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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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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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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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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09.12.08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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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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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7쪽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3)

DUMMY

“비루한 자식 같으니.”

리처드 대공은 노여움에 찬 투덜거림과 함께 책상을 걷어찼다. 튼튼한 재질의 마호가니 나무로 만들어진 책상은 대공의 거친 발길질에 흠집이 났다.

“샤를...... 그 능구렁이가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쳐?”

그는 연이어 책상을 걷어차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출했다. 이 집의 주인인 레스터 공작의 심복 셰리프 남작은 그 모습에 머리를 감싸 쥐고 싶어졌지만 노발대발하고 있는 대공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스터 공작 역시 그런 리처드 대공을 말리지 않았다.

“그런 저급한 서커스로 환심을 사려하다니... 저속한 놈. 내가 다 부끄럽더군요.”

리처드 대공의 고함에 레스터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는 리처드 대공보다 더 화가 나 있었지만 대공이 저렇게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바람에 자신은 냉정하게 사태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리처드 대공과 레스터 공작이 분개하고 있는 것은 단지 프레이르라는 왕자에게 입학사의 영광을 빼앗겼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런 명예쯤은 덮어두고 갈 수 있었다. 그들이 화가 난 것은 샤를이 15년 동안 소리소문 없이 감춰두었던 왕위 계승자 프레이르를 전면에 내보냈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화려하고 극적인(리처드 대공에 말에 의하면 ‘저속한 시정 잡배들의 판토마임’) 등장과 함께.

“저급한 평민들은 그런 쇼에 열광할 테지만 우리 왕족과 귀족들은 절대 그런 비루한 반평민 왕자를 인정하지 않을겁니다.”

리처드 대공은 확신에 찬 어조로 레스터 공작에게 단언했다. 그러나 레스터 공작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리처드 대공보다는 공평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

“어차피 국왕 샤를과 프레이르의 지지기반은 평민들 아닙니까? 그런 면에서 볼 때 오늘의 서커스는 우리의 완벽한 패배입니다.”

레스터 공작은 이성을 유지하려 애쓰며 말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속은 화산의 용암보다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프레이르의 등장은 사실 리처드 대공보다 레스터 공작에게 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현재 레인가드의 또다른 왕자인 아르첼은 레스터 공작의 외조카로서 왕위 계승이 유력한 상태였다. 15년 전 태어났다는 프레이르는 아무런 소문도 없이 사라져서 사람들은 그가 죽었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 때문에 레스터 공작은 지금까지 아르첼이 왕위를 계승하면 자신이 국왕 세력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계획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샤를은 이미 이 모든 것을 계획했소.”

레스터 공작은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며 말했다. 그는 9년 전 자신의 여동생과 샤를을 정략결혼시켰던 사건을 떠올리고 있었다. 당시 레스터 공작은 평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평민들에게 의결권을 제공하는 ‘국민회의’의 설립을 눈 감아 주는 대신 여동생과 샤를을 결혼 시키는 것으로 국왕과 정치적 거래를 했었다. 지금 손해를 보더라도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가 언젠가 왕위를 이으면 왕가를 누를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것이었다. 하지만 그 때 당시 샤를은 이미 프레이르라는 왕위 계승자를 숨겨둔 상태였다. 모든 것은 샤를의 손바닥 위에 있었고 자신은 그 놀이에 놀아난 꼴이 되고 말았다.

‘양 가문의 미래에 무궁한 영광을 기원’ 운운하며 결혼식장에서 축배를 들었던 샤를의 가증스러운 얼굴을 생각하니 레스터 공작은 가슴 속에 딱딱한 돌이 들어간 것처럼 쓰렸다. 겉으로는 타협을 말하면서 뒤로는 착실히 뒷공작을 해가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런 레스터 공작의 쓰린 마음을 모르는 리처드 대공은 여전히 책상을 걷어차고 있었다. 그는 공작과는 달리 프레이르와 국왕에 대한 적개심을 감추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 완고한 보수주의자, 귀족주의자였던 리처드는 레아첼과의 결혼부터가 샤를의 실정이었다고 믿는 쪽이었다. 샤를과 이복동생이었던 그는 샤를의 독재 체제와 평민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격렬하게 반대해 왔고 그런 그에게 있어서 프레이르의 등장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뭔가 수를 써야합니다. 이대로 그 반평민 왕자와 샤를에게 정권을 넘겨주어 이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보십시오, 지금 샤를이 권력을 쥐고 얼마나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있는지를."

리처드 대공의 말이 이어졌다.

"저 반평민 프레이르는 샤를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귀족들과 아무런 연고가 없으니까요. 그 반평민이 왕위를 계승하면 이 나라는 폭군의 뜻 하나로 좌지우지 될 겁니다. 이 나라는 의회와 법률에 의해 다스려져야지 국왕의 절대왕권에 의해 서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벨 신에 맹세코 레인가드는 그런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리처드 대공은 단호한 어조로 레스터 공작에게 말했다. 그는 이미 프레이르가 귀족들과 연합 정권을 만들지 않을 것임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리처드 대공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귀족들의 보편적인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저지할 세력을 갖춘 인물은 레스터 공작과 알타미라 후작, 그리고 세르티프 백작 정도였다.

“...알겠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알타미라 후작과 세르티프 백작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상의해보도록 하죠. 대공 님께서도 왕가 사람들과 접촉해주십시오. 특히 형제분이신 포르테빌 각하의 의중을 떠보십시오.”

“그 놈은 바보멍청이라 별로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리처드 대공은 딱 잘라 말했다. 역시나 이복형제인 포르테빌을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순둥이는 샤를이 하자는 대로 질질 끌려갈 겁니다. 여자 후리는 실력의 반만이라도 배짱을 갖고 있었다면 이런 일을 참아줬을 리 없죠.”

“어찌 되었든 왕실에서는 샤를 폐하 다음 가는 분이시지 않습니까? 의견을 물어보세요.”

“정 그렇게 하길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죠.”

리처드 대공은 공작에게 인사를 한 다음 거친 발소리를 내며 방에서 나갔다. 그를 따라 셰리프 남작도 레스터 공작에게 인사를 하고 조용히 방 밖으로 나갔다. 방 안에는 책상에 앉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공작만이 남아 있었다. 벽난로가 은은하게 타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깊은 시름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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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로라시아 연대기 - 6.독사의 머리(1) +2 09.12.10 2,902 17 11쪽
14 로라시아 연대기 - 살롱이란? +3 09.12.10 2,979 16 2쪽
13 로라시아 연대기 - 5.루크와 목걸이(3) +4 09.12.10 3,035 22 17쪽
12 로라시아 연대기 - 5.루크와 목걸이(2) +3 09.12.09 3,180 20 7쪽
11 로라시아 연대기 - 5.루크와 목걸이(1) +5 09.12.08 3,484 19 7쪽
»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3) +1 09.12.08 3,526 19 7쪽
9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2) +3 09.12.07 3,572 19 7쪽
8 로라시아 연대기 - 4.대중과 서커스(1) +2 09.12.07 4,011 21 11쪽
7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2) +4 09.12.06 4,575 20 15쪽
6 로라시아 연대기 - 3.코라 가족(1) +4 09.12.06 6,120 24 17쪽
5 로라시아 연대기 - 이냐크 대성당 화재 사건에 관한 보고서 +4 09.12.06 5,835 18 2쪽
4 로라시아 연대기 - 1.주교의 보증(3) +9 09.12.06 7,239 20 20쪽
3 로라시아 연대가 - 1.주교의 보증(2) +11 09.12.06 10,878 27 27쪽
2 로라시아 연대기 - 1.주교의 보증(1) +10 09.12.06 16,364 29 9쪽
1 로라시아 연대기 - 프롤로그 +14 09.12.06 20,500 5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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