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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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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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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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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88,474

작성
09.12.09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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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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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7쪽

로라시아 연대기 - 5.루크와 목걸이(2)

DUMMY

루크와 떠들썩한 첫만남을 마친 뒤 프레이르는 루크, 아르넷을 거느리고 서쪽 궁성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첫 번째 날의 마지막 수업인 교회음악을 수강하러 가기 위해서였다. 저학년의 교회음악 수업은 궁정관현악단의 부지휘자가 맡았는데 거대한 악기와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았기에 그들은 오페라 하우스까지 이동해야만 했다. 그로 인해 프레이르와 그 무리들은 유감스럽게도 궁정관현악단이 있는 궁성 서쪽으로 손수 행차를 해야 했다.

걷는 것을 상당히 귀찮아하는 레인가드 귀족 자제들의 성격으로 볼 때 이런 걷기 운동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었으나 의외로 이들은 얌전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이들의 이러한 절도 있는 행동이 예의범절과 교양을 갖춘 올바른 심성을 갖추었거나 음악에 애정이 있거나, 혹은 성스러운 교회에 감명을 받았다고 착각한다면 그것은 레인가드 귀족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었다. 80여 명의 학생들이 지금 기대하는 것은 바로 영애들과 함께 받는 수업이었다.

전혀 다른 세계의 공부를 하는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이 함께 배우는 단 두 개의 수업이 있었는데 그 것은 교회음악과 교회미술이었다. 주로 14~16살 사이라 이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질 이 시기에 수많은 영애들과 함께 공부를 한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었다. 그들이 지금까지 영애와 접할 기회는, 지겨운 대화를 나누는 어른 사이에서 얌전히 차를 마시는 살롱이나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무도회(미성년이기 때문에 기회가 별로 없는 것이지 성인의 경우에는 전혀 다르다. 향락의 절정에 달해 있는 레인가드 궁정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성년이 되면 보통 밥 먹는 시간보다 더 많이 춤을 출 기회가 주어진다.)가 전부였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막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아이들답게 오만가지 상상을 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래도 체면을 중요시하는 귀족인지라 그들은 서로 최대한 즐거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는데 그들의 속내를 뻔히 들여다보고 있는 시종들과 시녀들이 보기에 우스꽝스럽고 귀엽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이 귀족 나리들의 모습이 장난감을 사러 가는 어린 아이들이 일부러 진중한 표정을 짓기 위해 애쓰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르 역시 이 순진한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린 시절 전혀 귀족 영애를 접해보지 못했던 그는 귀족 영애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귀족여자아이란 새침데기에 도도함을 떨어대는 아가씨들’이라며 정색하는 메르센과 귀족 영애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마틴 경, 그리고 ‘어린 놈이 벌써부터 그런 데 손 대면 못 쓴다. 신세 망쳐.’라며 음란한 손짓을 하는 코라에게서는 귀족 여자아이가 무엇인지 전혀 알아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예배보다 십일조에 관심을 기울이는 성직자마냥 그들은 저마다 흑심을 품고 교회음악 수업을 고대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모든 시종들과 시녀들의 예상대로 당연히 이 소년들이 상상하는 것은 단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단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이 앉는 좌석은 철저히 구분 되어 있었고 친절하게 커튼까지 쳐져있어서 서로의 얼굴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분명 이 수업을 진행하는 왕립학교 선생과 성직자들은 이 귀족 자제들의 심성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보면 과도하다 싶을 만큼 친절한 이들의 보호 덕택에 80여 명의 학생들의 희망은 두터운 커튼 속으로 사라졌다.

수업 시간 내내 커튼 뒤에서 들려오는 소곤소곤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들은 궁금증만 더욱 자극시켰고 여타 수업과 다름없이 교회음악 수업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마침내 이 수업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린 프레이르는 주위를 둘러보며 빠져나갈 퇴로를 물색했다.

이미 어린 시절 시녀장인 메르센의 가르침을 따라 발성과 악기를 연습했던 프레이르는 자신이 음악적 재능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이 수업을 들을만한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옆에서 졸고 있는 루크의 뒤로 몰래 숨어들어갔다. 선생이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것을 확인한 그는 빛이 비치지 않는 그림자를 따라 슬그머니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분명 발각되면 엄중한 경고를 받을 일이었지만 아직 프레이르는 철부지의 티를 완전히 벗지는 못했기에 이 행위에 대해서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더구나 그는 나름 순발력과 운동신경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발각되더라도 잘만 도주하면 붙잡히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아직 2월초였지만 벌써 밖은 봄기운이 만연해 있었다. 겨우내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혔던 찬바람은 온데간데없어졌고 따스한 봄 햇살만이 대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프레이르는 그 공기를 들어 마시며 자유를 만끽했다. 역시 답답한 수업보다는 이 편이 훨씬 낫다고 그는 생각했다.

따사로운 햇볕을 정면으로 받다보니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서 있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그 증거였다.

'이건 안 되겠는데?'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두세 명의 시종들이 있었지만 분주하게 돌아다니느라 이쪽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첫날부터 무단으로 낮잠을 청하려는 프레이르에게는 고마운 일이었다. 그는 주위를 살피며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다가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다. 꽃밭 사이에 있는 작은 분수대 옆... 햇볕도 잘 들고 그림자도 져 있는데다가 철모르고 뛰쳐나온 벌레가 꼬일 일도 없었다. 그는 그 곳이 마음에 쏙 들었다.

재빨리 그 곳으로 달려간 그는 재빨리 자리를 깔았다. 옷이 조금 더러워질테지만 이렇게 호화스럽게 잠을 잘 수 있는데 그 정도가 대수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며 프레이르는 그 자리에 그대로 누었다.

예상과는 달리 무언가 딱딱한 것이 그의 등을 자극했기 때문에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등이 누웠던 자리에는 한 목걸이가 있었다. 영롱한 빛을 띠고 있는 목걸이는 보석에 문외한인 그가 보기에도 귀중품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촘촘한 금세공이 목걸이줄을 이루고 있었고 영롱한 빛을 바라고 있는 펜던트에는 제비꽃과 같은 색깔을 띤 액체가 은은하게 출렁이고 있었다.

“응? 이건...?”

그는 한동안 그 목걸이를 찬찬히 관찰했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목걸이였다. 이 목걸이의 주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잃어버린 것을 알면 굉장히 상심할 터였다. 프레이르는 잠시 그 목걸이의 주인을 찾을까 고민하다고 곧 마음을 접었다. 일단 너무 피곤해서 잠부터 자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뭐, 어때?’

그는 냉큼 주머니에 그 것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는 잠자코 낮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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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로라시아 연대기 - 살롱이란? +3 09.12.10 2,978 16 2쪽
13 로라시아 연대기 - 5.루크와 목걸이(3) +4 09.12.10 3,035 22 17쪽
» 로라시아 연대기 - 5.루크와 목걸이(2) +3 09.12.09 3,180 20 7쪽
11 로라시아 연대기 - 5.루크와 목걸이(1) +5 09.12.08 3,483 19 7쪽
10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3) +1 09.12.08 3,525 19 7쪽
9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2) +3 09.12.07 3,571 19 7쪽
8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1) +2 09.12.07 4,011 21 11쪽
7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2) +4 09.12.06 4,575 20 15쪽
6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1) +4 09.12.06 6,120 24 17쪽
5 로라시아 연대기 - 이냐크 대성당 화재 사건에 관한 보고서 +4 09.12.06 5,834 18 2쪽
4 로라시아 연대기 - 1.주교의 보증(3) +9 09.12.06 7,239 20 20쪽
3 로라시아 연대가 - 1.주교의 보증(2) +11 09.12.06 10,878 27 27쪽
2 로라시아 연대기 - 1.주교의 보증(1) +10 09.12.06 16,364 29 9쪽
1 로라시아 연대기 - 프롤로그 +14 09.12.06 20,498 5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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