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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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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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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9.12.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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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 연대기 - 9.명예로운 자와 거짓말쟁이(1)

DUMMY

프레이르가 다음날 일어난 것은 아침 7시였다. 한 시종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일어난 그는 문을 열었다. 시종은 간단한 아침 식사와 함께 그에게 도착한 초대장들을 내밀었다. 그 초대장들을 바라보며 프레이르는 머리를 감싸 쥐고 탄식했다.

“나한테 진짜 잘보이고 싶었으면 초대장이 아니라 그냥 금화를 넣어주는 게 나았을 텐데.”

그는 몸을 부르르 떨며 초대장들을 열어보기 시작했다. 초대장은 모두 7개였는데 살롱 초대장이 2개, 티타임을 갖자는 초대장이 2개, 일요일에 부디 자신들의 교회에서 미사에 참석해 달라는 초대장이 2개, 폴로 경기를 함께 관람하자는 초대장이 1개였다. 여전히 몸이 찌뿌드드한 프레이르는 궁시렁궁시렁거리며 그 초대장들을 대충 넘겼다. 그러다 문득 그의 눈에 띄는 초대장이 보였다. 그는 한 고급스럽게 치장된 초대장을 들어올렸다. 십자 방패와 두 개의 검이 교차하는 가문의 문장. 세르티프 백작가의 살롱 초대장이었다.

프레이르는 이 의외의 초대장에 깜짝 놀랐다. 세르티프 백작 측에서 먼저 자신을 초대한 건 의외였다. 현재 왕위 계승 다툼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는 세르티프 백작이 프레이르를 초대하는 것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프레이르는 백작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고민했다. 그에게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이대로 대범하게 세르티프 백작의 초대에 응하여 백작가문과 안면을 틀 것인가 아니면 일단 뒤로 물러나 상황을 지켜볼 것인가?

사실 저번 살롱은 포르테빌 대공과 알타미라 후작의 협조가 있었기에 충분한 대비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세르티프 백작가의 살롱이라면 적진에 가까운 곳이었다. 국왕을 어느 정도 지지하는 알타미라 후작과는 달리 세르티프 백작은 다른 귀족들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어떤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곳인데다가 자칫 백작이 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있는 경우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피하는 것이 안전할 듯했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백작이 프레이르와 동맹을 맺고자 하는 제스처라면 회피하는 것은 그 손을 외면하는 행위였다. 또한 자칫 자신이 거부당했다고 생각한 백작이 레스터 공작과 손을 잡는 날에는 그가 노리는 왕좌가 스틱스 강 저편으로 날아갈 터였다.

아직 정보가 부족한데다 정치적으로 미숙한 그는 그 자리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일단 이 초대장은 보류해두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는 포르테빌 대공을 찾아가 이 일에 관해 상담하기로 결정했다.


프레이르가 포르테빌 대공을 찾아 갔을 때 그 방에는 놀랍게도 한 사람이 더 있었다. 바로 레드포드 자작이었다. 두 사람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아 무언가 심각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프레이르가 방 안에 들어서자 반갑게 맞으며 탁자 옆에 앉혔다.

“전하께서도 그 초대장을 받으셨군요.”

포르테빌은 프레이르의 손에 들린 초대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프레이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탁자 위에 자신에게 온 것과 똑같은 문양의 초대장이 2개 더 놓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 분도 초대장을 받으셨네요.”

“그렇게 되었습니다.”

포르테빌 대공은 침착한 어조로 그 초대장을 보여주었다. 그 내용을 확인해보니 프레이르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살롱이 틀림없었다. 봉인 역시 분명히 세르티프 백작가의 것이었다. 프레이르는 찬찬히 그 초대장들을 살펴본 다음 그것들을 한 쪽으로 치워버렸다. 이렇게 뚫어져라 그것을 쳐다본다고 해서 숨겨진 세르티프 백작의 뜻을 캐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는 포르테빌과 마틴 경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프레이르의 물음에 마틴 경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 모양새를 보아하니 살롱에서 야만인 취급을 받는 레드포드 자작 역시 프레이르와 마찬가지로 포르테빌 대공과 상담하러 온 것이 분명했다. 별수 없이 그는 이 중에서 살롱 경험이 가장 풍부한 삼촌의 대답을 기다렸다.

두 사람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포르테빌은 이것, 저것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살롱 초대장을 보내는 것은 그다지 이상한 행위는 아니었다. 순수한 의도에서 세르티프 백작이 그들을 초대했을 가능성도 물론 존재했다. 프레이르야 저번 살롱 사건으로 화제의 인물이 되었으므로 누구나 초대하고 싶은 것이 당연한 손님이고, 포르테빌 자신 또한 살롱의 단골 출입자였다. 레드포드 자작이 초대 받은 것은 드문 일이었지만 같은 군인 출신으로서 예의 때문에 초대장을 보낸 것이라고 하면 적당히 아귀는 들어맞았다.

단지 그의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 초대장이 보내진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다는 점이었다.

어제 그는 샤를과 함께 카시네예프 전역에 프레이르와 레드포드 자작에 관해 헛소문을 퍼뜨리는 괴문서를 발견했다. 지금쯤이면 이미 귀족들 사이에서 프레이르가 레드포드 자작의 사생아가 아닐까 하는 의혹이 불거졌을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프레이르와, 평소에는 대우받지 못하는 손님인 레드포드 자작을 나란히 살롱에 출입시켜 한 자리에 모이게 한다는 것은 무언가 굉장히 작위적인 냄새가 났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포르테빌은 프레이르와 마틴 경에게 어제 홀트 백작과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두 사람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프레이르는 그 소식에 심각해졌고 마틴 경은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도대체 누굽니까!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놈이!”

“진정하십시오, 레드포드 자작.”

“지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그런 헛소리는 프레이르 전하뿐만 아니라 우리 가문과 제 아내의 명예에도 먹칠하는 겁니다!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습니까?”

“알았으니 제발 진정하십시오. 일단 생각을 정리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마틴 경은 씩씩거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의 어깨가 분노로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포르테빌은 자작이 자칫 이성을 잃고 그 커다란 주먹으로 자신의 얼굴에 주먹을 날릴까 조금 무서워졌다.

“내 맹세하건데 그 헛소문을 퍼뜨린 자를 찾아낸다면 당장 결투를 신청해서 목구멍에 칼을 쑤셔 넣겠습니다.”

포르테빌은 한숨을 쉬었다. 그가 이 사건의 배후가 레스터 공작이라고 말하면 이 과격한 장군으로 하여금 칼을 들고 이 자리에서 뛰쳐나가게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샤를에게서 알게 될 일이었다. 괜히 여기서 레스터 공작을 감추었다가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될 경우 그 후폭풍은 더 거세질 것이 뻔했기 때문에 차라리 지금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낫다고 포르테빌은 생각했다. 그는 최대한 달래는 어조로 마틴 경에게 말했다.

“사실 범인은 이미 짐작이 갑니다. 레스터 공작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늙은이 새끼가!”

마틴 경은 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성큼성큼 문으로 향했다. 당장이라도 문을 박차고 나가 레스터 공작에게 결투를 신청하기 위해 뛰쳐나가려는 그를 포르테빌이 얼른 붙잡았다.

“제발 진정 좀 하십시오. 물증도 없는데 괜히 그런 짓을 해봐야 망신만 당할 뿐입니다. 이성을 찾으십시오.”

“그래요, 마틴 경. 일단 자리에 앉아 봐요.”

잠자코 레드포드 자작의 난동을 지켜보고만 있던 프레이르가 침착하게 마틴 경에게 말했다. 포르테빌의 팔을 뿌리치고 벌써부터 검을 빼들었던 마틴 경은 이 차분한 말에 간신히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는 그 무쇠 같은 팔에 주었던 힘을 풀었다. 그리고 그는 뽑아 들었던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프레이르 덕분에 마틴 경이 겨우 진정되자 포르테빌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그는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저 이어갔다.

“수상하지 않습니까? 마틴 경과 프레이르 전하를 오늘 갑자기 동시에 초대한다는 것은요. 아무래도 타이밍이 너무 좋습니다. 하필 그런 괴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날에 두 분을 동석시키다니...”

포르테빌의 말을 듣고 있던 프레이르가 물었다.

“삼촌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포르테빌은 고개를 저었다. 결국 포르테빌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소리였다. 비록 레스터 공작이 흉계를 꾸몄다는 것만 드러났지만 세르티프 백작이 적인지 아군인지, 중립인지를 암시하는 증거는 아무데도 없었다. 프레이르는 그의 마음을 정했다.

“그럼 결정했어요.”

프레이르는 자신 있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너무나 단호한 어조에 포르테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차피 모든 것이 불확실할 때는 일단 부딪혀 보는 것이 제일이죠.”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어조였다.

“오오, 그렇군요. 과연 샤를 폐하의 왕자님이십니다! 그럼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프레이르의 단언에 마틴 경도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섰다. 정말이지 단순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포르테빌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틴 경, 어차피 전하께서 가신다면, 마틴 경이 초대를 거절하는 것이 더 수상하게 보일테니 마틴 경이 가는 것은 저도 찬성입니다. 하지만 전하와 동행하는 것은 안 됩니다. 전하는 제가 모셔야겠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마틴 경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포르테빌을 바라봤다. 반면 프레이르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포르테빌은 마침내 이 장군이 정치에 관해서는 15살인 프레이르보다 못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도 둔감하단 말인가? 정말이지 레아첼이라는 후원자가 없었다면 그는 진작 이 귀족사회에서 묻혀버렸을 것이다.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지금 살롱에서는 두 분이 부자관계가 아닐까 하는 의혹이 생겼다고요. 그런 상태에서 두 분께서 다정하게 손을 잡고 살롱에 들어가면 참 볼만한 그림이지 않겠습니까? 의혹이 사실로 둔갑되는 건 한순간입니다.”

“아... 그렇군요.”

마틴 경이 낙담한 표정으로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 참으로 알기 쉬운 사내였다.

“마틴 경, 괜찮아요. 거기 도착해서 절 도와주면 되잖아요.”

프레이르가 마틴 경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마틴 경 키의 반 밖에 안 되는 꼬마가 이 거대한 마틴 경을 위로하는 모습은 이질적이기 그지없었다. 포르테빌은 도무지 누가 어른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오, 그렇군요. 그럼 세르티프 백작가의 살롱에서 제가 전하를 도와드리겠습니다.”

“기대할게요.”

프레이르가 귀엽게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 웃음을 보고 마틴 경은 곧바로 생기를 되찾았다. 그러나 포르테빌은 마틴 경의 말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오히려 살롱에서 마틴 경이 마이너스 전력이나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 이런 포르테빌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틴 경은 그저 자신만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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