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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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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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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474

작성
09.12.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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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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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7쪽

로라시아 연대기 - 6.독사의 머리(4)

DUMMY

“정말 프레이르가 그렇게 말했다고?”

국왕 샤를은 체통도 잊고 활짝 웃으면서 포르테빌 대공에게 되물었다. 평소 보기 힘들었던 샤를의 그런 모습에 포르테빌은 속으로 쿡쿡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샤를은 고작 15살의 아들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군. 독사의 이야기라니! 정말 믿기지가 않아. 자네가 일러준 얘기가 아니라고 했지?”

“물론입니다. 제가 전하께 동화를 읽어드렸겠습니까? 100% 프레이르 전하의 생각이었습니다.”

포르테빌은 100%라는 말에 힘을 주어 강조했다. 진심이 담겨 있는 그 말에 젊은 국왕은 뛸 듯이 기뻐했다. 자신의 꼬마 아들이 그렇게 재치 있고 기품 있는 이야기로 레스터 공작 일파를 때려눕혔다는 사실이 너무나 통쾌했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지 조금만 더 프레이르를 칭찬하면 포르테빌에게 입이라도 맞출 기세였기 때문에 포르테빌은 웃음을 참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보스웰 자작의 얼굴이 볼만했겠군 그래.”

“한여름 날 삶은 홍당무라도 그 얼굴보다 빨갛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염소 머리 닮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씩식거리는 걸 상상해보십시오.”

포르테빌의 상세한 묘사에 마침내 샤를의 입에서 웃음보가 터졌다. 레아첼이 죽은 뒤로 결코 볼 수 없었던 웃음이었다. 그 모습에 포르테빌은 자신의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것 같아 흐뭇해졌다. 국왕으로서의 위엄을 위해 웃음을 겨우 참아낸 샤를은 다시 기대에 찬 눈빛으로 포르테빌에게 물었다.

“그 레스터 공작은? 그 늙은이는 어떻던가?”

“흡사 오크와 입이라도 맞춘 듯한 얼굴이더군요.”

샤를은 책상을 두드리며 유쾌하게 웃었다. 그의 어깨가 들썩거림에 따라 금발의 머리도 경쾌하게 춤을 추었다. 이렇게 샤를이 긴 머리카락을 날리며 신나게 웃는 모습은 평소에 도도하고 위엄 있게 행동하는 샤를만을 봐온 사람들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오직 레드포드 자작과 포르테빌 대공만이 이런 샤를의 모습을 간혹 볼 수 있었는데 그나마도 레아첼의 죽음 뒤로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아아,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야 하는건데... 정말이지 십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기회를 놓쳤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마 음유시인들은 노래하겠죠. ‘아아, 고귀한 프레이르는 늙은 악당 레스터 공작을 무찌르고 염소 머리 보스웰을 홍당무로 만들었다네.’라고요.”

포르테빌의 말에 샤를이 다시 박장대소했다. 그저 상상만 해도 즐거운 모양이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포르테빌이었지만 그런 샤를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샤를이 평소 레아첼의 소생인 프레이르를 얼마나 아끼고 있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르첼이 8살 때 레스터 공작을 따라 살롱에 드나들 때는 아는 척도 안 하던 샤를이 프레이르의 첫 번째 살롱에 이토록 큰 관심을 보인 것도 샤를이 프레이르 쪽을 훨씬 더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아, 그래. 이제 농담은 그만하자구. 자네 때문에 웃느라 기운이 다 빠질 지경이야.”

“죄송합니다. 다만 저는 프레이르 전하의 이야기를 보고 드리기 위해서 있는 사실 그대로 말씀 드린 것 뿐입니다.”

샤를은 그 말에 다시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진지한 분위기로 전환하기 위해 애썼다. 그는 헛기침을 두어번 하며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래그래, 그만 프레이르의 일은 잘 알아들었네. 이제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귀족들의 반응이야. 어떻던가?”

“레스터 공작 일파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아아, 그 쪽은 이미 지나칠만큼 이해했네. 완전 흙빛이 되어 돌아갔겠지.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알타미라 쪽이야.”

포르테빌 대공은 역시 예상했던 대로라고 생각했다. 샤를은 다른 귀족들보다도 알타미라 후작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샤를도 알타미라 후작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별다른 움직임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레스터 일파를 눌러준 프레이르 전하에 대해 알타미라 후작의 세력이 호감을 느꼈다는 정도... 일까요.”

샤를은 혀를 찼다. 그가 원했던 것은 조금 더 자세하고 알타미라 후작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정보였다. 사실 그가 더욱 예의주시하고 있는 인물은 레스터 공작보다는 알타미라 후작 쪽이었다.

‘레스터 공작 쪽은 차라리 알기 쉽지. 무엇을 목적으로 움직일 지 예측이 가능하거든. 항상 알타미라 후작과 세르티프 백작 쪽이 걸린단 말이야. 그 속에 무슨 생각을 감추어 두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중립을 지키며 눈치를 보고 있는 세르티프 백작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왜 알타미라 후작은 왜 내 정책을 지지해주면서도 전면에 나서서 프레이르나 아르첼 한쪽을 밀어주려하지 않는거지? 어느 쪽을 지지할 지 고민하고 있는 건가?'

샤를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카시네예프 대학에서 만났던 알타미라 후작의 인성에 관해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그리고 그는 곧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가 아는 알타미라 후작은 결코 옛 정 때문에 샤를을 도와주거나, 혹은 겁을 먹고 행동을 주저하는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해타산적이고 가문의 이익에 따라 결단력 있게 움직이는 것이 그가 기억하는 알타미라 후작이었다. 그런 알타미라 후작이 이렇게 잠자코 샤를의 놀이에 장단을 맞춰주는 것은 매우 수상쩍게 여겨졌다.

‘도무지 모르겠군. 프레이르와 아르첼, 어느 쪽이지? 아직은 세르티프 백작처럼 그저 탐색 단계인가? 아니면 중립? 아냐, 중립은 아냐. 알타미라 후작도 레스터 공작만큼 야심 있는 인물이야. 이 상황에서 현상유지나 하려하는 그런 소극적인 자는 아니지.’

샤를은 한동안 고민해 보았지만 포르테빌이 가져온 정보만으로는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이런 정보 부족 상태에서는 당분간 프레이르의 인지도를 높이며 귀족들, 특히 3대 귀족가문인 레스터, 알타미라, 세르티프 가문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것만이 최선책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샤를은 이 대귀족들을 감시하고 정보를 캐낼 수 있는 단 한 사람을 부르기로 했다.

“포르테빌, 홀트 백작을 불러오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미소를 짓고 잇던 포르테빌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마치 불쾌한 벌레라도 만진 듯한 표정이었다. 샤를은 포르테빌이 왜 그러는지 짐작은 갔으나 일부러 눈치 채지 않은 척 다시 재촉했다.

“빨리 불러오게. 아무래도 그가 필요하겠군.”

포르테빌은 굉장히 싫은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홀트 백작이자 비밀치안대장이라 불리는 사내를 찾으러 나섰다. 음험한 이미지의 홀트 백작과 엮이는 것은 귀족이라면 누구나 기피하는 일이었지만 샤를에게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그는 샤를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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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1) +2 09.12.07 4,011 21 11쪽
7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2) +4 09.12.06 4,575 20 15쪽
6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1) +4 09.12.06 6,120 24 17쪽
5 로라시아 연대기 - 이냐크 대성당 화재 사건에 관한 보고서 +4 09.12.06 5,835 1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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