간 '숙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하며, 행동하게 되어버리는 것.

[광란 님으로 부터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이게 뭐야'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 중에 메세지가 하나 올라왔다.

[확인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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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Npc가이 -11화- 신들의 정원 +8 14.07.16 4,447 152 11쪽
» Npc가이 -10화- 에오스(Eos)와 에리스(Eris) +12 14.07.15 4,377 17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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